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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시스템-170화 (170/775)

< 170화 > 난 마음에 드는데? (2)

임예진은 초조한 마음으로 최민석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못한 변화에 최민석이 실망하지는 않을까. 다른 여자와 만나고 있다니 그만큼 관심을 덜 받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르는 탓에 7시쯤에 올 거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시계만 힐끗거렸다.

그렇게 초조하게 시간을 보낸 끝에 현관 쪽에서 잠금을 푸는 소리가 들려왔고, 유서연과 함께 현관으로 마중을 나갔다.

"다녀오셨.."

유서연이 했던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최민석, 아니 주인님을 마주한 순간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아..♡"

눈앞의 상대에게 복종하고 싶다. 소유당하고 싶다.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럽고 간질간질한 감정들이 벅차올라 배 안쪽에서부터 무언가가 쿵쿵 울려대고 있었다.

*

"후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문 앞에 서자마자 쌓였던 피로가 한 번에 몰려든다.

운전 학원에서 하는 실습도 그렇고, 이후에 이지은과 하는 데이트도 그렇고. 몸 자체는 피곤하지 않았지만 하나같이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라 정신적인 피로는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오늘은 스케이트장까지 가서 나보다 어린 애한테 이것저것 배우느라 더 진이 빠진 기분이다. 분위기는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오늘로 세 번째 데이트까지 즐기면서 이지은과 함께 보내는 시간 자체는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됐다는 것 정도일까.

앞으로 몇 번 정도 데이트 코스만 더 경험해보고, 적당히 최면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삐빅-!

익숙한 효과음과 함께 잠금이 풀린다.

임예진이 잠든 지도 오늘로 나흘째. 당장은 데이트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에 유서연에게는 임예진이 일어나도 알리지 말라고 해뒀다.

덕분에 매일 문을 열 때마다 과연 오늘은 일어났을까 하는 기대로 즐거웠다.

"다녀오셨어요?"

"다녀오셨.."

현관문을 열자마자 유서연이 평소처럼 차분하게 인사를 건네왔고, 그 옆에선 임예진이 마찬가지로 인사를 하려다가 멈칫한다.

"아..♡"

유서연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눈을 마주치자마자 곧바로 눈빛이 돌변하며 발정 난 분위기를 팍팍 풍겨댄다.

잠에서 깨어나 직접 마주치는 순간 노예 계약이 성립되는 것이리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유서연에게 들어둔 덕분에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일어났어? 몸에는 이상 없고?"

"..괜찮은 것 같아요."

내가 말을 걸고 나서야 흠칫하며 정신을 차린 임예진은 평소보다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유서연은 그냥 평소처럼 달라붙었던 것 같은데. 임예진은 뭔가 숨기려는 듯 눈치를 살피고 있는 분위기였다.

'뭐지?'

몽마가 되기 전이라면 모를까, 된 이후에 저런 태도를 보일 이유가 있나?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니더라도, 명백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움츠러든 태도인지라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어디 안 좋은 거 아니야? 안색이 안 좋은데."

"아, 아니에요."

"아니기는. 지금도 말까지 더듬어 놓고."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대답을 듣는 건 어렵지 않다. 뭐가 됐든, 그냥 사실대로 말하라고 '명령'만 하면 대답을 들을 수 있으니까.

굳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이유는 시작부터 분위기 나쁘게 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 유서연처럼 자발적으로 복종하기를 원하는 마음도 있었다.

"일단 방으로 갈까? 서연이는 쉬고 있어."

"..네."

임예진은 여전히 내 눈치를 보고 있으면서도 순순히 내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일단 몸에는 이상 없는 게 확실하지?"

"..네."

"그럼.. 막상 몽마가 되고 보니까 후회돼?"

"..아니에요."

"이제 몽마도 됐겠다. 나한테서 독립이라도 하고 싶어?"

"아, 아니에요!"

당황하다 못해 절박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걸 보니 이번 건 정말로 아닌 모양이다.

