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315화 (315/775)

< 315화 > 제가 언니보다 잘 할 수 있다고요! (9)

"으.. 으윽!?"

잠에서 깨어나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던 유혜연은 순간 온몸에서 느껴지는 근육통에 눈살을 찌푸리며 곧바로 몸을 누운 자세 그대로 되돌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근육통과 함께 숙취로 예상되는 두통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와중에도 순식간에 가라앉아 있던 기억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끄으으..!"

완벽하게 기억을 떠올린 유혜연은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오는 몸을 억지로 웅크리며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아파서가 아니라, 분하고 창피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나오는 행동이었다.

처음이니까. 유서연보다 잘하지 못할 거라는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씩 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라고, 최민석이 유서연보다 자신의 몸을 더 매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언젠가 유서연에게 최민석을 빼앗았을 때, 맨정신인 상태에서도 보란 듯이 만족시켜주고 싶었는데.

아무리 처음이라고는 해도 이건 차이가 너무 크지 않은가.

전에 훔쳐봤을 때를 생각해보면, 유서연은 펠라는 얼마 하지도 않고 금방 본방으로 넘어가 못해도 두 시간 이상은 관계를 이어 나갔었는데.

"미친 거 아니야..?"

고작 몇 분, 그것도 최민석이 봐줘서 그 정도였지, 제대로 했을 때는 셀 수도 없이 가버리며 봐달라고 애원하다가 겨우 한 번 사정을 받아내고는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기절해버렸다.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 괜찮아진다고 감안하더라도, 도대체 얼마나 익숙해져야 몇 분이 두 시간으로 늘어날 수 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심지어 그때의 유서연은 자신처럼 실신하지도 않고 여유롭게 자기 발로 침대까지 걸어와 편안하게 숨소리를 흘리며 잠들지 않았던가.

아무리 자신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하느라 살살 했을 것을 감안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체력이다.

게다가, 자신이 몇 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기절해버린 그 정도 수준이 유서연이 평소에 즐기는 정도라는 것도 좌절감을 한층 크게 만들었다.

"어떡해.."

아무런 두서도 없이 흘러나온 말은 스스로도 무엇에 대한 한탄인지 알 수가 없다.

생각만 하고 있지 어떻게 유서연에게서 최민석을 빼앗을 것인가, 자신이 유서연보다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만약에 정말 최민석을 빼앗더라도 제대로 만족조차 시켜주지 못하는 몸으로 뭘 어쩔 것인가.

남자들은 성욕이 강하다.

남들 이상으로 성적인 부분에는 보수적이고 거부감을 느끼며 살아왔지만 그런 만큼 사소한 표정이나 눈빛, 시선에서 성욕을 읽어낼 수 있었기에 그 부분은 이미 기본적인 전제로 깔고 들어가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최민석은.. 아마도 평범한 남자들보다도 성욕이 강하다. 아니, 정력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

본인에게는 얼마만큼의 욕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력만큼은 자신 정도는 가뿐하게 기절시키고, 유서연과도 시간 단위로 몸을 섞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되는 게 확실하다.

그걸 제대로 해소시켜주지 못하면, 결국 해소되지 못한 만큼의 욕구가 쌓여 소위 말하는 욕구 불만이라는 상태가 되는 거겠지.

"..섹스리스는 이혼 사유도 된다고 했었는데."

언젠가 인터넷에서 봤던 기사가 떠올라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때는 아무리 성욕에 미쳐도 그거 하나 때문에 이혼까지 하나 싶었지만, 지금은 그 성욕이라는 게 얼마나 참기 힘들고 괴로운 건지 깨닫게 된 참이었기에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유혜연은 최민석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안길 의향이 있었지만 그렇게 해서 만족시켜주는 건 또 다른 문제였으니까.

아니, 굳이 하지도 않은 결혼까지 떠올릴 것도 없이, 유혜연 자신으로서는 최민석을 만족시켜줄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분하고 막막했다.

"..할 수 있어."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하던 유혜연은 분하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최대한 결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유서연도 했는데, 자신도 못 할 리가 없다.

당장은 무리겠지만, 분명 하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운동부터 하자.'

다이어트 같은 날씬해지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지치지 않을 수 있도록 체력을 기르는 운동이 필요하다.

