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9화 > 오빠 술 못 마셔요? (2)
에스테틱 프리지아가 오픈한지도 나흘이 지났다.
가게 입지는 괜찮은 편이고, 관리사들이 새로 계약을 하면서 친분을 쌓아뒀던 고객들에게 영업도 해둔 덕분에 손님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본래라면 남의 가게에서 관리사를 스카웃해가는 것도, 손님을 빼가는 것도 이쪽 업계에서는 매장당해도 할 말이 없는 일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직원들 모두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일을 그만두고 이직할 수 있었다.
새로운 사장인 유서연의 수완이 좋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도대체 어떤 형식으로 협상이 이뤄졌기에 모두가 아무런 잡음도 없이 일을 그만둘 수 있었던 건지는 직원 중 누구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사장인 유서연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준 남자. 최민석에 관한 이야기야말로 직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언니도 똑같은 소리네.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단해요?"
"이건 진짜 안 해보면 모른다니까. 좀 자존심 상하는 말인데, 하다 보면 마사지고 뭐고 아무 생각도 못 한다니까."
"흐응.. 다들 이렇게까지 말하니까 이젠 나도 궁금한데. 나는 언제 불러 주려나?"
직원들 중에서는 가장 어린 막내. 하연수는 두 살 위의 언니인 심수정의 말을 들으면서도 내심 우습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나이가 올해로 스물다섯이었고, 최민석은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연하였다.
연하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남자들이 군대에서 2년을 보내고 온다는 걸 생각하면 최민석은 이제야 대학생 1, 2학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나이가 아닌가.
몸도 좋고, 얼굴도 잘생기긴 했지만 결국은 딱 그것뿐이다.
만약, 사업이 잘된다면 마음에 든 직원에게 새로운 가게를 차려줄 거라는 얘기를 사장에게 직접 듣지 않았다면 관심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남성 고객의 성욕을 해소해 주는 게 제대로 된 마사지의 한 종류라고 할지라도. 아직은 성매매처럼 보여 인식이 나쁜 일이 아닌가.
하연수 자신 역시, 여성 전문 에스테틱에서 일하면서 굳이 그런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놈의 돈이 원수지.'
이쪽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다 거기서 거기다.
고용인 입장에서 벗어나 자기 가게를 차리고, 직원들을 부리며 편안하게 돈을 버는 것.
목표는 그럴듯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30대 후반이나 40대는 되어서야 이룰 수 있는 목표였다.
그런 목표를, 남자 한 명에게 잘 보이면 20대라는 젊은 나이에 이룰 수 있다. 내키지 않는 일이라도 일단은 달려들고 볼 수밖에는 없는 일 아닌가.
돈만 아니었다면 자기보다 어린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겠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타고난 외모 덕분에 항상 남자들에게 떠받들어지고, 연애에서도 항상 갑의 위치에 있었던 그녀였기에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는 생각이었다.
'너무 기분 좋아서, 뭐? 아무 생각도 안 나?'
웃기는 소리다.
섹스가 아무리 기분 좋아 봐야 얼마나 좋다고. 나름대로 연애 경험도 있고, 남자도 네 명이나 만나본 하연수가 생각하기에 섹스는 그냥 '적당히' 즐길 만한 행위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남자의 수준이 떨어지면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고.
이런 말은 조금 우습지만, 자신이 제일 어린 만큼 최민석에게 호감을 크게 살 가능성이 높아 방심이라도 시키려고 한다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얼굴이나 몸매만 놓고 보자면 자신과 비슷한 급인 예쁜 여자들이 잠자리 한 번에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쮸걱! 쮸걱! 쮸걱! 쥬걱!
"흐아앙! 하앙! 하앙! 흐아아앙!!♡♡"
그런 생각은 VIP룸에 들어간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아니, 애초에 아무 생각도 떠올릴 수가 없다. 수정 언니의 말은 가식 없는 사실이었다.
"후우.. 또 갔어요?"
"가, 가써여..♡ 가쓰니까아..♡"
허리가 빠져 버렸는지, 일자로 쭉 엎드려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던 하연수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애처롭게 대답했다.
최민석은.. 자신이 여태 겪어왔던 남자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처음에 말도 안 될 정도로 큰 자지를 봤을 때만 하더라도 저 정도면 기분 좋은 걸 넘어서 아프기만 하겠다고 속으로 혀를 찼는데.
삽입하기도 전에 온몸이 녹아내릴 듯한 부드럽고 끈적한 애무에 헤롱헤롱해져서, 아프기는커녕 삽입만으로도 가볍게 가버릴 정도로 느껴버렸다.
질내를 꽉 채우다 못해 숨 막힐 정도로 벌려대고, 자궁까지 꾹꾹 짓누를 정도의 물건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는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줄 알았다.
