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9화 > 완전 꼬마 유서연인데? (1)
첫 섹스를 무사히 끝마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일 엘레나와 섹스할 수 있게 됐다는 건 아니었다.
김민아는 이미 집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내가 찍어서 보낸 시험지를 보고 문제를 예상해주는 덕분에 점수를 낼 수는 있었어도 겨우 한두 문제만 틀려서 95점을 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조금 예상 밖이었던 건, 섹스를 못 해서 안달 난 쪽이 내가 아니라 엘레나 쪽이었다는 것.
차에서 펠라가 끝난 뒤에도 모자라다는 듯 달뜬 숨을 내뱉으며 자지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눈빛은 우스울 정도로 알기 쉬웠다.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섹스를 할 수 있게 된 엘레나는 매일 하는 것 이상으로 더 섹스에 빠져든 상태였다.
찌걱..! 찌걱..! 찌걱..!
"하흥..♡ 하앙..♡ 앙..♡ 흐아앙..♡"
등 뒤에 배개를 대고 반쯤 앉아서 가만히 있는 사이에도, 엘레나는 혼자 열심히 허리를 들썩이며 스스로 깊은 곳을 푹푹 찔러대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으응..♡ 가슴.. 가슴 만져줘어..♡ 빨리이..♡"
위에 올라탄 몸이 위아래로 들썩일 때마다 탐스럽게 흔들리는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재촉하는 목소리 역시 망설임이나 부끄러움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느긋하게 봉사를 받는 것도 좋지만, 내 경험 전부를 통틀어도 한 손에 꼽히는 훌륭한 가슴을 주물러 달라는데 거절할 이유도 없다.
대답도 하지 않고 편하게 쉬고 있던 손을 들어 연신 흔들리고 있는 커다란 가슴을 힘껏 쥐어짠 순간.
"흐응윽!♡"
탄력 넘치는 살덩이 안으로 손가락이 깊게 파묻히는 말캉한 감촉과 함께 통증과 쾌감이 절묘하게 뒤섞인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젠 누나가 더 하고 싶은 것 같은데?"
"아, 아니야아..♡"
"아니긴, 이렇게 좋아하면서."
"하윽!♡ 흐앙!♡ 흐아앙!♡"
양손으로 움켜쥔 가슴을 꽉꽉 쥐어짤 때마다 허리가 푹 꺼지며 부들부들 떨려오고, 질내가 빡빡할 정도로 힘껏 조여들었다.
이 빡빡하게 조여드는 느낌과 그 상태에서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윤활제 역할을 해주는 애액의 미끈미끈한 감촉이 어우러지는 느낌은 아무리 느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중독적이었다.
"응? 진짜 아니야?"
"하우으응..♡ 모, 몰라아..♡"
이번에는 가슴을 쥐어짜던 걸 멈추고 부드럽게 주무르며 손가락 끝으로 유두를 살살 굴려대기 시작하자 아까와는 달리 허리가 경련하듯 가늘게 떨려오며 목소리 역시 간드러지는 콧소리가 뒤섞여 흘러나왔다.
찌걱.. 찌걱.. 찌거억..
"아응.. 아앗.. 아아앙..♡"
가슴을 쥐어짜이며 멈췄던 허리가 다시 움직인다.
민감해진 질내를 깊숙하게 휘젓듯이, 허리를 비틀며 들어 올리고는 빙글빙글 돌려대며 말캉한 자궁구에 귀두가 닿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어지간히 섹스에 빠져들지 않고서는 스스로 할 수 없는 자지를 제대로 맛보겠다는 욕심으로 가득한 움직임이었다.
"자지 그렇게 맛있어?"
"으, 으으응..♡ 자지.. 너무 맛있어..♡"
첫날에만 해도 도대체 '입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자지가 맛있다는 게 무슨 의미냐'라고 따졌던 엘레나는 이제 이 질문에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게 됐다.
이런 식으로, 매번 소소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덕분에 엘레나와의 섹스는 매일 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렇게 주에 한두 번씩만 하는 게 더 즐겁게 느껴졌다.
엘레나는 과연 언제쯤 자기가 섹스를 더 좋아하게 됐다는 걸 인정할까.
