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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시스템-295화 (295/775)

< 295화 > 오빠 술 못 마셔요? (8)

"괜찮으니까 해 봐."

"아니, 혜연아.."

유서연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허락했고, 최민석은 너까지 왜 이러냐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지만, 지금은 최민석의 편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런데, 뭘 시키게?"

"새, 생각 좀.."

최민석이 뭘 시켜도 그대로 따라준다고 해도, 유서연이 보는 앞에서 이상한 걸 시킬 수는 없다.

당장은 얌전한 모습을 보이면서 유서연을 방심시키고, 뒤에서는 최민석과 조금씩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하니까.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달콤한 선물이 있다고 생각하니 욕심을 내려놓는 게 너무 어려웠다.

'뽀, 뽀뽀 같은 건 안 되겠지?'

유서연이 장난치듯 최민석에게 받아낸 볼 뽀뽀. 부러웠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최민석의 애인이었다면?

'절대 안 돼.'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현재' 최민석의 애인인 유서연의 앞에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의미기도 했다.

"..소, 손 좀 줘보실래요?"

지금은 참아야 할 때였다.

그래도 최소한 신체적인 접촉이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한 욕심에서 나온 요구였다.

"에휴. 그래. 됐어?"

유서연이 했던 것처럼, 손바닥을 내밀며 말하자 최민석이 포기했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마음대로 하라는 듯 힘없이 웃으며 내민 손바닥 위로 손을 얹었다.

"자, 잠깐만요..!"

고작 닿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혜연은 혹시라도 최민석이 손을 빼버릴까 얹어진 손을 곧바로 붙잡았다.

'와, 와아.. 손가락.. 굵어..'

남자들은 다 이런 걸까?

여중, 여고를 나온 유서연은 남자의 손을 잡아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잡아봤을지도 모르겠지만,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애초에 애들과 어른의 손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

아버지랑은 손을 잡아 봤던가..? 그때는 조금 거칠었던 것 같은데, 최민석의 손가락은 굵고 듬직하면서도 거칠지 않고 매끄러운 느낌이었다.

"재미없게. 이왕 시킬 거면 뽀뽀라도 해달라고 하지."

"뭐, 뭐!?"

본인이 입으로 말하기도 했지만 정말로 재미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유서연의 말에 깜짝 놀라 거의 튀어 오르는 것처럼 어깨를 들썩였다.

"에이. 아무리 장난이라도 그건 좀 그렇지. 그치?"

"마, 맞아요."

여전히 자신이게 손을 잡혀 있는 최민석이 말을 받아준 덕분에 겨우 침착함을 되찾았다.

아니, 아직 침착해지지는 않았지만 조금 전에는 정말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아무 말도 떠올릴 수가 없었다.

"하여간, 둘 다 너무 딱딱하다니까."

아니다. 유서연이 너무 개방적인.. 아니, 문란한 성격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굳이 입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 하면 되겠네. 난 대리 부르고 화장실도 좀 다녀올 테니까 둘이 놀고 있어."

"응. 다녀와."

여기서 유서연이 자리를 비워준다고? 정말로?

방심해주는 건 좋지만, 아직 생각도 정리하지 못했는데. 유서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벌떡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문은 확실하게 닫고 갔고, 방 안은 침묵으로 조용하다.

그 침묵을 깬 건 최민석 쪽이었다.

"그래서, 계속 손잡고 있을 거야?"

"아, 아니에요!"

이번에는 최민석의 말에 화들짝 놀라 손을 떨어뜨렸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오는 무안함과 약간의 아쉬움이 뒤섞여 스스로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유서연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이렇게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저, 저기 오빠..!"

"응?"

"잠깐만 이쪽으로..! 아니, 제가 갈게요..!"

어쨌든, 이렇게 떨어져서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대로 벌떡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유서연이 앉아있던 최민석의 옆자리에 앉았다.

