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133화 (133/775)

< 133화 > 개인과외 (3)

쿵, 쿵 하고, 심장이 뛴다.

살아있는 사람인 이상에야 심장이 뛰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땀 흘려 운동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얌전히 앉아 있는 와중에도 이렇게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이상한 소리를 들어서 그래.'

전날, 최민석에게 들었던 노골적인 칭찬 탓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미인이라던가, 자기 취향이라던가, 흥분된다던가.

…마지막 발언은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었지만 성희롱이라고 받아들이기엔 최민석의 태도가 너무 진지했다.

스스로의 외모에 대한 자각은 있다.

대학생 때부터 사귀자거나 번호 좀 달라거나, 다가오는 남자들은 많았고, 지금 일하는 직장 역시 단순히 경력만이 아니라 외모까지 채용 조건에 속했기 때문에 학연으로라도 경력이 없는 자신이 들어올 수 있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최민석처럼 노골적으로, 성적인 호감을 드러내며 다가온 상대는 없었다.

본래라면 기분 나빴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최민석 본인이 먼저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렸고….

"……."

아니다.

남에게 하는 변명이라면 어떻게 속여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었다.

최민석이 굳이 선을 긋지 않더라도, 정예주는 그의 말을 조금도 기분 나쁘다고 여기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부끄럽고 간질간질한 기분에 조금 들뜨기까지 했던 것 같았다.

"아으으…."

생각을 정리하면 할수록 올라오는 부끄러움과 자괴감에 화끈거리는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 채 신음했다.

최민석은 좋은 사람이다.

매사에 대충하는 법이 없는 성실함이나 모난 곳 없는 성격도 그렇고, 성적인 경험이 전무한 자신을 번거롭게 하나하나 가르쳐주면서도 인상 한번 쓰지 않는 배려심까지.

어디에 얼마를 기부했느니, 봉사활동을 나갔느니 하는 미담 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에는 딱 들어맞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미남이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맞는 훤칠한 외모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큰 키와 균형 잡힌 근육질의 체격까지.

성격으로나 외모로나 호감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라고 해도, 일이라면 철저하게 고객으로서 생각하고, 상대해야 한다.

상대가 진상이라면 또 모를까, 돈을 받고 일하는 사회인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상식이었다.

만약 최민석이, 단순히 잘생기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었다면 지금처럼 흔들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민석은 그런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하는 기묘한 색기와 체취를 가지고 있었고, 정력마저도….

"꺄아아악!!"

어느샌가 최민석의 탄탄한 몸과 체취, 질내를 가득 채우는 커다란 물건을 떠올리고 있던 정예주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빼액 소리쳤다.

처음에는 그저 객관적으로 자신이 흔들리는 이유를 찾아내려고 했을 뿐이었는데, 여기서 조금만 더 정신을 놓고 있었다면 아마 그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쾌락까지 떠올려버렸을 것이다.

이미 아랫배에서 희미하게 징징거리는 느낌이 올라오고 있긴 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시간이…."

최민석이 오기로 한 시간은 오후 1시.

쿵쿵 뛰어대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새 10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청소는 이미 해뒀고, 냉장고에 마실 것도 이것저것 채워 넣었다.

옷차림도, 실내복이라고 하기엔 조금 과했지만 손님이 오기로 했으니 일단은 적당히 차려입었다.

어차피 금방 벗게 되겠지만….

"아, 좀!"

자신이 이렇게 감정 표현이 풍부한 사람이었던가.

자연스럽게 성적인 부분으로 기울어가는 사고를 떨쳐내며 발로 바닥을 쾅 내려치며 소리치고는 다시 시간을 확인….

띵동-♪

"어. 어?"

조금은 클래식한 알림음에 정신이 번뜩 깨어났다.

아직 1시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5분에서 10분 정도 빠르게 도착하는 것도 이상할 것 없는 일이다.

정예주는 꿀꺽 침을 삼키고는 거실로 나와 인터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

"생각보다 괜찮은데?"

혼자 살고 있다기에 오피스텔이나 원룸 같은 곳에서 지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정예주가 알려준 주소는 깔끔하게 지어진 신축 빌라였다.

정예주 역시 나와 비슷한 나이대임을 감안한다면 서울에서 이런 집에서 지내는 건 유서연처럼 집이 잘사는 게 아닌 이상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402호. 여긴가."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다른 여자의 집에 들어가는 상황은 은근히 두근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띵동-♪

문 옆에 있는 벨을 누르자 곧바로 벨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인터폰에 불이 들어오며 툭, 하고 음성이 연결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나갈게요!]

뭔가, 조금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바로 연결이 끊어졌고, 이내 문 안쪽에서 조금씩 인기척이 가까워지다 문이 활짝 열렸다.

평소와는 다른 하얀 셔츠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검은 치마 차림은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이다.

옷을 입은 본인의 몸매와 얼굴이 워낙 훌륭하다 보니 평범한 코디만으로도 매력을 드러내기엔 충분했다.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인터폰 너머로 들렸던 다급한 목소리와 달리 직접 얼굴을 마주한 정예주의 태도는 평소처럼 차분했다.

정예주의 뒤를 따라 들어온 거실은 본인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처럼 필요한 가구 외에는 아무것이 깔끔했다.

"침실은 어디인가요?"