물론 하려고만 하면 지금도 울면서 애원할 때까지 애태우거나 실신 직전까지 몰아붙이면서 대답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면 천천히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서두르지 않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
지금 생활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엘레나와 모텔에서 밤을 보내고 난 뒤에는 잠에서 깨면서 받는 모닝 펠라가 없다는 것 정도일까.
그동안 매일 유서연, 임예진, 김민아를 오가던 잠자리 순서도 하루씩 밀려나는 것도 조금 거슬리고.
마음 한켠에서는 엘레나 역시 몽마로 만들어 그냥 동거 인원에 끼워 넣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김민아 때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괜히 진 빼고 싶지 않다는 생각 역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애초에 집도 문제야.'
지금 지내는 아파트가 수준이 낮다는 건 아니지만, 애초에 많은 인원이 살도록 설계한 집이 아닌 만큼 지낼 수 있는 인원수가 한정되어 있었다.
거실도 넓고, 욕실도 넓고, 침실로 쓰는 큰방 두 개도 충분히 넓었지만 결국은 방 두 개일 뿐이었으니까.
당장 저번 주까지만 하더라도 김민아가 지내는 동안에는 침대 하나당 두 명씩 누워서 자야 하지 않았던가.
침대가 넓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자기만의 생활 공간이 있고 없고는 나름 중요한 문제였다.
[17층입니다.]
"민아는..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내릴 때까지 생각이 이어지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기까지 해버렸다.
민아가 집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언제까지 떨어져서 산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난 따로 살 건데?'
아니, 떨어져서 산다는 것 자체는 맞다고 해야 할까.
방송을 하다 보면 시끄럽게 떠들게 되는 경우도 꽤 있을 텐데 같은 집에서 지내면 민폐일 거라고, 인근에 자기 집을 구하고 방음 부스를 만들어서 지내겠다나.
난 들은 적도 없는 일이었지만 김민아는 이미 유서연에게 내게 허락받았다고 뻥까지 쳐 놓고 살 집과 방음 부스 제작 견적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하고 싶으면 니가 오면 되잖아. 오는 김에 자고 가면 되는 거고.'
완전히 노예와 주인 관계가 아니라 계약만 해놓고 친구처럼 지내는 탓에 김민아가 뻔뻔하게 구는 것도 적당히 넘어가 줬다.
'..아니면 하고 싶을 때 부르던가.'
어쨌든 뻔뻔하게 굴면서도 내심 누가 위고 아래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아무튼, 엘레나를 몽마로 만드는 건 이런저런 이유로 보류했다.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예쁘고 성격도 좋았지만 이 이상 생활이 복잡해지는 건 싫었다.
삑, 삑, 삑, 삑. 띠링-!
현관의 잠금을 걸고 집 안으로 들어와 말없이 현관 복도를 가로질러 거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거실을 지나쳐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거실 소파에 털썩 앉아 하던 생각을 계속 이어나갔다.
"좀 정리할 필요가 있어."
어릴 때 사생활도 뭣도 없이 좁아터진 원룸에서 지냈다가 좁아터진 고시원 방이나마 내 방을 얻었던 경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1인당 방 하나씩은 필수라는 생각이 머릿속 깊이 박혀 있는 탓이었다.
유서연과 임예진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 방이 있으면 삶의 질이 올라가는 건 확실하니까.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해주는 게 좋지 않겠는가. 물론 돈은 유서연의 지갑에서 나오겠지만 말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단 얘기 정도는 해보는 게.."
-♪
뭐가 됐든 일단은 유서연과 얘기해보는 게 빠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인터폰이 울렸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있나?"
일단 유서연, 임예진, 김민아. 이 셋은 아파트 현관 카드키가 있으니 이런 식으로 호출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럼 그 셋을 제외한 누군가라는 건데. 아직 오전 9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에 찾아올 사람 같은 건 없었다.
"그냥 확인해보면 되는걸."
뭘 쓸데없이 고민한 건지. 인터폰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버튼을 눌렀다.
"누구세요?"
[어, 음?]
스피커 너머로 뭐지? 하는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목소리로 여자인 건 확인할 수 있었다.
