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 효율적인 정리운동 (1)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정예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욕실로 들어와 몸을 씻었다.
포니테일로 정리해둔 머리를 풀어 감고, 온몸에 거품을 칠하고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닦아낸다.
그렇게 몸에 밴 냄새를 완전히 지워내고 나서야 샤워기로 거품을 씻어내고, 욕조에 들어와 다리를 쭉 뻗고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살 것 같아."
일이 힘들었던 건 아니다.
애초에 회원제 클럽이라는 조건 탓에 고객이 많은 것도 아니고, 트레이너라고는 해도 근무 시간의 대부분은 자기관리를 하면서 호출이 있을 때만 고객을 상대할 뿐이었으니 업무 강도도 낮은 편이다.
대학 선배의 연줄로 들어온 지금의 직장은 고작 1년 차 트레이너인 자신에게는 오히려 과분할 정도로 편하면서도 급료가 높았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최근에 들어온 고객인 최민석이다.
정확히는 그의 몸에서 풍기는 체취가 문제였다.
은은한 복숭아 향과 비슷한 그의 체취는 기이하게도 정예주의 취향(?)에 딱 맞았다.
더욱이, PT를 진행하며 그가 땀을 흘리면 흘릴수록 체취는 더욱 진해지고,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느샌가 그 체취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까지는 어떻게든 참아낸다고 해도, 최근에는 그의 사정까지 도와주며 상황이 더욱 나빠지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맡아본 정액 냄새는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강렬했다.
복숭아 향을 닮은, 최민석의 체취와는 달리 좋다고 할 수 있는 냄새는 아니다.
하지만 그 냄새를 맡고 있다 보면 어째서인지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아니, 몸은 진작에 최민석의 체취를 맡으면서 달아오른 상태였고, 정액의 냄새는 마치 기폭제처럼 그 열기를 확 끌어올렸다.
근무 중에도 샤워 정도는 할 수 있었지만 직장에 놀러 온 것도 아니고, 머리까지 감고 한참을 드리이기까지 써가며 시간을 보내기엔 눈치가 보여 결국 냄새를 전부 지울 수는 없었다.
PT룸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2시간 동안 시간을 보낸 탓에 냄새는 머리에도 배어 있었고, 결국 퇴근 때까지 최민석의 체취를 느끼며 버텨야 했다.
"으…."
명상이라도 하는 것처럼, 차분하게 눈을 감고 있던 정예주의 눈썹이 희미하게 휘어졌다.
냄새는 전부 지워졌다. 하지만 근무 시간 내내 달아올랐던 몸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정말…."
곤란하다.
냄새를 깨끗이 씻어내고 욕조에 들어왔음에도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는 몸을 의식하며 중얼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전담 트레이너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최민석 쪽에서 먼저 교체 사유가 될 만한, 트레이너에게 사적인 만남을 요구한다던가, 성희롱을 한다던가 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한은 정예주 쪽에서 교체를 요청할 수는 없다.
애초에 최민석은 성실하게 트레이닝을 따라오고 있을 뿐이고, 문제가 있는 건 자신 쪽이었기에 감정적인 면에서도 그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 번만 하자."
몸을 진정시키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최민석의 사정을 돕기 시작한 이후부터 달아오른 몸의 근질거림은 점점 커져만 갔고, 참다못해 '이번 한 번만'이라는 마음으로 했던 자위는 어느샌가 완전히 일과에 스며들어 있었다.
"…흐읏."
조심스럽게 다리를 벌리고 볼록 솟아오른 클리토리스를 손끝으로 꾸욱 누르자 자신도 모르게 허리가 움찔하고 떨려온다.
"흐읏, 읏, 앙…."
클리토리스를 꾹꾹 누르며 빙글빙글 돌려대는 손놀림은 투박하고 어색했지만 쾌감에 익숙하지 않은 정예주에게는 충분히 훌륭한 자극이었다.
