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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시스템-185화 (185/775)

< 185화 > 아무리 싫어해도 예민해진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1)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정혜수는 자신이 이런 식으로 처음을 경험하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의 첫 경험 자체를 떠올려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여자애들이 으레 그랬듯이, 호기심에 영상을 찾아본 적은 있었지만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연애는 귀찮고 머리만 아플 것 같았고, 달리 이상형이라거나 연애에 관한 환상 같은 걸 가지고 있지도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상관없어.'

이딴 식으로 첫 경험을 하게 되는 것. 역겹고 기분 더러운 일이었지만 크게 의미를 둘만 한 일은 아니다.

머리가 물에 젖지 않도록 세면대에 비치된 머리끈으로 머리를 질끈 묶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중학생 때부터 이지은과 함께하며 얼마나 많은 힐링을 받았던가. 지금으로서는 가족을 제외하면, 어떤 의미에서는 가족 이상으로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를 위해서라면 개한테 물린 셈 치고 참아 볼 생각이었다.

"묶은 머리도 어울리네?"

"윽..!?"

개. 저걸 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자신과 마찬가지로 알몸이 되어 욕실로 들어온 개새끼는 속을 살살 긁어대듯이 칭찬을 건넸지만 불쾌감보다도 당황이 앞섰다.

'저, 저게 뭐야..?'

그저 기분만 더럽고 끝났을 재수 없는 일.. 이었을 텐데. 아직 한 것도 없음에도 우뚝 솟아 불끈거리고 있는 최민석의 물건은 다잡은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선 커다란 물건은 영상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털 한 가닥 없이 매끈해서 더럽다기보다는 기괴하게 느껴졌다.

크면 기분 좋다, 라는 정도의 통념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저건 커도 너무 크지 않은가. 저걸 개라고 부른다면 가장 크고 사나운 대형견 정도는 갖다 붙여야 말이 될 것이다.

개인차는 있는 모양이지만, 처음이 아프다는 건 통념이 아니라 사실이다. 저걸로 처음을 경험한다면 분명히 아플 것이다.

가족은커녕, 학교에서도 눈치가 좋고 공부도 잘해 체벌을 받을 일이 거의 없이 자란 정혜수로서는 저 커다란 크기의 물건이 가져다줄 아픔에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됐으니까 씻기나 해요."

자존심을 살살 긁어대는 듯한 말에 놀랐던 표정을 최대한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아픈 게 뭐 어떻단 말인가. 차라리 잘 됐다. 오히려 아프지 않고 기분이 좋았다면 그쪽이 더 굴욕이었을 것이다.

저 정도로 크다면 분명히 아플 것이다. 그런 와중에 기분이 좋아질 리가 없다. 저딴 쓰레기와의 관계로 기분 좋아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저 정도라면 그런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봐도 좋았다.

"양치부터 하고 있을래?"

"......"

자연스럽게 다가와 세면대에 비치된 칫솔에 치약을 쭉 짜서 건넨 것을 말없이 낚아채 입으로 옮겼다.

정혜수가 이를 닦는 사이 최민석은 샤워기의 물 온도를 맞추고, 자신의 몸이 아닌 정혜수의 등으로 뿌렸다.

움찔. 조금 튀는 정도가 아니라 갑자기 뿌려지는 물에 정혜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지만 그 이상은 반응하지 않았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은 지나치게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고 딱 적당한 온도였다.

목 아래로 전부 물이 뿌려지고, 샤워기를 잠근 최민석은 곧바로 거품 타올에 바디워시를 쭈욱 짜내 거품을 만들어낸다.

남의 몸을 씻기고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움직임에 은근한 불쾌감이 느껴졌지만 이미 더 기분이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인지라 내색하지는 않았다.

"씻길게."

이번에도 대답은 하지 않았고, 최민석 역시 대답은 필요 없다는 듯 기다리지 않고 정혜수의 어깨 위로 거품이 가득 묻어나온 타올을 얹었다.

