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 더 효율적인 방법 (4)
정예주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헤으…."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몽롱한 눈빛과 개처럼 혀를 내밀고 있는 표정은 완벽하게 쾌락에 녹아내린 여자의 모습이었지만 정예주는 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이런 거….'
알지 못했다.
처음 최민석이 물건이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안쪽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는데, 그가 허리를 크게 당겼다가 안쪽을 마구 쳐올릴 때도 그저 아프기만 했는데.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통증이 잦아들고, 기묘한 열기와 함께 깊은 곳을 쑤셔질 때마다 조금씩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뜨겁고 커다란 물건이 안쪽을 강제로 벌리며 깊은 곳을 푹푹 쑤셔대고, 두꺼운 귀두가 질주름을 드르륵 긁어내는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매일 입으로 받아들였었던 엄청난 양의 정액이 쏟아져 들어온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음란한 신음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후우우…."
"하아앙…!"
마지막으로 길게 숨을 토해낸 최민석이 허리를 당겨 자지를 뽑아낸 순간, 또다시 귀두로 안쪽을 긁어내는 쾌감에 힘이 풀려 신음을 토해내며 그대로 샤워실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하지만 최민석은 오히려 잘 됐다는 듯 곧바로 정예주의 눈앞에 우뚝 솟아 있는 자지를 들이밀었다.
"안에 남은 것도 마무리 부탁드립니다."
"아…."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눈앞에 들이 밀어진 최민석의 자지를 확인한 순간, 정예주는 순식간에 침이 고이는 것을 느끼며 멍하니 입을 벌렸다.
최민석의 물건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들이 밀어진 물건은 그런 수준과는 완전히 다르다.
평소 입으로 마무리한 뒤에 보던 모습과는 달리 애액과 정액이 뒤섞인 체액으로 질척하게 뒤덮인 자지는 조금도 지치지 않고 흉악한 형태 그대로 불끈거리고, 그에 맞춰 기둥에 불거진 핏줄이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목을 울리며 침을 삼켰다.
겉모습만으로도 압도될 정도인데, 평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진하고 강렬한 냄새가 코끝을 파고들어 머리를 마구 어지럽혔다.
"예주 씨?"
"하, 할게요."
다시 한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대답하며 무언가에 홀린 듯이 입을 벌렸다.
"하움. 츄룹, 츕, 츄우웁…."
지금 자지에 묻어있는 것들은 대부분 최민석의 것이 아닌 자신의 애액일 것이다. 희미하지만 피 맛도 조금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어지러워….'
귀두가 목구멍을 푹푹 쑤셔댈 정도로 자지를 깊게 삼키고, 집요하게 혀로 애액을 핥아먹으며 생각했다.
미끌거리고, 비릿하고, 어지러운데, 혀로 단단한 기둥을 훑어내며 애액을 맛볼 때마다, 잔뜩 모인 것들을 목으로 넘길 때마다 뱃속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요도를 쭉 빨아들인 순간 뷰릇, 하고 남은 정액이 입 안으로 흘러나왔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어버렸을 정도였다.
"쮸웁…. 쯉…. 쮸웁…."
더이상 남은 애액도 없고, 안쪽에 남은 정액까지 전부 빨아냈음에도 정예주는 멍하니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며 자지를 빨았다.
사정을 위한 펠라치오가 아닌데, 이미 펠라에 익숙해진 정예주의 입은 당연하다는 듯 자지를 깊게 삼키며 자연스럽게 민감한 곳들을 혀로 휘감아 애무하고 있었다.
"저기, 예주 씨?"
"우므응…. 웅…?"
최민석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몽롱하게 풀어져 있던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간신히 지금의 상황을 떠올릴 수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이해한 순간. 기겁하며 입 안에서 자지를 빼내며 다급하게 사과했다.
"아닙니다. 저야 좋았는걸요. 그보다, 저도 모르게 너무 세게 해버렸는데, 괜찮으신가요?"
"크흠, 괜찮습니다."
정예주는 쿵쿵 뛰어대는 심장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며 짧게 대답했다.
다른 것들은 다 제쳐놓더라도 최민석의 자지를 빠느라 완전히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것만큼은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그리고, 말도 없이 안에 싸버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정관 수술을 해놓은 탓에 애인이랑 할 때는 매번 안에 싸다 보니 습관이 돼버린 모양입니다."
"정관 수술이요…?"
피임이라고는 밖에 싸는 것과 콘돔을 쓰는 것, 약을 먹는 방법 정도밖에 몰랐던 정예주는 그게 뭐냐는 투로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남자 쪽에서 하는 피임 수술 같은 겁니다. 일단 임신할 걱정은 없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겁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안에 사정 당했었지.
나름대로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중요한 사실조차 떠올리지 못하고 있던 걸 보니 그런 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임신할 확률은 아예 없는 건가요?"
"예. 확실합니다."
"그럼 괜찮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정예주는 내심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분명 오늘 최민석에게 섹스를 제안하기로 결심하면서 콘돔을 준비해왔었는데, 어느 순간 콘돔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위험한 날은 아니었지만 최민석의 사정량을 생각하면 안심할 수 없었는데, 다행인 일이었다.
"그럼, 앞으로도 콘돔은 쓰지 않는 쪽이 낫겠군요."
