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191화 (191/775)

< 191화 > 아무리 싫어해도 몸은 솔직하다 (7)

찌걱..! 찌걱..! 찌걱..!

"흥읏..! 앗, 앙..! 응크읏..!"

처음과는 달리 완전히 안쪽까지 미끌미끌해진 질내를 푹푹 찌를 때마다 힘겹게 억누른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벌써 네 번이나 질내사정을 받았지만 정혜수는 스스로의 의지로 쾌감을 견뎌내고, 앙다문 입 사이로 흘러나오는 신음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정혜수의 정신력이 남들보다 뛰어나서., 그런 이유는 당연히 아니었고, 그저 내가 한 번 사정할 때마다 충분히 쉴 시간을 주고, 약한 곳만 집요하게 공략하거나 자궁을 마구 짓누른 채로 사정하지 않는 등 쾌감을 조절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부분도 처음이랑은 달라졌단 말이지.'

처음 섹스를 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냥 자지를 최대한 깊게 쑤셔 박고, 자궁을 짓뭉개듯 문지르며 기분 좋아지는 것밖에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부터는 여자를 쾌감으로 완전히 녹여버리기 위해 키스나 애무, 강도를 조절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좋아하는 체위를 찾아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아예 컨셉을 잡아놓고 여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쾌감을 조절해가며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니까 진짜 쓰레기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었지만 막상 자각하고 나니 예전이랑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게 느껴졌다.

"한 번 더 쌀게."

"읏..! 흐응..! 으읍..!"

자세를 낮춰 정혜수의 귀에 대고 신호를 보내자 정혜수의 몸이 흠칫 움츠러들며 바짝 긴장하고, 한층 더 강하게 입을 꾹 다무는 게 보인다.

이렇게 미리 신호를 보내주는 것 역시 조절의 일부였다.

뷰릇! 븃! 뷰르르르릇!!

"흥으읍..! 읍, 읏..! 흐으응..!"

이번에도, 자지를 중간까지만 삽입한 채로 정액을 쏟아낸다. 나름대로 조절해준 행동이었음에도 정혜수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입술을 희미하게 벌리며 조금씩 신음을 흘려대고 있었다.

뷰르릇! 뷰릇! 뷰르르릇!!

"읏, 앙..! 흐응..! 아, 흣..! 하아앙..!"

결국에는 다물어졌던 입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벌어지고, 그러는 와중에도 소리를 참으려는 듯 흘러나오는 신음이 짧게 끊어졌다.

뷰르릇..! 뷰릇..! 뷰릇..!

"흐항.. 하으으응..♡"

사정이 전부 끝나고, 익숙하게 긴장을 풀고 길게 흘러나오는 숨소리에서 은근한 야릇함이 풍겨나온다.

정작 소리를 낸 본인은 눈치채지 못하고 멍하니 풀어진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달뜬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 정혜수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몸을 낮춰 팔을 들어 올리고 그대로 겨드랑이 사이로 돌격했다.

"꺄으읏..! 진짜아..!"

매번 질내사정을 한 뒤에는 이렇게 겨드랑이나 가슴에 달라붙어 끈질기게 애무를 이어나간 덕분에 이제는 짜증도 짜증이지만 귀찮다는 기색이 더 짙게 묻어나왔다.

'방심해주면 나야 좋지.'

남는 손으로는 살짝 힘을 줘 가슴을 반죽하듯 주무르고, 혀를 움직일 때마다 연결된 것처럼 보지가 희미하게 움찔거리는 게 느껴진다.

"하흥.. 흐응.. 흥.."

여전히 자지를 뽑지 않고 있는 덕분도 있겠지만 흘러나오는 숨 역시 쉽게 진정되지 못하고 중간중간 희미한 비음이 섞여 나오고 있었다.

"쮸웁.. 후우.. 혜수 몸 진짜 기분 좋다.."

"..저는 기분만 나쁘거든요?"

"그렇게 좋아해 놓고?"

