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235화 (235/775)

< 235화 > 들어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3)

사이가 좋아진 건 맞다.

서로 말을 놓기 시작한 순간을 기점으로 임예진과의 거리감이 확 줄어들었고, 유서연 역시 말을 놓고 김민아를 편하게 대해준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처음에는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고, 취미는 뭐고, 대학은 어딜 나왔고..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꽃피웠다.

그러다가 슬슬 꺼낼 만한 화젯거리가 줄어들고, 조금 성적인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간 순간 수위가 확 올라가 버렸고,  무심결에 튀어나온 어떤 플레이를 좋아하냐는 자신의 질문 한마디에 정점을 찍어버렸다.

"난 안에 싸질 때가 제일 좋더라. 옴짝달싹 못 하게 꽉 끌어안겨서 안에 울컥거리면서 들어오면 안에서 막 녹는 것 같아서.. 무슨 느낌인지 알지?"

"아, 그게.."

안다.

그 탄탄한 몸으로 꽉 끌어안겨 질내를 가득 채운 자지가 자궁을 짓누르듯 밀어붙이며 울컥거리며 정액을 쏟아져 들어오는.. 그건 좋을 수밖에 없다.

차마 부끄러워서 적극적으로 대답할 수는 없었지만 임예진이 말하는 그 느낌을 완벽하게 떠올리고 공감할 수 있었기에 듣기만 해도 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 외에도 뭐든 다 좋기는 한데, 아무튼 난 꽉 안겨서 안에 싸지는 게 제일 좋다는 거지. 그리고 언니는.. 내가 말해도 돼?"

"..마음대로 해."

"그치? 언니 취향은 직접 말하기엔 좀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더라."

도대체 무슨 취향이길래?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고, 여자끼리 이런 얘기를 하는데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김민아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임예진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언니는 좀.. 거칠게 당하는? 그런 쪽이 취향이거든."

유서연에게 다 들리도록, 장난스럽게 속삭이는 임예진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떨어버렸다.

김민아 역시 그런 플레이를 좋아했으니까.

개처럼 엎드린 자세로 퍽퍽 쑤셔지는, 그대로 아무리 몸부림쳐도 멈춰주지 않고, 실신할 때까지 마구 범해지는 플레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취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찔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임예진의 설명에 유서연의 취향이 자신보다 더 뒤틀린, 이상한 취향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쉽게 설명하면 마조 성향이지. 진짜 아플 정도로 가슴을 쥐어 짜인다거나 새빨갛게 부을 정도로 엉덩이를 맞는다던가 변태나 걸레라고 매도당하거나.. 그런 걸 좋아하거든."

"......"

정말? 진짜로? 반사적으로 유서연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여태껏 보였던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태도가 무색해지게 멋쩍은 듯 시선을 살짝 피해버렸다.

뭐랄까, 저렇게 차갑고 도도한 외모로 그런 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매칭이 되질 않았다.

조금씩 어색한 공기가 흐르기 시작하자 타이밍 좋게 임예진이 다시 끼어들었다.

"이제 우리 취향은 말했으니까 민아 차례네?"

"네, 네?"

"에이. 뭘 빼고 그래. 좋아하는 플레이 하나쯤은 있잖아. 그치?"

"그, 그게.."

자기 취향 정도는 이미 확실하게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걸 입 밖에 낼 수 있는가 없는가는 엄현히 다른 문제였다.

"흐응. 반응 보니까 있나 보네? 친하게 지내기로 했잖아. 언니들만 부끄럽게 만들 거야?"

"으읏.."

정말로 말해야 하나? 아무리 그래도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데?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들을 건 다 들어놓고 혼자만 숨기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았다.

어차피 서로 알 건 다 알게 된 사이인데. 최민석과의 섹스.. 몽마.. 그런 공통분모를 가지고 만나게 된 사이인 만큼 이런 것 정도는 말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잠시 우물쭈물하며 고민하던 김민아는 결국 솔직하게 자기 취향을 밝혔다.

"저는 그게.. 엎드린 자세로 세게 박히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게 실신할 때까지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제가 아무리 멈춰달라고 해도 계속 억지로 당하는.. 그런 걸 좋아하는.. 데.."

나름대로 각오를 다지고 말했음에도 얼굴이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화끈거려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다.

말을 끝까지 맺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분위기를 살펴 보니 유서연과 임예진 모두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였다.

"우리 동생도 장난 아니네? 언니처럼 막 아프게 하거나 매도 당하는 건 안 좋아해?"

"그, 그런 건 안 좋아해요!"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

타이밍 좋게, 인터폰에 불이 들어오더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멜로디가 흘러나왔고, 유서연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배달 왔나 보네. 내가 받아올 테니까 주인님한테 배달 왔다고 말씀드려."

"알았어."

임예진의 대답을 들은 유서연이 거실 문을 열고 현관 복도로 나가고, 임예진은 최민석의 방문 앞에 서서 똑똑 문을 두드렸다.

"주인님! 식사하세요!"

'..진짜 자연스럽게 주인님이라고 하는구나.’

연기하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일상에 녹아든 것처럼 자연스러운 호칭이라 오히려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서 최민석이 나왔고, 유서연은 배달 음식이 든 봉투를 들고 거실로 돌아와 식탁 위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뭐 시켰어?"

"육회 비빔밥이에요. 소고기 무국도 추가했고요."

"맛있겠네. 근데 2인분 밖에 없네?"

"저희는 주인님 오시기 전에 먹어서 주인님이랑 민아 것만 시켰어요."

최민석 역시 유서연의 존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민아랑은 말 놓기로 했나 보네?"

