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145화 (145/775)

< 145화 > 편의점에서 최면 실습 (4)

'방법은 대충 알겠어.'

작정하고 한수정을 마구 절정 시켰을 때. 단단하게 잠겨 있던 자물쇠가 풀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정기를 흡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정기를 흡수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흡수한 정기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나 역시 사정하며 한수정의 안쪽에 정기를 흘려 넣고, 서로의 기운을 뒤섞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정기는 내 것과도, 한수영의 것과도 다른 순수한 무언가로 변했고,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와 몸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

몽마로서의 첫 '식사'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다른 설명 따위는 필요 없다.

처음이었음에도 희미한 위화감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감각은 몽마라는 종 자체가 이런 것이라는 걸 깨닫게 만들었다.

'느낌은 나쁘지 않아.'

행위에서 느끼는 위화감과는 별개로 정신적인 거부감 따위도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몽마가 됐다는 사실에 후회나 불만을 느낄 요소는 없었다.

"하아, 하아…. 충전…. 끝났습니다…."

한수정은 내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는지, 여전히 가쁜 숨을 고르면서도 다리를 가늘게 떨며 몸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다.

물론 이제 시작인 나로서는 멋대로 끝내게 둘 생각은 없었지만.

쮸걱!

"흐앙…!"

정신이 돌아왔다고는 해도 몸은 여전히 풀려있는 상태였던 한수영은 가볍게 허리를 쳐올리는 것만으로도 균형을 잃고 다시 쓰러지듯 품으로 돌아와 체중을 실어 온다.

"아, 으…? 소, 손님…?"

잠시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움찔거리던 한수영이 당황과 쾌락이 뒤섞인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더 충전할 겁니다. 5만 원만 할게요."

"5만 원…?"

기존에 걸어뒀던 최면에는 없던 내용에 한수정이 무슨 소리냐는 듯 중얼거렸지만 이내 머릿속에 새롭게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려는 듯 눈동자가 흐릿하게 풀어졌다.

'확실히 편해.'

그저 마음먹은 것만으로 최면을 쓸 수 있으니 괜히 핸드폰을 찾으며 흐름을 끊을 필요가 없었다.

"그, 그럼 계속할게요."

[사정 1회당 만 원이 충전된다.]

이미 사정이 충전이라는 최면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는 조금도 이상할 것 없는 내용인 덕분에 이번에는 소모되는 정기도 거의 없는 수준인 데다가 받아들이는 것도 빨랐다.

"이번에는 직접 하실 수 있으시겠죠?"

"직접요…?"

"예. 결제 도움 서비스잖아요? 방금은 처음이라고 하시길래 도와드린 거고, 이제는 직접 하셔야죠."

"그, 그게….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잘…."

"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하지는 않아도 하는 법 정도는 가르쳐드릴게요."

"아, 네…."

확실하게 최면이 걸린 상대를 말로 구워삶는 건 쉽다.

조금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한수영의 표정에 내심 웃음을 흘리며 허리를 당겨 자지를 뽑아냈다.

"햐응…!"

자지가 빠져나가는 느낌만으로 느껴버렸는지, 다리를 살짝 휘청이는 한수영을 붙잡아 세워주고, 한수영이 앉아 있던 의자에 등을 기대앉았다.

"일단 이쪽으로 돌아서시고."

"아, 네!"

살짝 명령하듯 말했지만 다시 긴장 상태로 들어간 한수영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시키는 대로 내 쪽으로 돌아섰다.

"그 상태로 제 위로 올라타 보세요. 올라타면서 그대로 삽입하는 겁니다."

"…해볼게요."

역시 최면을 사용하는데 일만 한 수단이 없다.

아무리 처음이라도, 아무리 싫은 일이라도 일단 일이라는 의식이 박히면 일단 억지로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러니까…."

"손은 아래로 내려서 직접 잡고 입구에 맞추시고, 그대로 집어넣으면서 앉으면 돼요."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고민하는 한수영의 모습에 자세하게 설명을 덧붙이자 그제서야 살짝 자세를 낮춰 귀두 끝을 질 입구에 맞추고 천천히 허리를 내려오기 시작한다.

