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화 > 아직 화 풀린 거 아니거든!? (5)
조용한 모텔 방 안 가득 거칠게 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퍽! 퍽! 퍽!
"후우..! 후우..!"
그 외에 들려오는 소리라면 내가 짧게 들이켜고 내뱉는 소리 뿐. 김민아에게서는 이미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뷰릇! 븃! 뷰르르르릇!!
"크으.."
반응이 없으니 언제 사정할지 미리 예고해줄 필요도 없다.
내키는대로 허리를 처박다가 느낌이 올라온 순간 참지 않고 그대로 자지를 깊숙이 쑤셔 박으며 마음껏 사정했다.
뷰르르릇! 븃! 뷰릇!
"......"
다 들어가지도 않던 자지가 뿌리까지 처박힌 채로 격렬하게 사정 당하고 있음에도 김민아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희미하게 허리를 움찔대기만 하고있다.
두 번째 사정까지는 어떻게 의식을 유지한 채로 버텨냈지만 그대로 쉬지도 않고 세 번째를 시작한 순간 잠깐 더는 무리라는 듯 버둥거리다 버티지 못하고 실신해버렸다.
그럼에도 내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박아대자 억지로 깨어나 한 차례 더 허리를 비틀고 팔을 뒤로 휘적대며 저항했지만 결국은 다시 한번 의식이 끊어졌고, 이제는 아예 반응조차 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뷰릇..! 븃..! 뷰르릇..!
"후아아.."
격렬한 섹스는 익숙하지만 이렇게 상대가 실신하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고 거침없이 욕구만 쏟아내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는 일이었기에 자지가 아직 불끈거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나름 개운한 기분이었다.
쯔어억..!
"어우.."
사정을 전부 끝마치고, 꿈틀대는 질내의 감촉을 만끽하며 잠시 숨을 돌리다가 자지를 뽑아내자 자지 뿌리까지 달라붙은 애액이 거미줄처럼 늘어지고, 자지가 빠져나간 구멍 안쪽에서 한 박자 늦게 새하얀 정액이 꿀럭꿀럭 새어 나오며 뚝뚝 흘러내렸다.
"..이 정도면 만족했겠지?"
상황만 보자면 제발 그만해달라는 김민아를 내가 억지로 범한, 강간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거야말로 김민아가 원하는 플레이였을 테니 사실상 합의된 플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엎드린 자세 그대로 미동도 않는 김민아를 똑바로 눕혀 상태를 확인해보니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있고, 눈물 자국까지 남아있었다.
하지만 눈을 감고 가쁜 숨을 흘리고 있는 표정은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아마 그럴 것이다.
스륵, 스윽 하고 거침없이 김민아의 옷을 벗긴다.
옷도 벗지 않고 본방에 돌입한 탓에 옷 안쪽은 얼굴 이상으로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고, 가슴을 가리고 있는 브라 역시 차라리 입지 않는 게 나을 수준으로 축축한 상태였다.
"이렇게 보니까 또 꼴리네."
브라를 벗겨낸 순간 크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굴곡이 드러나는 가슴이 작게 흔들리며 모습을 드러내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의 매끈한 라인이 한눈에 들어오자 반사적으로 자지에 불끈 힘이 들어가버렸다.
고시원에서는 기본적으로 노브라 차림으로 지냈던 김민아였기에 알몸 정도는 지겹게 봤었지만 간만에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나 역시 옷도 제대로 벗지 않고 바지만 벗겨진 채로 덮쳐졌기에 거침없이 윗옷을 벗어 적당히 던져두고, 터덜터덜 욕실 안쪽으로 들어가 욕조에 있는 수도를 틀었다.
모텔에 있는 욕조는 대부분이 최소 두 명은 들어갈 수 있도록 사이즈가 큰 걸 사용하는 편이고, 이곳 역시 좁게 사용한다면 서너 명은 들어갈 정도 넓이는 됐다.
"..읏샤."
다시 방으로 들어와 잠든 김민아를 번쩍 안아 올려 욕실로 들어와 최대한 편안하게 앉혀놓고 옆에 앉아 머리를 기대게 만들었다.
물 온도도 적당히 뜨거운 정도로 딱 좋았으니 이 정도면 감기 걸릴 일은 없으리라.
김민아가 언제 깨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제법 땀을 흘린 뒤라 욕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나쁘지 않았고, 평소에도 한두 시간 정도는 욕조에서 시간을 보내는 탓에 어느 정도는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뜨듯한 욕조 안에서 다리를 쭉 뻗고 힘을 빼자 이내 나른하게 몸이 늘어지는 감각과 함께 머릿속이 텅 비는 것처럼 잡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얌전히 머리를 기댄 채로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내던 김민아의 몸이 작게 뒤척였다.