이것 역시 유서연이 떠올렸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발상이었지만, 애초에 이 이상으로 효과를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조만간 방학이니까.. 윽..!"

계획을 세우면서 몸이라도 씻어야지 하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려다가 다시 한번 느껴지는 근육통에 눈살을 찌푸리며 어깨를 움츠렸지만 이번에는 멈추지 않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침대에서 내려와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어..?"

침대에서 내려오고 나서야,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선 채로 걸음을 멈춰서 다시 한번 생각에 잠겼다.

'옷이 왜..'

분명 기절하기 전까지만 해도 치마만 벗겨지지 않았을 뿐이지 알몸이나 다름없는 상태였을 텐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치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위아래로 새 속옷과 티셔츠 한 장이 깔끔하게 입혀져 있었다.

"뭐지..?"

그러고 보면, 침대도.. 살짝 고개만 돌려 확인해 보니 침대 시트도 벗겨져서 어디론가 사라져 있고, 관계 중에 한구석에 밀어놨던 이불만 깔끔하게 덮고 잠들어 있던 상태였던 것 같다.

"어..?"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는 머리로 열심히 사태를 파악하려고 하는데, 침대 한가운데서 살짝 더 고개를 돌려보니 침대 등받이 쪽에 노란 포스트잇 하나가 붙어있는 게 보였다.

"......"

말없이 몸을 돌려 다시 침대 위로 올라와서, 조심스럽게 포스트잇을 떼어냈다.

[너무 깊이 잠들어 있어서 안 깨우고 갈게. 시트랑 속옷은 너무 젖어서 세탁기에 넣어서 돌려놨고, 옷도 새로 꺼내서 입혔어. 몸도 깨끗하게 씻겼고. 멋대로 해서 미안해. 그냥 두면 감기 걸릴 것 같아서 그랬어. 식탁 위에 서연 씨가 먹는 피임약 가져다 뒀으니까 꼭 먹고.]

"나 어떡해.."

분하고 답답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말이 새어 나왔던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문제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만큼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좋아하는 남자랑 관계를 맺다가 남자는 만족도 못 했는데 기절해버리고, 결국 기절한 채로 남자한테 몸도 씻겨지고 더러워진 침대와 속옷 세탁까지 전부 맡겨버렸다.

이 정도면 이제 시집을 어떻게 가느냐 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잠자리에서 남자를 제대로 만족시켜주지 못한 건 기본이고, 거기에 온갖 귀찮은 뒷처리까지 하게 만들어 버렸다.

최민석이야 기억을 하지 못할 테니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보통 남자라면 아예 학을 떼고 상대도 하지 않을 정도로..

"아, 아니지..?"

뭐가 됐든 간에, 최민석만 기억을 못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자신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결국 없던 일이 되는 건데. 오히려 이런 식으로 과격하게, 최민석이 모르는 사이에 팍팍 경험을 쌓아 나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다가 충분히 익숙해졌다 싶으면, 술 먹은 걸 핑계로 같은 침대에서 깨어나고, 거기서부터 유서연과의 관계를 조금씩 금이 가게 만든다면..

"..일단 약부터 먹자."

순간 이대로 덜컥 임신이라도 해버린다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안전한 기간이라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었고, 만약 있더라도 그건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최민석이 가져다 둔 약은 뭔지 모를 조그마한 알약 같은 거였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몸에도 해가 없고, 피임약이 확실하겠거니 생각하며 별생각 없이 목으로 넘겨버리고 임신에 관한 문제를 머릿속에서 깔끔하게 지워버렸다.

"..핸드폰도 여기 뒀구나."

지금 보니 같이 식사를 했던 테이블도 깔끔하게 치워져 있고, 요리할 때 썼던 기구들까지 깔끔하게 설거지가 끝나 있었다.

"하.."

이젠 뭐라고 말도 나오질 않아서, 그냥 허탈하게 한숨만 흘러나왔다.

도대체 이 얼마나 부지런한 남자고, 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여자란 말인가.

만약 자신이 최민석이라면, 자신 같은 여자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멍하니 요리하기 전보다 깨끗해진 것 같은 주방을 쳐다보다가, 핸드폰을 들어 확인해 보니 시간은 이미 오전 8시가 다 되어가고 있는 상황.