"네. 저희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해서요. 마음에 안 드시면.."

"괜찮아. 편한 대로 해. 친하게 지내면 좋지. 너도 괜찮은 거지?"

"어? 아, 응. 괜찮아."

최민석도, 유서연도 임예진도 모두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는 와중에 혼자만 어색하게 긴장하고 있으니 불편하긴 했지만 적응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너도 배고플 텐데. 와서 먹어."

"으응."

너무 긴장한 탓인지 딱히 입맛은 없었지만 배가 고픈 건 사실이었기에 소파에서 일어나 식탁에. 최민석의 맞은편에 앉았고, 둥그런 플라스틱 포장의 뚜껑을 열고 밥을 비볐다.

사각형의 식탁 맞은편에는 최민석이, 양옆에는 유서연과 임예진이 앉아 밥 먹는 모습을 전부 지켜보고 있다는 게 불편했지만 밥이 안 넘어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먹다 보니 긴장이 조금씩 풀어졌고, 제법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후우. 배부르다. 시간도 늦었으니까 오늘은 샤워만 하고 자자. 너도 같이 들어갈래?"

"나, 나도..?"

"원래 아침저녁에 씻을 땐 다 같이 씻거든. 일단 서연이랑 예진이는 나랑 같이 들어갈 거니까 물어보는 거야. 불편하면 우리 씻고 나중에 혼자 씻어도 괜찮고."

남녀가 함께 씻는다는 게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러운 태도. 물론 김민아 본인도 최민석과 같이 씻은 경험이 꽤 있었지만 둘이 들어가는 것과 셋, 넷이서 들어가는 건 엄연히 다른 일이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가 어떻게 지내는지 제대로 보고 가야지. 어차피 서로 숨길 것도 없는 사이에 씻는 거 정도 본다고 어색해지지도 않을 테고. 응? 같이 들어가자. 응?"

"그, 그럼 나도 같이.."

거리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처럼 들러붙은 임예진이 재촉해대는 탓에 결국 받아들여 버렸다.

유서연이 식사가 끝난 포장 용기를 정리하고 난 뒤에 넷이 함께 욕실, 아니 욕실 앞에 있는 탈의실에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최민석의 옷을 벗겨주는 두 사람의 모습에 한 번 더 당황했지만 이번에는 굳이 지적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보다도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었으니까.

스스로의 외모에, 몸매에 자신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유치원, 초등학생 시절부터 귀여운 얼굴이었고, 중학생, 고등학생 때는 같은 여자들한테도 예쁘다는 말을 지겹도록 들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옷을 벗고 있는 유서연이나 임예진을 보고 있자니 그런 자신감이 한없이 쪼그라드는 게 느껴졌다.

"와.."

이쯤 되면 질투나 부러움을 넘어서 감탄 밖에 나오지 않는다.

임예진은 170은 넘을 것 같은 키와 함께 매끄럽게 균형 잡힌 몸매, 특히 복부에서 골반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장난 아니게 훌륭했고, 가슴 역시 크고 모양이 예쁜 게 모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섹시해 보였다.

하지만 더더욱 시선을 잡아끄는 건 유서연 쪽이다.

키는 자신과 비슷하고, 몸매는 자신 쪽이 조금 더 날씬했지만 압도적인 가슴과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확실하게 나온 잘록한 몸매가 장난이 아니다. 이쪽은 섹시하다 못해 음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폭력적인 몸매였다.

'무슨 가슴이..’

같은 여자끼리라도 자기 가슴 크기를 기준으로 더 작다거나 크다거나 하는 정도의 체감밖에 없었기에 임예진의 가슴은 D나 E 정도 된다고 대충 짐작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유서연의 가슴은 눈으로는 도저히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컸다.

그냥 크기만 하더라도 반칙 수준인데, 모양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쁘게 잡혀 있다.

가슴이 저렇게 크면 처지는 게 당연할 텐데. 유서연의 가슴은 압도적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주 살짝 가라앉았을 뿐 예쁜 가슴 특유의 둥그렇고 탄력적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나도 이해해. 솔직히 반칙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네에.."

옷을 전부 벗고 옆으로 다가온 임예진이 유서연의 가슴을 홀린 듯이 쳐다보고 있는 김민아에게 다 안다는 듯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아니라고 대답하기에는 저 가슴이 가진 위력이 너무 말도 안 되는 탓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었다.

"한번 만져보고 싶지 않아?"

"네, 네!?"

"솔직히 궁금하잖아. 나도 만져 봤어. 언니도 한 번 만져보게 해달라고하면 만지게 해줄 걸."

"그, 그게.."

만져보고 싶다.

같은 여자끼리 뭐하러 그러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유서연의 가슴은 성별을 넘어서, 오히려 같은 여자였기에 더 궁금증을 유발하는 마력이 있었다.

"언니, 민아가 언니 가슴 만져보고 싶다는데. 괜찮아?"

"뭐..?"

"아, 아니에요!"

벗겨놓은 최민석의 옷을 개 놓고 있던 유서연의 시선이 임예진을 지나 자신에게 꽂혀 들자 김민아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서연이 가슴이 장난 아니긴 하지. 궁금하면 만져봐. 만져보면 더 장난 아닐걸?"

"아, 아니. 니가 왜.."

"만져봐도 괜찮아."

"네..?"

유서연의 가슴을 만지는 걸 최민석이 허락하는 것도 이상한 일인데, 유서연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며 마음대로 해보라는 듯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냥 평범하게 서 있는 자세일 뿐인데, 어째서인지 만져보라며 가슴을 앞으로 내민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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