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6화 > 이번엔 제가 선생님이네요? (2)
"응. 역시 그렇게 어렵게 내지는 않았네. 자격증이 아니라 실전 회화 쪽이 목표니까 그럴 것 같았어."
내가 가져온 시험지를 느긋하게 확인한 김민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중얼거렸다.
"..난 못 풀겠던데?"
"당연히 못 풀지. 니가 뭐 학원을 다녔겠어, 토익 공부를 해봤겠어? 심지어 수능도 안 쳤잖아. 그냥 학교에서 교과서만 보고 시험 문제 찝어준 거 외워서 점수만 받은 거지. 하긴, 그거라도 열심히 안 했으면 처참하긴 했겠다."
"......"
분명 틀린 말은 아닌데, 팩트로 맞아서 그런 건지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그래도 김민아가 대충 가르쳐 주지는 않을 것 같고, 일단은 맞는 말을 했으니 잠자코 듣는 게 맞았다.
"그래도 맞춘 문제들 보니까 일단 기본은 잡혀 있네. 솔직히 학교에서 중상위권은 했다는 것도 뻥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수업은 진짜 열심히 들었나 보네."
시험지 하나 보더니 왜 이렇게 서론이 긴지 모르겠다. 애널 비즈 마렵게.
내가 아무 말도 없이 빤히 쳐다보고 있자, 김민아도 슬슬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는지 어깨를 흠칫 떨더니 짧게 헛기침을 하며 급하게 말을 정리했다.
"아, 아무튼! 기본도 충분하고, 문제도 어려운 편은 아니니까 시간만 좀 들이면 금방 80점은 넘길 수 있을 거라고. 솔직히 지금도 문제만 좀 잘 나오면 80점은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그 조금이 얼마 정도인데?"
"이것만 보고 확신하긴 조금 그렇긴 해도.. 지금 수준으로 토익 쳐보면 600점에서 700점 정도는 나올 거고, 이 정도 난이도에서 한두 문제 틀리는 수준으로 풀려면 그래도 800점대는 안정적으로 넘겨야 할 텐데. 그냥 한두 달은 포기하고 인강 듣고 문제집이나 풀어."
"조언 고맙고. 이따 밤에 애널 비즈 들어갈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
한참 다 아는 것처럼 떠들어 대다가 하는 말이 인강 듣고 문제집이나 풀라는 거라니. 저딴 조언은 그냥 길가는 중고등학생 아무나 잡아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겨우 저따위 조언으로 거래하려는 심보가 괘씸해서라도 오늘부터 제대로 조교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정작 내 결심을 부추긴 당사자는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억울한 표정으로 항의해왔다.
"왜 그렇게 되는 건데!?"
"점수가 안 나오면 인강 듣고 문제집 풀라는 얘기는 중학생, 아니 초등학생도 해줄 수 있겠다. 겨우 이딴 조언으로 딜을 하려고 했는데, 괘씸해서라도 책임지고 개통해줘야지. 서연이는 좀 천천히 하고 있었는데, 넌 속성 코스로 간다."
솔직히 속성 코스는 뭔지도 모르겠고, 유서연도 개발 당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 같아서 천천히 해주고 있을 뿐이었지만 일단은 최대한 위협하듯이 말하자 김민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기, 기다려 봐!"
"왜, 더 할 말 있어? 억울한 건 뭐 제대로 도와줄 것처럼 말하길래 기대하면서 시험지 들고 집에 뛰어온 내가 더 억울한 것 같은데."
"아니이..! 아직 더 조언해줄 거 있다고!"
"말해봐."
조언할 게 남아 있었으면 진작에 했을 테고, 그냥 뭐라도 더 끄집어내서 애널 조교를 피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쪽도 나름 간절한 상태라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으음.. 일단.. 아..! 지금 목적이 토익 시험 준비가 아니라, 학원 시험에서 점수 받는 거잖아? 시험지 보니까 듣기 문제는 없던데. 듣기 영역만 걸러도 범위는 확 꽤 좁힐 수 있을.."
"어차피 듣기 쪽은 공부할 생각 없었는데? 니가 말한 대로 맨날 시험 보면서 듣기는 안 하는 거 알았으니까 처음부터 그쪽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지. 그게 끝이야?"
