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7화 > 여동생은 언니를 이길 수 없다 (4)
유혜연은 경험도 없고, 야동 같은 동영상을 본 적도 없다.
유일하게 머릿속에 있는 섹스에 대한 영상 정보라고는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틀어줬던 영화에서 나온 자극성이 부족한 장면뿐이었다.
제목이나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장면만큼은 확실하게 기억난다.
두 남녀가 침대 위에서 알몸으로 몸을 겹치고 뜨거운 눈빛을 나누고, 서로를 밀어내듯이 격정적으로 움직이던 모습.
정작 중요한 부위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고, 소리조차 잔잔한 배경음으로 대체해 별 자극이랄 것도 없는 장면이었지만 유혜연에게는 살면서 처음으로 보게 된 남녀의 적나라한 성애 장면이었다.
지금 유혜연의 머릿속에는 그 영화의 두 남녀가 유서연과 최민석으로 대체되어서, 주황빛의 잔잔한 불빛이 비치는 침대 위에서 두 사람이 알몸으로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흑..!"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또 울어버릴 것 같다.
그렇다면 떠올리지 않으면 될 텐데. 지금은 어째서인지, 다른 생각은 조금도 떠오르지 않고, 두 사람의 정사 장면만 계속해서 떠올랐다.
서로가 애틋한 웃음기를 머금은 채 시선을 나누고, 부드럽게 몸을 겹치며 입을 맞춘다.
영화에서 아무리 보여주는 게 없더라도, 두 등장인물의 얼굴까지는 숨길 수 없는 노릇이고, 키스만큼은 정말로 격정적으로 이뤄졌다.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마치 서로를 잡아먹는 것처럼 입술을 겹치며 서로를 탐해간다.
유혜연도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아니었기에 그 안에서는 서로의 혀가 질척하게 뒤엉키고, 타액이 끈적하게 뒤섞이고 있다는 것쯤은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었다.
'싫어..'
싫은데.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잠깐 억지로 생각을 멈췄다가도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상상에 몰입해버린다.
몸을 겹친 두 사람이 달뜬 숨을 내뱉으며 몸을 움직인다.
안타깝게도 그 아래쪽은 직접 보지 못한 탓에 상상할 수 없었지만, 유서연의 보지가 최민석의 물건을 받아들이고 있을 거라는 것 정도는 상상할 필요조차 없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여기까지..'
배꼽까지 닿는다는 유서연의 말을 떠올리며 무의식적으로 배 위로 살짝 손을 올려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멀다.
여성기는, 보지는 이렇게 한참이나 아래에. 허벅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데, 어떻게 그 아래에서부터 배꼽에 닿을 정도로 들어온단 말인가.
길이 상으로 생각해봐도 20센티는 가볍게 넘어야 가능한 일일 텐데. 그런게 전부 안으로 들어와 버린다면..
"......"
희미하게 올라오던 울음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알 수 없는 열기가 느껴지는 숨결과 쿵쿵 울리며 몸을 조금씩 뜨겁게 달궈나가는 고동 소리로 채워지고 있었다.
"뭐야아.."
덥다. 아니, 몸이 뜨겁다.
배 아래에 새로운 심장이 생긴 것처럼 아랫배가 쿵쿵 울려대며 배 안쪽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읏, 하아아..!"
숨어있던 이불 밖으로 나와 길게 한숨을 토해냈음에도 몸 안에서 끓어오르는 열기는 도저히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겨우 이 정도로 열기를 식히려고 했다는 게 괘씸하다는 듯 더 강렬하게 열기를 뿜어낸다.
'이건..'
낯설지만 기억에 있는 감각이다.
학교에서 보여준 영화의 성애 씬을 본 날. 집으로 돌아온 유혜연은 오늘처럼 이불속으로 들어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그 장면을 계속해서 떠올렸다.
그리고,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음에도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그중에서도 가장 뜨겁고 안타까움이 드는 장소를 손으로..
스륵..