거기에, 뜨겁고 단단한 귀두가 자궁을 짓누르며 정액을 울컥울컥 쏟아내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양이 말도 안 되는 기세로 쏟아져 나오더니 화상이라도 입을 것처럼 뜨거운 열기가 뱃속을 가득 채우는 탓에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어버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생에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절정의 여운에 빠져 숨을 들키려고 하는데, 어째서인지 조금이라도 수그러들지 않은 자지가 그대로 질내를 휘저어대기 시작하더니, 다시 질내를 푹푹 쑤셔대기 시작했다.
"연수 씨는 많이 민감한 편이시네. 이걸로 몇 번째에요?"
"모, 모르게써여..♡"
두 번째 질내 사정이 끝났음에도 최민석의 자지는 여전히 크고 단단했다.
"저는 아직 두 번밖에 못 쌌는데. 너무 많이 가시니까 조금 미안하네요."
두 번밖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보통 남자라면 그 두 번으로 끝이다. 많이 한다고 해도 조금 쉬었다 세 번이 한계일 것이고.
쉬지도 않고 두 번을 연달아 싸질러 놓고는 아직도 박아대고 있는 주제에 저런 뻔뻔한 말이라니. 그야말로 짐승이 따로 없었다.
"일단은 힘드신 것 같으니까, 조금 천천히 해드릴게요."
"네에..♡"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쪽은 마사지 기술도 제대로 익힌 전문가였고, 저쪽은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인데 부족하다는 듯한 말과 함께 이렇게 배려를 받고 있으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보다도 더 억울한 건. 나는 멀쩡하다고,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는 허세조차 부리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최민석이 정말로 자기 마음대로 봐주지 않고 힘껏 박아대기 시작한다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오싹 소름이 돋는다. 너무 좋아서, 너무 느껴서 기절해버릴지도 모른다.
그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지나친 쾌락은 고문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었기에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쮸걱, 쮸걱, 쮸걱♡
"흐앙..! 하으, 앙..! 흐아아앙..!♡"
자신의 절정과 함께 잠시 멈췄던 허리가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위에서 찍어누르듯 푹푹 쑤셔대던 아까와 비교하면 한없이 부드러운 움직임이었지만 그만큼 안에서 움직이는 감촉이나 형태가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탓에 온몸이 녹는 듯한 감각 역시 더 강하게 느껴졌다.
"하아.. 연수 씨 안.. 뜨겁고 끈적끈적해서 진짜 좋네요."
"흐으으읏..!♡"
부드럽게 안으로 들어와 자궁을 꾸욱 짓누르며 속삭이는 말에 목덜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나고, 그대로 가볍게 절정에 달하며 또다시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이전에 사귀었던 남자들과의 관계 중에도 사랑한다느니, 너무 좋다느니 한다는 말은 심심찮게 들었었는데.
어째서인지 최민석의 칭찬은 듣는 것만으로도 오싹거릴 정도로 행복하게 느껴졌다.
"슬슬 나올 것 같은데. 안에 싸도 괜찮죠?"
"네, 네에..♡"
아무리 몸에 해가 없는 피임약을 먹고 있다고는 해도, 안에 싸지는 건 여러모로 찝찝한 일이다.
안에 사정 당한 날은 그냥 걷기만 해도 미끌거리는 느낌이 거슬리고, 안에서 흘러내리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최악이니까.
예전에 한 번 그런 일을 겪은 뒤로는 안전한 날에도 무조건 콘돔을 끼게 했었는데. 지금 최민석이 하는 안에 싼다는 말에는 약간의 긴장과 두근거리는 기대감만 느껴졌다.
그저 잘 보이기 위해 허락한 생 섹스. 그저 잘 보이기 위해 허락한 질내사정. 그 모든 게 지금은 기대되서 참을 수가 없다.
사정한다는 말을 들은 순간. 지금까지 이상으로 기운차고 격렬하게 불끈거리는 감촉이 질내에서 선명하게 느껴졌다.
쮸거억..♡
"아흐아앙..♡"
허리를 크게 당겼다가, 자궁까지 부드럽게 밀고 들어와 꾸욱 짓누르는 움직임에 발가락이 꽉 오므라들며 반사적으로 벌어진 입에서 신음이 길게 흘러나왔다.
뷰르르릇! 뷰릇! 뷰르릇! 뷰르르릇!!
"으긋..♡ 흑..♡ 아앙..♡ 흐아앙..♡"
녹는다.
정액이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고 있는 뱃속도, 어질어질할 정도의 쾌감에 새하얗게 물드는 머릿속도.
삐이이- 하고 이명이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쾌감 속에서 젤리 같은 정액이 울컥울컥 쏟아져 들어오는 감각만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뷰르릇! 븃! 뷰릇! 뷰릇!
