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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시스템-208화 (208/775)

< 208화 > 친구한테는 비밀인 섹스 프렌드♥ (1)

면허 시험은 합격했다.

시험이 몇 번씩 연습한, 미리 정해진 코스에서만 진행되는 탓에 반 정도는 암기식으로 합격한 감이 있어 실전에서 운전을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은 조금 부족했지만 그거야말로 오늘부터 타고 다니면서 익히면 될 일이었다.

"히잉.. 마지막 날인데.."

"미안해. 한 달 동안 얼굴도 안 비췄더니 아버지가 난리네.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오늘은 면허를 딴 김에 아버지와 만나 차를 뽑고, 운전하는 것도 보여드리면서 돌아다닐 예정이라고 미리 말을 해뒀음에도 아쉬워하는 이지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줬다.

"..어차피 반은 우리 때문이잖아. 어차피 오늘 아니면 못 만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긴 해두.."

옆에서 정혜수가 살짝 거들었지만 아쉬운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을 뿐. 아직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 입학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잖아. 또 데이트하고 놀면 되지. 응?"

"알았어요.."

그래도 천천히 달래주니 아쉬워 하면서도 받아들인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나한테 매달리게 만들 생각은 없었고, 대학 생활을 시작할 때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으니 한두 번만 더 만나고 적당히 날 의식하지 않게 만들 생각이었다.

"아, 택시왔다. 오빠 가볼게?"

"잘 가요."

"나중에 연락주세요! 꼭이요!"

내심 빨리 가버리라는 듯한 정혜수의 인사와 아직도 미련을 떨쳐내지 못한 이지은의 인사를 받으며 택시에 올랐다.

목적지는 인근에 있는 자동차 매장. 모처럼 면허도 땄겠다, 곧바로 차부터 한 대 뽑을 생각으로 이미 유서연을 매장에 대기시켜놓은 상태였다.

[최민석 : 지금 택시 탔어. 곧 갈 거야.]

[유서연 : 기다리고 있을게요.]

메세지를 보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답장이 돌아온다.

오늘은 평일이었지만 유서연도 이미 물류창고 일을 그만둔 뒤라 얼마든지 내 일정에 맞출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백수로 지낼 생각은 아닌 모양이고, 가게를 하나 차리겠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최면 능력을 얻고, 최면 사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봤던 성인 소설이나 만화에서 가장 자주 봤던 소재인 마사지사로 일하며 손님들을 따먹는 전개.

유서연이 그걸 알고 결정한 건지는 몰라도 그런 가게를 통해 괜찮은 여자를 물색하고 고객으로 만들어서 내가 맛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계획을 가지고 내린 결정이었다.

마사지샵..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싸 보이고, 미용 센터라고 하기에는 너무 건전하다. 에스테틱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나도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했고,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도로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서연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양팔 벌려 품에 안겨 온다.

"주인니임♡"

"그래, 그래. 많이 기다렸어?"

"얼마 안 기다렸어요. 주인님이랑 데이트한다고 생각하니까 심심하지도 않았구요..♡"

"하여튼 귀엽다니까."

내 품을 꼬옥 끌어안고 애교를 부리는 유서연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사실 데이트라고 할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유서연과 함께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기는 했었다.

"주인님.. 저도요.."

"그래. 예진이도 이리 와."

"아잉..♡"

유서연이 이미 몸 한가운데를 혼자 차지해버린 탓에 혼자만 떨어져 안달 난 표정으로 다가온 임예진 역시 한쪽 팔로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대낮부터 두 명이나 되는 미인한테 안겨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시선을 보내왔지만 이 정도는 이제 익숙했다.

"그래도 달라붙는 건 밤에 하고, 일단은 들어가자."

아무리 익숙해졌다고 해도 잠깐 껴안는 정도지, 대낮부터 여자 양옆에 껴안고 돌아다닐 정도로 낮짝이 두껍지는 않다.

아쉬워하는 유서연과 임예진을 살짝 떨어뜨리고, 평범한 일행처럼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자동문이 열리자마자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허리를 숙여 맞이해준다.