[저기, 혹시 유서연 씨 집이 아닌가요?]
'서연이 손님인가?'
아마 약속하고 찾아온 손님은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유서연이 집에 있었거나 나한테 미리 메세지를 남겨뒀을 테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들켰으니 모르는 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누군지는 몰라도 일단 얘기 정도는 해봐야겠지.
"서연 씨 집 맞습니다. 누구십니까?"
[그, 그쪽은 누구신데요? 남자 맞죠?]
이건 또 무슨 경우인지. 손님이 집에 있는 사람한테 누구냐고 묻는 건 또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일단 서연이랑 아는 사이인 건 확실한 것 같은데.'
무슨 관계인지 감이 잡히질 않으니 일단 어떻게 대응하기가 애매했다.
나야 당연하다는 듯이 이 집에 살고 있긴 하지만 유서연의 주변 인물들은 내가 누군지 전혀 모를 테니까.
거기에, 남자가 당사자의 집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모르겠다.'
이상하게 생각하건 뭐건 유서연 본인과 합의가 끝난 시점에서 남들이 뭐라고 왈가왈부해봤자 의미 없는 일이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최면으로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겠지.
"서연 씨 남자친구입니다. 누구십니까?"
[나, 남자친구요!? 이럴 줄 알았어..! 정신 차리기는 뭘 정신을 차려..?]
"저기요?"
왠지 모르게 갑자기 급발진하며 짜증을 내는 상대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말을 전했다.
"서연 씨 지금은 집에 없으니까, 누구시라고 말해주시면 제가 전해드리겠습니다."
[됐으니까 문이나 열어봐요! 그 인간 동생이니까!]
'..그렇구만.'
확실히, 자기 언니네 집에 찾아왔는데 누군지 모를 남자가 대신 나오면 당황해서 누구냐고 따질 법도 했다.
"동생분이요? 잠깐 전화해서 확인 좀 해보겠습니다."
[뭘 확인을 해요! 됐으니까..!]
뚝.
잠깐 연결을 끊고, 핸드폰을 꺼내 유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나처럼, 수화음이 세 번 울리기도 전에 곧바로 전화가 연결됐다.
[여보세요?]
말끝에 주인님이 안 붙는 걸 보니 누구랑 같이 있거나 근처에 누가 있는 모양이다.
"어, 서연아. 지금 집에 니 동생이 찾아온 것 같은데. 너 없다고 해도 문부터 열어달라고 하네. 어떻게 할까?"
[네? 갑자기 걔가 왜..]
"자꾸 누구냐고 묻길래 일단 니 남자친구라고 둘러댔거든. 그랬더니 갑자기 짜증 내면서 빨리 열라고 하더라."
[남자친.. 아, 아니. 왜 그러는지는 알겠는데, 왜 찾아온 건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이대로 돌려보내면 집에 전화해서 난리 피울 것 같은데. 죄송한데.. 일단 들여보내시고 적당히 '설명'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가족들한테는 동거하는 남자가 있다는 것까지는 밝히지 않았으니까, 집에 전화해서 가족들한테 걸어둔 최면에 이상이 생기지 않게 적당히 정리해달라는 뜻이리라.
물론 그 과정에서 최면을 써야겠지만 그 부분은 이미 본인이 그렇게 해달라고 돌려 말했으니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알았어. 바쁜데 전화해서 미안해. 일 봐."
[아니에요. 제가 더 죄송해요. 미리 제대로 정리해뒀어야 했는데. 아무튼 부탁드릴게요.]
"그래."
뚝.
유서연은 쓸데없이 너무 고지식해서 가끔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는데, 오늘은 주변 눈치를 보느라 오버하면서 사과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인터폰 버튼을 눌러 음성을 연결했다.
"들여보라고 하네요. 지금 열어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뚝.
다시 뭐라고 짜증을 내기 전에 연결을 끊어버리고 버튼을 눌러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현관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일이 귀찮아질 것 같다는 예감을 느끼며 현관으로 나와 문을 열었다. 그리고.
"......?"
문을 열자마자 마주친 상대는 말 그대로 꼬마 유서연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유서연과 비슷한 분위기의 여자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