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297화 (297/775)

< 297화 > 얘는 떠먹여 줘도 못 먹네 (2)

약속 시간까지 성하연과 편안하게 봉사 플레이를 즐겼다.

성하연이 완전히 허리가 풀려서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내 스스로는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계속해서 성하연에게 움직이도록 하는 건 조금 답답하기는 해도 여러모로 재밌는 시간이었다.

중간중간 클리나 가슴도 만지고 놀면서 괴롭혀주고, 성하연 쪽에서 달라붙어 키스하면서 움직이도록 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쉬어야 할 때는 허리를 끝까지 내려 자궁을 꾹꾹 짓누른 상태로 쉬게 해둔 덕분에 말이 쉬는 거지, 제대로 숨 돌리는 것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렇게 해서 결국 완전히 허리에 힘이 풀려 움직이기 못하게 되자, 성하연은 쾌락에 녹아내린 얼굴로 분한 표정을 짓는데, 그게 또 장난 아니게 꼴렸다.

성하연이 내비치는 분함은 나한테 졌다고 생각해서 나오는 감정이 아니라, 온전히 능력이 부족한 자기 자신에게 향하고 있었으니까.

그 뒤에는 완전히 허리가 빠진 성하연을 정상위로 눕혀놓고 아주 부드럽게. 너무 느껴버려서 천천히 움직이는 와중에도 너무 느껴서 눈물을 글썽일 때까지 철저하게 만족시켜주고 직접 씻겨주기까지 했다.

에스테틱의 직원들은 여성이 남성의 성욕을 풀어주는 걸 마사지라고 생각해게 해둔 덕분에. 남성이 여성의 성욕을 풀어주는 것 역시 마사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음에도 정신은 잃지 않은 성하연을 씻기면서 '저도 마사지에 재능이 있나 봅니다'라고 말했을 때 지었던 표정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독기도 있단 말이지.'

성하연의 경험은 이제야 겨우 세 번.

그동안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도 있었고, 중간중간 휴식도 취하면서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사이로 짧게 짧게 즐기기만 하다가 오늘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격차를 보여줘 버렸다.

그럼에도 분하고 자존심 상해 하는 성하연의 표정에서는 포기하려는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 이대로 계속 노력만 할 수 있다면, 유서연이나 임예진이 인간이었을 때 만큼은 버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인간이었을 때의 김민아는 나랑 섹스한 경험이 너무 적어서 에스테틱 직원들 보다는 나았지만 제대로 날 만족시킬 정도의 체력까지는 없었다.

이제는 운전도 완전히 익숙해져서,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면서 차를 모는 사이에 유혜연의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여보세요?]

나한테 전화가 오는 걸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 거겠지만, 전화를 걸고 신호가 세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는 것도 유서연과 똑같았다.

"도착했으니까 내려와."

[네! 지금 갈게요!]

대답이 평소보다 더 기운차다.

오늘은 정말 뭔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리라. 나 역시 유혜연이 과연 어떻게 행동할지 기대돼서 얼마 안 되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피스텔 현관에서 유혜연이 빠른 걸음으로 나오더니 내 차를 발견하고는 잔뜩 기대한 얼굴로 더 빠른 걸음걸이로 다가와 앞문을 열고 옆좌석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안녕. 오늘은 평소보다 기분 좋아 보이네?"

"헤헤. 그래 보여요?"

"응.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있었어요. 그래도 비밀이니까 안 알려줄 거예요. 괜찮죠?"

"그래, 그래."

확실히, 어린 애들이 연상보다는 귀여운 맛이 있다.

연상이라고 해서 귀여운 모습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자기가 연상이라는 걸 의식하면서도 분위기를 리드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언밸런스함에서 느껴지는 귀여움과는 달리 어린 애들은 그냥 자연스럽게 귀여운 행동을 하곤 했으니까.

물론 유혜연은 일부러 밝은 척 무리하는 느낌이 조금 있긴 했지만 나와 같이 있으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사소한 칭찬을 받았을 때 나오는 반응 같은 것들은 전부 진심이었다.

'..오늘은 아주 작정하고 왔나 보네.'