"흣, 응…!"

허리를 움찔거리는 느낌과 함께 삽입이 깊어질수록 한수영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져 간다.

첫 번째에 워낙 제대로 느껴버린 덕분에 안쪽이 미끌미끌해서 삽입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아직은 제대로 길이 들지 않은 탓에 조임이 상당히 빡빡했다.

하지만 통증은 이제 거의 사라진 모양인지 힘겨워 하면서도 은근히 요염한 분위기가 풍긴다.

"읏, 아앙, 아아앙…."

자지가 절반 점도 삼켜진 뒤에는 한수영도 소리를 참기 힘들었는지 조금씩 허리를 비틀어가며 신음을 흘려댄다.

당장이라도 허리를 쳐올리고 싶을 정도로 느릿한 삽입이었지만 필사적으로 애쓰는 한수영의 모습 덕분에 그런대로 즐길만했다.

"흐읏, 후우, 후우…."

그리고 마침내 조금씩 내려오던 한수영의 움직임이 멈춰 섰고, 한수영은 최대한 호흡을 고르려는 듯 멈춘 채로 깊게 숨을 들이켰다.

'조금 남겨뒀네.'

길이로 치자면 기껏해야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이제야 첫 경험을 마친 한수영이 의식해서 멈췄을 리는 없고, 무의식중에 이 이상은 안 된다는 걸 알고 멈춘 것이리라.

"그,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래도 아예 지식이 없는 건 아닌지, 한수영은 멈춘 자세 그대로 어색하게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으, 하아…! 흐읏…! 앙…!"

본인이야 나름대로 쾌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지만, 내 기준에서 보자면 뻣뻣하기 짝이 없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조임 자체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고, 어차피 이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테니 일단은 한수영의 서툰 움직임을 느긋하게 감상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했던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흐읏…! 흣…! 흐응…!"

처음에는 낯선 쾌감으로만 가득했던 숨소리에 조금씩 힘겨운 기색이 짙어져 간다.

애초에 이런 식으로 마주 앉아 올라타는 대면좌위는 체중을 완전히 상대에게 맡겨야 하는 체위인데, 그걸 끝까지 넣지 않겠다고 어중간하게 멈추고 버텼으니 쾌감으로 후들거리는 다리로 스쿼트를 하는 꼴이라 당연한 결과였다.

"힘들지 않으세요?"

"흥읏…! 네…?"

슬금슬금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관리하며 조심스럽게 묻자 한수영이 움직이던 걸 멈추고 되물었다.

"이게 그렇게 하는 체위가 아니거든요. 그렇게 하시면 다리 많이 아프실 텐데."

"그럼…?"

"처음에 말씀드렸잖아요? 제 위에 올라타서 앉으시라고요."

"그, 그게…."

"일단 한 번 해보세요. 그렇게 하시면 끝까지 못 버팁니다."

"네에…."

알겠다는 대답과는 달리 정작 한수영의 몸은 머뭇거리며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불안한 표정을 보아하니 역시 완전히 체중을 실으면 어떻게 될지 대강은 예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첫 경험에 그렇게 포르치오를 당하면서 가버렸으니 그럴만도 했지만.

"저기, 재촉해서 죄송하지만 빨리해 주시면 안 될까요? 시간도 늦었고요."

"…알겠습니다."

결국 살짝 목소리를 낮춰 재촉하자 그제서야 입술을 살짝 깨물고 허리를 깊게 내려온다.

이번에도 살짝 답답할 정도로 느릿한 속도였지만 실시간으로 변해가는 한수영의 표정은 오히려 더 느릿하게 해줬으면 했을 정도로 훌륭했다.

"아으, 앗…♡ 흐앙…♡"

길이로 치자면 기껏해야 손가락 한두 마디 차이일 뿐이지만 그 짧은 길이에서 오는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처음에만 해도 각오를 다진 것처럼 입술을 깨물고 있던 한수영의 얼굴은 그 짧은 길이를 내려오는 사이에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소리를 참으려고 해도 입술이 달싹이다 자기도 모르게 벌어진 입가에서 달콤한 신음이 흘러나오고, 눈빛 역시 조금씩 흐릿하게 풀어지며 쾌락에 녹아내린다.

