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186화 (186/775)

< 186화 > 아무리 싫어해도 예민해진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2)

최민석을 욕실에 두고 밖으로 나온 정혜수는 대충 물기만 씻어내고 알몸 상태 그대로 침대에 걸터앉아 재차 마음을 다잡았다.

뭐라도 걸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해서 잠깐 마음의 안정을 얻어봤자 다시 벗겨지게 되면 마음만 더 흔들릴 것 같았다.

'..괜찮아. 긴장할 것 없어.'

처음이니 뭐니 해봤자 결국 남들도 하는 일에 불과하다.

상식을 조금.. 아니, 조금 많이 넘어선 크기에는 당황했지만 인체 구조상 들어가지 않을 리는 없다. 아픔에 대한 걱정 역시 욕실에서 이미 끝마쳐 뒀고.

그보다도 거슬리는 건 몸의 반응이다.

처음에는 그저 기분 나빴을 뿐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유두를 건드리는 손가락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예민하게 느껴져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흥분해서, 그런 이유는 절대로 아니다. 자신도 사람인 만큼 성욕 정도는 있고, 가끔은 자위도 했다. 당당히 밝힐 만한 일은 아니어도 부끄러울 것 역시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자위 중에 가슴으로 쾌감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항상 아래쪽, 클리토리스가 아니면 쾌감이랄 만한 건 느껴보지 못했었다.

'그냥 생리적 반응일 뿐이야.'

학교에서 들었던 성교육에서도 이런 얘기가 있었다. 강간을 당하는 여자가 젖었다고해서 여자도 즐겼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고.

본인이 원치 않아도 몸은 반응한다. 강간당하는 여자가 몸을 보호하기 위해 원치 않아도 몸에서 윤활제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자신이 보인 반응 역시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한 몸의 반응이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아주 단순히 예민하게 느껴지는 것 정도는 쾌감이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다잡을 때쯤 욕실 문이 열리고 최민석이 그 거슬리는 물건을 우뚝 세운 채로 밖으로 나왔다.

'..기분 나빠.'

그 이외의 감상은 떠오르지 않았다.

*

'벗고 있네?'

이쪽을 째릿 노려보는 시선은 아무래도 좋았다.

정혜수가 뭐라도 걸쳐 몸을 가리지 않고 날 기다리고 있던 이유를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그럴듯한 대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왜 아무것도 안 입고 있어? 감기 걸릴라."

"상관없잖아요. 어차피 벗을 건데."

"그거야 그렇지."

정혜수의 차가운 대답에 동의하며 적당히 물기를 씻어내고 침대로 향했다.

제대로 된 대답이라기보다는 신경 끄고 네 할 일이나 하라는 투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불쾌하고 화가 나는 건 내가 아닌 정혜수의 역할이었으니까.

"지은이도 그랬지만 혜수도 피부가 엄청 부드럽네. 지은이는 조금 매끄러운 느낌이었는데, 혜수는 촉촉해서 색다른 느낌이야."

정혜수의 옆에 앉아 어깨 위에 올린 손바닥을 문질러 감촉을 확인하며 말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눈빛에서 느껴지는 언짢음이 상당히 늘어난 게 느껴진다. 안 좋은 방향이기는 해도, 이지은을 들먹이는 건 정혜수의 감정을 드러나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자, 입 벌려볼래?"

"..하아."

서로의 몸을 한층 밀착시키는 동시에 얼굴을 가까이 하며 노골적으로 신호를 보내자 정혜수는 불쾌함이 뚝뚝 묻어나는 한숨과 함께 입을 살짝 벌린다.

당연히 적극적인 태도는 아니었지만 목석처럼 굳어 있는 것보다는 낫다. 그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입술 위로 입술을 포갰다.

"읍.."

짧게 흘러나오던 숨이 막히며 숨을 참는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저항은 없다. 입술을 포갠 것에서 멈추지 않고 말캉한 입술을 꾸욱 누르며 살짝 벌어진 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으웁.. 읍.."

긴장과는 별개로 키스라는 행위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모양인지 빳빳하게 굳어 있는 혀를 쿡쿡 찌르고 핥으며 희롱한다.

