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 더 효율적인 방법 (1)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목욕을 끝마치고, 그대로 자위를 시작해 연달아 두 번이나 절정하고 나서야 달아오른 몸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하앗…. 하앗…."
최근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자위라는 건 예상 이상으로 체력을 잡아먹는 행위였다.
성적으로 달아오른 몸으로 퇴근 때까지 버티는 것만으로도 지치는 일인데, 자신도 모르게 숨이 가빠지고, 신음이 마구 흘러나올 정도의 쾌락을 짧은 시간 동안 마구 주입하는 행위가 지치지 않을 리가 없다.
그것도 그걸 연달아 두 번씩이나 하며 몸을 절정까지 끌어올리다 보니 항상 자위를 끝마친 뒤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은 탈력감에 멍하니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물론 머릿속은 자신의 페티쉬에 대한 은근한 자괴감과 불안, 그리고 효율적으로 최민석을 사정시키기 위한 방법에 대한 생각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단순히 빨리 싸게 한다고 생각하면 전립선까지 건드리는 게 낫겠지만 제대로 개발하지 않으면 쾌감까지 느끼기는 힘들다고 하고, 아무래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장소니까….'
최민석이 들었다면 기겁하며 서큐버스 시스템을 실행시켰을 공포스러운 발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떠올랐다가 기각됐다.
이미 펠라치오라는 단계에서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했다고 봐도 좋았기에 이제 떠오르는 방법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극단적인 것들뿐이었다.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명백하게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난 물건의 크기와 온갖 자극에도 꿋꿋이 버텨내는 인내력, 크기와 마찬가지로 상식적이라고 볼 수 없는 정액의 양과 농도까지.
최민석의 성 능력은 자신 같은 경력도 변변찮은 트레이너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전문가들이 넘쳐나는 AV 업계를 찾아보더라도 최민석만큼 큰 물건은 볼 수 없었고, 아예 하얀 물감처럼 보일 정도의 농도와 입 안 가득 흘러넘칠 정도의 양을 싸는 남자는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역시 여기서 더 효율을 늘리려면 섹스밖에 없어.'
[정리운동으로서의 효율만 놓고 보자면 펠라보다 섹스 쪽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여러 가지 기술을 통해 남성에게 쾌감을 주입하는 펠라와 달리, 자연스럽게 자지를 질로 조이는 섹스 쪽이 남성의 긴장을 자연스럽게 풀어주면서도 불순물 없는 순도 높은 쾌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은 섹스에 있어서도 초보자였다.
펠라치오야 최민석의 호의에 기대 능숙해질 수 있었지만, 염치없이 섹스까지 익숙해질 때까지 도와달라고 할 정도로 낯짝이 두껍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펠라치오처럼 바나나나 딜도로 연습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고, 일 외적으로는 연습이라고 해도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일은 내키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역시 민석 씨가 낫긴 한데.'
이왕 처음을 준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상대는 아직 없으니 패스.
그렇다면 차라리 트레이너로서 당당하게 첫경험을 해버리는 쪽이 나을 것이다.
[실제로 초보 트레이너 중에는 그렇게 처음을 졸업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이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확인해볼 수 있는 행동]이었기에 나쁘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양심이….'
돈을 받은 이상 액수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섹스를 통해 사정을 돕겠다면서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처녀가 나선다면 그건 제대로 된 서비스인가? 당연히 아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이 순수하게 업무의 효율을 위한 행위인가, 라는 부분 역시도 양심에 걸렸다.
'차라리 섹스를 해버리면 달아오른 몸도 진정시키면서 사정을 도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섹스라는 방법을 떠올린 계기였으니까.
고객을 상대로 욕정을 품는 것만으로도 실례인데, 고객을 통해 욕구를 풀 생각까지 한다니. 거기까지 해버린다면 정말 트레이너 실격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서로한테 좋은 일이기도 하고…. 아으으…!"
양심과 욕구 사이에서 고민하던 정예주는 결국 몸을 홱 돌려 배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신음했다.
항상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며 지냈던 정예주로서는 극히 보기 드문 행동이었다.
최민석과의 트레이닝을 할 때마다 올라오는 욕구는 나날이 참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도, 섹스가 단순히 자신의 욕구만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면 정예주는 끝까지 참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운동의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훌륭한 변명거리까지 준비된 상황에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이상으로 길게 고민하던 정예주는 결국 스스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물어라도 보자."
아무리 이렇게 혼자 고민해봤자 최민석이 거절해버리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다.
허락을 받는다면 조금 양심에 찔리기는 해도 좋은 일이고, 거절당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지금처럼 고민하는 일은 없어지겠지.
솔직하게, 아주 조금 사심을 섞자면 최민석이라면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있기도 했다.
공식적인 방법이 아님에도 사정을 도와달라고 말한 것을 보면 그 역시 자신처럼 운동의 효율을 중시하는 타입으로 보였으니까.
아마 더 좋은 방법을 제안한다면 거절할 것 같지는 않았다.