"으으응.."
처음에는 눈살이 희미하게 찌푸려지는가 싶더니, 갑작스럽게 감겨있던 눈이 번쩍 뜨인다. 잠에서 깨는 버튼이라도 누른 것 같은 모양새였다.
"무슨.. 힉..!?"
잠시 멍하나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피던 김민아는 이내 자기 몸을 내 어깨에 기대고 있다는 걸 깨닫고 옆으로 휙 물러나며 양 팔로 가슴을 가렸다.
"오?"
우스운 일이지만 여자가 저런 식으로 가슴을 보면 봤지, 저런식으로 가리는 모습을 본 일은 거의 없었기에 오히려 저렇게 가리고 있는 모습이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오, 는 무슨 오야! 변태 새끼!"
"아니, 이번엔 아무짓도 안 했잖아."
"기, 기절한 사람 다 벗겨서 옆에 앉혀놓고 뭘 아무것도 안 해!?"
그것도 그렇다. 그래도 이번에는 나름 변명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대로 방치해 두고 혼자 들어 오는 것보단 낫잖아. 땀도 엄청 많이 흘렸는데 내버려 뒀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 그거야..! 그래도..!"
뭔가 좀 더 쏘아붙이고 싶은데 할 말이 없는 모양이다.
잠시 분한 표정으로 입술만 달싹이던 김민아는 이내 뭔가가 떠올랐는지 눈을 확 치켜뜨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그, 그만해 달라고 했는데 계속 했잖아! 그것도 기절할 때까지..!"
"그게 니가 좋아하는 플레이니까.."
"안 좋아하거든!?"
"좋아하잖아."
"안 좋아한다고오!!"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김민아의 취향에 대해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그도 그럴 게, 고시원에서 함께 지낼 때 평일에는 적당히 하고 끝냈지만 주말이 되면 항상 이른 저녁에 모텔에 가서 매번 자기 입으로 실신할 때까지 멈추지 말고 박아달라고 말했으니까.
처음에는 아무리 느긋하게, 부드럽게 관계를 즐기더라도 항상 마무리는 그렇게 해달라며 요구를 받아왔던 나로서는 김민아의 취향을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
"..뭐, 뭘 보는데!?"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김민아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김민아 역시 찔리는 부분이 있는 듯 조금씩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다가 참지 못하고 빽 소리쳤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씨이.."
뭐라고 떠들어도 지금은 안 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적당히 굽히고 들어가자 이번에는 자기 화를 이기지 못하고 씩씩거린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뭐라고 또 말해봤자 좋은 반응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도 확실했기에 김민아의 화가 조금 누그러지고, 분위기가 다시 어색해질 때쯤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땠어?"
"..뭐가."
"최면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했던 거잖아. 이상 없었지?"
"......"
이번에는 김민아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그때는 그냥 분위기상 그렇게 흘러가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섹스 좀 해본다고 최면에 걸렸는지 걸리지 않았는지 알 수 있을 리가 없지않은가.
정말 그런 게 가능했다고 해도 삽입하자마자 가버리고, 그대로 빠르게 이성을 잃어버려 빨리 박아달라며 애원했던 입장에서 할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어, 없는 것 같아."
김민아는 솔직하게 본심을 드러내는 것보다 뻔히 보이는 허세를 부리는 쪽을 고른 모양.
그래봤자 서로가 허세라는 걸 알고 있고, 상대가 눈치 채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다 드러나는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이렇게라도 추궁당하지 않고 넘기고 싶다는 뜻이리라.
여기서 괜히 조금 더 놀려보겠다고 김민아를 자극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합의하고 넘어가 주는 게 나았다. 놀리는 건 나중에 관계가 회복된 다음에도 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네. 이상 없었다는 건 전처럼 똑같이 기분 좋았다는 거지?"
"......"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적당히 내뱉고 보니 이번에도 김민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질문이었다.
"나쁜 새끼.."
"..미안."
이번에는 최소한의 변명거리조차 찾지 못한 김민아가 잔뜩 열 받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나도 곧바로 사과하면서 더는 얘기하지 않고 넘어갔다.
결국은 그렇게 말없이 어색한 공기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이쪽을 힐끔거리는 시선에 다시 입을 열어야했다.
"한 번 더 해도 돼?"
"뭐, 뭘.."
"아까는 너무 빡세게 하느라 제대로 못 즐겼잖아. 분위기도 어색하고, 지금처럼 어색하게 있을 거면 차라리 딴생각 안 나게 기분이라도 좋아지자고."
"벼, 변태 새끼..! 그게 할 말이야!?"