"모, 몸쪽 말고요. 말 그대로 기분이 나쁘다고요. 도대체 거긴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건데요? 이해를 못 하겠어."

결국, 정혜수는 몸과 감정을 따로 놓는 전략을 선택한 모양이다. 하기야 억지에도 정도가 있는 건데, 여태 그렇게 가버리며 신음해놓고 기분 좋지 않았다고 하는 건 무리긴 했다.

"그럼 여기만 안 빨면 기분도 안 나쁘겠네?"

"..다른 것도 다 기분 나빠요."

정색하는 말투는 여전했지만 처음에 비하면 확실히 힘이 빠져있다.

사람인 이상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치고 끓던 감정이 식을 수밖에 없으니까. 거기에, 실제로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지쳐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정말요?"

갑작스러운 종료 선언에 정혜수는 기대가 아닌 의심으로 가득 찬 시선과 함께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질내에서 자지가 불끈거리고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정말이지. 혜수가 더 하고 싶다고 하면 더 해줄 수는 있는데.."

"됐어요."

"그렇지? 그럼 마지막으로 입으로 한 번만 깨끗하게 해줄래?"

"진짜..! 그냥 물로 씻으면 되는 거잖아요..!"

"혜수가 입으로 빨아줬으면 좋겠는데 어떡해. 해줄 거지?"

"..알았으니까 빼기나 해요..!"

그동안 몇 번 싫다는 걸 억지로 밀어붙인 덕분에 포기도 빨라졌다. 짜증 가득한 대답을 듣자마자 그대로 자지를 뽑아내 정혜수의 입술에 대고 꾸욱 눌러 말캉한 감촉을 만끽했다.

"열 받아.. 움.. 쮸웁.. 쯉.."

짧은 투덜거림과 동시에 입술이 벌어지며 미끄러지듯 자지를 삼키며 쭈욱 빨아들인다.

이번에도, 깨끗하게 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라 아무런 기교도 없이 몇 번 쭉쭉 빨아들이고는 미련 없이 입을 떨어뜨리고, 기계적으로 기둥 아랫부분을 핥고, 불알까지 몇 번 입으로 굴리는 것만으로 금방 청소를 끝내버렸다.

'이건 좀 아쉽네.'

청소 펠라는 당장이라도 박고 싶을 정도로 끈적하고 정성스럽게 해야 아쉬움이 남더라도 아쉬움을 접고 만족하고 끝낼 수 있는 건데.

"됐죠?"

"수고했어."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정혜수의 표정을 보니 다짜고짜 섹스부터 하는 게 아니라 펠라부터 가르치는 게 나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은 어쩔 수 없다.

오늘만 날이 아니었으니 나중에 펠라도 천천히 가르치면 되겠지.

"먼저 씻고 있어. 난 잠깐 앞에서 마실 것 좀 사 올 테니까."

"..알았어요."

정혜수는 내가 욕실에 같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상황에 조금 미심쩍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른 말을 하지는 않을까 빠른 걸음으로 욕실에 들어가 그대로 안에서 문까지 철컥 잠가버렸다.

"미리 약을 챙겨뒀어야 했는데."

이지은과 섹스를 하면서 피임약이라고 최면을 걸고 적당히 아무 소화제나 하나씩 사다 먹이곤 했었는데, 마침 사둔 약이 다 떨어진 탓이었다.

피임 문제를 어떻게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나야 임신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으니 여자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보니 매번 이런저런 방식으로 최면을 거는 게 귀찮았다.

수건으로 대충 땀만 닦아낸 뒤에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와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적당히 이온 음료와 소화제를 챙겼다.

상품 이름이 대놓고 쓰여 있는 포장 박스는 대충 버려버리고, 여섯 칸짜리 알약 케이스를 육 등분으로 쪼개 코트 주머니에 털어 넣고 방으로 돌아왔다.

정혜수는 여전히 욕실에서 몸을 씻고 있었기에 코트를 걸친 채로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확인했다.

[이지은 : 저 집에 도착했어요^^]

[유서연 : 오늘은 늦으시나요?]

