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1화 > 생일 축하 서프라이즈 이벤트 (1)
찰박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욕조의 수면이 얕게 파도친다.
항상 만나는 모텔의 욕실. 정혜수는 욕조 안에서 내 위에 올라타 몸을 밀착시키고 마주 안은 자세로 허리를 흔들며 느긋하게 쾌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응.. 하아.. 아우응..♡"
얕은 움직임과 마찬가지로 얕게 흘러나오는 신음이 욕실을 채운다.
가끔씩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아직 차는 출고일 까지 시간이 남았고, 정혜수도 대학 생활이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기에 매일같이 만나 몸을 섞었다.
내가 나쁜 놈이라는 확신을 주는 최면을 거두긴 했어도 그간 쌓은 이미지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변명과 적당한 섹스로 관계를 나쁘지 않게 만드는 건 쉬운 일이었다.
그 사이 이지은과 함께 가진 잠자리는 두 번. 그때마다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로 최민석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줄어든다] 같은 최면을 걸어 이지은의 관심을 조금씩 깎아내고 있었다.
"이제 내일부턴 혜수도 대학생이네?"
"아응.. 뭐예요.. 갑자기.."
"그냥. 내일부턴 정말 자주 못 만나게 되니까 아쉬워서 그렇지."
"어차피 또 마음대로 부를 거면서.."
"그것도 서로 일정이 맞아야 가능하지. 바쁜데 억지로 불러낼 생각은 없어. 혜수가 부르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겠지만. 쪽."
조금 오글거리는 게 아닌가 싶은 멘트를 내뱉었다가 무안함을 달래기 위해 정혜수의 유두에 쪽 입을 맞추며 가볍게 빨았다.
"햐응..! 진짜.. 입 발린 말만 하고.. 그러니까 지은이가 미련을 못 버리는 거잖아요.."
말은 이렇게 하는 주제에 입꼬리가 희미하게 씰룩거리고, 질내가 꽈악♡ 조여들며 솔직하게 반응한다.
그리고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며 내 목을 끌어안고 입술을 꾸욱 밀착시키며 혀를 밀어 넣었다.
"하웅.. 움.. 츄룹.. 쯉.. 츄웁..♡"
얼마 전까지의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던 목석같던 키스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자기 스스로 스스로 혀를 얽혀들며 끈적하게 뒤섞이는 키스는 정복감을 제대로 채워주는 요소였다.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질내가 곧 가버릴 것처럼 구불거리며 경련해온다. 부드럽게 풀어진 눈썹에 힘이 들어가며 휘어지는 표정을 보아하니 곧 가버릴 것 같은 모양이었다.
"하웅..! 움, 후으웅..! 후으으응..!!"
움찔! 움찔!
목을 끌어안고 완전히 밀착해 달라붙은 몸이 절정의 쾌감으로 움찔움찔 떨려온다. 절정 중인 보지가 경련하며 자지를 마구 조여대고 있었다.
"하우으.."
"갔어?"
"보, 보면 알잖아요.."
"혜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서 그렇지."
"정말.. 갔다구요.. 자기가 이렇게 만들어 놓구선.."
나름대로 화해하기는 했어도 원래 성격 자체가 자존심이 세고 까칠한 탓에 매번 이런 식으로 소소한 항복을 받아내는 재미도 있었다.
'아깝게 말이야.'
이대로 놔주기는 아깝긴 하지만 정혜수와의 관계는 미리 생각해둔 대로 내 쪽에서 가끔 생각나면 부르고, 본인 쪽에서 도저히 못 참겠다고 연락하면 가서 즐겁게 맛보고 만족시켜주는 정도의 관계로 충분했다.
유서연이나 임예진의 외모가 원래 90점에서 몽마가 되면서 100점이 됐다고 한다면, 정혜수는 80점 정도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몽마로 만들 정도는 아니기도 했고, 만나는 여자마다 몽마로 만들어버리면 정작 필요할 때 안정적으로 정기를 수급할 상대가 없어지는 만큼 자제가 필요했다.
"오빠도 이제 한 번만 싸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오빠가 직접 움직일까? 아니면 이번에도 혜수가 해줄래?"
"뭐에요.,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시간 없다는 거, 진짜였어요?"
