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8화 > 여동생은 언니를 이길 수 없다 (5)
유혜연을 거의 울기 직전까지 놀리고 나서야 가벼운 걸음으로 집에 돌아온 유서연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언제나처럼 욕실에 들어와 최민석, 임예진과 함께 뜨끈한 욕조에 몸을 담갔다.
처음에는 최민석이 욕조에 몸을 담그는 걸 좋아했으니 그냥 따라 들어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자신 역시도 이렇게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없으면 제대로 쉬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렇게 해서 돌려보냈다고?"
"네. 사실 조금 더 하고 싶긴 했는데.. 더 하면 울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보내줬어요."
"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걔는 거기서 안 울고 참아낸 게 대단하네. 역시 언니 동생이라 그런가?"
유서연은 임예진과 함께 최민석의 양옆에서 탄탄한 몸에 살짝 기대앉은 채로 유혜연과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얘기를 가볍게 정리하고, 최민석의 질문에 조금 아쉬운 마음을 담아 대답하자 임예진이 살짝 질린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심하긴 뭐가 심하니? 다 자업자득이지."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 심했다는 자각 정도는 있었지만, 가능성의 여부는 제쳐두더라도 감히 최민석을 빼앗아 가겠다는 괘씸한 마음을 먹었으니 주제 파악을 하라는 의미에서 이 정도 훈계는 꼭 필요했다.
솔직히 이 정도로 끝낸 것도 많이 봐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민석이 관심만 가지지 않았어도.. 아마 다시는 자신의 얼굴도 못 마주치게 제대로 혼을 내놨을 것이다.
"그래도 적당히 멘탈은 잡아줬으니까 상처받았다고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오히려 더 집착하게 해놓기도 했고, 애가 너무 순하길래 성욕도 조금 키워 놨으니까 조만간 자기 쪽에서 뭐라도 하려고 할 거예요."
그렇게 멘탈을 부숴놓은 주제에 무슨 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최면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유서연의 입장에서는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유서연에게 질투심을 느낀 날은 자기 전에 유서연과 최민석이 섹스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최민석을 생각하며 자위할 때마다 유서연에게서 최민석을 빼앗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진다.]
전자는 유혜연을 상대로 최민석과 보내는 성생활을 노골적으로 떠들어댔으니 자기 전에 떠올리게 되더라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후자 같은 경우에는, 유혜연이 그 장면을 떠올리며 무조건 자위를 하고 싶게 한다는 내용은 없었지만 유서연은 반드시 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쌓아놓은 건지..'
최민석과 마찬가지로, 몽마가 된 유서연의 눈에도 다른 이들의 몸에 있는 정기가 보인다.
깨끗하거나 불순하거나, 양이 많거나 적거나, 많이 뭉쳐 진하거나 연하거나. 사람들마다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정기가 깨끗한 여자는 얼굴이 예쁘고 몸매도 좋다. 거기서 불순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경우라면 처녀일 가능성이 높은 편이었고.
정기의 양과 진함은 구분이 애매했지만 대체로 그릇이 크고 양이 많은 타입은 유서연 자신처럼 가슴이 크고 몸매가 좋은 편이었고, 농도가 진한 경우에는 임예진처럼 균형 잡힌 몸매와 남자를 유혹하는 것처럼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는 경우가 많았다.
유혜연은.. 자신처럼 정기의 양도 많으면서 임예진 이상으로 진한 정기를 가지고 있었다.
새로 오픈할 가게에서 일할 직원들을 고르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면접과 호구조사를 하는 척 남성 경험과 성욕의 정도를 확인하며 표본을 모았기에 유혜연의 상태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마 일 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수준이겠지.'
사람은 정기가 많을수록 타고난 정력과 체력이 강한 것이 보통이다. 여성 같은 경우에는 정력이 아니라 성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정기가 많은 여자들은 평균적으로 자위를 통해 욕구를 푸는 횟수가 더 많았으니까.
하지만 유혜연은 자위마저도 거의 하지 않고 성욕을 억누르며 살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다 보니, 그릇을 가득 채운 정기가 절정과 함께 몸 곳곳으로 순환하지 않고 쌓이고 쌓여 그렇게 진하게 뭉친 상태가 된 것이리라.
아마 유혜연이 외모도 뛰어나고, 가슴도 큰 주제에 키가 잘 크지 않은 것 역시 정기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렇게 될 정도로 정기를, 성욕을 쌓아놓은 게 지금의 유혜연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고, 그 남자의 섹스 장면을 떠올리면서도 어마어마하게 쌓아놓은 성욕을 참아낼 수 있을까? 아마 무리일 것이다. 거의 확신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 그리고. 나중에 주인님이랑 저랑 셋이서 식사라도 하자고 말은 해 놨으니까 따로 반응이 없으면 그걸 구실로 불러내서 다시 자극하면 될 거예요."
"와.. 언니 진짜 악독하다."
정작 이렇게 말하는 임예진도 모델 학원에 다니면서 제대로 자리를 잡고, 일거리가 없어 돈에 허덕이는 모델들을 최민석과 스폰 관계로 엮어 넣을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미 서로의 인성을 따질 단계는 지나 있었다.
최민석에게는 비밀로, 제대로 준비를 끝마친 뒤에 서프라이즈로 밝히고 싶다고 하고 있기에 비밀로 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외모와 비율 좋은 몸매를 살린 좋은 전략이기도 하고, 예쁜 여자들도 원활하게 수급 가능한 방법이었으니 말릴 생각은 없었다.
"뭐, 어때. 서연이가 이것저것 애 써주고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데."
"앗..♡"
임예진이 놀리듯이 던진 비난에, 최민석이 대신 대답하며 유서연의 어깨를 감싸 품으로 끌어당기고, 그대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자 그대로 녹아내릴 듯한 행복이 밀려왔다.