"흣..!?"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손이 어느샌가 치마 안으로 들어와 속옷 위로 갈라진 틈 사이를 만지고 있었다.
아직 속옷을 벗지 않았음에도 부드러운 면 위로 습한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흐윽.."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서러운 기분이 올라와 울음기 섞인 숨을 억지로 삼켰다.
살면서 단 한 번 느껴봤을 뿐이지만, 이게 성욕이라는 것쯤은 진작에 이해하고 있었다.
'어떡해..'
싫다.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점점 몸을 달궈가는 열기는 끝을 모르고 뜨거워지고 있는 탓에 이제는 빨리 이 열기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흐윽.."
인내심은 얼마 가지 못해 한계를 맞이했다.
아무리 여자라도 달에 한두 번은, 아무리 적어도 일 년에 한두 번은 성욕이 올라오고, 가벼운 자위라도 해서 해소하는 게 정상인데.
유혜연은 그것들을 전부 무의식중에 억누르며 살아왔다.
단순한 생리 현상인 생리 중에 올라오는 성욕조차도 모조리 억누르며 살아왔는데, 그게 한 번에 폭발해버렸으니 참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스륵, 스윽, 스윽..
"하앗, 흐읏, 하앗..!"
속옷 위로 갈라진 틈을 손가락으로 쓸어 올릴 때마다 허리가 움찔움찔 튀어 오르고 숨이 거칠어졌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끝에서 느껴지는 습한 감촉이 점점 짙어지고, 어느샌가 축축한 물기가 느껴질 정도로 젖어버렸다.
그리고 그때쯤에.
"읏..! 흑..! 흐으으읏..!"
순간 찌릿하고 올라오는 강렬한 쾌감에, 웅크리고 있던 다리를 쭉 뻗으며 온몸을 움찔움찔 떨며 절정에 달했다.
"하앗, 하앗, 하악..!"
예전에 느꼈던 절정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이제는 꽤 시간이 지난 일이라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런데 왜..
"나 어떡해.."
분명 제대로 절정에 달했음에도 열기가 가라앉지를 않는다.
가버리는 중에는 아주 조금 가라앉았던 것 같은데, 잠깐 숨을 돌리는 사이 더 강렬해진 열기는 이제 아예 온몸에 불이 붙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뜨거워져 있어서 무섭다는 마음마저 들어버렸다.
찌륵.. 찌륵.. 쯔윽..
한 번 가버리면서 애액이 조금 더 흘러나왔는지, 이제는 속옷 위로 문지르고 있음에도 희미하게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으, 아읏, 하앗, 아으읏..!"
멋대로 움직이는 손가락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이미 질척하게 젖어버린 갈라진 틈 사이를 위아래로 문지를 때마다 찌릿찌릿하게 올라오는 쾌감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그런데도 안쪽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운 느낌이 사라지질 않아서, 위아래로 문지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손가락에 더 힘을 줘 꾸욱 눌렀다.
"흐앙..!"
의식하지 않고, 자기도 모르게 해버린 행동이었지만 순간 찌릿하고 전기가 흐르는 듯한 쾌감에 허리가 덜컥 휘어지며 튀어 올랐다.
"하악..! 하악..!"
너무 놀라서 잠깐 숨이 막혔던 걸까. 순식간에 턱 밑까지 차오른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다시 손가락을 움직여버린다.
찌륵, 쯕, 쯔으윽..!
"응앗..! 앗, 하앙..!"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여 갈라진 틈 사이를 쓰다듬으면서, 자연스럽게 질입구를 찾아내 꾹꾹 눌러대기 시작하자 더 이상 소리가 억눌러지지가 않았다.
'안 되는데.. 못 멈추겠어..'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지금도 안타까워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조금이라도 손을 멈췄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머릿속에서는 최민석이 침대 위에서 유서연을 덮치듯이 몸을 겹치고, 격정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아으응..! 아읏, 앙..!"
최민석이 열심히 몸을 움직일 때마다, 밑에 깔린 유서연이 기쁘다는 듯 행복한 얼굴로 신음한다.