"그럼? 나한테 뭔가 나쁜 감정이라도 생겼어?"

"그것도 아닌데.."

이것까지 아니라면 이제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임예진의 태도가 변한 건 몽마가 된 이후부터고, 그렇다면 몽마가 된 것과 뭔가 관계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다른 게 아니라.."

내가 다른 질문을 떠올리기 위해 생각에 잠기려는 순간. 임예진 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모처럼 몽마가 됐는데, 언니처럼 몸매가 좋아지질 않아서 주인님이 실망하실까 봐 불안해서 그랬어요.."

"......?"

너무 예상 밖의 대답이라 이해가 한 발 늦었다.

그러니까, 임예진은 몽마가 되면서 유서연처럼 몸매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을 떠 보니 그렇지 않아서 내가 실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건가?

"푸핫."

상황을 이해한 순간 한 발짝 늦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이것저것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런 귀여운 고민이 원인이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간만에 웃음이 너무 제대로 터져버린 모양인지 끅끅거리며 웃는 걸 멈출 수가 없다.

여전히 살살 눈치를 살피고 있는 임예진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렇게 한참을 끅끅대고 나서야 간신히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서연이 가슴이 커진 방법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했었으니까.'

임예진 역시 유서연처럼 가슴이 확 커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여전히 살금살금 눈치를 살피는 유서연의 시선을 느끼며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임예진의 몸을 훑어내린다.

'그래도 커지긴 한 것 같은데?'

편안하게 입은 티셔츠 위로 살짝 솟아오른 꼭지를 보니 속옷도 입지 않은 것 같은데,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옷 위로 드러난 굴곡이 늘어났다.

내 기준으로 보자면 여전히 거유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큰 편이라고 할 정도는 될 것 같았다.

"눈으로만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벗어 볼래?"

"..네에."

임예진은 성적표를 확인하는 어린애처럼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티셔츠의 아랫단을 붙잡고 끌어올려 옷을 벗었다.

옷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며 새하얀 살결과 함께 매끈한 복부 라인이 드러났고, 뒤를 이어 속옷 한 장 걸치지 않은 맨가슴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다.

'좋은데..?'

옷 위로도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 결과는 뻔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또 감상이 새롭다.

까만색 돌핀 팬츠 아래로 쭉 뻗은 다리는 전보다 조금 더 길어진 것 같았고, 골반 역시 조금 더 늘어나면서 몸 전체의 라인이 한층 더 훌륭해졌다.

그러면서도 골반 위로 이어지는 허리는 여전히 군살 하나 없이 가늘고 매끄러웠고, 그 위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가슴은 당장이라도 주무르고 싶을 정도로 탐스럽다.

임예진은 여기서 더 커지지 않아서 아쉬운 모양이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지금이 딱 완벽한 밸런스라고 생각될 정도로 몸매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가슴이었다.

'여기서 더 컸으면..'

솔직히 그것도 나쁘지 않긴 했을 거다. 어쨌든 모양만 망가지지 않는다면 큰 가슴을 싫어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나도 모르게 예술품 같다고 느낄 정도의 감동은 없었으리라.

무엇보다, 이미 유서연이 거유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예진까지 가슴이 너무 커져 버리면 골라 먹는 재미가 줄어들 테니 나로서는 오히려 손해라고 할 수 있었다.

"역시 별로에요..?"

멍하니 자신의 몸매를 감상하고 있던 내 반응이 시원찮다고 생각했는지, 임예진은 한층 우울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얼마나 가슴 크기에 집착해야 이런 몸매를 가지고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나야 평생 작아본 적이 없어서 공감하기 힘들었지만, 임예진 역시 자지가 작은 남자들처럼 무작정 커다란 크기를 동경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특히나 유서연처럼 명백하게 동양인 사이즈를 벗어난 상대와 같은 집에서 지내고 있었으니, 그만큼 자기 가슴이 더 형편없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고.

