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개인과외 (8)
최민석은 이상한 사람이었다.
당황과 함께 횡설수설 내뱉은 연습이라는 변명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뻔한 거짓말에 불과했음에도 최민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적당히 넘겨버렸다.
태연하게 웃는 얼굴로 분위기를 풀어주고, 자연스럽게 몸을 끌어안아 졌을 때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어댔다.
그렇게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 쉬자는 말과 함께 욕실로 이끌려왔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와 몸을 밀착한 채로 거품으로 미끈미끈해진 몸을 씻겨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흐읏, 응…. 하앗…."
아니, 씻겨지고 있다기보다는 희롱당하고 있다.
미끈미끈한 손이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다 가끔씩 꽈악 움켜쥐고, 손가락 끝으로 유두를 살살 간질인다.
아래쪽에서는 허벅지 사이로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가 찌걱거리며 보지를 문질러대는 탓에 몸이 진정되기는커녕 계속해서 달아오르는 중이었다.
"민석 씨…? 이건 씻는 게 아니라…."
"예주 씨 몸이 너무 기분 좋아서요. 씻으면서 쉬는 거니까 이 정도는 괜찮죠?"
"괜찮기는 한데…."
가볍게 내뱉은 칭찬 한마디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평소에도 부끄러웠을 말을 몸이 잔뜩 달아오른 채로 듣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최민석의 공세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거칠고 우락부락한 이미지인데, 예주 씨는 몸이 탄탄하면서도 피부도 좋고, 비율도 좋네요."
"그, 그게…? 히읏…!?"
내키는대로 가슴을 주무르고 있던 손이 스스륵 내려가 옆구리와 허리를 쓸어내리는 감촉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게다가 엄청 미인이시니까,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신경 쓰이더라고요."
"아으으…."
얼굴이 화끈거리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다.
안 그래도 최민석에게 정체모를 호감과 흥분을 느끼는 탓에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는데, 최민석 쪽에서 이렇게 귓가에 대고 달콤한 목소리로 칭찬을 늘어놓으니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붙어있으니까 또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와 함께 허벅지 사이에서 천천히 오가던 자지가 뒤로 스르륵 빠져나갔다가 귀두 끝이 질 입구에 달라붙었다.
허락만 해준다면 당장이라도 들어가겠다는 것처럼, 기운차게 불끈거리며 입구를 꾹꾹 누르는 감촉에 천천히 달아오르던 몸에 불이 확 붙어버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괘, 괜찮아요…."
"고마워요."
"아니…. 흐아앙…!!"
새삼스레 고맙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 대답하려던 순간 입구에서 대기하던 물건이 푸욱 하고 순식간에 가장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아으, 아, 앗…!"
예고도 없이 이뤄진 거침없는 삽입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달싹거리며 벌어지고 온몸이 움찔거리며 벌벌 떨려온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신의 질내가 꽈악 조여들며 안쪽을 가득 채운 물건을 꽉꽉 깨물어대고 있는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후우…."
최민석 역시 기분이 좋은 것일까. 살짝 달아오른 한숨이 귓가로 얕게 흘러들었고, 자지를 조여대는 조임에 지지 않겠다는 것처럼 안쪽을 채운 물건이 거칠게 불끈거렸다.
"예주 씨 안쪽, 엄청 기분 좋아요. 계속 이렇게 있고 싶을 정도에요."
"흐으응…!"
그저 작게 속삭이고 있을 뿐인 목소리는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자극적이다.
'빨리, 빨리이…!'
못 참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 허리를 비틀어대며 어떻게든 쾌락을 쫓는다. 오늘 그와 몸을 섞으며 느꼈던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지만 지금만큼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지는 않았다.
이제는 아무래도 좋으니 움직여줬으면 좋겠다. 자신을 실신시켰던 것처럼 거칠게 안쪽을 푹푹 쑤셔대며 마구 녹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민석 씨…! 움직여주세요…! 네…!?"
뒤에서 꽉 끌어안겨 몸을 밀착한 상태인 탓에 스스로는 아무리 움직여도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킬 수가 없다.
결국 정예주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온몸을 비틀어대며 최민석에게 애원하는 것뿐이었다.
"으음. 지금은 좀 느긋하게 하고 싶은데."
"흐읏…! 읏…! 앙…!"
자신의 필사적인 애원에도 불구하고 최민석은 느긋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안쪽을 얕고 부드럽게 문지른다.
정예주는 어떻게든 박자를 맞춰가며 최대한 안쪽을 강하게 찌르게 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해도 느껴지는 쾌감은 여전히 부족했다.
"저 미칠 것 같아요…! 제발…! 세게 해주세요…! 제발요…!"
체면이니 부끄러움이니 하는 것들은 떠오르지도 않는다. 당장이라도 이 열기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조금 쉬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네요."
최민석의 대답과 동시에 얕게 움직이기만 하던 물건이 천천히 뒤로 빠져나가며 입구에 걸쳤고, 이후에 이어질 거친 움직임을 예고하는 것처럼 자신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아아…!"
의도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그 움직임에 정예주는 표정을 환하게 밝히며 그가 움직이기 쉽도록 허리를 낮췄고, 동시에 둔중한 충격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쮸걱!
