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255화 (255/775)

< 255화 > 침대 위에선 제가 선생님이네요? (1)

[17층 입니다.]

"하아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오늘 받은 점수는 72점. 김민아를 몽마로 만들고 일주일이 더 지났음에도 아직 섹스는커녕 펠라도 못 받았다.

삑, 삑, 삑, 삑.

다급하게 비밀번호를 눌러 집으로 들어와 신발을 대충 벗어놓고 거실을 지나 내 방 문을 열었다.

"어, 왔어!? 아, 씨..! 또 따였잖아! 정글 얜 진짜 뭐 하는 건데!?"

김민아는 내 컴퓨터 책상에 앉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모니터를 노려보며 혼자 떠드느라 바쁘다.

김민아한테는 딱히 유서연이나 임예진 같은 대접을 바라는 것도 아니라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아니, 애초에 그 둘도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자기들 마음대로 시중을 드는 거라 자기들 맘대로 그만둔다고 해도 뭐라고 할 이유가 없긴 했다.

'어디..'

오늘은 또 무슨 상황이길래 이렇게 열을 올리고 있는 건지 궁금한 마음에 슬쩍 옆으로 다가가 화면을 살폈다.

'0/7/0.. 진짜 제대로 말아먹었네. 불쌍하게.'

물론 불쌍한 건 김민아가 아니라 같이 게임 중인 팀원들 쪽이다.

김민아가 가족들에게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던 기간은 한 달. 모처럼 일도 그만뒀겠다, 우리 집에서 푹 쉬다 가겠다고 결심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내가 게임을 하는 걸 보고 흥미를 갖게 된 게 문제였다.

김민아는 게임에 재능이 없었다.

사실 재능이라기보다는 한평생 게임이라는 걸 거의 하지 않고 지낸 게 원인이겠지만 이미 옛날 옛적에 질병이 돼버린 국민 게임에 아무것도 모르는 쌩뉴비가 발 들일 장소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인터넷 방송에서 가끔 본 건 있는지 픽률도 낮은 똥.. 아니, 장인 챔피언을 고르고, 들은 것도 있어서 자기 잘못은 인정할 생각도 안 하고 다른 라인 탓만 하고 있으니 같이 게임하고 있는 놈들이 얼마나 열받았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물론 정말 본인의 주장대로 팀원이 게임을 너무 못하거나 트롤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본인의 업보가 되돌아왔다고 할 수 있으리라.

자잘못을 따질 것도 없이, 저딴 질병 게임을 해보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문제였다.

"됐으니까 잠깐 일로 와봐."

"아, 왜! 지금 바쁘단 말이야!"

"어차피 그거 페이스 할아버지가 와도 못 뒤집는 판이니까 포기.. 아니, 항복은 왜 거절해?"

"똥은 지가 다 싸놓고 글렀다면서 항복하자고 하니까 열 받잖아! 갱 한 번 안 와놓고..!"

트롤이다.

김민아가 뭐라고 열심히 더 떠들어대고는 있는데, 그냥 듣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더는 듣지 않고 침대에 위로 다이빙하듯이 몸을 던져 드러누웠다.

보통 진짜 트롤인 놈들은 먼저 항복하자고 하지 않는다. 항복하지 않고 게임이 더 오래갈수록 상대가 더 열받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김민아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상대가 진짜 트롤이건 아니건 간에, 이제 그만하자고 부탁하는 걸 거절하고 고통스러운 게임을 이어 나가려고 하는 시점에서부터 가해자는 김민아였다.

둘을 제외한 다른 팀원들에게는 확실히 김민아가 가해자로 느껴질 게 분명했다.

"이, 씨..! 채금 먹어서 뭐라고 말도 못 하고..!"

채팅 금지까지 당한 건 지금 처음 들었다. 어쨌든, 화면 한가운데 떡하니 '패배'라고 큼지막한 글자가 떠오른 걸 보니 본진이 터졌든 다른 팀원들이 한마음으로 항복에 동의했든 게임이 끝났다는 의미였다.

"신고하면 뭐 하냐고, 백날 신고해도.. 꺄악!? 뭐, 뭐 하는 거야!?"

정산창에서 신고 버튼을 누르려는 김민아를 번쩍 들어 올려 침대 위로 올라와 살포시 내려놨다.

"야."

"뭐, 뭔데. 왜 갑자기 정색하고 그래?"

"내가.. 게임을 하지 말라고는 안 하겠는데. 그냥 콘솔 게임이나 RPG류 게임으로 하면 안 되겠냐? 내가 진짜 걱정돼서 그래. 너 성질 버리는 것도 문제인데, 나중에 방송 시작하고 지금처럼 게임하면 너 시청자들한테 욕만 먹는다니까?"

게임은 질병이 아니지만 지금 김민아가 열을 올리고 있는 게임 레전드 오브 레전드. 속칭 레오레, 혹은 렐이라고 불리는 저 게임은 질병이 맞았다.

