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5화 > 이래도 안 먹어? (3)
집에 최민석이 같이 있다는 상황 때문일까.
유혜연은 침대에 누운 지도 한 시간이 넘었음에도 도저히 잠들 수가 없어 몸만 뒤척이고 있었다.
'자야 하는데..'
무조건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내일은 강의도 없고, 최근에는 낮밤이 바뀌었던 일도 꽤 있었기에 익숙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자야 했다.
하반신에서 쿵쿵 울리듯이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열기가 시간이 갈수록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는 탓이었다.
'제발..'
최근에는 자위를 하지 않고 자는 날보다 하고 자는 날이 더 많았다.
이 눈치 없는 자신의 몸은 오늘도 주변에 누가 있는지 신경 쓰지도 않고 빨리 쌓인 성욕을 풀라며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것이다.
순간 '몰래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아무리 급해도 가족과 좋아하는 사람이 동시에 있는 집에서 자위를 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잠들어버리면 좋을 텐데. 그런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것도 이제는 한 시간이 넘었고, 어떻게든 손 한번 대지 않은 하반신에서 점점 습기가 느껴지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딱 한 번만.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한 번으로 끝날 성욕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한 번 불이 붙으면 오히려 겉잡을 수 없을 정도였기에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였다.
예전이었다면 조금은 더 오래 참았을 텐데. 자신의 성욕을 받아들이고 욕구가 올라올 때마다 해소하게 된 지금으로서는 인내심 이전에 성욕에 대한 거부감 자체가 너무 적어진 탓이었다.
'..못 참겠어.'
이젠 정말로 한계다.
부디 유서연이 깨지 않기를. 그렇게 생각하며 허벅지 사이로 조심스럽게 손을 집어넣으려는 순간.
"..으음."
갑작스럽게 몸을 뒤척인 유서연이 잠이 덜 깬 목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뭐야."
방은 불이 꺼져 있었지만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 덕분에 주변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어둡지는 않았다.
"......"
잠시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던 유서연은 이내 상황 파악을 마쳤는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가 방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어디 가는 거지?'
지금 거실에서는 최민석이 자고 있다.
잠에서 깼는데 최민석이 보이지 않아서 찾으러 간 걸까? 그렇다면.. 조금 기분이 나쁠 것 같았다.
실제로 애인이건 뭐건, 유서연이 최민석의 애인 행세를, 애인 다운 행동을 한다는 게 싫었다.
몸이 뜨거울 정도의 성욕도 잠시 잊어버리고, 제대로 닫히지 않고 살짝 열린 틈 사이로 들려오는 발소리에 귀를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달칵.
하고 스위치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이구나.'
다행히다. 딱히 상황이 나아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생각했던 상황과는 달랐기에 잠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집이 워낙 조용한 탓에 문이 닫힌 상태였음에도 물 내리는 소리는 닫힌 문 너머로도 작게 들려왔다.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화장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작게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방으로 가까워져 오고..
"......?"
중간에 멈춰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뭐지..? 설마..?'
아무리 최민석이 좋아도, 한 사람이나 겨우 누울 수 있는 소파에서 같이 잘 생각인 걸까?
잠시 풀어졌던 마음에 다시 한번 질투의 불길이 솟아오르는 걸 느껴먼서, 유혜연도 소리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침대 아래로 내려왔다.
유서연이 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나간 덕분에, 소리내지 않고 조용히 바깥을 엿볼 수 있었다.
거실 역시 한쪽 면으로 넓게 창이 자리 잡고 있어서 어둡기는 해도 자세히 보면 사람 윤곽 정도는 대충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됐다.
예상과는 달리 유서연은 최민석과 같이 소파에 누워있는 게 아니라, 소파 옆에 서서 몸을 낮추고 최민석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민석 씨. 자요?"
낮에는 내내 반말이더니. 이번에는 왜 존댓말로 깨우는 건지 모르겠다.
그보다, 잘 자고 있는 사람을 왜 깨우는 건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는지 안 자는지 확인만 하려면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팔로 몸을 작게 흔들고 있는 걸 보면 깨우려는 게 확실했다.
다행히도 최민석은 깊이 잠든 모양인지 유서연이 몇 번 더 이름을 부르며 몸을 흔들었음에도 깨어나지 않았다.
"피곤한가 보네."
그러고 보면 아까도 오늘은 피곤해서 유서연을 업고 가기 좀 그렇다고 했었다. 오늘 뭔가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유서연도 최민석을 깨우는 걸 포기한 것 같았으니 다시 침대로..
"......?"
돌아가려는데. 순간 유서연이 몸을 제대로 낮춰 소파 옆에 무릎을 세워 앉더니 뭔가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뭘 하려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번 유심이 모습을 살펴보고 있는데.
"츄릅.. 츄읍.. 츄릅.."
작지만 선명하게. 무언가를 질척하게 빠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흐읍..!?"
아니, 빠는 듯한 소리가 아니라 정말 빠는 소리다.
그 소리의 정체를 깨달은 순간 유혜연은 깜짝 놀라 소리 지를 뻔한 걸 간신히 참아냈다.
'미, 미친년!'
예전부터 성욕에 미친 여자인 건 알았지만 그래도 최민석과 사귀면서 나름대로 자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남의 집. 그것도 자기 친동생이 있는 집에서 동생이 자고 있는데 거실에서 자고 있는 남자 친구의 자지를 몰래 빨고 있다니. 도저히 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니었다.
다른 곳을 빨고 있을 가능성? 다른 곳을 빨아야 하는 이유를 도저히 떠올릴 수도 없었고, 천장 방향으로 누운 몸 한가운데서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으니 빼도 박도 할 수 없었다.