정혜수는 정말 아무 반응도 해주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는지, 눈을 질끈 감은 채 긴장한 채로 힘을 빼고 자신의 입 안이 희롱당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당연히 입만으로 끝낼 생각은 없다.

아래쪽은 나중에. 우선은 아까 가지고 놀다 말았던 가슴을 아프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감싸 쥐고 천천히 모양을 바꾸듯이 꾸우욱 주무르며 손가락 끝으로 다시 한번 유두를 살살 간질인다.

"응읍.. 읏.. 읍.. 후으.."

키스 도중에 숨을 쉬는 건 제법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당연히 연애 경험도 없는 정혜수가 그렇게 할 수 있을 리가 없고, 어떻게든 코로 숨을 쉬려고 하면서도 호흡이 어긋나 입으로 숨이 흘러나오거나 턱 막히며 점점 숨이 거칠어져 갔다.

집요하게 유두를 건드리는 건 가슴 크기에 비해 작은 유륜과 젖꼭지가 마음에 든 이유도 있었지만 유두를 성감대로 만들어주기 위한 개발의 과정이기도 했다.

성감대의 개발.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계속해서 자극을 주며 예민하게 만들고, 조금씩 쾌감을 느끼게 만들어주면 그만인 일이다.

원래라면 섹스로 쾌감을 느끼게 만들고, 몸 전체를 민감하게 만든 상태에서 조금씩 자극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정기를 이용하면 지금처럼 원하는 부위만을 민감하게 만들 수 있다.

"흐읍, 읏.. 흐읏.."

입과 가슴. 단 두 군데만을 자극하고 있는 탓에 정혜수가 어디서, 어떻게 반응하는 지가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움찔거리는 반응이 잦아진다. 어깨나 허리를 넘어서 허벅지나 발뒤꿈치가 아주 작게 움찔하고 들썩이는 것 역시 놓치지 않고 확인했다.

여전히 제대로 느끼고 있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희미한 반응일 뿐이었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것과 조금씩이나마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정혜수 역시, 다른 곳에서는 전혀 자극이 올라오지 않는 만큼 나 이상으로 자신의 몸이 반응하는 것 하나하나를 선명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키스하며 가슴을 주무른 끝에 발딱 선 젖꼭지의 반응이 잦아지고 나서야 정혜수의 입 안을 질척하게 희롱하던 입을 떨어뜨렸다.

"흐우.. 하아.. 하아.."

감았던 눈이 천천히 뜨여지고, 어깨를 얕게 위아래로 움직이며 숨을 고르는 동시에 다시 한번 적의를 담아 이쪽을 노려본다.

이 정도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기분만 나쁠 뿐이라는 듯 노려보는 시선이 흥분을 돋굴 뿐이라는 건 도대체 언제쯤 눈치챌 수 있을까.

적어도 내 쪽에서는 알려줄 생각이 없었으니 정혜수 스스로 눈치채는 수밖에 없었다.

"첫 키스는 어땠어?"

"역겨웠.. 아니, 기분 나빴어요. 그렇게 혼자 좋다고 물고 빨아댄다고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대놓고 자신을 놀리는 질문에 정혜수는 곧장 대답하려다가 조금 표현을 순화하며 신랄하게 비난을 내뱉었다.

그래도 너무 심한 말을 해서 내 기분을 거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달리 그런 최면은 걸어두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조절하려는 모습이 우스웠다.

아예 대놓고 막 나가지는 않으면서도 마지막 자존심만큼은 지키려고 하는, 가지고 놀기 딱 좋은 태도였으니까.

"그래? 지은이는 엄청 좋아하던데."

"..시끄러워요."

이번에도 역시나 이지은을 살짝 들먹이는 것만으로도 발끈해버린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숨이 거칠고, 희미하게 상기된 피부 탓에 은근한 색기가 풍기는 표정이 되어있었다.

"다시 자지 잡아줘."

"진짜 기분 나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툭 튀어나오는 말은 정혜수의 말이 내 기분을 나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닌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거스르지는 않고, 그새 익숙해진 듯 자지를 홱 붙잡아 온 힘을 다해 꽉 움켜쥔다.

그래도 욕실에서의 경험으로 학습을 했는지, 손안에서 기운차게 불끈거리는 모습에도 놀라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을 뿐이다.

"흔들어줘야지."

"......"