"..잠깐 생각 좀.."
"5분 준다."
진심으로 화가 난 건 아니다. 그냥 기대했던 거랑은 달리 너무 뻔한 조언이 나왔길래 약속은 취소하고 살짝만 괴롭혀줄 생각이었는데, 김민아가 너무 진지하게 반응해버린 탓에 어느샌가 반쯤 협박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아으.. 으으으..!"
차라리 손가락 하나라도 들어가 봤다면 지금처럼 겁먹지는 않았을 텐데. 바깥 부분만 살살 문지르거나 들어갈 것처럼 꾹꾹 눌러보며 겁만 준 탓에 김민아에게 있어 애널 안쪽은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아!"
한참을 머리를 싸매가며 고민하던 김민아는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 한껏 찌푸리고 있던 눈을 번쩍 뜨며 소리쳤다.
"예, 예전에 스타강사 유튜브에서 본 적 있어! 학원 토익 시험 점수 잘 나오는 법이라고!"
"그게 뭔데?"
"그러니까, 음.. 심화반에서는 그냥 어렵거나 틀리기 쉬운 기출문제 뽑아다가 가르쳐주고 하니까 못 쓰는 방법인데, 조금 낮은 반에서는 가르치는 흐름이 있다고 해야 하나? 전날 가르친 영역이랑 이어지거나 조금씩 겹치는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거든. 그래야 이해하기 쉬우니까."
"그래서?"
"그, 그러니까! 며칠 정도 문제를 내는 경향을 지켜보면 다음에 어느 범위에서 문제가 나오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럼 그 부분만 집에서 공부해 가면 점수도 잘 받을 수 있을 거 아니야!"
"그래..?"
솔직히 말하면 저게 그냥 급하게 지어낸 말인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믿어봐서 손해 볼 일은 없는 방법이다.
며칠 정도 기다려준다고 해서 김민아가 어디로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정말 집으로 도망가 버릴 수도 있긴 하겠지만 결국은 돌아오게 될 테니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일주일."
"응?"
"딱 일주일 기다려준다. 그때도 결과가 안 나오면 애널 비즈 1시간 풀코스야. 알았지?"
"아, 알았다고! 진짜 변태 새끼!"
*
애널의 안전을 걸고 새로운 공략법을 제시한 김민아는 매일 열 올리던 게임도 그만두고 내가 가져온 시험지를 확인하고, 직접 사 온 문제집이나 인강을 돌려보며 필사적으로 답을 찾았다.
저렇게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오히려 더 애널에 구슬이든 손가락이든 넣고 싶은 마음이 커졌지만 약속은 약속이고, 엘레나 역시 최대한 빨리 따먹고 싶었기에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기다렸다.
그리고, 그렇게 책상 앞에서 끙끙대는 김민아를 지켜보기를 엿새째. 기쁘고도 아쉽게도 김민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87점..!'
8점만 더 있으면 섹스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쉽기는 했지만, 처음으로 목표점수를 넘길 수 있었다. 그것도 꽤나 여유로운 수준으로.
요 며칠은 계속 허탕만 치더니. 오늘은 정말로 김민아가 공부하라고 찝어준 범위에서 문제가 나온 것이다.
우연이든 뭐든 간에 일단은 기쁘다.
점수를 확인하고 교단에 서 있는 엘레나와 눈을 마주치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정으로 생긋 웃으며 시선을 맞췄다.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 강의실이 조용해지고, 아직 자리에 앉아있는 내 옆으로 엘레나가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를 울리며 다가왔다.
"매일 열심히 수업 들으시더니, 성과가 있었네요. 축하드려요."
"엘레나 씨 덕분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집에서는 죽어도 공부 안 했을 텐데. 상이 너무 받고 싶어서 문제집까지 사서 죽어라 공부했거든요."
"어머."
엘레나의 태도가 너무 가벼운 것 같아서, 살짝 최면을 걸어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학생이 열심히 노력하게 돼서 뿌듯하다]라고 살짝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자 늘 짓는 여유로운 미소가 조금 더 화사하게 피어났다.
"효과가 있었다니 다행이네요. 수업은 정말 집중해서 들으시길래 효과가 있긴 하구나 싶긴 했는데, 집에서까지 공부하셨을 줄은 몰랐거든요."