뜬금없이 일어나 반대쪽에서 옆자리로 옮겨 앉았으니 분위기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최민석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유혜연은 사고를 거치지 않고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곧장 입 밖으로 내뱉었다.

"보, 볼에 뽀뽀해주세요."

"아직도 그 장난이야?"

최민석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숙여 자신의 뺨에 가볍게 쪽 하고 입을 맞춰줬다.

"아으으..!"

최민석의 입술이 닿았던 곳이, 너무 뜨거워서 활활 타는 것 같다. 아니, 얼굴 전체가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머리에 피가 너무 몰린 건지, 뜨겁게 화끈거리다 못해 열이라도 나는 것처럼 어지럽기까지 했다.

"하, 한번 더해주세요."

"알았어."

망설임 없는 대답과 함께 다시 한번 쪽 하고 뺨에 뜨거운 열꽃이 피어오른다.

기분 좋다. 행복하다. 분명 눈을 뜨고 있는데, 눈앞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핑핑 돈다.

"바, 반대쪽도요..!"

"그래, 그래."

떼쓰는 애를 달래는 것처럼 대답하면서, 아예 최민석 쪽에서 유혜연의 뺨을 붙잡고 부드럽게 반대쪽으로 돌리더니, 다시 한번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말캉하게 입술이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어, 어떡해애..!'

너무 좋다. 낯간지러운 행복으로 가슴 한켠이 근질거리고, 얼굴만이 아닌 몸 전체가 뜨거워서 녹아버릴 것 같았다.

여기서 그만해야 하는데.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마음속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다 못해 박살 나버린 것 같았다.

"이, 이번엔..! 여기 안겨 주세요..!"

유서연이 했던 것처럼. 팔을 활짝 벌리며 이쪽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이번에도 짧은 불평과 함께. 유서연에게 했을 때 이상으로 최민석의 몸이 낮아지더니 그대로 유혜연의 가슴 한가운데로 부드럽게 무게를 실으며 안겨 왔다.

"아, 으, 읏..!"

미칠 것 같다. 아니, 이미 미쳤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좋아한다지만, 이미 애인이 있는 남자를 자신의 품에 안으면서 기뻐하고 있다니. 도저히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무겁고 불편하다고만 느꼈던 가슴이 뭉클한 감촉과 함께 부드럽게 짓눌리는 감촉, 최민석이 자신의 품에 안겨 있다는 눈앞의 풍경이 너무도 자극적이다.

행복. 그래. 행복하다. 지금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이 이상의 단어는 없을 것이다.

"이제 됐어?"

"히윽!?"

최민석이 가슴에 안긴 채로 목소리를 내자 목을 울리면서 나오는 진동 같은 느낌이 가슴 안으로 파고들어 와 목 뒤로 오싹 소름이 돋아올랐다.

"아, 아직이에요..! 조금만 더..!"

그렇게 말하면서, 유서연이 했던 것처럼 최민석의 뒷머리를 꽉 끌어안아 더더욱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하아.. 하아.. 하아.."

최민석의 머리가 자신의 가슴을 꾹꾹 누르며 모양을 일그러뜨린다.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이 힘을 줘 끌어안고 있는 탓이긴 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미쳤나 봐..'

이걸로 도대체 몇 번째 같은 생각을 하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심각하다.

단순히 부끄럽고 행복해서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게 아니라. 배 안쪽에서 무언가가 쿵쿵 울려대며 몸 안쪽을 안달 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매일같이 지겹도록 시달려온 감각이었기에 유혜연은 이 감각의 정체를 곧장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 성욕이다.

지금 자신은 품에 안긴 최민석에게 욕정하고 있다. 이대로 끌어안는 것만이 아니라, 좀 더 나아가서, 남녀의 관계를 맺고 싶다고 원하고 있다.

이성이 아닌 본능이라고 해도 좋은, 몸 전체로 느껴지는 욕구는 스스로도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강렬하고 오싹오싹했다.