"…이쪽이에요."

짧게 거실을 둘러보고, 곧바로 침실로 향했다.

유서연의 집에 있는 킹사이즈 침대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두 명 정도는 충분히 뒹굴 수 있는 정도의 침대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아, 네. 잘 부탁드립…. 으읍…!?"

침실로 들어와 멀뚱히 서 있는 정예주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조금 긴장하고 있던 정예주는 갑작스러운 접촉에 흠칫 몸을 움츠리면서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맡겨왔다.

"하움…. 움…. 움…. 츄웁…."

부드럽게 혀를 섞으며 정예주의 옷을 천천히 벗겨나간다.

조금씩 옷이 벗겨져 나가고, 손끝이 살갗을 스칠 때마다 밀착한 여체가 움찔거렸지만 결국은 상의를 전부 벗겨내고, 속옷만 남은 매끄러운 피부가 고스란이 드러났다.

"하아, 하아…."

미련 없이 입술을 떨어뜨리고 내가 만들어놓은 작품을 천천히 훑어내리는 사이, 정예주는 멍한 눈빛으로 한숨을 흘리고 있었다.

"예쁘네요."

"네, 네…?"

"평소랑은 다른 느낌이라 좋아요."

평소에 보던 스포츠 브라와 달리 연한 분홍색의 평범한 속옷 차림은 그것만으로도 색다른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든다.

정예주는 조금 당황하는 듯하면서도 내 칭찬이 속옷에 대한 평가였다는 걸 알았는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다시 몸을 살짝 움츠렸지만 그보다 빠르게 내 손이 브라 안쪽으로 파고들어 매끈한 탄력이 느껴지는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힉…!"

"그렇게 반응하시면 상처받습니다."

"죄, 죄송…. 흐읏…!"

브라 안쪽에서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고, 벌써부터 발딱 서 있는 돌기를 살짝 꼬집고 문지르자 짧게 숨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정예주의 몸 전체가 움찔 떨려왔다.

"오늘은 정리 운동이 아니라, 평범하게 섹스를 하면서 익숙해지는 게 목적입니다. 기분이 좋으시면 억지로 참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참는 것도 우선은 익숙해진 다음에 하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알겠다는 대답과 달리, 정예주는 가슴을 주무르고 유두를 간질일 때마다 몸을 움찔움찔 떨어대면서도 어떻게든 차분한 표정과 호흡을 유지하려는 듯 필사적으로 쾌감을 참아내고 있다.

여기서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정예주의 표정을 무너뜨리고 앙앙 울어대게 만들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정예주 스스로가 쾌감에 빠져 매달려오게 하는 쪽이 내 취향이었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읏, 꺄앗…!"

한쪽 손으로는 계속해서 가슴을 주무르고, 허리를 감싸 안고 있던 손을 위로 올려 후크를 풀어버리자 브라가 툭 떨어져 나가며 드러난 매끈한 유실이 탄력을 자랑하는 것처럼 작게 흔들린다.

알몸을 보인 게 처음도 아닌데, 정예주는 마치 이번이 처음인 것처럼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귀여운 비명을 질렀다.

하기야, 평소에는 펠라를 하면서 한 번 가버릴 때까지 자위하고, 한 번 가버린 뒤에는 그대로 삽입하는 방식으로만 관계를 맺었으니 이렇게 느긋하게 몸을 애무 당하는 경험은 처음일 것이다.

"오늘은 천천히 하겠습니다."

"꺄읏…!"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여 발딱 솟은 유두에 쪽 입을 맞추고, 그대로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아들인다.

"쪼옥…. 쪽…. 쪼오옥…."

"읏, 응…. 흐응…!"

유두를 쪼옥 빨아들일 때마다 등허리가 움찔 떨려오고, 빨아들인 유두를 혀끝으로 살살 간질일 때마다 얕게 비음이 흘러나온다.

민감한 정도로만 따지자면 시작부터 발정 상태에 들어가 있는 두 노예들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였다.

"예주 씨."

"하아…. 네…?"

잠시 입을 떼어내고 정예주와 시선을 맞추자 복잡한 표정으로 쾌감을 참아내던 정예주의 눈빛에 은근한 아쉬움이 스쳤다.

"쾌감에 익숙해지려면 일단 스스로 느끼고 있는 감각이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정확히 무슨 느낌이 드는지, 직접 설명해 보세요."

"그, 그게 무슨…?"

즉흥적으로, 정예주를 괴롭혀주고 싶다는 생각에 나온 생각이었다.

정예주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지만 상황이 여기까지 진행된 이상 정예주를 설득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나와 섹스하기 위해 나를 집까지 들였다는 상황 자체가 이미 충분할 정도로 정예주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예주 씨가 너무 긴장하고 계셔서 하는 말입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힘들다면 의식해서라도 해봐야죠. 정 부끄러우시면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해보겠습니다."

억지로 밀어붙일 것도 없이, 적당히 갖다 붙인 이유와 함께 자존심을 살짝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동의를 받아냈다.

"좋습니다. 그럼 다시 시작해보죠."

과연 정예주는 어떤 표정으로 자기가 느끼고 있는 쾌감을 설명할까.

은근한 기대와 함께 자세를 낮춰 정예주의 가슴을 입에 물고, 쪼옥 빨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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