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 개인과외 (5)
'괴롭히고 싶다.'
완전히 울상이 되어버린 정예주를 본 순간 본능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보통은 최면으로 적당한 핑곗거리를 만들어주면 쾌감 속에서 자기 스스로 합리화를 하며 상황을 받아들이기 마련인데, 정예주는 합리화를 하지 않고 버티고 버티다 부러져 버렸다.
몸은 이미 항복하기 직전이면서도 이건 업무니까 즐기면 안 된다고. 안 그래도 고객에게 도움을 받는 상황인데, 염치없이 쾌락에 빠져들면 안 된단다고 버티다가 말이다.
"귀엽네요."
"노, 놀리지 말아주세요."
"놀리는 거 아닌데. 지금 예주 씨가 얼마나 귀여운 지 모르시는 것 같네요. 예주 씨가 제 애인이었으면 지금쯤 이미 자빠뜨려서 박아대고 있었을 겁니다."
"아으으…."
노골적인 칭찬에 정예주는 또다시 손으로 얼굴을 가리려다 흠칫하고 손을 멈추고, 이번에는 고개를 푹 숙이는 걸로 얼굴을 감췄다.
'진짜 알고 이러는 건가?'
이런 반응 하나하나가 가학심과 정복욕을 자극하는 건데 말이다.
'못 참겠다.'
"꺄악!?"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정예주를 그대로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리자 깜짝 놀란 비명이 튀어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예주를 들어올린 채로 침대 위로 올라와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내려다본다.
건강미 넘치는 매끄러운 피부와 군살 하나 없는 11자 복근의 라인. 거기에 부끄러워하면서도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은근한 열기를 띠고 있는 눈빛까지.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정예주의 몸은 이미 남성을 받아들일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상태였다.
정예주가 준비를 마쳤듯, 나 역시 진작에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진작에 흥분으로 발기하고 있던 자지는 바지를 터트릴 것처럼 불끈대며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고, 바지를 벗은 순간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며 시원한 공기와 함께 보란 듯이 껄떡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
멍하니 누운 채 이쪽을 올려다보던 정예주는 반사적으로 감탄을 터트렸고, 이내 자기 행동을 깨닫고 다시 고개를 홱 돌려 시선을 피해버렸다.
"예주 씨."
"…네."
자기 스스로도 협조적이지 못한 태도가 걸렸던 걸까, 정예주는 피했던 시선을 힐끗 맞춰오며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번에도 예주 씨가 직접 움직이실 차례입니다. 기승위는 알고 계신가요?"
"…알고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아무튼, 일단은 기승위부터입니다. 자, 올라와보실래요?"
"네에…."
정예주의 손목을 붙잡아 부드럽게 당겨 일으키며 반대로 몸을 눕힌다.
우물쭈물하면서도 내가 이끄는 대로 몸을 일으킨 미묘한 눈빛으로 우뚝 솟아 있는 내 하반신을 바라봤다.
"후우우…."
마치 달리기 선수가 전력으로 달리기 전에 숨을 고르는 것처럼, 길게 숨을 삼킨 정예주는 천천히 무릎으로 일어서 내 위에 올라타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자지를 붙잡아 당겨 귀두를 다리 사이의 균열에 갖다댔다.
찌륵….
희미하게 들려오는 질척한 소리는 정예주의 몸이 삽입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는 증거였다.
"…시작하겠습니다."
"편하게, 즐긴다는 생각으로 하시면 됩니다."
마치 경고라도 하는 것처럼 진중한 목소리로 통보하는 정예주의 말에 가볍게 대답했고, 그 대답을 들은 정예주는 오히려 한층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허리를 내렸다.
찌거억…!
"흐으읏…!"
입구부터 빡빡한 조임과는 반대로, 애액으로 미끈미끈해진 질내는 귀두를 전부 삼킨 순간 미끄덩하고 남은 부분을 매끄럽게 받아들이며 빈틈없이 달라붙어 왔다.
"하아, 하아, 하아…."
삽입은 손쉽게 이뤄졌지만 정예주의 표정은 좋지 않다.
고작 삽입만 끝났을 뿐임에도 호흡이 거칠어진 호흡, 부끄러움과는 다른 이유로 발갛게 달아오른 피부,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하면서도 끊임없이 흔들리는 눈동자가 정예주가 얼마나 쾌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내가 말한 대로 순순히 섹스를 즐긴다면야 좋은 일이겠지만, 정예주는 아직 이 상황을 업무를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삽입만으로도 기뻐하고 있는 몸을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어떠신가요?"
"네…?"
"표정이 좋지 않으셔서요. 혹시 아프신 거라면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예주를 부추길 때는 억지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이렇게 내 쪽에서 배려의 의사를 비추기만 해도 충분하다.
정예주는 지금 자신이 트레이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게 폐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아닙니다. 지금 바로…. 흐읏…! 읏…!"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정예주의 허리가 움찔거리며 위아래로 들썩인다.
삽입할 때는 그렇게 매끄럽게 미끄러지던 속살이 뺄 때는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주르륵 딸려나온다.
"하으, 읏, 응…! 흐으읏…!"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처녀였으니 어쩔 수 없지만, 정예주의 허리 놀림은 기껏해야 허리를 위아래로 들썩일 뿐인 단순한 움직임뿐이다.
'근데도 끝내준단 말이지.'
