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화 > 아무리 싫어해도 몸은 솔직하다 (5)
자위와는 전혀 다르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귀두가 들락날락하며 입구에 걸릴 때마다 오싹한 느낌이 올라오며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였다.
처음인데. 아파야 하는데. 느끼고 싶지 않은데.
쮸북, 쮸북, 쮸부욱♡
"응하앗..! 하악..! 아아앙..!"
다물어지지 않는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멈출 생각을 않는다. 멈추기는커녕,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전기가 튀는 것처럼 휘몰아치는 열기에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거, 진짜, 위험..!'
움찔!
"흥으윽..!"
아슬아슬하게 견뎌내고 있던 쾌감이 살짝 선을 넘어간 순간. 사고가 뚝 끊어지며 자신도 모르게 크게 숨을 삼키며 몸을 잔뜩 움츠렸다.
온다. 몸은 이미 본능적으로 이 뒤에 찾아올 커다란 파도를 대비하고 있었지만 정혜수의 이성은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했고, 뒤이어 찾아오는 절정을 무방비하게 받아들였다.
"흐, 윽..! 흐으으응읏..!!"
움찔! 움찔!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순식간에 몸이 높은 곳으로 끌어 올려지는 듯한 오싹한 감각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든다.
"아, 읏..! 흐읏..! 흐그읏..!!"
자위에서 느꼈던 절정을 몇 배는 늘린 듯한 뜨거운 감각이 파도처럼 몇 번이고 들이닥치며 온몸을 휩쓸고 지나간다.
여기서 마음껏 신음을 쏟아내지 않은 건 자존심이나 고집 따위가 아니라 그냥 몸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반응해버린 결과였을 뿐이었다.
"흐우, 후.. 하아.. 히익..!?"
길었던 절정의 파도가 끝나고, 어질어질한 열기 속에서 지친 몸에서 힘을 빼며 늘어지려는 순간. 입구에 걸쳐져 있던 자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거어억..!
"아으, 앗..! 아, 앙대앳..!"
커다란 자지가 민감해진 속살을 마구 벌리며 느릿하게 안으로 파고든다.
간신히 참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가는 건 참지 못했지만, 그래도 꼴사납게 앙앙 울어대며 가버리는 것만은 겨우 버텨낼 수 있었는데.
'나쁜 새끼..! 치사한 새끼..!'
다시 흐릿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이를 악물고 최민석을 욕했지만 그마저도 쾌감으로 새하얗게 뒤덮여 떠올리지 못하게 되고, 그동안 선을 그어둔 것처럼 들어가지 않았던 깊은 곳까지 거침없이 벌리며 들어오는 순간 꽉 다물고 있던 입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 아앗..! 흐아아아앙..!!"
뱃속을 가득 채워지며 느껴지는 압박감. 찢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처녀막과 아직 익숙하지 않은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통증. 그 모든 걸 압도적인 쾌락의 파도가 덮어버렸다.
그리고,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자궁구를 쿡 찌른 자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 뒤로 돌아갔다가 망설임 없이 다시 안쪽으로 파고들기를 반복했다.
찌거억..! 찌거억..! 찌거억..!
"흐아앙♡ 그, 만♡ 멈쳐♡ 아흐아앙♡ 제발, 멈쳐엇♡"
도저히 자신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흐물흐물한 목소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며 스스로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필사적으로 애원한다.
"조금만 더 참아봐."
"흐앙..♡ 하아아앙..♡"
자존심이고 뭐고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한 채 눈앞의 몸을 밀쳐내려는 팔을 가볍게 낚아채여 붙들리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채로 신음을 쏟아낸다.
찌거억..! 찌거억..! 찌거억..!
"흐끅..♡ 하아앙..♡ 흐아아하앙..♡"
안을 가득 채운 자지가 거칠게 불끈거리며 단단하게 부풀어 오르고, 마냥 느릿했던 움직임이 조금 빨라지고 있었지만 이미 절정의 늪에 빠진 정혜수는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연신 신음만 쏟아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뜨거운 무언가가 안쪽으로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뷰릇! 븃! 뷰르르르릇!!
