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4화 > 절친은 침대 위에서도 사이가 좋다 (7)
"어우.."
정혜수의 다리 사이에서 빼낸 손은 손가락만이 아니라 손바닥 한가운데까지 흘러내린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그렇게 잔뜩 젖은 손을 정혜수의 눈앞에 천천히 들이밀자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던 정혜수가 어깨를 흠칫 들썩이며 시선을 피한다.
"아, 알았으니까 보여주지 마요..!"
바로 직전에 자존심이 꺾여버린 탓인지 화를 내면서도 기세가 한풀 꺾인 게 느껴졌다.
"깨끗하게 해줄래?"
"뭐, 뭘.."
뭘 말하는 건지는 굳이 대답할 필요조차 없다. 중요한 건 '어떻게' 깨끗하게 하느냐. 잠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되묻던 정혜수는 이내 내가 바라는 걸 깨달았는지 안 그래도 빨간 얼굴을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 그냥 닦으면 되잖아요..!"
"혜수가 해주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 지은이는 더 부끄러웠을 텐데. 이런 것도 못 해줘?"
"윽..!"
이것만큼은 도저히 싫다는 듯 따지듯이 대답하던 정혜수는 이지은을 들먹이는 순간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 이지은 쪽으로 힐끔 시선을 보낸다.
너무 심하게 가버린 탓인지, 헥헥대는 숨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몸 전체가 움찔움찔 떨려오고, 눈동자는 멍하니 풀어져 어디를 보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풀어져 있었다.
"해줄 거지?"
"진짜.."
평소라면 앞에 짜증 난다던가 역겹다든가 하는 말이 붙었을 텐데. 이지은이 옆에 있는 탓에 말을 아끼고 있다.
그래도 표정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는지,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손가락 끝을 질색하는 표정으로 노려보다가 천천히 입을 벌렸다.
"움.. 츄웁.. 쮸우웁.."
빨기 쉽도록 벌려둔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삼키고는 쭈욱 빨아들인다. 그렇게 쭉 빨리고 지나간 손가락에는 미끈미끈하게 묻어있던 애액이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앙칼진 동물을 내 뜻대로 길들이는 것만 같은 정복감에 자지에 불끈 힘이 들어가며 아직 빠져나오지 않은 이지은의 질내에서 기운차게 껄떡거린다.
"흐으응..!"
이지은 역시 자신의 안에서 딱딱한 게 움직이는 느낌에 허리를 흠칫 들썩이며 힘 빠진 신음을 흘렸다.
"계속해야지?"
"알았다구요.. 움.. 쯉.. 츄웁.. 쯉.."
검지에서부터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까지 순서대로 빨아낸 정혜수는 마지막으로 엄지손가락까지 전부 빨아내고는 이제 됐냐는 듯 째릿 시선을 보내온다.
"자, 이쪽도."
"이익..!"
그 눈빛에 괜히 좀 더 괴롭혀주고 싶은 기분이 들어 손바닥까지 펼쳐 보이자 곧바로 내 요구를 이해한 정혜수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이미 한 번 했던 일이라 그런지 싫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손바닥에 묻은 애액까지 전부 할짝할짝 핥아 깨끗하게 닦아냈다.
"혜수도 아닌 척하면서도 은근 귀엽다니까. 그치, 지은아?"
"..흣!?"
이지은의 이름을 부른 순간 정혜수의 어깨가 크게 들썩이며 시선이 휙 돌아간다. 정혜수의 시선 끝에는 그새 정신을 차린 이지은이 복잡한 표정으로 정혜수와 내 손바닥 사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이건 오빠가 시켜서..!"
"뭐 어때. 지은이도 엄청 부끄러워했는데. 혜수도 좀 창피해 봐야지."
이미 상황이 여기까지 온 이상 꿇릴 게 없는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깨끗해진 손을 내리고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이지은의 보지에서 자지를 쭈욱 뽑아냈다.
"흥으읏..!"
"대신 지은이는 이거 깨끗하게 해주면 되잖아. 그치?"
"..몰라요."
자지가 빠져나가는 자극에 살짝 허리를 튕긴 이지은은 내 자지를 빤히 쳐다보면서도 새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작 하는 말이랑은 다르게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몸을 일으키고는 그대로 내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 와 그대로 자지를 입에 물었다.
"하움.. 후움.. 움.. 쮸웁..! 쮸웁..!"