이번에는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닿은 부분을 또다시 움찔 떨어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최민석은 어깨에서부터 시작해 몸 전체로 거품을 칠해나갔다.

몸을 씻는 행위가 이렇게 기분 나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따듯한 물로 몸을 적시고, 거품을 내 몸을 닦는 건 분명히 늘상 하던 일이었는데, 그게 남의 손이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불쾌와 혐오가 스멀스멀 차올랐다.

어깨에서 내려와 목과 쇄골을 지나고, 옆구리를 쓸어내리는 느낌에 소름이 돋는다. 살짝 까슬까슬하면서 미끄러운 느낌이 배에 닿았을 때는 거부감이 한층 크기를 키웠다.

맛있는 건 나중에 먹겠다는 듯, 가슴에는 손도 대지 않고 내려가 골반과 엉덩이, 허벅지를 정성스럽게 문지르는 손길이 기분 나쁘다.

그렇게 발까지 들어 올려 발바닥까지 전부 거품을 칠하고 나서야 최민석의 손이 위로 올라와 가슴으로 향했다.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을 텐데. 정혜수는 이번에도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몸 전체를 움찔 떨었다.

*

그다지 할 마음이 없는 여자라도 시간만 충분히 들인다면 느끼게 만들 자신은 있다. 하지만 대놓고 하기 싫어하는, 자신을 혐오하고 적대감을 품는 여자를 상대로 해보는 건 처음이다.

정신적인 흥분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몸이 느끼는 쾌감도 줄어든다. 그런 의미에서 할 마음이 없는 것과 싫어하는 건 엄연히 달랐다.

다행히도, 정혜수의 몸은 의외로 예민한 편이었다. 옆구리, 골반, 허벅지, 발바닥.. 조금이라도 예민할 법한 장소를 건드릴 때마다 움찔거리는 반응이 돌아온다.

그리고, 마침내 몸 전체를 씻기고 남겨뒀던 가슴에 손을 올린 순간 다시 한번 움찔거리는 반응이 튀어나왔다.

'감도는 나쁘지 않아.'

움찔거릴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며 반응하지 않으려고 긴장하는 모습 역시 은근하게 흥을 돋궈주고 있었다.

"가슴도 예쁘네?"

"저는 기분만 나빠요."

퉤. 치약 거품을 뱉어낸 정혜수가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마음 편히 먹어. 모처럼 하는 건데, 즐기지 않으면 아깝잖아."

"..짜증나."

시키는 대로 하고는 있으니 태도는 아무래도 좋다는 걸까.

오피였다면 당장 클레임을 먹어도 할 말이 없는 태도였지만 지금 상황은 오피가 아니었고, 나 역시 정혜수를 일일이 협박하며 태도를 교정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이런 까칠한 반응이 신선해서 재밌기도 하고, 가능하면 오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흣."

손에 꽉 차는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고, 손가락 끝으로 살짝 작은 유두를 살살 굴려대고 있자 아주 작은 움찔거림과 함께 희미하게 숨이 흘러나온다.

어지간히 몸이 민감하더라도 상대에 대한 혐오로 가득하다면 쉽게 나올 수 없는 반응. 이런 반응이 나올 만큼 애무를 오래 한 것도 아니고, 나에 대한 혐오감이 줄어든 것은 더더욱 아니다.

'쓸 수 있는 건 써먹어야지.'

상황이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최면으로 호감도를 높이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정기를 이용해 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건 가능하다.

물론, 당장 몸이 발정 나버릴 정도로 정기를 때려 박지는 않았다. 아주 조금씩. 유두를 살살 굴리면서도 아주 조금씩, 자신도 모르게 몸이 반응해버린다고 느낄 정도로만 정기를 주입하며 가슴을 민감하게 만드는 중이었다.

"흐.. 후.."

샤워기도 끄고 조용해진 욕실에서 가슴만 주무르는 탓에 작은 숨소리도 선명하게 들려온다. 정혜수 스스로도 숨소리를 의식하고 있는지, 고르게 숨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중간중간 움찔거리는 반응과 함께 호흡이 어긋났다.