약간의 놀람과 함께 기분 좋게 웃는 얼굴은 음란하기는커녕 상쾌하게 느껴질 정도로 깨끗했지만 그 때문인지 오히려 자지에 힘이 잔뜩 들어가 바지 안쪽에서 기운차게 불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티 내지는 않았는데, 엘레나는 내게서 뭔가를 느꼈는지 확 스위치가 들어간 것처럼 은근한 시선과 함께 입술을 할짝이며 음란한 표정을 드러냈다.
"그럼.. 지금 바로 상 받으러 가볼까요..?"
조심스럽게 속삭이는 목소리마저도 평소의 선명하고 밝은 톤이 아닌 가늘고 색스러운 느낌이 은은하게 풍기는 탓에 더더욱 흥분이 치솟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걸쳐서 사람들 대부분이 학원 밖으로 빠져나가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바지 위가 터질 것처럼 팽팽하게 부풀어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을 판이다.
"그런데.. 저번처럼 상담실에서 하기에는 조금 그런데.. 괜찮으시면 오늘은 넘어가고, 제가 장소를 생각해볼 테니까 내일 받으시는 건.."
"제 차에서 하죠. 썬팅도 짙게 해놔서 밖에서는 못 볼 겁니다."
"차에서요?"
"예. 일단 따라와 보세요."
"아, 네.."
저번에도 아슬아슬하게 다른 강사가 상담실에 찾아와서 조금만 늦게 끝냈어도 들킬 뻔했으니 엘레나의 제안은 나름대로 합당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엘레나한테 펠라를 받고 싶은 욕구가 너무 급하기도 했고, 애초에 차에 썬팅을 짙게 해놨던 이유가 이런 식으로 써먹기 위해서였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주차장에 내려와. 엘레나에게 확인해 보란 듯이 자동차 창문을 가리켰다.
"한 번 보세요. 어지간해서는 밖에서 안 보입니다."
"확실히.. 이렇게 가까이 대고 봐도 잘 안 보일 정도면 들킬 일은 없겠네요."
"그렇죠?"
허리를 낮게 숙이고 창문 안쪽을 들여다보는 모습조차도 꼴린다.
유서연보다 조금 더 큰 키와 옷 위로도 굴곡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커다란 가슴. 그리고 커피색 스타킹으로 무장한 오피스룩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뤄서, 그냥 서 있는 자세 하나만으로도 섹시함이 느껴지는 탓이었다.
"타세요."
"그럼.. 실례할게요?"
내가 뒷문을 열고 안에 탈 수 있도록 몸을 비켜주자 마치 집에 들어오는 것처럼 인사하며 차 안으로 들어가는 엘레나.
사람들은 이미 다 빠져나갔지만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이 있나 주변을 한 번 살펴보고, 그대로 엘라나를 따라 뒷자석에 올라타며 문을 닫았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어, 어머? 벌써 이렇게.. 다시 봐도 진짜 크네요.."
저번과 마찬가지로, 이미 풀발기 상태인 자지를 밖으로 꺼내 드러내자 엘레나는 놀람과 감탄이 서린 눈빛과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동안 진짜 참느라 힘들었거든요? 죄송하지만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아, 알았어요. 그럼.."
앞좌석과는 달리 일자로 이어져 있는 뒷좌석의 푹신한 시트 위로, 비스듬하게 몸을 기울인 엘레나의 얼굴이 미끄러지듯 자지 앞으로 다가와 다시 한번 천천히 자지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내린다.
"하아.."
촉촉하게 젖어 윤기가 흐르는 입술 사이로 희미하게 한숨이 흘러나와 자지를 간질이고, 그 자극에 다시 한번 피가 몰린 자지가 힘껏 껄떡거리자 엘레나 역시 마찬가지로 어깨를 움찔 떨며 놀란다.
"알았어요.. 그렇게 재촉 안 해도 해드릴 테니까.. 쪼옥..♡"
도톰한 입술이 귀두 끝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캉한 감촉을 전해오고, 동시에 다시 한번 껄떡거리려는 자지 기둥을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휘어잡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억누른다.
거의 2주가 넘어서야 받는 펠라에 흥분과 기대감은 이미 최대치를 찍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