이지은 쪽은 데이트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항상 보내는 메세지였고, 유서연은 내가 평소였으면 들어왔을 시간이 돼서도 들어오질 않으니 확인차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유서연한테는 곧 들어간다고 답장을 보내고, 이지은 쪽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답장하지 않고 넘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혜수가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알몸으로 나온 아까와는 달리,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있는 탓에 노출이 적은 게 조금 아쉬웠다.

"음료수 사 왔는데, 마실 거지? 약도 있으니까 이걸로 삼켜."

"..줘요."

마치 내가 위험한 짐승이라도 되는 것처럼 멀찍이 거리를 두고 서 있던 정혜수는 음료수와 함께 약을 꺼내 보이고 나서야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다가왔다.

음료수는 대충 침대에 내려놓고, 약을 가지고 있던 손을 주머니에 넣어 숨겨버리자 손을 내밀고 있던 정혜수가 당황한 듯 묻는다.

"뭐, 뭐에요."

"볼에 뽀뽀해주면 줄게."

그냥 갑작스럽게 떠오른 장난기였지만 정혜수의 표정이 구겨지는 걸 보니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다 싶었다.

"진짜 끝까지.."

"음료수 안 마실 거야?"

"하면 되잖아요..!"

음료수가 아니라 피임약 쪽이 문제겠지만 능청스럽게 음료수 쪽을 들먹이자 정혜수는 부글부글 끓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침대 위로 올라와 거침없이 거리를 좁혔다.

"됐죠? 빨리 주세요."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입술만 툭 갖다 댔을 뿐이지만 약속을 지킨 건 맞다.

부끄러움이 아니라 짜증으로 뺨이 붉어진 정혜수에게 약을 쥐고 있던 손을 펼치며 내밀자 그대로 약을 홱 낚아채고는 옆에 내려뒀던 음료수의 뚜껑을 따서 그대로 약과 함께 목으로 넘겼다.

"..이걸로 끝난 거 맞죠?"

"오늘은?"

"말 안 해도 알고 있으니까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요. 아무튼, 오늘은 이걸로 끝난 거 맞냐구요."

"혜수가 더 하고 싶으면.."

"전 하기 싫으니까, 끝난 거 맞죠?"

"그렇지 뭐."

샤워를 하면서 체력을 좀 회복한 건지. 다시 목소리에 날이 섰다.

내 대답에 정혜수는 그대로 가운을 벗어 던지고, 내 시선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벗었던 속옷과 스타킹을 입고, 그대로 겉옷까지 빠르게 걸쳤다.

아까 욕실에 들어갔을 때처럼 머리를 묶고 있는 걸 보니 머리는 감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시간도 늦었는데, 바래다줄까?"

"택시 타고 갈 거니까 됐어요."

빠른 걸음으로 현관 쪽으로 향하는 정혜수의 뒤를 따라 걸으며 쓸데없는 말을 주고받는다.

원래 이런 대화는 영 젬병이었는데. 이지은과 어울리면서 별 알멩이 없는 잡담에 익숙해진 것도 있고, 상대가 최면에 걸려 상하 관계가 확실해진 덕분에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모텔이 있는 골목에서 나와 조금만 걸어도 번화가가 나오는 덕분에 택시도 금방 잡혔다.

"조심해서 들어가고. 푹 쉬어."

택시에 올라타는 정혜수에게 인사를 건네고, 마지막으로 최면을 살짝 집어넣는다.

[최민석이 계속 빨아댄 탓인지 유두가 민감해진 것 같아 자꾸 신경 쓰여 확인해보고 싶다. 유두를 만지면서 자위라도 한 번 하면 시원해질 것 같다.]

실제로 정혜수의 가슴에는, 정확히는 유두 쪽에는 내가 몇 시간에 걸쳐 꾸준히 주입한 정기가 고여 있어 저게 전부 흩어질 때까지는 민감한 상태가 유지될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겨드랑이 쪽도 최면을 걸어두고 싶었지만 겨드랑이로 하는 자위는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아 최면을 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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