예전에 봤던 영화에서 나온 성애 씬이 전부였던 과거와는 달리 온갖 성적인 호기심을 AV라는 몇몇 영상매체를 통해 충족한 뒤였기에 더더욱 자연스럽게 어둠 속에 가려진 장면을 상상할 수 있었다.
"우움.. 쮸읍.. 쯉.. 쯉.."
뭔가를 짜내듯이 빨아내는 소리. 중간중간 섞여나오는 깊은 숨결과 질척한 소리. 모든 것들이 유혜연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하아.. 하아.."
말려야하는데.
당장 문을 열고 나가서 유서연을 말리고, 최민석을 깨워서.. 뭐라도 어떻게 해야 하는데.
도저히 작은 문틈 사이로 벌어지는 광경에서 눈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잊고 있던 성욕이 다시 한번 고개를 치켜들고 몸을 뜨겁게 달군다. 잊고 있었던 시간을 보충하겠다는 듯 더 뜨겁게, 강렬하게.
'안돼..'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래로 내려가는 손을 말리지 못하고 바지 안으로 손이 들어가도록 만들어버렸다.
찌륵..
속옷은 이미 밖에서도 미끈미끈한 감촉이 느껴질 정도로 젖어 제 기능을 상실해버렸다.
그 감촉에 살짝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다시 한번 살짝 손을 위로 올렸다가 내려 속옷 안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찔꺽.. 찔꺽.. 찔꺽..
"흐읏.. 흡.. 흐으읍.."
혹시라도 유서연이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소리도 최대한 억누르며 손가락을 움직여 조그마한 구멍을 조심스럽게 문질렀다.
'뭐야.. 도대체 뭐냐고..'
거실에서 최민석의 자지를 빨고 있는 유서연도, 그걸 보면서 자위에 빠져든 자신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읏, 흡, 흐읍..!"
갈 것 같다.
컴퓨터로 영상을 보고, 그 영상에 자신과 최민석을 덧씌워 상상하며 자위하던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인 광경과 쾌락에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쾌감이 밀려든 탓이었다.
"읍, 흐으으읍..!"
아예 걸치고 있던 티셔츠를 입에 꽉 깨물어 소리를 억누른 채로 절정에 달하며 힘이 풀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균형을 잡고 버텨냈다.
"하앗, 하앗, 하아아.."
이쪽은 벌써 가버렸는데, 거실에서 들려오는 질척한 소리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다.
그 소리에 잠시 가라앉는 듯한 열기가 다시 한번 뜨겁게 타오른다.
머릿속이 절정으로 뿌옇게 덧씌워진 덕분에 두 번째는 쉬웠다. 아직 바지 안쪽에서 빼지도 않은 손가락을 다시 움직이려는 순간.
"으.. 뭐야..?"
최민석이 깨어났다.
유혜연은 드디어 뭔가 풀어진다는 생각에 움직이려던 손가락을 곧바로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문틈으로 보이는 광경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숨 쉬는 것도 잊어버리고 지켜봤다.
"츄읍.. 후아.. 잘 잤어?"
"아니, 자고 있는데 뭐 하는 거야..?"
여전히 상황 파악이 안 된 건지 태연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유혜연과는 달리 최민석의 목소리는 살짝 굳어져 있었다.
"깨웠는데 일어나질 않길래 살짝 장난치구 있었지."
"하아..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잖아. 우리 집도 아니고 혜연이네 집인데."
"괜찮아. 걔는 어차피 한 번 자면 업어가도 모르거든. 옆에서 붙들고 흔들면서 안 깨우면 절대 안 일어나. 지금은 술까지 마셨으니까 흔들어도 안 일어날 수도 있고."
'누가..!'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하는 최민석과는 달리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받아넘기며 이상한 소리를 하는 유서연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이라고 소리칠 뻔했다.
잠이 깊기는커녕 어릴 때부터 잠이 얕아서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 자다가 한두 번씩 깨는 건 가족들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됐으니까, 한 번만 하자. 알겠지?"
"하아.. 알았어."
'뭐..?'
분명 뭐라고 제대로 한마디 하려는 분위기였는데. 유서연의 말 한마디에 곧바로 말을 끊고 수긍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마, 술 때문에..?'
잠깐 잠들긴 했었지만 술자리가 끝나고 이제 겨우 한 시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니까. 최민석이 아직 취해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최민석이 술에 취했다면 온갖 이상한 요구라도 거절하지 않는다는 건 몇 번이고 확인한 뒤였으니까.
'더러워, 진짜..!'
간신히 상황을 이해한 시점에서 머릿속에는 유서연에 대한 혐오감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심정을 모르는 바깥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하아.. 나 벌써 젖은 거 봐.. 못 참겠으니까 할게..?"
"..조용히 해야 돼."
"응.. 알았어.."
천천히 몸을 일으킨 유서연은 최민석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잠시 스륵 스륵 하고 옷감이 스치는 소리를 내며 치마를 벗어버렸고, 그대로 누워 있는 최민석의 몸 위로 말을 타듯이 올라탔다.
"..애기는 가만히 있어도 돼."
그렇게 말하고는, 위로 겹쳐진 몸이 천천히, 매끄럽게 아래로 낮아진다.
입으로 빨 때와는 달리 별다른 소리 같은 건 들려오지 않았다.
"흐읏, 하아.. 하아아.."
살짝 답답한 듯한, 그러면서도 만족스러운 듯한 한숨이 작게 흘러나와 유혜연의 귓가까지 흘러들어왔다.
미칠 것 같다. 아니, 이미 미쳤다.
하지만 도저히 이 작은 문틈을 벌리고 밖으로 나갈 용기가 나질 않아서, 최대한 숨을 죽인 채 바깥의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