"응오옥…!!"
한 번. 딱 한 번 안쪽을 깊게 찔렸을 뿐인데도 안쪽에서 몰아치는 쾌락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오며 짐승 같은 신음이 길게 흘러나왔다.
"제가 즐기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원하실 줄은 몰랐는데 말이에요."
퍽! 퍽! 퍽! 퍽!
"아앙…! 하앙! 아으앙!! 하아앙!!"
엉덩이와 치골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조금도 절제되지 않은 신음이 연신 터져 나온다.
기분 좋다는 생각조차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폭력적인 쾌감에 정예주는 몇 번이고 절정하며 온몸을 떨었고, 절정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커다란 무언가를 맞이하려는 순간.
"흐읏…!?"
질내를 마구 쑤셔대던 자지가 순식간에 빠져나가 버렸다.
"미, 민석 씨…?"
너무 거칠게 해댄 탓에 실수로 빠져나간 게 아닌가 싶어 조금 기다려봤지만 최민석은 다시 자지를 삽입하기는커녕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너무 예주 씨 혼자만 즐기시는 거 아닙니까? 그래도 제가 도움받는 입장인데 말이에요."
"그, 그게…?"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쾌락에 마구 녹아내리고, 갑작스럽게 쾌락이 끊어져 미친듯이 발정나고 있는 몸 탓에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됐으니까 다시 넣어달라고, 다시 마구 쑤셔달라고 애원하지 않은 것은 인내심이 아니라 어질어질한 머리 탓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었다.
"입으로 한 번 싸게 해주실래요? 서로 즐겨야 하는 거니까, 괜찮죠?"
상황을 파악하는 것보다 받아들이는 게 빨랐다. 입으로 싸게 하면 계속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의 품에서 벗어나 무릎을 꿇고 자지를 입에 물었다.
"하움, 움, 쮸웁, 쯉, 쮸웁…!"
그간 공부하고 연습해왔던 기교도 잊어버리고 자지를 마구 빨아들인다.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진한 맛과 냄새도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
'완전히 끝났네.'
완전히 풀린 눈빛으로 게걸스레 자지를 빨아대는 정예주의 모습에 내심 큭큭 웃음을 흘리며 확신했다.
정예주는 그동안 상대해왔던 여자들과 달리 자기 고집이 강한 타입이라 조금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은 반나절 남짓한 시간 사이에 함락시킬 수 있었다.
아마 고집이 강했던 만큼 그게 무너졌을 때의 반동이 컸던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늘 몸을 섞는 사이 그동안 적응하지 못했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정예주의 조임에 적응할 수 있었다.
숨 막힐 정도로 조여오는 조임은 여전하지만 이전처럼 안달 내면서 달려들지는 않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고 해야 할까.
몸도, 정신 쪽도 완벽하게 조교가 끝났다고 봐도 좋은 상황이었다.
남은 문제는 여기서 정예주를 정말 '노예'로 만들어야 하는가. 아니면 지금처럼 피트니스에서 가볍게 즐기기만 하는 사이로 남겨두느냐였다.
'일단 섹프는 안돼.'
아예 노예로 삼으면 삼았지, 애매하게 섹프 같은 관계가 되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정예주 쪽에서 날 호출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뜻인데, 그건 아무래도 귀찮았다.
생각 없이 노예로 만든다고 말하긴 했었지만, 유서연의 아파트도 정예주를 들이려면 드레스룸을 하나 비워야 하는 상황이고, 막상 조교를 끝내고 보니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었다.
'집에서는 유서연이랑 임예진으로 충분하고, 정예주는 운동 끝나고 개운하게 한 번 하는 정도가 딱일 것 같은데.'
내가 원하는 건 편한 대로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상대지, 사이 좋은 연인 같은 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예주와의 관계는 지금 정도가 딱 좋을 것이다.
"후우…. 슬슬 쌉니다. 제대로 삼키세요."
"우우움…."
지나치게 발정 나버린 탓인지 기교는 없었지만 필사적으로 달라붙는 느낌이 썩 나쁘지 않은 탓에 금방 사정감이 차올랐다.
뷰릇! 븃! 뷰르릇!!
신호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입 안 깊숙이 자지를 삼키는 정예주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사정한다.
"으붑, 움, 우움, 꿀꺽, 꿀꺽…."
정예주는 잔뜩 안달 난 표정으로 입 안 가득 쏟아져 나오는 정액을 삼키는데 필사적이었다.
'정예주는 일단 여기까지만 해두자.'
얼굴도 합격, 몸도 훌륭한 편이었지만 역시 당장 노예로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
마음에 든다고 마구잡이로 노예로 만들었다가는 한 집에 발정 난 여자만 대여섯, 혹은 열몇 씩 지내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민석 씨…. 이제…."
"아, 네. 뒤돌아서세요."
"네…!"
내가 생각에 빠진 사이에 정액을 전부 삼킨 정예주가 잔뜩 애가 탄 목소리로 재촉해왔고, 일단 생각은 대충 정리됐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생각하는 게 좋을 듯했다.
노예를 더 늘리고,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