매장 안에 차가 이것저것 늘어서 있긴 한데, 차알못인 내 시선으로 보기에는 외견만 조금씩 다를 뿐이지 크게 다르다고 느낄 만한 차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원하는 조건 안에서 유서연이 알아서 차를 골라뒀을 테니 나는 유서연이 선별해둔 차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고르기만 하면 됐다.

"바로 차부터 보러 갈게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죠."

유서연은 나와 대화할 때와는 달리 도도하고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직원에게 말했고, 직원 역시 긴 말 하지 않고 매끄러운 걸음으로 곧장 앞서 걸어 나간다.

가격대는 너무 비싸지는 않아도 여자들 앞에서 돈 없다는 티는 나지 않을 정도로, 쓸데없이 요란한 슈퍼카나 오픈카 같은 건 제외.

너무 눈에 띄지 않고 그냥 사람들이 보면 '비싼 차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만 되면 충분하다는 게 내 요구사항이었다.

가장 먼저 직원이 멈춰선 곳에 자리한 건 매끈하게 빠진 검은색 차량이었다.

"이번에 신형으로 나온 메르세데스 S-클래스입니다."

"..흐음."

직원의 시선과 목소리는 명백하게 내 쪽으로 향해 있다. 가게에 들어와 이것저것 견적을 전달해놓고 협의를 마친 건 유서연이었지만 그런 유서연이 밖에 나가서 날 기다리고 있다가 함께 시점에서 이 쇼핑의 결정권자가 나라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직원은 차분하고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자동차의 정확한 모델명과  하이드리드니 마력이 어떻다느니하는 자동차의 스펙을 소개하고 있었지만 적당히 한 귀로 흘리고 외형만 살폈다.

앞에 메르세데스인지 뭔지는 몰라도 벤츠 정도야 당연히 들어봤다. 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보게 되는 차종 중 하나였으니까.

"이거, 어떻게 생각해?"

"타고 다니시기엔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타보시고 마음에 안 드시면 그땐 예진이 주고 새로 하나 더 사셔도 괜찮으니까요."

"그것도 그렇네."

임예진도 지금은 면허를 따는 중이었다. 면허 학원도 같이 다니고 싶어 하긴 했지만 내가 이지은과 정혜수를 작업하는 중이라 결국은 다른 곳으로 등록해서 같이 다니지는 못했다.

하고 싶은 일 역시 대강은 정해뒀다고 하는데, 나중에 제대로 일자리를 구한 다음에 말해주고 싶다길래 그것 역시 깊이 캐묻지는 않았다.

"예진이는 나중에 이거 받아도 괜찮지?"

"저야 뭐.. 감사하죠."

임예진도 돈이 없이 지낸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처럼 서민적인 감각이 남아 있어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뭐, 일단 이걸로 하자. 이건 얼맙니까?"

"..2억 4천 6백 20만 원입니다."

직원도 내가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지, 쓸데없는 말을 줄이고 깔끔하게 가격만 불렀다. 내가 너무 티를 낸 건지 눈치가 좋은 건지. 아무튼 나야 편해서 좋았다.

"이걸로 할게요."

액수가 이쯤 되니 현실감각이 둔해졌는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내 지분이라고는 1퍼센트도 없는 애인 돈으로 비싼 외제차를 사고 있었지만 쪽팔리거나 하는 느낌은 조금도 없었다.

"오늘 바로는 못 끌고 나가죠?"

"예. 계약만 마무리되면 최대한 빠르게 출고 일정을 잡아드리겠습니다. 결제는 어떻게.."

"일시불로 할게요."

이번에는 유서연이 먼저 대답했다.

"옵션은.."

"썬팅만 최대한 짙게 해줘. 나머지는 알아서 해주고."

혹시라도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일을 할 때를 대비해서였다. 나머지는 내가 말한대로 유서연 쪽에서 알아서 해줄 것이다.

적당히 계약서를 확인하고, 여기저기에 서명을 끝마치고, 유서연 쪽에서 결제까지 끝마치고 나서야 매장 밖으로 나와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오늘은 내가 운전할게. 집중해야 하니까 둘 다 뒤에 타."

유서연의 차도 제법 값이 나가는 외제차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저 내 연습용 차량에 불과했다.

