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상과 벌 (1)
"제모…. 해보실 생각 있으신가요?"
"제모?"
너무 뜻밖의 제안이라 나도 모르게 되물어버렸다.
안 그래도 최수정의 백보지를 보고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는데, 설마 유서연 쪽에서 먼저 제안을 할 줄이야.
"네…. 마음에 안 드시면…."
"아니, 상관은 없는데. 갑자기 웬 제모야?"
"그게…. 주인님이 없는 동안 예진이랑 이것저것 얘기하다 보니까 그쪽으로 얘기가 흘러가서 털이 없는 쪽이 빨기 좋다는 얘기가 나왔거든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해야 화제가 털 쪽으로 흐르게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더 빨기 좋게 털을 깨끗하게 밀어달라는 뜻이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
그동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나 역시 입으로 보빨을 할 때면 살짝살짝 닿는 털이 거슬릴 때가 많았다.
유서연이나 임예진은 알아서 관리를 하는 타입이었지만 모든 여자들이 털을 관리하지는 않았으니까.
"그걸 소원권으로 쓰자고 한 건 누군데?"
"…저요."
나와 유서연의 대화를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듣고 있던 임예진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던 부분이다.
이유가 뭐가 됐든 간에 유서연이 먼저 내게 뭔가를 요구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었으니까.
이렇게 느닷없이 상이라는 명목하에 뭔가를 부탁하기로 했다면 임예진의 입김이 들어간 부분이 크겠지.
"아무튼, 서연이도 내가 제모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맞아?"
"네…."
"그렇다면야 뭐."
못할 것도 없다.
어차피 털이 있어 봐야 섹스 도중에 이것저것 묻어 찝찝하기만 하고, 여름에는 땀이 차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거슬리기 시작하는 쪽이기도 하니까.
뭣보다, 결과적으로는 내 노예들이 내 자지를 더 맛있게 빨아주기 위해 요구하는 일이었으니 누구를 위한 상인지도 모를 판이었다.
"대신. 나만 하는 게 아니라 너희들도 이번에 깨끗하게 밀어버리자. 상관없지?"
"저는 주인님이 원하시면 좋아요."
"저도요."
유서연이 먼저 자연스럽게 대답했고, 곧바로 임예진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동의했다.
하기야, 아무래도 왁싱이라는 것 자체가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주로 한다는 인상이 있었으니 딱히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럼 됐어. 알아서 준비해둬."
"네!"
이렇게 시켜두면 유서연이 알아서 가게도 찾고 예약도 해놓을 것이다.
식사도 끝났으니 적당히 대화를 끊고 몸을 일으키자 유서연과 임예진 역시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이 둘이 뭘 원하는지야 굳이 확인해볼 필요도 없이 뻔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황근출 커플과 어울려주느라 피곤한 상태였기에 그대로 몸을 돌려 내 방으로 향했다.
"그럼 알아서들 쉬고 있어."
"엗…?"
미련 없이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으려는 순간.
둘 중 누구의 것인지 모를 당황과 허망함이 뒤섞인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굳이 신경 쓰지 않고 확실하게 문을 닫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눕혔다.
*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창밖이 까맣게 어두워진 시간대였다.
"세 시 반…."
다시 자기에도 애매하고, 일어나서 뭘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대다.
애초에 이 시간까지 푹 자다 깬 상황이었으니 다시 잠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목욕이나 할까."
피곤해서 미루긴 했지만 예비군에 있는 동안 두 다리 쭉 뻗고 하는 목욕이 생각났던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와 보니 불은 꺼져 있었고, 누가 깨어 있는 기척 역시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유서연의 방으로 이어지는 문이 열려 있었고, 안에서는 유서연과 임예진이 한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잠만 자도 예술이네."
미인은 뭘 해도 그림이 된다지만 이 둘 정도 되는 여자 둘이 무방비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은 확실히 남심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목욕 같은 경우엔 혼자 조용히 즐기는 걸 선호하는 편이지만 막 자다 깨서 하반신도 불끈거리는 상태고, 저 둘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한 발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발소리를 죽이고 조심스럽게 침대로 다가갔다.
'누굴 깨울까.'
사실 둘 다 깨워도 상관없긴 하지만 아무래도 셋이 즐기는 건 조금 정신 사납다 보니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려면 한 명만 깨우는 게 낫다.