"아으응…. 안 되는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둘 중 하나로 갈린다.
평균 이상으로 성욕이 강하거나, 성욕을 거의 느끼지 못하거나.
대학 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 반쯤 농담처럼 나온 이야기였지만 정예주는 자신이 명백한 후자라고 생각했었다.
어릴 때는 성적인 부분에 관심이 없었고,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질 나이 때쯤에는 이미 운동 쪽으로 진로를 정해놓은 탓에 매일 땀 흘리며 지내느라 성욕을 의식할 틈이 없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건 마찬가지였고, 그러한 생활이 취직 이후로도 쭉 이어졌다.
자위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한두 달에 한 번. 그마저도 하지 않을 때가 많았으니 스스로가 성욕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예주는 성욕이 없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저 의식하지 못하고 몸속에 꾹 눌러 담고 있었을 뿐.
그렇게 억눌러둔 성욕이 최민석과의 접촉으로 인해 점점 깨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으응…. 앙…. 아앙…."
손가락 끝이 클리토리스를 꾹꾹 누르며 돌려댈 때마다 목소리가 달게 녹아내리고, 허리가 움찔거리는 빈도가 늘어난다.
손가락이 닿은 부분부터 찌릿하고 전류가 흘러들어와 뱃속을 간질이는 것만 같다.
몸은 착실하게 쾌락을 쌓아가며 절정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안쪽의 안타까운 느낌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리고 그 안타까움을 어떻게든 해소하려는 듯, 클리토리스를 괴롭히는 손놀림이 점점 격렬해져 가고 있었다.
"흐응…! 아앙, 앗…! 하앙…!"
간다. 간다.
여전히 쾌락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절정의 전조와 절정하는 감각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몸이 자연스럽게 신호를 보내온다.
조금만 더 하면 가버릴 수 있다고.
높게 끌어올려진 쾌감을 한 번에 해방 시키는, 그 짜릿한 쾌감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분명 시작할 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었는데, 어느샌가 찰싹찰싹하고 팔의 움직임에 따라 수면이 파도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의 손놀림이 격해졌다는 뜻이었다.
"흐읏, 읏…!"
마지막으로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클리토리스를 위아래로 빠르게 문지른 순간, 허리가 휘어 올라가고, 다리를 쭉 뻗으며 절정을 맞이했다.
"흐으으으응…!!"
움찔! 움찔!
"하으…. 하아…. 하아…."
절정 이후에 찾아오는 몸이 붕 뜨는 듯한 나른함에 정예주는 얕게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았다.
한 번 절정했음에도 뱃속의 욱신거림은 여전히 남아있다.
최근에는 이런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절정 이후의 나른해진 몸이 더 기분 좋게 해달라며 떼를 쓰고 있었다.
"…방법이 비효율적이야."
단순히 쾌감이라는 면에서만 본다면 클리토리스는 오직 쾌감만을 위해 존재하는, 훌륭한 성감대다.
실제로도 클리토리스만을 이용한 자위로도 자연스럽게 절정에 달할 수 있었고, 쾌감이라는 면에서도 제법 만족할만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클리토리스만 만져서는 배 안쪽의 욱신거리는 곳에 아무런 자극도 줄 수 없어 안타까운 느낌만 늘어날 뿐이었다.
당장은 두 번 정도 절정하면 나아지는 정도였지만 그 빈도가 점점 늘어난다면 나중에는 세 번, 네 번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차라리 처음부터 배 안쪽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느낀다면, 한 번만으로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손가락으로는 닿을 수 없는 장소였지만 정예주는 이미 이곳까지 거침없이 도달해 시원스럽게 문질러줄 만한 물건을 알고 있었다.
'그거라면 분명….'
닿을 것이다.
정예주는 눈을 감은 채로 몇 번이고 쥐고 흔들었던 최민석의 물건을 떠올렸다.
몸에 별개의 생물이 달려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길고 굵직한, 지렁이 같은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남성기.