"뭐하러 거짓말을 해? 조금 있다 친가에 내려가야 하는데, 혜수랑 조금이라도 더 있으려고 최대한 시간 낸 거야."
"그, 그런 말 좀 하지 말라니까..!"
이번 대사는 아까보다 부끄러웠던 걸까. 정혜수의 뺨이 살짝 빨갛게 물들면서 다시 한번 질내가 꽈아악♡ 조여들어 자지를 힘껏 압박해왔다.
"..제가 해줄 테니까 오빠는 가만히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정혜수의 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느긋하게 쾌감을 즐기던 아까와는 달리 귀두가 자궁을 꾸욱 누를 정도로 깊게 허리를 내리고 위아래로 빠르게 자지를 훑어내는 움직임이었다.
"아우읏..♡ 아앙..♡ 하아앙..♡"
자신의 쾌락보다 이쪽을 만족시키려는 의도가 느껴지는 격렬한 섹스. 하지만 움직임이 격렬해진 만큼 당사자 역시 더 크게 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시간만 있었으면 아예 그만하게 해달라고 울려놓고 나가는 건데.'
아쉽게도 오늘은 정말로 일정이 하나 있다. 평소처럼 저녁때쯤에 정혜수와 약속을 잡고 나가려는데, 유서연에게 오늘은 조금 일찍 돌아올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받은 탓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긴 했는데, 그건 와보면 알 거라고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말하길래 굳이 캐묻지 않았다.
뭔지는 몰라도 여덟 시에 들어와달라고 시간까지 지정한 걸 보면 나한테 보여줄 게 있거나 좋은 소식이 있는 것 같았는데, 괜히 미리 캐물어서 흥을 깰 필요는 없었으니까.
"슬슬.."
"흐응읏..! 알아요..! 자지 불끈불끈 해서엇..♡ 마음대로 싸도 갠차느니까앗..♡"
그동안 집요하게 속성으로 경험을 때려 박은 덕분에 정혜수는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지의 반응만으로 사정의 전조를 느끼고 허리를 깊게 내려 다시 한번 자궁을 꾸욱 짓눌러 사정을 재촉했다.
"후우우.."
사정감이 차오른 자지를 깊게 받아들이며 질내 전체를 힘껏 조이는 쾌감에 짧게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힘을 풀고 정혜수의 질내에 사정한다.
뷰르릇! 뷰릇! 뷰르르르릇!!
"흥윽..! 읏, 아앙..! 정액..♡ 뷰릇뷰릇..♡ 뜨거워..♡"
허리를 깊게 내린 채로 사정을 받아들이며 눈을 질끈 감고 쾌감을 만끽하는 정혜수의 표정은 누가 보더라도 섹스에 빠져든 여자의 얼굴이었다.
뷰르르릇! 뷰릇! 뷰르릇!
"하으..♡ 앙..♡ 헤으읏..♡"
자지가 불끈거리며 몇 번씩 정액을 쏟아낼 때마다 멍하니 중얼거리는 소리가 줄어들고 요염하게 달뜬 신음만이 남는다.
뷰릇..! 븃..!
"하아아..♡"
기어이 허리를 깊게 내린 자세 그대로 사정을 전부 받아낸 정혜수가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린 표정으로 만족스럽게 한숨을 쉬며 품에 꼬옥 안겨 왔다.
"후우.. 엄청 좋았어. 그래도 이젠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청소좀 해줄래?"
"흐응읏..! 진짜 분위기도 못 읽고.. 아움..♡"
축 늘어진 정혜수를 번쩍 들어 올려 자지를 뽑아내고, 그대로 움찔거리고 있는 정혜수의 입술 위로 귀두를 갖다 대며 꾹꾹 눌러 문질러대자 정혜수는 투덜거리면서도 그대로 자지를 입에 물고 정성껏 핥아댄다.
그렇게 청소 펠라까지 확실하게 받고 함께 욕실에서 나와 옷을 입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걸음을 멈춘 정혜수가 갑작스럽게 말을 꺼냈다.
"오늘은 택시 타고 갈 거니까 먼저 가요."
"응? 왜? 데려다줄게. 아직 그 정도 시간은 있어."