그렇다보니 저만한 몸매에 저만한 가슴을 가지고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이리라.

아무튼, 임예진이 왜 갑자기 움츠러든 태도를 보였는지는 알았고, 그게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도 알았으니 이제는 적당히 안심시켜줄 때가 됐다.

"난 좋은데?"

"네..?"

"마음에 들어. 처음 봤을 때부터 몸매가 모델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예 예술품 수준이네. 다리도 더 길어졌고, 골반이랑 허리 라인도 더 잘록해졌네. 가슴도 모양이 너무 예뻐."

"하으으..♡"

나름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골적으로 말하긴 했지만 짚어준 포인트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는 진심이었다.

임예진은 내 칭찬이 어지간히도 마음이 들었는지 새빨개진 얼굴로 다리를 배배 꼬면서 황홀한 듯 몸을 가늘게 떨었다.

"이젠 직접 만져볼 차례네. 이리 와야지?"

"네에..♡"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은 채로 옆자리를 팡팡 치며 말하자 임예진은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사뿐사뿐 걸어와 내 옆자리에 살포시 앉았다.

이 사기적인 몸을 어디부터 만져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대로 팔을 아래쪽으로 뻗어 잘록하게 뻗은 허리를 조심스럽게 감싸며 손바닥으로 피부의 감촉을 확인했다.

"흐으응..!"

그저 손바닥으로 가볍게 쓸었을 뿐인데도 민감하기 짝이 없는 생생한 반응이 돌아왔다.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매끄러우면서도 촉촉하다.

유서연의 살결이 부드럽고 촉촉하다면 임예진의 살결은 매끄럽고 촉촉했다.

마치 도자기의 표면이 살결로 변한 것처럼. 걸리는 것 하나 없이 매끄러우면서도 살결의 말랑함이 남은 촉촉한 감촉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신기한 감촉이었다.

"아으응.. 주인님.. 자꾸 거기만.."

나도 모르게 생소한 감촉에 빠져들어 잘록한 허리를 조물거리다가 매끈하게 뻗은 복부 위로 이동해 손가락 끝으로 꾸욱 누른 순간 품에 안긴 몸이 움찔 떨려왔다.

"어차피 내 껀데, 만지면 안돼?"

"꺄으응..!"

흥분으로 달아올라 잔뜩 애가 탄 목소리에 기습적으로 임예진을 자빠뜨리며 가슴을 꽈악 움켜 쥐자 다시 한번 몸이 움찔 떨려온다.

평소에는 그래도 이 정도 스킨십은 아무렇지도 않게 즐겼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흥분한 건지 애무는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음에도 돌아오는 반응 하나하나가 굉장히 민감했다.

"응? 안돼?"

"흐읏, 읏, 흐으응..! 괜찮아요오..♡"

"예진이 몸은 다 내꺼 맞지?"

"맞아요..♡ 다 주인님 꺼니까안..♡"

탱글탱글한 가슴을 꽉꽉 주무를 때마다 허리가 움찔거리며 얕게 튀어오른다.

손바닥을 꽉 채운 가슴은 속은 말랑말랑하면서도 신기할 정도로 탄력이 넘쳤고, 손바닥 한가운데서 느껴지는 발딱 선 유두는 직접 만져보지 않아도 쫄깃하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 못참겠네."

위쪽만 해도 이렇게 끝내주게 변했는데, 아래쪽은 도대체 어떻게 변했을까.

유서연의 보지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변했으니 임예진의 정액 착정기나 다름없는 보지 역시 더 흉악하게 변했을 것이다.

과연 도대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지가 껄떡대는 탓에 위쪽을 느긋하게 즐길 여유도 없이 인내심이 한계를 맞이했다.

새하얀 살결과 대조되는 검은색 돌핀 팬츠와 안쪽의 속옷을 한 번에 벗겨낸 순간. 이전보다 살짝 도톰해진 두 개의 둔덕이 미끈미끈하게 젖은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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