"히끅..♡ 흑, 읏..♡ 아으아앙..♡"
뜨겁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쾌감의 파도가 온몸을 뒤덮는다.
뷰르릇! 뷰릇! 뷰르르릇!!
"후우우.."
위에서 길게 흘러나오는 숨소리 역시 듣지 못했다.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뱃속에 들이부어 지는 뜨거운 무언가와 뱃속을 가득 채운 크고 단단한 물건의 존재감뿐이었다.
뷰릇..! 뷰릇..! 븃..!
"헤엑..♡ 헥..♡ 헤엑..♡"
마구 불끈거렸던 처음과는 달리 작은 움찔거림과 함께 양은 줄었지만 여전히 기세 좋게 뿜어져 나오는 사정이 전부 끝나고, 정혜수는 개처럼 혀를 내민 채로 헥헥거리며 숨을 골랐다.
'......'
스스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까보다는 여유가 생겼지만, 여전히 몸 안에서 휘몰아치는 열기로 어질어질한 탓에 제대로 무언가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찌거어억.. 쮸북♡
"흐윽..!"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자지가 천천히 뒤로 빠져나가고, 쮸북♡ 하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제서야 배 안에서 느껴지던 압박감이 사라지고, 기묘한 허전함과 함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지?"
"히끅..!?"
나른하게 풀어지는 몸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으려던 순간. 멍하니 풀어진 의식을 깨우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정혜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응? 혹시 많이 아팠어?"
"읏..!"
머릿속에 뿌옇게 안개가 낀 것처럼 제대로 사고가 굴러가지 않는 와중에도 반사적으로 머리에 확 열이 올라왔다.
그제서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던 머리가 조금씩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지은, 최민석, 모텔, 섹스.. 머리를 새하얗게 물들이던 쾌락 속에서 잊어버리고 있던 사실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방금 자신이 무슨 꼴을 보였는지까지 이해한 순간.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기서 아니라고 잡아떼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뻔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게 의미가 있나? 오히려 우스워 보이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도 분하다.
"뻔히 알면서 물어보지 좀 말라고요..!"
결국 차마 아니라고는 하지 못하고, 저 신경 써주는 척하는 가증스러운 얼굴을 노려보며 역정을 내는 수밖에 없었다.
*
"그, 그리고! 왜 멋대로 안에 싸는 건데요!?"
"허락 받으면 안에 싸도 괜찮은거야?"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당연히 콘돔은 쓰기 싫고, 매번 정관수술이니 뭐니 핑계를 대는 것도 귀찮아서 애초에 피임 자체를 의식하지 않도록 최면을 걸어뒀었는데.
정혜수는 마음껏 가버렸다는 수치심에 무언가 따질 거리를 필사적으로 떠올리려다가 의식하지 않고 있던 피임을 떠올려버린 모양이다.
정혜수의 다리 사이로는 새하얀 정액이 주르륵 흘러나오고 있다.
평소처럼 자궁을 꾹 짓누르며 하는 질내사정은 자극이 너무 강한 탓에 중간 정도까지만 박아넣은 채로 사정한 탓에 흘러나오는 양이 더 많아 보였다.
"이따가 갈 때 피임약 줄게. 그럼 계속 안에 싸도 괜찮은 거지?"
"피임약이요..?"
[최민석은 생으로 하는 걸 좋아하지만 책임은 지기 싫어하기 때문에 피임약을 가지고 있다. 약만 먹는다면 임신할 걱정은 없다.]
물론 실제로 피임약 같은 건 본 적도 없었지만 이렇게 최면을 걸어두고 적당히 소화제라도 하나 사 먹이면 그만이었다.
소화제가 피임약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까.
내가 너무 쓰레기처럼 보이는 최면이었지만 그다지 부정할 만한 말도 아니고, 정혜수의 경우에는 이미 내 이미지가 나락까지 떨어져 있었기에 상관없었다.