평소보다 조금 더 세게 귀두를 빨면서 혓바닥으로 귀두 곳곳을 꾹꾹 눌러대는 행동이 마치 한눈팔지 말라고 항의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평소처럼 펠라를 받으며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눈에서 힘이 빠져나가더니 슬그머니 시선을 피해버렸다.
"움.. 쯉.. 쮸웁.. 츄루룹..♡"
그리고는 언제 힘을 줬냐는 듯 평소처럼 정성스럽게 자지를 깊게 삼키며 혀로 귀두 곳곳을 문질거리며 닦아내고, 그대로 기둥 아래까지 꼼꼼하게 혀로 핥아 정리를 끝마쳤다.
"그래도 펠라는 지은이가 해주는 게 더 좋으니까 걱정하지 마."
"걱정 같은 거 안 했거든요..?"
"그래그래. 걱정이 아니라 질투했었지?"
"우으.. 그치만 혜수는 얼굴도 예쁘고 가슴도 크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지은의 걱정대로 내 취향에 더 가까운 쪽을 고르라면 단연 정혜수다. 가슴도 크고, 도도하고 자존심이 센 성격 역시 정복욕을 자극하는 맛이 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그걸 사실대로 밝힐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았다.
"얼굴은 지은이가 더 예쁜데? 가슴은 조금 작아도 모양도 예쁘고, 혜수보다 몸도 날씬하잖아."
"이, 이건.. 날씬한 게 아니라 빈약한 거구.."
"지은이가 진짜 빈약한 몸을 못봤나 보네. 이렇게 골반도 예쁘게 빠지고 허리도 잘록하고, 너무 마르지도 않아서 딱 보기 좋은 수준이라 얼마나 섹시한데."
"모, 몰라요.."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노골적인 칭찬에 이지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들어간다.
말만 들어보면 성희롱으로 받아들여질 요소가 다분했지만 당장 이지은이 자신 없어 하는 부분에 대한 칭찬이기도 했고, 결국 상대에 대한 호감만 있다면 성희롱도 칭찬이 되는 법이었다.
"그리구.. 혜수가 더 어른스러운 느낌이.."
"난 어른스러운 것보다 귀여운 게 더 좋은데? 같이 있으면 힐링 받는 느낌이잖아. 지은이처럼."
"아우우.. 나 몰라아.."
결국에는 새빨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내가 말빨이 좋아서.. 라기보다는 얼굴이 잘생겨져서, 애초부터 호감을 깔고 들어간 덕분에 먹히고 있을 뿐이었다.
'알 게 뭐야. 다시 못생겨질 것도 아닌데.'
예전 얼굴도 그럭저럭 잘생긴 편이긴 했지만 지금처럼 딱 봐도 '잘생겼다' 소리가 나올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한편, 정혜수는 조금 질투하는 듯하더니 이내 칭찬 몇 마디에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침몰당해버린 이지은을 복잡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정혜수의 입장에서는 내가 이지은을 가지고 놀고 있다고 생각될 테니 이런 장면 하나하나가 새삼 불편하게 느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혜수 차례네?"
"읏..!"
내가 이지은을 달래주는 장면을 보고 다시 적개심을 채운 정혜수는 내게 지명 당하자마자 어깨를 흠칫 움츠린다.
"저, 저는 괜찮으니까 그냥 지은이랑.."
"그렇게 적셔 놓고 뭐가 괜찮아. 한 번만이라고 해놓고 나중에 또 하고 싶다면서 연락한 게 누군데."
"그, 그건..!"
당연히 지어낸 이야기다. 하지만 이미 이지은에게 그렇게 밝혀놓고 여기까지 온 시점에서 정혜수는 내게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중에 또 지은이 몰래 만날 생각 하지 말고 지금 확실히 개운하게 풀고 가. 그치, 지은아?"
"우웅.. 그렇긴 해요.. 그래도 내가 보는 앞에서 하는 거면 참아주기로 했으니까 오빠 말대로 나중에 몰래 연락하지 말고 지금 해버려. 나중에 또 그러면 진짜 삐질 거다?"
정혜수가 원하는 게 있다면 가능한 돕고, 양보해주고 싶다는 최면이 여기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가능한' 돕고 싶었으니 날 양보하는 것까지는 무리였을지 몰라도 '자신이 보는 앞에서라면 괜찮다'라는 조건이 거부감의 커트라인을 낮춘 결과물이었다.