단순한 눈대중만으로도 20cm는 거뜬히 넘어 보였고, 직접 대보지 않아도 자신의 뱃속, 자궁까지 거침없이 파고들어 짓눌러댈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멍하니 최민석의 물건을 떠올리던 정예주는 이내 고개를 붕붕 휘저으며 스스로를 질책했다.
사실 체대생 중에는 그런 케이스도 꽤나 흔한 편이었다.
피트니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객과 업무 외적인 관계….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스폰이나 섹스 파트너 같은 관계가 되어 사적인 만남을 갖는 사람들.
물론 그것 자체는 개인의 자유였고, 합의된 행동이었으니 질책할 만한 일도 아니었지만 애초에 그것 자체가 목적인 이들도 있었고, 진지하게 운동을 직업으로 삼은 정예주로서는 여러모로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였다.
그랬던 주제에 고객의 몸으로 성욕을 해소하는 상상까지 해버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잊어버리자."
최민석은 그저 성실하게 운동을 배우러 왔을 뿐이고, 자신은 그를 트레이너로서만 대해야 했다.
물론, 마음을 정리했다고 해서 달아오른 몸이 진정되는 건 아니었고, 정예주는 결국 최대한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최민석의 체취와 커다란 물건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절정을 맞이해야 했다.
*
집으로 돌아온 나는 방으로 돌아와 곧바로 의자에 앉아 등을 편하게 등을 기댄 채로 서큐버스 시스템을 실행시켰다.
[보유 정기 : 1,183,000P]
"크. 볼 때마다 든든하단 말이지."
처음에는 고작 5만에서 시작했던 정기는 꾸준히 늘고, 줄기를 반복한 끝에 백만이라는 벽을 확실하게 넘어섰다.
아마 중간에 성은영에게 한눈을 팔지 않았다면 지금쯤 백만이 아니라 2백만이라는 숫자를 바라보고 있었겠지만 성은영의 경우에는 관계를 맺은 횟수는 적었어도 정말 만족스럽게 즐긴 만큼 후회는 없었다.
"언제든지 원하면 또 먹을 수도 있고."
지금이야 완전히 함락시켰다는 생각에 공략하는 재미가 떨어져 방치해두고 있었지만, 몸만큼은 훌륭하기도 했고, 지금도 원하기만 하면 성은영을 불러내서, 혹은 집으로 찾아가서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었다.
횟수 역시도 마찬가지. 이전에야 성욕 해소라는 이유 탓에 자주 불러내면 거부감을 느낄지도 몰라 조심했었지만 지금은 대충 집중 케어 기간이든 뭐든 적당한 이유만 붙여 둘러대도 성은영은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오히려 기쁘게 매일이라도 내게 몸을 맡길 것이다.
"나중에 생각나면 또 가겠지."
보기 드물게도 성은영은 부드럽고 사근사근한 인상이 매력적이기도 했고, 모유를 뽑아낼 때마다 뜨겁게 달아오르며 꽉꽉 조여대는 보지 역시 일품이었으니까.
그보다도 지금은 정예주다.
유서연과 임예진도 비율이 훌륭하고 키도 여자치고는 큰 편이었지만 정예주 같은 경우에는 키가 170을 넘는 시원스럽게 뻗은 팔다리와 탄탄한 몸매가 예술이다.
한 성격 할 것 같은 인상의 두 사람과 달리 정예주 쪽은 말수가 적고 차분한 타입이라 신선한 느낌이기도 했고.
지금은 우선 맛만 볼 생각이긴 했지만 마음에 든다면 정예주 역시 점점 타락 시켜 세 번째 노예로 만들 의향도 있었다.
"일단은 천천히 해보자고."
대략적인 방향성은 이미 잡아뒀으니 고민할 것도 없다.
우선은 최대한 거부감이 적게 느껴지는 손만을 이용한 사정은 충분히 적응시켜뒀고,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