"진짜 기분 나빠.. 그거, 여자 몸에 안 좋은 거 몰라요?"
"그래도 생으로 하는 게 더 기분 좋잖아. 콘돔 끼고 했으면 혜수도 지금처럼 기분 좋아지진 못했을걸."
"..진짜 짜증 나."
정혜수는 차마 기분 좋았다는 걸 부정하지는 못하고, 눈살을 구겼을 뿐이다.
"지금 바로 다시 하기에는 혜수가 힘들 것 같고, 입으로 한번 해줄래?"
"이, 이걸요..?"
정혜수는 기분 나쁘다던가, 더럽다던가. 그런 수준을 넘어서 그런 행위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질색하는 표정으로 애액으로 질척하게 뒤덮인 자지를 힐끗 내려다보며 되물었다.
"처음이니까 입으로 바로 싸게는 못할 것 같고, 그냥 빨아서 깨끗하게만 해줘도 충분해."
"그냥 물로 씻으면 되잖아요..!"
"서로 애무하면서 기분 좋게 해주자는 거지. 지은이는 해줬는데. 안 해줄 거야?"
"읏..! 진짜..!"
이런 상황에서 이지은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정혜수에게는 협박이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애초에 처음부터 이지은이라는 약점을 잡힌 시점에서부터 어지간한 일은 최면을 걸 필요도 없이 명령할 수 있게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괜찮으니까 한 번 해봐. 펠라 정도는 다들 평범하게 하는 편이니까."
"으.."
정혜수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지 앞까지 다가와 망설이는 눈빛으로 질척해진 자지를 노려봤다.
"빨리 해주라. 응?"
"읏..! 알았다고요..!"
자지에 불끈 힘을 주며 재촉하자 정혜수는 흠칫 놀라며 몸을 살짝 뒤로 떨어뜨렸다가 여전히 질색하는 표정을 지우지 않은 채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츄릅."
천천히 내밀어진 혀가 조심스럽게 귀두를 핥는다. 놀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은 접촉에 자지가 더 해달라는 양 힘차게 껄떡거렸다.
"기, 기분 나쁘게 움직이지 마요..!"
"걔가 마음대로 못 움직이게 하려면 입으로 물어줘야 할 것 같은데?"
살살 약 올리며 은근하게 권유하는 말에 까득, 이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절대로 자지를 깨물면 안 된다.]
살짝 불안한 마음에 다급하게 최면을 밀어 넣자, 잠시 망설이던 정혜수의 입이 벌어지며 키스하듯 귀두 위를 입술로 천천히 뒤덮었다.
"..하움. ..웁."
'크..'
조심스럽게 귀두를 삼킨 정혜수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유야 뭐, 맛이 기분 나빠서일 수도 있고, 단순히 기분이 나빠서일 수도 있다.
어쨌든 정혜수의 기분이 나쁘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었고, 그런 정혜수에게 억지로 펠라를 시키고 있다는 게 더더욱 정복감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펠라는 할 줄 알아? 가르쳐줄까?"
"...움. 쮸룹, 쯉.. 쮸웁.."
귀두를 입에 물고 멈춰있던 정혜수는 내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입 안을 꽉 오므리고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자지를 빨기 시작했다.
별다른 기교도 없이 단순히 빨아들이기만 하는 펠라였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찰싹!
느긋하게 펠라를 즐기며 정혜수의 머리 위로 손을 올리려고 하자 날카로운 시선과 함께 찰싹 손을 쳐내 졌다.
"읍, 읏..!?"
의식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행동이었던 걸까. 손을 쳐낸 정혜수 본인도 깜짝 놀라며 움직임을 멈추고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놀라게 했나 보네. 괜찮으니까 계속해줄래?"
일단은 적당히 넘어가며 정혜수를 안심시켰다. 오히려,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 하나하나가 길들이는 재미를 더해줄 테니, 기분 나쁠 것도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