"바쁘다면서요. 괜히 아슬아슬하게 시간 맞춰 가지 말고 좀 여유 있게 가면 좋잖아요. 택시 타고 집 가는 게 처음도 아니고. 상관없어요."
내가 자기 때문에 억지로 시간 냈다는 말을 신경 쓰고 있는 걸까. 드물게 섹스 중이 아닌 데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혜수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럴 거면 한 번만 더 하고 나오는 건데. 아쉽네?"
"..발정난 티 그만 내고 빨리 가기나 해요. 괜히 늑장 부리다 늦지 말고."
"하여튼 귀엽다니까. 자, 이리 와봐."
"뭐, 뭔데요."
"귀여워서 뽀뽀 한번 해주려고. 오빠 늦기 전에 빨리 와서 받고 가."
"진짜.. 자기 시간 갖고도 협박을 하네.."
정혜수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터벅터벅 다가와 아무 데나 마음대로 하라는 듯 발끝을 살짝 들어 내 쪽으로 뺨을 내밀었다.
"..쪽."
"이, 이제 됐죠? 저 갈 거니까 오빠도 빨리 가요."
입술이 닿고, 쪽 소리가 나자마자 뒤로 물러난 정혜수는 새빨개진 얼굴로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고는 몸을 홱 돌려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 간다.
"꼴리게 하네 진짜."
정력이야 원래 남아돈다지만 바지 안에서 자지가 불끈거리고 있으니 괜히 아쉽고 감질난다. 유서연이 뭣 때문에 일찍 와달라고 한 건지는 몰라도 이 아쉬움을 달랠 만한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차에 올랐다.
운전이야 이제는 익숙하고, 이 모텔에서 집까지 가는 길은 더더욱 익숙하다.
그래도 아직은 운전 경력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초짜였기에 가능한 방심하지 않고 긴장을 유지하며 운전해서 아파트에 돌아와 주차를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17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위로 올라가고, 이내 층에 도착하며 문이 열렸다.
짧은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 현관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누른다.
삐빅-! 삑-! 삑-! 띠리링~!
익숙한 알림 소리와 함께 잠금이 풀리고, 문을 열며 현관으로 들어온 순간.
""다녀오셨어요♡""
현관 바로 앞에서 유서연과 임예진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오고, 전혀 예상 못 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오우야.'
정혜수와 끝까지 즐기고 오지 않은 일 따위는 조금도 아깝지 않다.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눈앞의 광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자지가 벌떡거릴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우선은 유서연.
뽀얗고 새하얀 피부와는 대조되는 검은색 레오타드와 그 위로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은 훤히 드러난 아슬아슬한 가슴골, 그리고 촘촘한 망사 스타킹에 검은색 하이힐. 아무것도 없는 어깨 위로는 하얀 초커와 검은색 리본, 마지막으로 위로 길게 뻗은 검은색 토끼 귀까지.
코스프레 야동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섹시한 바니걸이 눈앞에 있다. 그것도 어지간한 야동 배우로는 감히 비비지도 못할 예쁜 얼굴까지 겸비한 채로.
거기에, 임예진의 복장 역시 장난이 아니다.
하얀색과 진한 파란색이 대비되는 세라복 차림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스커트가 짧고, 그 허벅지의 대부분을 검은색 니삭스로 채워 넣어 시선을 잡아끈다. 매끈한 11자 라인의 복부가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짧게 줄인 상의는 원래 코프스프레긴 했지만 이제는 차마 교복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수준이었다.
내가 찬찬히 두 사람의 옷차림을 전부 훑어내리고 나서야, 다음 대사가 이어진다.
""생일 축하드려요♡""
"생일?"
싱긋 웃으며 한 발짝 다가오는 두 사람에 반해 평생 들어볼 일이 거의 없었던 낯선 단어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일이.. 오늘이었구나.'
평생 생일이라는 날을 의식한 적이 없었기에 조금 가물가물했지만 주민번호 정도는 당연히 외워놓고 있었기 때문에 금방 오늘이 생일이 맞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평생 받아본 생일 선물이라고는 군대에서 받았던 별맛도 없는 쌀케이크 뿐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선물을 받으니 기분이 굉장히 미묘했다.
물론 기분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었다. 기분은 좋지만 이걸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 그 부분이 너무 낯설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