펠라에 대한 강의를 보면서 들은 19금 토크에는 남자들이 생으로 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 역시 있었다.
여성과 달리 남성의 경우에는 콘돔을 사용할 경우 생으로 하는 것에 비해 느끼는 쾌감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모양이니까.
그러니까, 임신 걱정만 없다면 생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쪽이 더 효율이 좋으니까. 그것뿐이야.'
생으로 해도 괜찮다는 결론을 내린 순간, 자신도 모르게 질내사정 당하며 느꼈던 아찔한 쾌감을 떠올렸지만 결코 사심은 없다며 스스로를 변호했다.
"그쪽은 예주 씨한테 맡기겠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아, 네. 고객님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렇게 격렬했던 관계 이후에도 최민석의 물건은 여전히 우뚝 솟아올라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돌아서서 샤워실을 나섰다.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최민석의 하반신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정예주는 최민석이 나가고 나서야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몸을 일으켰다.
"…씻자."
하반신은 진작에 벗겨져 있었고, 윗옷까지 그대로 벗어 문밖으로 던져놓은 정예주는 그대로 샤워기의 물을 맞으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은 익숙해져야 해."
아무리 처음이라지만 본방에 들어간 뒤로는 그저 최민석에게 몸을 맡긴 채로 앙앙댄 기억밖에 없다.
섹스는 남자만 움직인다고 다가 아니다.
여자 쪽에서도 제대로 호응을 해줘야 더더욱 남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건 거의 모든 강의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이야기였다.
오늘처럼 쾌락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여자로서는 몰라도, 트레이너로서는 완전히 실격이었다.
'하지만….'
익숙해질 수 있을까?
본래라면 아팠어야 할 첫 경험에서조차 엄청난 쾌락을 느끼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절정에 달해버렸는데, 다음부터는 그 통증마저 점점 사라져갈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주륵….
"힉…!"
다시 한번 최민석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쾌락을 떠올리려던 정예주는 안쪽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오는 느낌에 흠칫 몸을 움츠리며 작게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몸을 움츠리고 있기를 잠시.
정예주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꾸욱 감은 채로 우울함을 가득 담아 신음했다.
"으으…."
질내에서 흘러나온 무언가는 순식간에 샤워기 물을 맞고 씻겨 내려갔지만 그 찰나의 감각으로 또다시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버렸다.
아니, 몸은 진작에 달아올라 있던 상태였고, 조금 전의 감각으로 확실하게 불이 붙어버린 것이었다.
"이래서야 의미가 없잖아…."
물론, 섹스로 정리 운동의 효율을 높였으니 아예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몸이 달아올라서야 최민석에게 밝히지 못했던, 자신의 욕구를 조절한다는 목표는 실패나 다름없었다.
"후우우…."
정예주는 막막한 기분을 느끼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어릴 때부터 얌전히 지내는 것보다는 밖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했었다.
초등학생 때도 여자아이들과 노는 것보다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놀았고, 중학생 때는 조금 얌전해졌지만 육상부에 들어가 항상 기분 좋게 땀을 흘렸다.
운동 쪽으로 진로를 확실히 결정한 건 고등학교에 들어가 새로 들어갈 부활동을 고민하던 도중이었다.
지금까지야 부활동으로 끝냈었지만 이왕 좋아서 하는 운동, 아예 직업으로 삼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떠오른 동시에 곧바로 마음을 결정한 것이다.
선수나 교사 쪽은 이것저것 제약이 많으니 패스하고, 고객을 가르치긴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체육관에 상주하며 자기 관리라는 명목하에 마음껏 땀을 흘릴 수 있는 트레이너로 목표를 정했다.
정말 나중의 일이긴 하겠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체육관이나 헬스장을 차릴 수도 있으니 나름대로 꿈도 있는 직업이었다.
"…힘내자."
정예주는 푹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며 결연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우울한 기분에 무심코 예전 생각을 떠올렸을 뿐이었지만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자신은 운동을 좋아했고, 스스로 선택해서 결정한 직업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력도 없는 주제에 연줄로 좋은 직장에 들어와 편하게 많이 벌기까지 하고 있었으니 남들에 비하면 상황도 훨씬 좋은 편이었으니 고작 이 정도로 불평하는 건 너무 배부른 소리였다.
"하다 보면 익숙해질 수밖에 없어. 익숙해지면 지금보다는 나을 거야."
처음이라서.
자위가 아닌 삽입 섹스로 느끼는 쾌락에는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버티지 못했을 뿐이다.
쾌감 역시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나중에는 조금씩 적응하게 될 테니 지금은 최대한 견뎌내며 익숙해질 때까지 버텨야 할 때였다.
"…할 수 있어."
마지막으로 결의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린 정예주는 곧바로 샤워기의 온도를 최대한 차가운 쪽으로 조절했다.
"읏…!"
순식간에 차가워진 물이 몸을 싸늘하게 식히고 어지럽던 정신을 선명하게 되돌렸다.
그렇게 차가운 물로 온몸을 씻어내고 밖으로 나오자 몸을 괴롭히던 욕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이 정도면 버틸만하다. 정예주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한결 나아진 몸 상태로 PT룸을 나섰다.
물론, 퇴근한 뒤에는 결국 욕구를 참아내지 못하고 다시 자위에 빠져들었지만 오늘은 겨우 한 번만으로 욕구를 해소하고 잠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