유혜연이 봤던 영화에는 소리가 없었지만 부족한 소리는 유혜연의 입가에서 끝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탓에 조금의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흐읏..! 오빠.. 나도.. 흐앙..! 왜, 언니만..!"
괴롭다.
아무리 상상 속일 뿐이라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와 몸을 섞고 있는 장면을 본다는 건 너무 비참하고 슬픈 일이었다.
"학..! 흐아아앙..!!"
하지만 어째서인지, 비참하고 슬픈 만큼 쾌감도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벌써 두 번째 절정을 맞이했지만 뜨거운 열기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몸은 여전히 유혜연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욕실..'
절정의 여운으로 멍해진 의식 속에서 유서연이 지껄였던 말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욕실이라는 배경을 떠올리는 건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항상 몸을 씻던 본가의 욕실에서 옷을 벗은 두 사람이 연인처럼 서로의 몸에 거품을 칠해주고, 선 채로 몸을 끌어안고 사랑을 나눈다.
이번에도 중요한 부위는 전부 가려져 있었지만 그런 건 유혜연의 성욕을 끌어올리는 데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흐아앙.. 안돼애.."
두 번이나 가버렸음에도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은 도저히 가라앉지를 않는다.
속옷 위로 만지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고를 거치지 않고 나온 본능적인 결론에 따라 다급한 손놀림으로 속옷을 벗어버린 유혜연은 속옷 위로 만질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끌거리고 질척한 감촉을 느끼며 갈라진 틈 사이로 손가락을 옮겼다.
"흐아앙..!"
속옷 위로 만질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생생한 감촉.
미끌거리고 질척하게 젖은 점막에 손가락에 달라붙고, 점막 역시 미끄럽게 문질러지는 손가락의 감촉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찌걱.. 찌걱.. 찌걱..
"아앙.. 흐앙.. 흐아아앙.."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여 점막을 문지를 때마다 노골적일 정도로 질척거리는 소리가 귓가로 흘러들어온다.
밝은 욕실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 끌어안고 정열적으로 몸을 얽혀들고 있다.
최민석의 탄탄한 어깨에 마치 어린아이처럼 매달린 유서연은 행복에 겨워 우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흐윽..! 흐앙..! 흐아앙..!"
이제는 흥분한 건지 비참한 거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머릿속이 엉망이 돼버려서, 스스로가 뭘 상상하고 있는지도 의식하지 못하고 자위에 빠져들었다.
"하윽..! 막, 안돼에..!"
어느샌가 질구멍 안으로 밀고 들어온 손가락이 툭 걸리는 감촉에 놀라 뒤로 빠져나왔다.
여자로 태어난 이상 뭔지 모를 수 없는 얇은 막의 감촉은 조금만 힘을 줘도 찢어질 것처럼 얇고 가늘었다.
'이건 안 돼.. 이건..'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한 번도 의식해서 지켜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이건 자신이 유서연처럼 문란하지 않고, 순결을 지켜왔다는 증거였다.
소중한 사람.. 최민석과 맺어졌을 때. 자기 스스로 막을 찢어버려 오해를 받는다면 어떡한단 말인가.
'이건.. 오빠 거야..'
처녀막이 찢어지는 고통은 굉장히 아프다고 한다.
그야, 몸 안에 있던 속살이 찢어지는.. 아니, 끊어지는 일이었으니 아픈 게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아픔을 준 상대가 최민석이라면.. 참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응.. 오빠아.."
여전히 유서연과 몸을 섞고 있는 최민석을 떠올리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막을 어루만졌다.
절대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간신히 스칠 정도로만 어루만지며 조금씩 최민석에게 막을 찢기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하며 절정을 맞이하는가 하면, 어느샌가 다시 떠오른 유서연과의 정사 장면을 지켜보며 비참하게 절정을 맞이하기도 하고, 다시 스스로의 상처를 치료해주듯 행복한 장면을 상상하기를 반복하며 밤새도록 스스로를 위로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