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화 > 사실은 즐기고 있는 거 아니야? (5)
지식은 있다.
매번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하기만 하는 게 분해서. 자신도 뭔가 반격할만한 방법이 없나 이것저것 알아봤었다.
여자 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남자가 흥분할 만한 옷이나 속옷을 입어주는 것. 사랑한다거나 너무 기분 좋다거나 하는 말을 속삭여주는 것. 대부분이 남자가 흥분할 만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방법일 뿐이었다.
그런 건 싫다. 자존심이 상해서, 분해서 방법을 찾는 건데 그런 스스로 굽히고 들어가는 자존심 상하는 방법을 쓸 리가 없지 않는가.
그 외에는 하체 운동을 해서 조임을 늘리라거나, 남성의 움직임에 맞춰 조이는 방법 운운하는 얘기들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도 논외였다.
그렇게 이런저런 정보들을 거르고 걸러서 마지막으로 남은 방법이 여성상위.. 흔히 기승위라고 불리는 체위였다.
남자는 아래에서 조금씩 허리를 튕기는 정도의 움직임밖에 할 수 없고, 여성이 섹스를 주도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기회만 있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성적인 흥미가 아니라, 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였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스스로 위에 올라 타보겠다고 말하고 싶지가 않다. 이유야 어떻게 됐든 간에, 남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에는 내가 해주고 싶다' 따위의 의미로 들릴 가능성이 큰 발언이었으니까.
그래서 몇 번 생각만 하고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이야기였는데, 이렇게 최민석 쪽에서 먼저 권했으니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어차피 어떻게 넣든 간에 똑같잖아?'
정상위나 후배위, 혹은 옆으로 살짝 비틀어서 넣는 등의 체위에 따라 느껴지는 각도가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질내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그 굵은 귀두가 긁어내는 장소가 달라지는 탓에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기승위는? 그냥 위아래만 바뀐 정상위다. 지금의 자세 그대로 자신이 눕고, 최민석이 삽입하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정상위 자세가 되는 거였으니까.
"직접 넣을 수 있겠어? 도와줄까?"
"..됐으니까 가만히 있기나 해요."
생각을 정리하는 그 잠깐을 기다리지 못하고 재촉하는 최민석에 말에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재촉도 그냥 하는 게 아니고, 은근히 이쪽을 걱정해주는 척 살살 건드리는 말투는 매번 들으면서도 반사적으로 울컥 짜증이 올라올 정도로 기분 나빴다.
대답과 동시에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아래쪽으로 손을 뻗어 배꼽 방향으로 휘어 있는 자지를 움켜쥔다.
자신의 작은 손으로는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굵기에, 불로 달군 듯한 뜨거운 열기와 돌덩이 같은 단단함. 그리고 애액으로 미끈미끈하게 젖은 감촉이 불쾌하다.
처음에 비하면 여러모로 익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게 같은 사람의 몸에 달려 있는 물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찌륵..
미끈미끈한 귀두 끝이 입구에 닿은 순간 질척하게 젖은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최민석의 자지가 미끌거린다면 자신의 보지는 질척했다. 스스로 원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니지만,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멋대로 느껴버리는 몸이 짜증 났다.
찌거억..
"흥읏..!"
처음이니까 천천히.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허리를 내리고 있음에도 자지가 워낙 큰 탓에 안쪽을 벌리고 들어오는 느낌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첫 경험에 그렇게 당하면서 가버린 탓인지는 몰라도 귀두의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 질입구에 걸리며 미끄러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 느낌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조금씩 깊게 허리를 내려간다.
쯔거억..!
"흐우, 후우.. 후.."
굵고 단단한 물건이 속살을 벌리고 억지로 파고드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숨이 차오른다.
아프기만 했던 처음과는 달리 힘겨우면서도 매끄러운 삽입.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싹오싹하고 저릿한 쾌감만이 느껴져서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놔 버릴 것 같다.
'그래도 견딜 만 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푹푹 쑤셔박히는 철저하게 확실하게 원하는 만큼만 들어오고 있는 덕분에 확실히 여유가 느껴졌다.
쯔부욱..
"후우.."
불끈거리는 귀두가 자궁에 닿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허리를 멈춘 정혜수는 짧게 한숨을 쉬며 각오를 다졌다.
여기까지는 할 만했지만 진짜는 지금부터다. 괜히 최민석이 재촉하는 소리는 또 듣기 싫어서, 아주 짧게만 각오를 다지고 조심스럽게 무릎에 힘을 주고 몸을 위로 올렸다.
찌걱..
"흐, 후.."
깊게 들어온 자지가 주름을 드르륵 긁어내며 당겨지는 느낌에 움찔 허리가 떨린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아.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허리를 내리고.
찌걱..
조심스럽게 확인을 마치고 나서야 천천히 움직임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찌걱..
"흐응.. 흥.. 후우.. 흐으응.."
거칠 때는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 강렬하고, 부드럽게 할 때는 안쪽이 녹아내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집요한 최민석의 능숙한 움직임과는 달리 매끄럽지 못하고 서투른 느낌이었지만 정혜수는 지금의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하응.. 아앙.. 앙.. 하아앙.."
찌걱..! 찌걱..! 찌걱..!
조금씩 속도를 늘려가며 질척거리는 소리가 양을 늘려간다. 스스로의 통제하에 선을 넘지 않고 절제된 쾌락에 긴장이 풀리고 여유가 느껴진다.