나도 그래서 다이아만 찍어놓고 도망치듯이 게임을 접은 거였고 말이다.

"아니, 혼자 하는 게임은 심심하단 말이야. 나중에 방송 시작하고 하려고.."

"RPG 게임도 있잖아. 거기서 뭐, 길드라도 들어가서 사람들이랑 하면 재밌지 않겠냐?"

"그런 게임은 돈 들어가잖아. 유명한 게임들은 사람 구실 하려면 아무리 적어도 몇백, 몇천 단위로는 써야 하던데. 아까워서 어떻게 그러냐? 심지어 내 돈도 아닌데."

"하.."

본인이 직접 해보질 않고 방송인들이 하는 것만 봐서 그런지 게임에 대한 개념이 조금 이상하다.

나도 게임을 그렇게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이것저것 찍어 먹어본 경험이 있어서 김민아보다는 그쪽 지식이 많아서 더 답답했다.

"아무튼 렐은 하지 마. 최소한 딴 걸 하라고. 너도 방송 봤으면 알 거 아냐. 저거 하는 애들 중에 정상인 애들 찾기 힘든 거."

"..한단 말이야."

"뭐?"

바로 옆에서 얘기하고 있는데도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는 대답에 나도 모르게 살짝 짜증을 담아 되물었다.

나도 게임을 좋아하는 만큼 게임 가지고 이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접어도 골드는 찍고 접어야 한다고! 그래야 안 쪽팔릴 거 아니야!!"

"......?"

마치 누명이라도 뒤집어쓴 사람처럼 억울한 감정을 가득 담아 빽 소리치는 대답에 나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렸다.

"아, 아니.. 그러니까.."

김민아 역시 내 반응에 자기가 뭔가 이상한 소리를 했나 싶었는지 곧장 설명을 덧붙인다.

"솔직히.. 나도 내가 잘하는 편은 아닌 거 알긴 알거든..? 그래도 최소한 골드는 찍어야 사람 취급해 주니까.. 그, 그리고 솔직히 팀 운이 너무 없기도 해서 억울하기도 하고! 캐리는 안 받아도 1인분만 하는 애들만 만났으면 그래도 실버까지는 갔을 건데.."

내가 지금 무슨 소릴 듣고 있는 걸까. 몸은 멀쩡할 텐데 어째서인지 머리가 살짝 어지럽기까지 한 것 같았다.

"후우.. 잠깐만."

"응..?"

"잠깐만. 생각 좀 정리하자."

일단, 심경적으로는 김민아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상대편은 물론이고 자신을 제외한 같은 팀도, 렐을 하는 모든 유저들이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전제가 '팀 운이 없다' 였으니까.

최소한 골드는 찍어야겠다는 생각? 나 역시 다이아까지만 찍어보겠다고 열을 올렸던 적이 있었으니 이것 역시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사람 취급이니 쪽팔린다느니 하는 생각은 아니었고, 딱 거기까지가 내가 올라갈 수 있는 티어라고 생각하고 했던 일종의 도전 같은 거였지만.. 아무튼, 심경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김민아 본인이 본인의 실력에 대한 객관화가 전혀 되 있지를 않다는 거다.

팀원들 전체가 1인분을 한다고 치고, 상대편 전체도 마찬가지로 1인분을 한다고 쳐도 불리한 건 언제나 김민아의 팀일 것이다. 일단 김민아 본인부터가 그 1인분을 전혀 못 하고 있으니까.

어지간히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면 처음에는 다들 못 하는 게 정상이니 실력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자기 실력을 인지하고, 제대로 파고드는 놈들이 위로 올라가는 거지, 자기 실력도 모르면서 팀 탓만 하는 놈들은 몇 년을 해도 바닥에서 노는 게 당연한 게임이다.

그리고 나로서는 김민아가 이대로 계속 렐을 하는 것도, 제대로 파고들어 실력을 기르는 것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게임 플레이 자체를 말리고 싶다는 게 내 결론이었다.

'..일단 렐은 못 하게 하는 게 맞아.'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어지럽던 머리가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았다.

"아무튼 렐은 하지 마. 확실하게 접어. 안 그러면 서연이한테 말해서 돈도 주지 말고 아무것도 지원해주지 말라고 할 거니까."

"치, 치사하게!"

"진짜 걱정돼서 그래. 재밌자고 하는 게임에서 화만 내는 것도 그렇고, 나중에 생각 없이 방송에서 했다가 시청자들한테 욕먹을까 봐. 이번만 내 말 좀 들어주라. 부탁할게."

"..아, 알았어."

그래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눈을 맞추고 얘기하니 이상한 소리 하지 않고 수긍해주니 다행이었다.

"그럼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고."

"또 뭘 하려고.. 아. 뻔하네. 또 못했구나?"