저녁이 되기도 전에 최민석을 불러서 식사를 했던 걸 생각하면, 단순하게 생각해도 12시간 이상은 자고 있었다는 말이다.

주말 아침부터 연락을 하는 건 실례겠지만, 확인할 건 확실하게 확인해야 했기에 곧바로 최민석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

까똑!

"음? 계속하고 있어."

"헤읍.. 츄릅.."

상쾌하게 잠에서 깨어나 임예진에게 느긋하게 펠라를 받고 있던 도중,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알림음에 임예진에게 짧게 말해놓고는 그대로 팔을 뻗어 핸드폰을 가져와 메세지를 확인했다.

[유혜연 : 오빠,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어제 제가 무슨 실수 같은 건 안 했었죠?]

[최민석 : 그냥 좀 많이 취했는지 쿨쿨 자고 있길래 침대에 눕혀놓고 나왔어. 몸은 괜찮아?]

[유혜연 : 괜찮아요! 제가 불러놓고 먼저 자버려서 죄송해요 ㅠㅠ]

[최민석 : 나도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술이 저번에 먹었던 것보다 더 센 것 같더라. 술 좋아하는 건 괜찮은데, 앞으로는 너무 세지 않은 걸로 적당히만 마시고.]

[유혜연 : 그럴게요 ㅠㅠ 죄송해요 ㅠㅠ]

왜 메세지에는 'ㅠㅠ'가 가득한데 기분이 기운이 넘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오히려 처음에 보냈던 점 두 개가 더 걱정스럽고 불안해한다는 느낌을 진하게 풍겼었다.

어제, 유혜연이 실신하고 나서 내리 세 번을 더 안에 싸지르고 나서야 뒷정리를 시작했었다.

유혜연의 몸도 씻기고, 침대 시트도 빨고,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조금이라도 유혜연의 기분을 건드려주기 위해 설거지까지 깨끗하게 해뒀다.

간만에 하는 일이라 조금 귀찮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 할 것도 아니었고, 그 뒤에는 피임에 대한 최면만 대충 걸어놓고 쪽지와 함께 미리 가져왔던 비티만 알약 하나만 두고 나왔었다.

어제는 유혜연도 긴장해서 제정신이 아니라 편하게 생으로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었으니 이렇게 미리 준비해두는 편이 좋았다.

"예진아."

"쮸웁.. 헤..?"

핸드폰을 대충 옆에 내려놓고 임예진을 부르자 임예진은 고개를 숙이고 자지를 빠는 데만 집중하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만 들어 자지를 입에 문 채로 대답했다.

"펠라는 됐으니까 올라와. 오늘은 일정 없지?"

마침 나도 일요일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날로 정해놔서 괜찮았고, 어제 만족스럽게 따먹지 못한 유혜연의 몸을 생각하니 괜히 욕구가 올라와서 제대로 빼고 싶은 마음에 임예진을 올라타게 만들었다.

"쮸읍.. 네!"

마지막으로 입을 오므려 자지를 쭉 빨아내며 입에서 뽑아낸 임예진은 그대로 기운차게 대답하며 말이라도 타는 것처럼 내 위로 올라타 곧바로 자지를 보지에 살짝 닿을 정도까지 갖다 댔다.

"넣을게요?"

"편하게 해."

"아응.. 네엣..♡"

내 대답과 동시에, 임예진은 대답보다도 먼저 허리를 내리며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찌거억♡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허리가 내려가며 비좁고 미끌미끌한 질내로 자지가 매끄럽게 삼켜져 들어간다.

쾌감만이라면 일반인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기분 좋은 감촉에 단단하게 발기한 자지가 연신 불끈거리는 걸 느끼며 느긋하게 쾌감에 몸을 맡겼다.

유혜연이야 지금쯤 더 제대로 해보겠다는 승부욕에 불타고 있을 테니, 내가 손을 대지 않더라도 알아서 다시 연락이 올 게 분명했다.

임예진 같은 끝내주는 여자에게 봉사를 받고 있으면서도 다른 여자를 생각할 수 있다니. 사치도 이런 사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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