옆자리에 앉아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유혜연의 옷차림을 살피며 생각했다.

평소에 나와 만날 때는 나름대로 몸매 라인이 드러나면서도 노출은 적은 옷을 입고 나오곤 했었는데.

오늘은 가슴골이 살짝 보일 정도로 파인 검은색 얇은 가디건을 입고 나와 나도 모르게 시선을 보냈을 정도였다.

"그렇게 입으면 덥지 않아?"

"아직 저녁에는 조금 추워서요. 괜찮을 것 같아요."

유혜연의 옷차림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살짝 운을 띄워봤지만 여유롭게 대답이 돌아왔다.

확실히, 아직 5월 말이라 그런지 저녁에는 시원한 편이었으니 저렇게 입어도 덥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괜찮고. 출발할테니까 잠깐 핸드폰이라도 보고 있어."

"네!"

대답도 잘하고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들긴 했지만, 유혜연은 내가 운전하는 동안 핸드폰같은 건 보지 않는다. 항상 내가 운전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는 시선이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져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런 건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에 신경 쓰지 않고 유서연이 예약해둔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여기.. 비싼 데 아니에요?"

"오늘은 오빠가 사는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렇게까지 비싼 곳도 아니고. 이런 데는 자주 오는 것도 아니거든. 혜연이 만나는 김에 기분 내는 거지."

코스 요리라고는 해도 기껏해야 인당 12만 원. 저번에 갔던 갈비집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는 수준은 아니다.

하기야, 내가 유서연한테 무제한으로 돈을 받아 쓰고 있는지 모르는 유혜연으로서는 흙수저에 구직 중인 백수 상태인 내가 무리하는 걸로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도.. 너무 얻어먹기만 해서.."

"내가 먹고 싶어서 온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여기도 서연 씨랑 왔던 곳인데, 맛있더라고. 아마 네 입맛에도 맞을 거야. 정 부담되면 다음에는 내가 얻어먹을 테니까 한 끼 사줘."

"그, 그럴게요!"

유서연의 이름을 들은 순간 표정이 살짝 더 어두워졌지만, 부담을 덜어주면서 다음 약속까지 잡아주자 곧바로 안색을 밝히며 대답했다.

"그래. 기대할게. 무리해서 너무 비싼 데로 고르지는 말고."

"히히. 기대하세요."

대답하는 걸로 봐서는 적당히 싼 곳으로 고를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다시 밝아준 분위기에서 적당히 시시덕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 예약한 자리로 안내받았다.

미리 예약해둔 덕분에 앉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요리가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와아. 맛있겠다."

"혜연이도 이런 곳은 익숙하지 않아?"

"별로 그렇지도 않아요. 저희도 가족끼리 외식하는 날 아니면 이런 데는 잘 안 오거든요. 언니는 이런 데를 더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저는 좋기는 해도 살짝 부담되거든요."

은근슬쩍 유서연을 끼워 넣으며 자기는 다르다고 얘기하는 솜씨가 상당히 자연스럽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테이블 한켠에 놓인 중국식 술병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술도 있네요?"

"그러게? 술은 따로 안 시켰는데. 서비스인가?"

당연히 아니다.

저번에 유서연과 먹었을 때는 술이 없었으니까. 아마 유서연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알아서 추가해둔 것이리라.

"그럴 것 같아요. 중국 요리는 술이랑 잘 어울린다잖아요."

어쨌든 눈앞에 술이 있다. 그 사실이 가장 중요할 유혜연은 굳이 깊이 따지지 않고 내 말에 동의하며 자기한테 유리한 설명을 살짝 덧붙였다.

"..정말 어울리는지 살짝 궁금하긴 한데, 조금만 마셔 볼래요?"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그런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술을 권해왔다.

어차피 같이 마셔줄 생각으로 왔으니 거절할 이유는 없지만, 한 번 정도는 살짝 튕겨도 괜찮을 것 같았다.

"궁금하면 마셔봐. 서연 씨는 좋아하더라고."

"..오빠는 안 마셔요?"