이번에는 아예 당연하단 듯이 말하자 눈빛이 한층 사나워지면서도 말없이 자지를 쥔 손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아까와는 달리 거품이 없어 미끄러지는 느낌이 없이 뻑뻑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자지를 문지르는 느낌을 즐기며 다시 한번 정혜수의 입술에 달라붙었다.

"후으읍.. 흐읍.. 흡.. 흐으읍.."

팔을 열심히 움직이는 만큼 다시 빠르게 숨이 거칠어지고, 그만큼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탓에 가슴에서 올라오는 감각을 무시하지 못하고 움찔거리는 반응이 잦아진다.

"후읍.. 읍, 읏..! 후으으읍..!"

오돌토돌하고 쫄깃한 유두를 톡톡 건드리다가 손가락의 배 부분으로 살짝 누른 채로 빙글빙글 돌려대고,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운 채로 간질이듯이 비벼댈 때마다 정혜수는 깜짝 놀라 움찔거리면서도 반응을 숨기려는 듯 튀어 오른 몸을 억눌렀다.

"하으.. 하.. 우읍..! 읍..!"

중간부터는 아예 살짝 입을 떨어뜨려 잠깐 숨 쉴 틈을 줬다가, 곧바로 입을 틀어막아 숨을 어긋나게 만든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는 움찔대는 반응을 억누르려는 여유조차 사라져 있었다.

'그래도 역시 이걸로는 부족하네.'

이대로 가슴만으로 가버리게 만들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정기를 더 많이 써야 하고, 가슴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발정이 나 버린다.

원래라면 그렇게 정기를 많이 써서 몸을 달아오르게 하고, 편하게 처녀를 뚫어줬겠지만 정혜수는 이지은과 컨셉을 다르게 잡았으니, 최대한 제정신을 유지하면서 쾌감을 느끼게 만들어 줄 예정이었기에 미리미리 조절해둘 필요가 있었다.

"하아.. 하.. 하아.."

다시 한번 입을 떨어뜨리자 정혜수는 밀렸던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지지 않겠다는 듯 잊지 않고 이쪽을 날카롭게 노려본다.

그 시선에 가학심이 끓어오르는 걸 느끼며, 그대로 몸을 낮춰 정혜수를 살짝 들어 올렸다.

"꺄악..!"

작게 튀어나오는 비명을 즐기며, 정혜수를 침대 한가운데 내려놓고, 그대로 몸을 겹치며 입을 맞추고, 그대로 미끄러지듯 내려와 쇄골을 핥았다.

"으읍.. 흣..!"

지금까지 자극받지 않았던 곳을 핥아지자 숨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정혜수의 어깨가 움찔 떨린다. 쇄골에서 멈추지 않고, 내려와 그대로 발딱 선 유두를 입에 물었다.

"쮸웁.. 쮸웁.. 쯉.. 쮸우웁..!"

"애도 아니고.."

그래도 자지를 쥐고 흔들던 것도 멈추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있게 된 덕분인지 정혜수는 한층 여유를 찾은 모습으로 경멸하듯 중얼거렸다.

애 같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남자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라 부끄럽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자그마한 유두를 쪽쪽 빨아들이며 혀로 간질이고, 이빨 사이에 끼워 긁어대듯 문지르며 움찔거리는 반응을 몇 번 보고, 그대로 옆으로 미끄러져 옆구리를 핥았다.

"흐읏..! 진짜.. 도대체 그런 델 왜.. 자, 잠깐..?"

이번에도 익숙하지 않은 곳을 핥아지며 움찔 숨을 삼킨 정혜수는 옆구리를 핥아 올리며 천천히 올라가는 내 목적지를 눈치챘는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흠칫 몸을 움츠리며 긴장했다.

당연히, 잠깐이라고 해서 멈춰줄 생각은 없다. 움츠러든 정혜수의 팔을 붙잡아 위로 밀어 올리고, 그대로 활짝 벌어진 겨드랑이에 입술을 밀어붙이며 다른 곳보다 말랑말랑한 살결을 핥아올렸다.

"진짜 기분 나쁘다고요..!"

정혜수는 아예 대놓고 정색하며 말을 내뱉었지만 그렇게 만드는 게 목적인 나로서는 멈춰줄 이유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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