"저, 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아직 제대로 준비가 안 끝나서 그렇지, 진짜 만족하실.."
"알았어, 알았어. 기대할게."
"아으..♡"
임예진은 다급하게 자신도 노력하고 있다는 걸 어필하고 나서야 유서연과 마찬가지로 최민석의 품에 안겨 머리를 쓰다듬어지고, 그제서야 자기 행동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욕실에서 나온 뒤에는 휴식시간도 없이 물기만 대충 닦아내고 최민석의 방으로 끌려왔다.
"응읏.. 응.. 츄읏.. 읍.. 후응.."
아직 옷도 걸치지 않은 나체 상태로 방에 끌려왔지만 유서연은 별다른 의문도 가지지 않고 최민석의 입맞춤에 호응하며 질척하게 혀를 섞었다.
왜 평소와 다르게 곧바로 자신을 방으로 불러들였는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오늘은 자신의 차례기도 했으니 최민석과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졌을 뿐이다. 행복한 일에 굳이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하웅.. 후읏, 움.. 쮸읍.. 쯉..♡"
입 안을 부드럽게 휘젓는 감촉이 너무 오싹거려서, 본능적으로 질척하게 얽혀드는 혀를 붙잡아 어린아이처럼 쪽쪽 빨아댔다.
그렇게 자신이 혀를 빨아대기 시작하자 입 쪽은 아예 자신에게 맡겨버리고, 이번에는 아래서 위로 올라온 손이 양쪽 가슴을 한껏 움켜쥐고는 부드럽게, 동시에 모양을 바꾸듯이 과감하게 주물러댔다.
"후읏..! 쮸읍, 후으응..!"
자신의 취향에 맞춰 가슴을 쥐어짜듯 아플 정도로 힘껏 주물러 대는 평소와는 다른 손놀림이었지만 기분 좋고 행복한 건 마찬가지였다.
몸에서 힘을 빼고 탄탄한 몸에 기대선 채로 쾌감을 만끽하다 보니, 어느샌가 침대 위에 눕혀져 멍하니 달뜬 숨을 내뱉으며 최민석을 올려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연아."
"네에..?"
"고마워. 항상 이것저것 신경 써주고, 도움도 많이 주고."
"아,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 고마워하실 필요는.."
평소에도 고맙다던가 수고했다던가 하는 말은 자주 듣긴 했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고맙다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기에 당황해서 아니라고 부정해버렸다.
하지만 한 박자 늦게 생각해봐도 자신이 한 일은 딱히 감사를 들을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부모에게 물려받았을 뿐인 재산으로 최민석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주고, 시키는 일 몇 가지를 했을 뿐. 딱히 크게 위험을 감수하거나 힘든 일을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주인의 노예. 소유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감사라면 오히려 자신이 해야 할 것이다.
최민석이 자신을 노예로 삼으면서 얻은 행복과, 자신이 최민석의 노예가 되면서 얻은 행복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자신의 행복 쪽이 더 클 테니까.
하지만 최민석 역시 물러나지 않았다.
"그래도, 누구를 노예로 삼았어도 지금처럼 편하고 행복하게 지내지는 못했을 거니까. 기억하지? 다른 애들은 내가 하라고 해서 노예가 된 건데, 너는 먼저 주인님이라고 불렀었잖아. 그때는 아직 계약 같은 것도 못 할 때였는데. 새삼 생각해보니까 그게 너무 고맙더라고."
"아으.. 그, 그래도.. 제가 더.."
혹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현실 도피를 해버릴 정도로 행복해서 미쳐버릴 것 같다.
최민석이 가끔 이런 식으로 상냥하고 애정 넘치는 섹스를 해주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말로 하나하나 고맙다든가 하는 애정 표현을 해주는 건 처음이었다.
마치 처음으로 최민석과 같은 침대에서 깨어나고, 처음으로 연인처럼 부드럽게 안겼을 때처럼.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부끄러우면서도 말만으로도 온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행복했다.
"사랑해."
"헤, 흣..?"
순간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했다가, 이내 밀려오는 행복과 부끄러움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거칠게 뛰어대는 탓에 아무런 자극도 없는 상태였음에도 숨이 빠르게 거칠어져 머리가 어지러웠다.
'사, 사랑..'
평생 자신과는 연이 없을 줄 알았던 단어였다.
최민석의 노예가 되고,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도 자신은 노예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주기만 할 뿐 받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던 감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최민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버렸다.
눈앞아 뿌옇게 물들고, 머리가 핑핑 돈다.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떠올릴 수가 없다. 아니, 반응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마워 서연아. 사랑해."
"아, 아으으..♡"
다시 한번 이름까지 붙여서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인 최민석이 쪽 하고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분명 행복한 것 같은데, 더 행복해지질 않는다. 진작에 행복이 한계치를 넘어서 넘쳐흐르고 있으니 차이를 느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찌거억..♡
언제 벌어졌는지 모를 두 다리 사이로 최민석의 몸이 부드럽게 밀착해오고, 평소 이상으로 질척하고 흥건하게 애액을 줄줄 흘려대고 있는 질구멍 안으로 단단하게 발기한 자지가 밀고 들어온다.
"아, 아으..♡ 안대앳..♡"
지금 넣어지면 위험하다. 아니, 반드시 어딘가 망가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완전히 힘이 풀려 달달 떨리는 팔을 들어 올려 막으려 했지만,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욕실에서는 장난처럼 웃어넘기기는 했지만, 감히 자신을 애기라고 부르고 귀엽다고 떠들어댄 유서연에 대한 가벼운 복수였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유서연은 지나친 행복과 앞으로 이어질 쾌락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에 온몸을 애달프게 떠는 것 외에는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