이번에도, 유서연을 언급하자 아주 살짝 표정아 굳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나한테도 술을 권하려고 한다.

"나는 뭐, 차도 있고. 서연 씨랑 안 마시기로 약속 했으니까.."

"그러지 말고 같이 마셔요. 차야 저번처럼 대리한테 맡기면 되는 거고, 오빠 놔두고 저 혼자만 마시면 어색할 것 같단 말이요."

"으음.. 그렇긴 한데.."

"어차피 가급적이면 안 먹기로 한 거지, 무조건 안 마시겠다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저랑 마셨다고 하면 언니도 괜찮다고 할 거예요."

원래 이렇게 말을 잘했나 싶을 정도로 말이 아주 시원스럽게 쏟아져 나온다.

"그럼 조금만 마실까? 보니까 고량주인 것 같은데, 전에 마셨던 소주보다 독하니까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고."

"그럴게요! 자, 건배해요!"

"그래, 그래."

유혜연은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신이 나서는 그대로 잔에 술을 따라 넣고 나한테 잔을 건네며 건배를 외쳤다.

'..어우, 맛없어.'

유혜연과 가볍게 잔을 맞추고, 잔에 따른 술을 입으로 흘려 넣자 곧바로 씁쓸한 맛이 확 올라왔고, 조금 텀을 두고 화끈한 열기가 따라 올라왔다.

애초에 술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굳이 마신다면 조금이라도 맛이 나는 맥주나 달달한 술 같은 걸 선호하는 타입이었기에 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단순히 도수만 높은 술은 입에 맞지 않았다.

"으.."

나는 그나마 표정이라도 유지했지. 유혜연은 이 소주 이상으로 씁쓸한 맛과 화끈한 열기를 못 견디겠는지 참지 못하고 입을 살짝 벌리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술이 너무 센가? 입에 안 맞으면 그만 마셔."

"아, 아니에요. 쓰기는 한데, 요리랑 먹으니까 또 어울려서 맛있는 것 같아요."

"그럼 다행이고. 그래도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고 적당히 마셔야된다?"

"네에."

분명 입에 안 맞을 텐데. 어떻게든 입에 요리를 집어넣으며 괜찮은 척 웃는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

이번에는 유서연이라는 방해꾼도 없는 덕분에 서두르지 않고 계속해서 올라오는 요리와 함께 천천히 술을 마셔나간다.

유혜연이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면, 이렇게 도수가 처음에는 괜찮은 듯하다가 취기가 확하고 올라온다는 것이었다.

"하아.."

전에 술을 마셨을 때는 살짝만 달아올랐던 피부가 지금은 조금만 살펴도 취했다는 게 보일 정도로 발갛게 달아올라 있다.

살짝 내쉬는 한숨은 묘하게 힘이 빠져 있으면서도 더워하는 기색이 풍기는 걸로 보아 슬슬 취기가 제대로 올라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아직 인사불성이 된 수준 까지는 아닌 것 같다.

'슬슬 취하는 것 같은데, 조심해야겠다.'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씩 힘이 풀어져 내려가는 눈꼬리에 힘을 주고 있는 걸 보니 스스로도 취했다는 자각 정도는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빠아.. 읏..!"

"응?"

적당히 눈치를 살피면서 날 부른 것까지는 좋았는데.

혀끝이 풀어져 발음이 늘어지는 걸 의식한 순간 어깨를 흠칫 떨며 놀라더니 짧게 숨을 삼키더니 천천히 숨을 고르며 상태를 진정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조금 취한 것 같은데. 괜찮아?"

"..괜찮아요. 오빠는요?"

"나야 뭐, 워낙 잘 안 취하는 편이니까. 괜찮지."

"그, 그렇네요. 으음.."

도대체 술이 얼마나 세진 건지.

도수가 꽤 높은 것 같은 고량주를 한 병씩 비웠음에도 취한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았지만, 덕분에 유혜연은 내가 취했는지 취하지 않았는지 판단이 어려워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내가 취했다면야 이제부터 자기 마음대로 행동해도 상관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을 테니까.

잠시 말없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안색을 살피던 유혜연은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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