김민아는 욕탕의 열기로 상기된 얼굴을 한층 빨갛게 물들이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역정을 냈지만 막상 그렇게 대놓고 정색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일단 몽마가 되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잖아. 응? 한 번만 해주라. 너무 하고 싶어서 그래."
비굴하지 않을 정도로만 최대한 자세를 맞추고 거의 매달리는 말투로 부탁했다.
자존심?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쓸데 없는 상황에서까지 챙길 생각은 없다.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친한 상대에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위해서 취하는 태도였으니 자존심 상할 만도 아니었다.
김민아는 내가 갑작스럽게 저자세로 나오자 당황한 듯 어깨를 움찔 떨면서도 고민하는 듯한, 뭐라고 형용하게 어려운 표정으로 살짝 시선을 피했다가 이내 다시 힐끔 눈을 맞추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 어떻게 하고 싶은데."
"해줄 거야?"
"..닥치고 말하기나 해!"
섹스에 '어떻게'라는 설명을 덧붙이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욕조에서 할 수 있는 체위라고 해봐야 몇 개 없었으니 대충 떠오르는대로 대답하면 그만이었다.
"이리 와봐."
"뭐, 뭔데?"
"빨리. 응? 어차피 떨어져서 하는 것도 아니잖아."
"치이.."
내가 거듭 재촉하자 김민아는 여전히 여러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몸을 일으켜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매끄러운 피부와 날씬하게 빠진 몸매는 몇 번을 봐도 마음에 든다.
가슴이 작은 게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이미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대라 그런지 그런 아쉬운 부분 역시 귀엽게 느껴졌다.
"..자, 됐어?"
내가 앉은 자리에서 바로 한 걸음 앞까지 다가온 김민아는 한팔로는 가슴을 가리고, 한쪽 손으로는 허벅지 사이를 가리며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응. 이리 와."
"으.."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이 안기라는 듯 팔을 벌리며 말하자 김민아는 조금 망설이는 듯 신음을 흘리면서도 결국은 천천히 몸을 낮춰 내 위에 올라타며 자연스럽게 불끈 서 있는 자지를 보지에 맞추고 천천히 허리를 내리며 품에 안겨왔다.
"하으.. 아으응.."
물 속에서 삽입이 이뤄지는 탓에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내가 잔뜩 싸지른 정액이 안에 남아있는 덕분에 미끄러지듯 매끄럽게 삽입이 이뤄졌다.
"진짜.. 쓸데없이 크기만 해선.."
"작은 것보다는 낫잖아."
귀두가 자궁구를 쿡 찌를 때까지 허리를 내려 삽입을 끝마친 김민아가 몸을 살짝 떨어뜨린 채로 투덜거렸지만 칭찬이나 다름없는 말이라 기분이 나쁘기는 커녕 좋기만 했다.
"하아.. 좋다. 얼마 만에 이러는 거야."
"야, 야..! 맘대로 달라붙지 마..!"
위에 올라탄 김민아를 그대로 끌어당겨 품에 안자 품에 안긴 김민아가 작게 버둥거린다. 하지만 정말 정색하며 때리거나 밀어내지 않는 걸 보아하니 마냥 싫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움직여도 돼?"
"마, 맘대로 하면 되잖아."
같은 말이라도 말투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지금 김민아의 말투는 튕기는 척하면서도 정말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라고 허락하는 거나 다름없는 말투였기에 그대로 얕게 허리를 당겼다 밀어 붙이며 부드럽게 질내를 찔렀다.
"아응.. 아앙.. 앙.."
"기분 좋지?"
"몰라아.. 앙.. 맘대로.. 아응.. 하라구우.."
거칠게 퍽퍽 쑤셔댈 때와는 달리 지금은 김민아도 느긋하게 쾌감을 느끼면서도 여유롭게 대답까지 할 수 있었다.
"뭐, 뭐야."
품에 안았던 김민아를 조심스럽게 뒤로 밀어내고 얼굴을 마주 보자 쾌감으로 느슨하게 풀어져 있던 얼굴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시선을 피하지는 않고 똑바로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김민아의 마음이 많이 풀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키스도 해도 돼?"
"..마음대로 하라고."
조금 전까지 똑바로 눈을 마주치던 시선이 슬그머니 옆으로 돌아가며 도망친다. 하지만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 나오는 행동이었기에 걱정할 일은 조금도 없었다.
"고마워."
"그냥.. 응읍.. 우움.. 웅.. 츄웁.."
이번에는 대답을 끝까지 듣지 않고 입을 맞추며 슬그머니 혀를 밀어 넣자 입 안에서 움찔하고 굳었던 혀가 조심스럽게 얽혀들어온다.
서로의 혀가 부드럽게 뒤엉키는 감촉을 만끽하며 다시 한번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