처음으로 실전에서 해보는 운전은 조금 긴장되기는 했어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집중해서 안전운전을 하다 보니 어느새 단지 앞에 도착해 차를 세운 뒤였다.

"후우.."

"수고하셨어요."

차를 세워놓고 짧게 한숨을 쉬자 뒤에서 유서연과 임예진이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네온다. 겨우 집까지 운전 한번 한걸로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려니 조금 간질간질한 기분이었다.

"먼저 들어가 있어. 난 볼일 좀 보고 들어갈 거니까."

"네."

"다녀오세요."

내 차가 아닌 유서연의 차였음에도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내리게 만들고, 단지 안으로 걸어가는 둘에게 적당히 손을 흔들어주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최민석 : 어디야?]

[정혜수 : 카페에요.]

반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메세지 옆에 숫자 1이 사라지고 나서도 뒤늦게 돌아오는 답장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장소는 매번 정혜수와 약속 장소로 잡았던 카페. 자기가 몸을 대줄 테니 이지은과 헤어져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장소기도 했다.

[최민석 : 금방 갈 거니까 기다리고 있어.]

이번에는 아예 답장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차를 몰아 정혜수가 기다리고 있을 카페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 앞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다시 핸드폰을 꺼냈다.

[최민석 : 길에 차 세워뒀으니까 와서 타.]

카페 창문 너머로 다리를 작게 떨며 앉아있던 정혜수가 핸드폰을 확인하고 몸을 일으키는 게 보인다.

"이쪽이야."

"......하아."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카페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정혜수를 부르자 이런저런 감정이 뒤섞인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한숨을 쉰 정혜수가 앞문을 옆고 옆자리에 앉아 쾅 문을 닫았다.

내가 집이 잘 산다는 거짓말을 해놓은 덕분에 갑자기 생겨난 차에 대한 의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원래는 새 차 뽑고 바로 태워주고 싶었는데, 나올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네."

"그 차는 제발 탈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까칠하긴. 하기야 그게 혜수 매력이긴 하지."

자연스럽게 또 보기 싫다는 정혜수의 독설을 흘려넘기고 창문을 닫는다. 가능하면 운전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내 운전 실력에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뭔데요?"

"뭐가?"

"오늘은 또 왜 부른 거냐고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따박따박 할 말만 전달하는 정혜수의 말투에서는 여전히 적대감이 뚝뚝 묻어나온다. 하지만 이제는 저 적대감이 그냥 모양만 내고 있는 수준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지금 정혜수와의 만남은 전날부터 미리 약속해둔 일정이었다.

처음으로 이지은과 셋이 함께 3P를 즐긴 이후로 사흘에 한 번씩, 두 번 더 셋이 함께 잠자리를 가졌다.

그 외에는 약속한 대로 정혜수를 부르지 않고 이지은과만 섹스를 했지만 어젯밤에 정혜수에게 따로 메세지를 보내 오늘은 이지은이 아니라 너랑 만날 거라고, 일정을 비워두라고 미리 약속을 잡아둔 것이다.

"면허만 따면 지은이랑 조금씩 거리를 두기로 약속했잖아. 그렇다고 해서 다짜고짜 연락을 끊어버릴 수는 없는 거고, 그 얘기 하려고 부른 거야."

"..알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요?“

이지은에 관한 화제로 넘어가자 적대감으로 차 있던 정혜수의 태도가 조금 누그러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이었다.

"일단.. 평소처럼 모텔 가서 얘기할까?"

"그, 그 얘길 왜 모텔에서 해요! 장난쳐요!?"

"하는 김에 우리 혜수 욕구도 좀 풀어주려고 가는 거지. 왜, 싫어? 그러면.. 일정도 비는데, 다시 지은이 불러서 데이트나 할까?"

"..으득."

아직까지도 주도권은 내게 있다는 걸 실감한 정혜수는 분한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상당히 힘을 주지 않으면 저렇게 소리가 나기는 힘든데, 어지간히도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래서, 안 갈 거야?"

"..알았으니까 가기나 해요."

"하여튼 귀엽다니까."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것도 잠시. 이내 익숙하다는 듯 감정을 억누르고, 그러면서도 다 억누르지 못하고 분함이 뚝뚝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정혜수를 비꼬듯이 비웃어주며 차를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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