*
정예주는 의외로 최면을 걸기 쉬운 타입이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성실한 성격은 조금만 상식을 비틀었을 뿐임에도 효율이라는 명목하에 성적인 거부감을 자기 스스로 거의 지워버리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행동할 정도였으니까.
거기에, 남의 체취에 흥분한다는 냄새 페티쉬적 성향은 따로 성욕에 관한 최면을 걸 필요조차 없이 정예주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어 더더욱 일을 진행하기 수월하게 만들었다.
…그런 줄 알았는데.
'슬슬 반응이 올 때도 됐는데 말이지.'
정예주에게 [펠라보다 섹스가 효율이 좋다]는 최면과 함께 [경험이 없는 초보 트레이너들은 고객을 통해 처녀를 졸업하기도 하며 이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이다.]라는 속 편한 변명거리까지 만들어줬다.
몸이야 이미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오른 상태라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 그 정도면 충분히 반응이 올 법도 한데, 정예주는 벌써 일주일이 넘도록 섹스를 의식하고 있다는 반응조차 거의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저 평소처럼 내 냄새를 맡으며 흥분하면서도 성실하게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자세가 어긋나면 지적해준다.
운동을 마친 후에도 언제나처럼 마사지를 해주고, 입으로 정액을 뽑아낸 뒤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표정을 관리하며 수고 인사를 건네온다.
'참고 있는 건 분명해.'
펠라까지 끝마친 뒤의 정예주는 언제나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발정했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내가 망설임 없이 돌아설 때면 자기도 모르게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일 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후우…. 후우…. 후우…."
마사지를 하는 와중에도 정예주는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연신 달뜬 숨을 토해내며 몸 안의 열기를 어떻게든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마사지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오늘도 개운하네요."
"그럼…."
평소라면 곧바로 '사정하시는 것도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올 차례였는데.
정예주는 말을 끝까지 맺지 않고 드물게도 살짝 시선을 피하며 말끝을 늘어뜨렸다.
'드디어 왔나?'
정예주는 확실히 오래 버텼다.
이제는 거의 조건반사처럼 나와 마주치는 순간 몸을 움찔 떨며 깊게 숨을 들이키고, 냄새에 취해 빠르게 피부까지 달아오르는 주제에 자신 쪽에서 자연스럽게 섹스를 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참을 수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구태여 재촉하지 않고 얌전히 정예주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만약 여기서 차마 섹스를 하자고 말하지 못하더라도, 이제는 정말 한계가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얼마간은 더 여유롭게 기다려 줄 수도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정예주가 인내에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한참을 망설이던 정예주는 결국 짧게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진정시키고 새로 말을 이어나갔다.
"크흠. 슬슬 펠라에는 익숙해진 것 같으니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다른 방법이요?"
"예. 입으로 사정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임은 분명합니다만, 질내에 직접 삽입해서 사정시키는 방법과는 효율 자체가 다릅니다."
"그러니까, 펠라보다는 섹스 쪽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최대한 빙 둘러서 표현하려던 정예주는 내 노골적인 질문에 귀를 빨갛게 물들이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음…. 저야 상관없긴 한데, 예주 씨는 괜찮으신가요?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고는 해도 섹스까지는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
"아닙니다. 오히려, 제 쪽에서 폐를 끼치는 일인지라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예주 씨가요?"
적당히 분위기에 맞춰 물었던 첫 질문과는 달리 이번 질문은 순수한 궁금증에서 나온 것이었다.
정예주와 섹스를 하면서 내가 손해를 입을 일이 뭐가 있다는 건지, 나로서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정예주는 그런 내 질문에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손이나 입으로 해드릴 때도 그랬지만,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고객님께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고객분께 불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해드리는 것도 모자라 배워야 할 상황이니 죄송스럽고 부끄러울 뿐입니다."
'…이거였구나.'
정예주의 답변은 예상하지 못하기는 했어도 확실하게 납득은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면, 처음 대딸을 부탁할 때도 이런 쪽에 경험이 없다는 걸 부끄러워하기도 했고, 펠라를 부탁했을 때도 자신이 배워야 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었지.
그때는 그냥 별생각 없이, 꼴린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었지만 정예주에게는 자신의 직업의식과 겹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괜찮습니다. 애초에 제 쪽에서 먼저 부탁드린 일이기도 하고, 예주 씨는 절 위해 더 효율적인 방법을 권해주신 것 아닙니까. 예주 씨가 성실하게 가르쳐주신 덕분에 잘 배우기도 했고, 제가 믿을만하다고 생각해서 부탁드린 일이니 너무 불편해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 그렇죠…."
나름대로 훈훈하게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정예주는 뭐가 또 찔리는 모양인지 살짝 말을 더듬다가 또다시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아직도 뭐가 남았나?'
나름대로 남의 심리를 읽는 데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정예주처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성실한 타입은 처음인지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기가 힘들었다.
'뭐, 나중에 하면서 물어보면 되겠지.'
어차피 여기까지 진도를 나간 이상 정예주는 완전히 내 손에 떨어진 거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