"하으으..♡ 아앙..♡ 앙..♡"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엉덩이는 뒤에서 자지를 깊숙이 박혀 꾹꾹 눌려지고 있고,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상반신과 두 다리는 그냥 감각 자체가 사라진 것 같아 그나마 허리만 움찔움찔 떨려오고 있을 뿐이었다.
뷰릇..! 븃..! 븃..!
"후우우.. 좋다."
얕게 허리를 움직여 남은 정액까지 전부 짜낸 최민석이 개운한 듯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벌써 세 번이나 사정했음에도 자지는 여전히 단단한 상태 그대로였다.
"이번에는 연수 씨가 위에서 해주실래요?"
"헤..?"
"연수 씨가 마사지해주시는 거잖아요. 제가 움직이는 것도 만족스럽긴 한데, 저도 서비스 좀 받아봐야죠."
"엣, 흐엣..!?"
이쪽은 아직 절정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해 머릿속이 뿌옇게 물든 상태라 들리는 목소리가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쮸북♡ 하고 질내를 가득 채우고 있던 자지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더니 그대로 축 늘어져 있던 몸을 번쩍 들어 올려져 최민석의 몸 위에 털썩 눕혀졌다.
그리고는 그대로.
쮸걱♡
"흐아앙!?"
다시 한번 질구멍에 닿은 귀두가 힘껏 안으로 밀고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자궁까지 닿아 푹 쑤셔버렸다.
"아직 움직일 수 있으시죠? 부탁드릴게요."
"아흐읏..♡"
양쪽 옆구리를 붙잡혀, 최민석의 몸 위로 축 늘어져 있던 몸이 강제로 일으켜 세워진다.
동시에 자신의 체중이 위에서 아래로 실리며 자궁을 한층 강하게 압박당했고, 그 아찔한 쾌감에 반사적으로 무릎을 세우고 허벅지에 힘을 주는 걸로 몸을 일으켜 압박에서 벗어났다.
"하윽, 하악.. 하아악..♡"
몇 초 되지도 않은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워낙 갑작스러운 탓이었는지 마라톤이라도 뛴 것처럼 심장이 쿵쿵거리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있었다.
"아, 혹시 힘드시면 말해주세요. 휴게실에 몇 분 더 계신다고 들었으니까 하연 씨는 쉬셔도 괜찮아요."
"괘, 괜찮아요.."
그것만큼은 안 된다.
여태껏 최민석과 잠자리를 했던 다른 네 명의 직원들 중 하다 지쳐서 다른 직원을 부른 경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자신이 그 최초가 돼버린다면, 최민석의 마음에 들기는커녕 마사지도 제대로 못 하는 무능한 직원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컸다.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하연수는 입술을 꽉 깨물며 부들부들 떨리는 허리에 힘을 줬고, 남자친구들에게도 거의 해주지 않았던 기승위를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찌걱.. 쯔걱.. 쯔걱.. 쯔억..♡
"하윽..♡ 하앗, 하악..♡ 하으읏..♡"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차마 위아래로 움직이는 건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단단한 기둥으로 질내를 빙글빙글 돌리듯이 휘저어댔다.
'이거.. 귀두가.. 걸려서엇..♡'
앞뒤로 푹푹 쑤셔댈 때와는 달리, 굵게 튀어나온 귀두가 질주름에 걸려 집요하게 비벼지는 쾌감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대로 가면 얼마 안 있어 또 가버릴 것 같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던 도중.
똑똑, 하고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대답은 자신이 아닌 최민석 쪽에서 들려왔고, 곧바로 닫혀있던 문이 철컥 열리며 가게의 사장. 유서연이 안으로 들어왔다.
유서연과 최민석. 이 두 사람이 연인 사이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추측이 떠돌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유서연의 말투나 행동으로 봤을 때 최민석 쪽이 갑의 위치라는 것만 짐작하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일인데?"
"약속은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 저녁에 바로 괜찮냐고 해서요. 따로 일정이 있으시면 다른 날로 미루려고요."
"오늘 저녁? 어지간히 급한가 보네. 난 상관없으니까 그러자고 해."
"그럴게요. 방해해서 죄송해요."
"아니야. 가봐."
"네."
상대가 누군지 모를 약속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오가고, 고개만 꾸벅 숙인 유서연이 다시 밖으로 나가며 철컥하고 열렸던 문이 다시 닫혔다.
"연수 씨는 계속해주셔야죠?"
"아, 네.."
아무리 마사지 중이라지만 남자와 몸을 겹치고 있는 도중에 들어온 사람과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주고받는 상황에 잠깐 당황해버렸다.
그래도, 그런 핑계를 대면서나마 잠깐 쉴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잠시 희미하게 느껴졌던 위화감이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고. 하연수는 다시 한번 최민석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최민석이 누군지 모를 상대와의 약속 시간까지 자신과 함께 보낼 생각이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다른 직원과 교대한다는 일을 진지하게 고려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