괜히 남녀를 가리지 않고 대물을 선호하는 게 아닌 것이다.

게다가, 깊게 삽입할수록 기분 좋아지는 건 여자만이 아니다.

같은 보지라도 삽입하는 깊이에 따라 느껴지는 감각이 다르니까. 특히나, 어지간해서는 무언가가 닿을 일이 없는 깊은 곳의 속살이 귀두를 오물오물 깨물어대고, 탱글탱글한 자궁벽이 귀두를 꾸욱 짓누르는 쾌감은 아무리 즐겨도 질리지 않을 정도였다.

"흐윽…♡ 다 넣었어요…♡"

마침내 내 허벅지에 제대로 올라탄 한수영이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감기라도 걸린 것처럼 온몸을 떨어대고 있는 모습은 당장이라도 허리를 마구 움직여 망가뜨리고 싶을 정도로 가학심을 자극했다.

"그럼 이제 움직이셔야죠."

당장 쉴 새 없이 경련하고 있는 질내만 보더라도 한수영이 가버리기 직전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기다려주지 않고 재촉했다.

"……."

이번에는 대답조차 하지 않고 망설이고 있다. 아마 대답할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망설이고 있는 것이리라.

여기서 내 욕구를 푸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싶은 건 쾌락에 몸부림치면서도 스스로 허리를 흔들어대는 한수영의 모습이었다.

"…정 힘드시면 제가 움직이고요. 그래도 직접 움직이시는 쪽이 나을 텐데. 일단 보지까지 빌려주셨으면 도움 서비스 구색은 맞춘 거니까요."

반쯤 포기했다는 투로 중얼거리며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처럼 양손으로 한수영의 양 엉덩이를 꽉 움켜쥐자 그제서야 꽉 다물어져 있던 한수영의 입에서 다급한 외침이 튀어나왔다.

"자, 잠깐만요!"

"네?"

"제, 제가 움직일게요."

"저도 이제 기다리기 힘듭니다. 지금 바로 움직이실 거 아니면…."

"지금 바로 할게요…!"

어지간히도 내가 움직이는 게 무서웠던 모양인지.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대답한 한수영은 정말로 입술을 꽉 깨문 채로 곧바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찌걱….

"흐끅, 흐윽…! 흐읏…♡ 흐앙…♡"

입술을 꽉 깨물었던 것도 잠시.

이쯤 되면 오히려 연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표정이 녹아내리며 끈적한 신음이 연신 흘러나온다.

"이, 이런 거어…♡ 모르는데엣…♡"

쮸벅, 쮸벅, 쮸벅♡

말로는 안 된다는 것처럼 중얼거리는 주제에 몸은 이미 브레이크가 망가져 쾌락을 원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게 섹스보다 위험하단 말이지.'

한 여자를 완전히 굴복시켰다는 상황에서 오는 정복감은 성적인 쾌감과는 다른 의미로 짜릿하다.

내가 매번 적당히 하려고 하면서도 여자를 실신까지 보내버리게 되는 이유 역시 이런 정신적 쾌감에서 오는 부분이 컸다.

"아아앙…♡ 몰라앗…♡ 꺄앗…♡ 하아아앙…♡"

한수영은 5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완전히 쾌락에 빠져버렸는지, 작게 절정하는 와중에도 탐욕스럽게 허리를 돌려대고 있었다.

"몸은 좀 더 앞으로 숙이시고, 팔은 이렇게…."

"흐아앙…♡ 더 기퍼엇…♡ 죠아, 죠아아…♡"

최대한 한수영이 움직이기 쉽도록 자세를 고쳐주고, 완전히 허리의 움직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등을 끌어안아 온몸을 내게 매달리게 만들어주자 즉시 아래쪽의 움직임이 격렬해진다.

"후움, 움♡ 츄룹♡ 쮸웁♡"

위쪽 역시, 살짝 입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정신없이 달라붙어 혀를 얽혀들며 빨아대고 있으니 더는 뭔가를 가르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이젠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딸랑-.

편의점 내부에 울리는 끈적한 소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맑은 방울 소리와 함께 편의점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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