기술이랄 것도 없는 단순한 움직임도 자지를 쥐어짜는 듯한 조임 덕분에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여기서 내가 정예주의 허리를 붙잡아 직접 돌리고, 무의식중에 피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고 있는 자궁구를 쑤셔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물론, 정말로 그렇게 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정예주가 지금의 답답한 움직임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쾌락을 찾을 때가 돼서야 벌어질 일일 것이다.
"아읏…! 읏…! 앙…! 흐앙…!"
애초에 가버리기 직전까지 몸을 애태워뒀던 만큼, 정예주의 몸은 빠르게 달아오르며 절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히익…! 흑…! 흐아아앙…!"
움찔! 움찔!
결국, 몇 번 허리를 흔든 것만으로도 절정에 달해버린 정예주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온몸을 움찔움찔 떨어대며 미처 억누르지 못한 신음을 길게 쏟아냈다.
'크으….'
안 그래도 빡빡하게 조여들던 질내가 절정과 동시에 더욱 조여드는 탓에 나 역시 아찔할 정도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 정도 쾌감은 오히려 욕구에 불을 붙일 뿐이다.
"꺄읏…!"
절정의 여운에 빠져 숨을 고르고 있던 정예주는 내가 허리를 살짝 쳐올리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흠칫 몸을 움츠렸다.
"막 가버려서 민감할 때 움직여봐야 빨리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움직이세요."
"네, 네엣…!"
이번에는 조금 강압적으로 태도였지만 정예주는 기분 나빠하는 기색조차 없이 곧바로 대답하며 허리를 들어 올린다.
내게 '배우는' 입장인 정예주로서는 어중간한 배려보다는 이렇게 확실하게 지시를 내리는 편이 마음이 편할 것이다.
"으응…. 앙…. 아앙…."
찌걱, 찌걱, 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가 얕게 들썩일 떄마다 꽉 다물어졌던 입이 벌어지며 애처로운 신음이 흘러나온다.
아직 절정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몸은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평소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예주는 조금이라도 더 버티기 위해 더 얕게, 조금씩 움직이며 쾌감으로부터 도망친다.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움직인다면 확실히 더 오래 버틸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해서야 다시 절정에 달할 수는 없을 테니, 결국 정예주는 행동은 자기 몸을 스스로 애태우는 일일 뿐이었다.
그 소극적인 움직임에 애가 타는 건 나도 마찬가지라는 게 문제였지만.
'조금만…. 조금만 더 참자….'
애초에, 오늘 정예주의 집을 방문한 이유 중에는 내가 정예주의 몸에 익숙해지기 위한 목적도 있었으니 참아야 했다.
'쪽팔리게 먼저 못 참고 달려들 수는 없지.'
완벽하게 상하 관계가 정해진 관계라면 모를까.
아직 정예주와는 확실하게 관계를 정립하지 못한 만큼 내가 먼저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래도 가만히만 있기엔 심심하니까….'
정예주를 조금 부추기는 것 정도는 해도 되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도와준다니, 무슨…."
누운 자세 그대로 손을 뻗어 소극적인 움직임에 맞춰 작게 흔들리고 있는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 쥐자 정예주의 호흡이 짧게 어긋났다.
"햐응…!"
예민한 고양이를 쓰다듬듯, 한 손에 꽉 차는 가슴을 아주 살살 주무르고, 발딱 솟은 유두를 손가락 끝으로 스치듯이 문지르자 정예주의 질내가, 몸이 경련하듯 가늘게 떨려왔다.
"흐아앙…. 고객님, 그렇게 하시면…. 하으, 아, 그마안…. 이상해요오…."
힘없이 녹아내리고 있는 목소리는 알기 쉬울 정도로 여유가 사라져 있다.
이제 막 애태우기 시작했을 뿐인데도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걸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애가 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상하다니, 뭐가 어떻게 이상하다는 겁니까?"
"뱃속이 마악 뜨워져서어…. 움찔움찔하고오…. 오싹오싹해서어…. 이런 거 이상해요오…."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가슴은 그만 만질까요?"
"아으으…. 몰라아…. 안대애…."
"그렇게 애매하게 말씀하시면 저도 어떻게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으아앙…. 그치마안…. 안대는데에…."
나름대로 공을 들이긴 했지만 지금의 정예주는 그간 보여줬던 인내심들이 전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빠르게 이성의 끈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나마 얕게 움직이던 허리도 지금은 완전히 멈춰 겨우 움찔거리고만 있는 상황.
손가락 끝이 유두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애처롭게 떨려오지만 정예주는 마지막 선만은 넘지 않겠다는 듯 온몸을 떨어대는 와중에도 입술을 꽉 깨물고 욕구를 견뎌내는 중이었다.
"예주 씨."
"흐윽…! 네…?"
나지막하게 이름을 불린 정예주는 간신히 정신을 차린 듯 눈에 힘을 주고 시선을 맞춰왔지만 애처롭게 떨리고 있는 눈동자는 이미 정예주가 벼랑 끝에 섰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계속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섹스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억지로 참는 게 아니라 쾌감을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
지금 정예주를 버티게 만드는 건 결국 본분을 잊고 쾌락에 빠져들면 안 된다는 성실함을 넘어 고집스럽기까지 한 성격이다.
하지만 그 고집마저도 이제는 완전히 무너져내릴 순간을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