"혜수야."

"..왜요."

"자지 좀 손으로 잡아주라."

"......"

여태는 시선도 안 마주치던 정혜수가 살짝 고개를 돌려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온다. 하지만 거부하지는 않고 뒤로 손을 보내 엉덩이를 꾹꾹 짓누르고 있던 자지 기둥을 역수로 꽉 움켜쥐었다.

어디 한번 아파보라는 듯, 온 힘을 다해 쥐어짜고 있었지만 제대로 운동도 안 한 여자의 악력이야 뻔하다.

"윽..!"

오히려 꽉 쥐어진 손바닥 안에서 기운차게 불끈거리는 감촉에 자기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어버렸다.

"손도 엄청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서 좋네."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하는 칭찬이기도 했다. 과감하게 자지를 꽉 쥐고 있는 손길은 그저 기분 좋기만 할 뿐이었으니까.

"그대로 쥐고 흔들어줄래?"

"하아.."

짜증이 진하게 묻어나는 한숨과 함께 거품이 묻어 미끌미끌해진 자지를 꽉 움켜쥔 손이 위아래로 움직여 기둥을 빠르게 훑어낸다.

아무리 처음인 여자라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애무인 만큼 어색한 느낌은 거의 없고, 빨리 싸 버리라는 양 거세게 흔들어대는 덕분에 자지가 기분 좋게 마구 불끈거렸다.

정혜수의 거친 움직임과는 달리, 가슴을 주무르는 손길은 여전히 부드러웠고, 유두를 간질이고 살짝 꼬집는 손길은 여전히 섬세했다.

"흐우.. 후우.. 후우.."

손에 힘을 주고 빠르게 팔을 흔들어대는 탓에 정혜수의 숨이 눈에 띄게 거칠어진다.

"힘들어?"

"됐으니까, 빨리 싸기나 해요."

"에이, 조루도 아니고 이 정도로는 못 싸지."

꽤 기분이 좋기는 해도 못 참고 싸버릴 정도는 아니다. 정혜수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가 빠르게 한 번 싸버리고 일이 끝날 일은 절대로 없었다.

"그대로 흔들고 있어 봐. 거품 씻겨줄게."

자신은 필사적으로 팔을 흔들고 있음에도 여유롭게 걸어뒀던 샤워기를 꺼내고 물을 틀어 다시 온도를 확인해보자 정혜수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금 뜨거웠던 온도가 적당하게 줄어드는 걸 기다렸다가 정혜수의 몸에 묻은 거품을 전부 씻어내고, 다시 샤워기를 벽에 걸어두고 나서야 정혜수에게 다시 시선을 보냈다.

"일단 씻었으니까 나갈까?"

"그쪽도 씻어요."

"난 지은이랑 나갈 때 같이 씻었는데?"

"..됐으니까 씻고 나와요. 조금이라도 더러운 건 질색이니까."

"그러지 뭐. 그럼 먼저 나가 있어."

이지은을 들먹이지 정혜수의 눈썹이 움찔 떨리며 찌푸려진다. 그 알기 쉬운 반응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정혜수를 먼저 내보내고, 약간의 귀찮음을 느끼며 정성껏 거품을 내 다시 한번 몸을 씻었다.

이 정도 앙탈 정도야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 정혜수가 그렇게까지 선을 넘을 것 같지는 않아도, 박는 도중에는 쌍욕을 먹어도 웃어넘기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나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로 똘똘 뭉친 정혜수를 가지고 노는 게 재밌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몇 시까지 집에 가야 하는질 안 물어봤네.'

이지은이야 꼬박꼬박 6시 전에는 집에 보내곤 했었지만 최근에는 시간을 1시간 정도 늦춰 아슬아슬하게 돌려보냈다.

아무래도 이지은과는 데이트까지 겸해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탓에 시간이 부족한 탓이었다.

'지은이랑은 달리 거짓말도 잘할 것 같으니까 상관없겠지.'

밤 돌아가든 외박을 하든, 정혜수를 배려할 필요가 없는 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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