'응.. 이 정도는 괜찮아. 평소에 하는 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오히려 더 세게 해도 여유가 있을 것 같다.
찌거억..! 쯔북, 쯔북..!
"흥읏..! 흣, 흥..! 아흐흥..!"
조금 더 속도를 늘리고, 허리를 살짝살짝 비틀어가며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내 시원스럽게 문지른다.
그럴 때마다 아찔한 쾌감이 올라와 자신도 모르게 비음섞인 콧소리가 흘러나왔다.
"아흥.. 아앙.. 하아앙..♡"
처음에는 단순하게 위아래로만 움직이던 허리가 음란한 궤적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아가며 위아래로 들썩인다.
원하는 곳에 모조리 닿을 수 있는 커다란 크기, 어떻게 움직여도 휘어지지 않고 원하는 곳을 확실하게 문질러주는 단단함. 그 모든 것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어떤 쾌감을 원하고 움직여도 그 이상의 쾌감으로 돌아온다.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참아야 한다는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으로 아무런 잡생각도 없이 즐기게 된 섹스에 몸이 기뻐한다.
제대로 된 실전 경험도 없는 기승위는 본능에 맡긴 것처럼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음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고, 덕분에 정혜수의 몸은 격렬하지 않은 움직임에 비해 빠르게 절정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아흐응..! 흥앗..! 앗, 앙..!"
절정이 가까워짐에 따라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며 안 그래도 비좁던 보지가 자지를 쥐어짜려는 것처럼 꽈악 조여든다.
본래라면 최민석 혼자만 더 조인다는 느낌만 받고 끝났을 일이었지만, 지금의 정혜수는 스스로 조인 자지의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더 뜨겁고, 더 단단하고, 더 울퉁불퉁하게. 이런 것으로 안쪽을 마구 쑤시고 문질러댔으니, 기분 좋지 않은 쪽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흐앙..! 아..! 흐아아아앙..!!"
움찔! 움찔!
가버렸다. 자위와 비슷한 스스로 끌어올린 쾌락, 그러면서도 전혀 다른 충족감과 나른함이 온몸을 뒤덮는다.
그렇게 몇 번 몸을 움찔거리며 절정의 여운을 만끽하고, 어느새 눈을 감고 있었는지 눈을 감은 채로 달뜬 숨을 토해낸다.
"하아.. 하아.. 아..?"
한숨과 함께 몸을 뒤덮고 있던 열기가 빠져나가고, 안개가 끼었던 것처럼 뿌옇던 의식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제서야, 정혜수는 무언가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눈을 번쩍 뜨며 아래쪽으로 홱 시선을 내렸다.
"혜수가 위에서 하는 걸 좋아할 줄은 몰랐네."
"이, 이..!"
당장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얼굴과 살살 놀려대는 말투. 그리고, 그 이상으로 느껴지는 수치심에 정혜수는 얼굴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움켜쥐고 어깨를 떨었다.
도대체 뭐가 견딜 만 하고 뭐가 절제된 쾌락이냐. 전부 착각일 뿐이었다.
자신은 쾌감을 견뎌낸 게 아니라 견디지 않았을 뿐이다. 아무것도 절제하지 못하고 쾌락에 빠져들었을 뿐이다.
밑에서 실실대고 있는 최민석보다, 방심했다가 멍청한 꼴을 보인 자신에게 더 화가 났다.
차라리 강간이나 다름없는 행위라도 억지로 당하며 느껴버리는 게 낫지, 혼자 좋다고 허리를 흔들어댄 끝에 가버렸다는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속도 모르고, 아니 알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최민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양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혼자만 가버리면 안 되지. 난 아직 못 갔으니까 조금만 더 해줄래?"
"이익..!"
"아, 막 가서 움직이기 힘들어? 조금만 쉴래?"
"멀쩡하니까 입 다물고 있어요!"
찌꺽!
"흥으읍!?"
최민석의 가벼운 도발에 넘어가 빽 소리친 정혜수는 그대로 조절도 하지 않고 허리를 휙 내려 여전히 단단한 자지로 자궁을 푹 쑤셨다가 다급하게 입을 틀어막고 허리를 부들부들 떨어댔다.
'가, 갔어..!'
멍청한 짓이었다. 이게 처음 하는 짓도 아니고, 막 가버린 보지가 평소 이상으로 민감해진다는 것도, 이 커다란 자지로 자궁을 찌르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었는데.
발끈해서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그 두가지를 다 무시해버린 결과였다.
"음.. 진짜 힘들어 보이는데. 역시 조금 쉬는 게.."
"..됐다고요!"
걱정하는 기색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간질간질한 목소리에 잠시 혹했다가, 다시 이를 악물고 허리를 움직인다.
찌걱..! 찌걱..! 찌거억..!
"흐끅..! 흐앙..! 하앙..! 흐아앙..!"
허리의 움직임에 맞춰 마구 쏟아져 나오는 신음을 참을 수가 없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려고 해도,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 벌어진 틈 사이로 소리가 마구 흘러나와 가리지 않는 것과 별 차이도 없을 정도였다.
'싫어..! 싫은데..! 아, 안돼앳..!'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작게 가버리며 쾌락이 파도치고, 점점 민감해지는 보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두 번째 절정을 맞이한다.
"흐아앙♡ 하앙♡ 하아아앙♡"
결국에는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던 허벅지에 힘이 풀려, 마음껏 절정하는 동시에 몸이 풀썩 쓰러져 최민석의 품에 안기듯 달라붙은 채로 신음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