'안돼.. 안돼는데에..'

머리로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떨어지겠다는 결심이 들지를 않았다.

'조금만 더..'

그렇게 생각한 순간. 문 바깥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제 됐어요!"

그제서야 완벽하게 정신을 차린 유혜연은 품에 끌어안고 있던 최민석을 놔주고는 그대로 뒤로 물러나며 몸을 일으키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제, 제가 이렇게 시킨 거 언니한테는 말하면 안 돼요!"

"뭐, 왜?"

"부, 부끄럽잖아요! 아무튼 비밀로 해주세요!"

"그래, 그래. 비밀로 해 줄게."

정말로 비밀로 해줄까?

여기서 자신이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을 들어줬는데, 유서연이 또 사실대로 말하라고 시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은 일이었다.

터벅거리는 소리가 천천히 가까워지다가 문 바로 앞까지 다가와 멈췄고, 곧이어 벌컥 문이 열렸다.

"대리 불렀으니까 가자. 금방 이쪽으로 온다니까 차에서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래? 잘됐네. 일어나자."

"아, 네.."

유서연의 말에 먼저 대답한 최민석이 일어나고.

자신에게 보내는 불안한 시선에 최민석이 희미하게 웃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여주고 나서야 유혜연도 몸을 일으켰다.

그 뒤에는 가게에서 계산을 마치고, 최민석의 차에 타서 잠시 기다리다가 대리운전이 도착해서 먼저 유혜연을 오피스텔까지 데려다주고 휑하니 가버렸다.

그래도 이래저래 15분은 지나 있었는데, 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지도 못하는 채로 엘리베이터에 타고 멍하니 서 있다가 내려서 집 안으로 들어와 침대 앞까지 터덜터덜 걸어와 그대로 풀썩 엎어졌다.

"씻어야 하는데.."

지금이야 익숙해져서 못 느끼고 있을 뿐이지, 고깃집에 갔다 왔으니 냄새도 제대로 배었을 거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도저히 의욕이 생기지를 않는다.

그래도 어떻게, 냄새라도 빼야겠다고 침대에 드러누운 채로 옷을 벗어 침대 밑으로 휙휙 던져버려 속옷만 걸친 상태까지는 올 수 있었다.

"오빠 손가락.. 엄청 굵었는데.."

사실, 최민식의 손가락은 그냥 평균보다 조금 더 굵은 정도에 불과했지만 유혜연이 느끼기에는 그랬다.

"그리고.."

최민석이 가슴에 안겼을 때의 감촉. 차에 타 있는 동안에도 머릿속에서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그 감각을 재차 의식한 순간 또다시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읏..!"

이제는 참을 생각조차 없다.

어차피 이대로 개운해질 때까지 욕구를 해소하지 않으면 잠드는 것조차 어렵다는 걸 알았기에 참지 않고 그대로 이불을 덮어쓰고 다리 사이, 속옷 안으로 손을 밀어 넣고는 갈라진 틈을 조심스럽게 쓸어 올렸다.

"..젖었어."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곧바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상은 고깃집에서 최민석을 끌어안고 있었을 때부터 몸이 발정 나 있는 상태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읏, 흐읏..! 흐으읏..!"

손가락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흘러나오는 애액의 양이 빠르게 늘어나고, 순식간에 이불 안이 질척한 소리로 가득 차버렸다.

하지만 유혜연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등 뒤로 손을 뻗어 브라의 후크를 풀고 평소에는 건드리지 않았던 가슴까지 조심스럽게 주물렀다.

"오빠아.. 나 몰라아.."

하반신과는 달리 가슴은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모양인지 그다지 쾌감이랄 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손이 아닌 최민석의 손길을 상상하며 한 손으로는 제대로 감쌀 수도 없는 가슴을 주무르고 있으니 흥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치솟았다.

몸은 아직 피로가 상당히 남아 있었지만, 아무래도 오늘 밤은 일찍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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