아직 제대로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김민아는 시무룩하던 표정을 바꿔 알 만한다는 듯 킥킥 웃으며 놀리듯 묻는다.

"오늘은 몇 점이었는데?"

"..72점."

"에휴. 니가 나 보고 렐 못 한다고 놀릴 처지냐? 80점 한 번을 못받아서 맨날 나한테 와서 달래달라고 하고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실버도 못 단 게임 실력이랑 비교하는 건 너무 심하다. 나도 모르게 살짝 울컥해버렸지만 언제 화냈냐는 듯 웃는 얼굴로 벨트를 풀어주고 있는 김민아의 표정 탓에 뭐라고 따지고 들 수도 없었다.

"오구오구. 우리 애기. 오늘도 펠라 못 받아서 시무룩하네?"

"어디다 대고 말하냐."

남자의 자존심을 걸고. 정확히는 다른 남자들의 자존심을 걸고 내 자지는 애기라고 불릴 만큼 작은 사이즈가 아니다.

아니라는 걸 아는 나도 애기라는 소리에 살짝 기분이 상했을 정도인데. 나보다 작은 남자들은 얼마나 슬프고 서럽겠는가.

"응.. 츄읏.. 츄읍.. 앗..♡"

내가 억울하다고 생각하거나 말거나, 김민아는 관심도 없다는 듯 가늘고 말랑거리는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기둥을 감싸 쥐고는 귀두에 스치듯이 입을 맞추거나 혀끝으로 간질이며 조금씩 불끈거리며 단단해져 가는 모습을 보고 기뻐한다.

"츄릅.. 응.. 쮸읍.. 쪽..♡ 하아..♡"

그 애태우는 혀 놀림에 순식간에 자지가 최대치까지 발기해버리고, 김민아는 눈앞에서 우뚝 솟은 자지를 황홀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한숨을 쉬었다.

"하여간.. 츄읍.. 그냥 편하게 하면.. 츄릅.. 될걸.. 움.. 쮸읍.. 쯉.."

원래는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쌓인 성욕을 성은영에게 풀었었는데, 김민아가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면서 역할을 넘겨받았다.

처음에는 내가 자기나 유서연, 임예진 외에도 다른 여자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에 은근히 질투하는 기색을 내비쳤지만 사정을 듣더니 배가 찢어져라 웃어대더니 어쩔 수 없다며 어울려줬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포기하면 지는 것 같잖아. 어쨌든 열심히 공부하게 된 것도 사실이고."

"움.. 웅.. 쮸룹.. 후앗.. 뭐가 열심히야? 그냥 학원에서만 깔짝 공부하는 거면서. 쯉.."

고개를 깊게 파묻고 불알을 쯉쯉 빨아대던 김민아는 내 말을 듣고는 곧바로 입을 떼어내고 신랄하게 한마디하고는 다시 반대쪽 불알을 입에 물고 혀로 굴려댄다.

"거기서 열심히 하면 된 거잖아."

"움.. 후우.. 에이 씨.. 너 바보야? 니가 다니는 학원은 학생이 수험생이 아니라 성인들이 다니는 곳이라며. 심지어 회화 쪽이 메인이고."

"그렇지."

"그게 무슨 말이겠냐? 시간도 없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공부하기 힘드니까 여기 와서 얼마 없는 시간이라도 제대로 집중해서 공부하고 가라는 곳이라고.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까 조금씩, 꾸준히 가르치면서 효과를 보는 데서 단기간에 효과가 나오겠어?"

"......"

그런가? 그냥 수업만 열심히 들으면 알아서 될 줄 알았는데. 김민아가 말한 대로라면 앞으로 한동안은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것 아닌가.

"수업 중에 배운 건 다 맞췄는데, 다른 문제가 문제라고 했었지? 그 문제들은 다음 수업 때 풀이해 주는 거고. 그럼 그건 애초에 다음 시간에 풀이해 주려고 모를 만한 것들로 내놓는 거잖아. 전에 토익 공부를 해서 기초라도 쌓아뒀으면 몰라도, 지금 상태로는 못 푸는 게 당연하지."

손으로 자지를 쥐고 열심히 흔드는 와중에도 또박또박 설명을 이어나간다.

덕분에 기분은 좋으면서도 '그럼 아예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생각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에휴. 됐으니까 내일부터 시험지 갖고 와."

"시험지는 왜?"

"한 번 봐야 기출 경향을 알 거 아냐. 이왕 열심히 하는 거 집에서도 한두 시간씩만 공부해. 도와줄 테니까. 그리고.. 대, 대신.."

"대신?"

"..내가 도와주는 동안이랑 성공하고 한달간은 뒤쪽은 안 만지기.."

나중에 뒤쪽도 제대로 따먹겠다는 약속까지 했으면서 살짝살짝 건드리기만 하면서 겁만 준 탓일까. 잔뜩 부끄러워하면서 말한 것 치고는 귀여운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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