물론 정혜수에게는 전혀 반갑지 않은 결과물이었지만.
"혜수가 안 오니까 이번에는 내가 직접 가야겠네?"
"자, 잠.. 꺄으읏..!"
애초에 손만 뻗어도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기에 곧바로 팔을 뻗어 정혜수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대로 품으로 확 끌어당길 수 있었다.
품에 안긴 정혜수의 몸이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는다. 부끄러워서.. 는 당연히 아니고, 그냥 워낙 갑작스럽게 품에 안긴 탓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리라.
정혜수가 침착해질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은 없다. 그간의 경험으로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정혜수를 번쩍 들어 올려 양쪽 다리를 내 허리 뒤로 보내고, 그대로 내려놓는 동시에 귀두 끝을 앙다물어진 보짓살에 꾹 눌러 붙이며 그대로 밀어붙였다.
찌거억..!
"히끅!?"
고작 몇 초 사이에 자세가 휙휙 바뀌더니 그대로 삽입까지 당해버린 정혜수는 깜짝 놀라며 숨을 삼키는 동시에 지지대를 찾는 것처럼 두 팔과 다리로 내 등허리를 휘감듯이 감싸 안았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몸이 밀착하며 깔끔하게 대면좌위 자세가 완성되고, 자지가 안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어 갔다.
찌부욱♡
"흥으으윽..!?"
자기 스스로 귀두가 자궁을 푹 쑤실 정도로 삽입해버린 정혜수의 허리가 덜컥 휘어진다. 부들부들 경련하며 자지를 꽉꽉 조여대는 보지 상태를 보아하니 살짝 가버린 모양이었다.
하기야, 이지은의 섹스 장면을 보고, 직접 괴롭히기까지 하면서 잔뜩 흥분한 데다가 거의 가버리기 직전까지 손가락으로 쑤셔지기까지 했으니 보지 쪽은 진작에 한계였을 것이다.
"지은이도 잘 보여줬으니까 이젠 혜수도 보여줘야지?"
"꺄앗..! 보, 보지마앗..! 꺄읏, 앗..! 응..! 흐앙..!"
눈이라도 가리려는 건지, 이지은을 향해 팔을 뻗어 휘적이는 정혜수의 반응을 무시하고 허리를 쳐올린다.
찌걱! 찌걱! 찌걱!
"흥아응..! 흐으읏..! 아앙..! 앙..! 아아앙..!"
이지은과 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빠른 템포로 비좁은 질내를 사정없이 벌리며 깊은 곳을 푹푹 쑤셔댄다.
"아흐응..! 흐앙..! 앙..! 하우으응..!"
"직접 보니까 어때?"
"아, 그, 그게..?"
이번에는 정혜수가 아닌 이지은을 향한 질문이었다.
정혜수는 격렬하게 몰려드는 쾌감을 견디느라 바쁘다. 이미 몇 번씩 자잘한 절정을 맞이하면서 혼이 쏙 빠져나갔을 테니 아마 지금 하는 얘기도 아예 알아듣질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혜수도 잔뜩 흥분해서 야하다고 했는데 뭘. 그냥 솔직하게 말해봐. 응?"
"아으.. 혜수도, 야, 야하긴 한데.."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그냥.. 보고 있으니까 기분이 이상해서.."
"흥분돼?"
"아우으..!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짓궂어요..!?"
내 집요한 추궁에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이지은이 어깨를 팍 밀치며 앙탈을 부린다. 짜증이라기보다는 부끄러워서 못 참겠으니 그만해달라는 신호에 가까웠다.
하기야, 자기가 직접 하는 거라면 상상이라도 해봤겠지만 다른 여자가 섹스하는 모습을 직접 코앞에서 볼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1인칭으로 느끼는 것과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보는 느낌은 엄연히 다르다. 야동이라도 찾아봤다면 그나마 볼 수는 있겠지만 그마저도 직접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법이었다.
"아, 그거 알려줄까?"
"뭐, 뭘요..?"
"혜수가 제일 좋아하는 곳."
처음부터 이렇게 할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떠오른 척 적당히 운을 띄우며 이지은의 관심을 끌고, 기계처럼 집요하게 깊은 곳을 찔러대던 허리의 움직임을 천천히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