'목욕은 역시 서연이가 낫긴 한데.'
E컵의 거유에 거품을 잔뜩 묻혀 달라붙어 문지르는 감촉은 반칙이나 다름없다.
느긋하게 목욕만 즐기려고 하다가도 유서연이 그 커다란 가슴으로 유혹해오는 탓에 넘어가 몇 번이고 뽑아내곤 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싫은 건 아니지만….'
오늘은 왠지 임예진 쪽이 땡긴다.
유서연과는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생활권이 덜 겹치는 임예진과는 단둘이서 시간을 보냈던 적이 없기도 하고.
유서연이야 이제 의심할 것도 없는 내 노예였지만 아무래도 임예진은 길을 들인 시간이 유서연보다 짧았던 만큼 대화를 나눠볼 필요도 있었다.
결정을 내린 순간 곧바로 임예진이 누워있는 방향으로 슬금슬금 다가 침대 맡에 서서 얕게 숨을 흘리며 잠들어 있는 임예진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으으응…."
제법 깊게 잠이 든 모양인지 이 정도로는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엉덩이를 내려치거나 큰 소리를 내면 깨울 수는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옆에 누워있는 유서연까지 깨버리겠지.
"…예진아. 일어나야지?"
"흐으응…."
이번에는 임예진의 귓가에 대고 후우 하고 숨을 불어넣으며 속삭이자 목덜미에 살짝 소름이 돋아나며 흠칫 떨려온다.
"자, 빨리 일어나자."
한 번 더 귓가에 숨을 불어넣고, 그대로 살짝 벌어진 입술을 덮치며 혀를 밀어 넣는다.
"후움…. 움…. 후우움…?"
무방비하게 입 안을 희롱당하고, 서로의 숨결이 뒤섞이는 탓에 조금씩 호흡이 거칠어지던 임예진은 결국 슬며시 몸을 뒤척이다가 눈을 떴다.
"웁, 후웁…. 츄룹…. 츄웁…."
아직 완전히 깬 상태는 아닌지, 임예진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내 움직임에 맞춰 혀를 얽혀왔다.
그렇게 말없이 혀를 섞어갈수록 임예진 역시 몽롱했던 의식이 점점 돌아오며 점점 더 질척하게 입 안에 들어온 혀를 빨아댔다.
"하우움…. 츄웁…. 쯉…. 쮸우웁…. 움…. 후아앗…."
"일어났어?"
"네…."
찐득하게 뒤섞이던 입을 떼어내자 아쉬운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이내 수줍게 뺨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씻으러 가자."
"…언니도 깨울까요?"
"오늘은 둘이서만 씻자."
"아…! 네…!"
살짝 머뭇거리면서도 유서연을 깨우냐고 물어본 임예진은 둘이서만 가자는 말에 표정이 확 밝아지며 몸을 일으켰다.
아마 본심은 둘이서만 씻고 싶었겠지만 눈치를 보느라 유서연을 챙겼던 것이리라.
유서연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방을 빠져나가 탈의실에 들어오자 임예진이 곧바로 곁으로 다가와 옷을 벗겨준다.
평소에는 유서연이 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유서연이 없었으니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기 역할이라고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하아앗…."
옷이 벗겨지면서 자연스럽게 우뚝 솟은 자지가 모습을 드러내자 임예진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며 열기로 가득한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러면서도 조금이라도 빨리 안에 들어가고 싶은 모양인지, 내 옷을 벗길 때와는 달리 다급한 손놀림으로 옷을 휙휙 벗어 던지고는 그대로 내 곁에 찰싹 달라붙었다.
고작 3일 못 봤을 뿐이지만 정말 간만에 보는 것처럼 임예진의 모델 체형의 매끈한 몸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들어가자."
"네!"
기운차게 대답하는 임예진과 함께 욕실에 들어오자 임예진은 곧바로 물을 틀어 욕조에 물을 채우고, 유서연이 하던 것처럼 한가득 낸 거품을 자기 몸에 칠한 채로 품에 안기듯 몸을 밀착시켰다.
"하아…. 오늘은 제가 씻겨드릴게요…."
이미 터질 것처럼 발기한 자지가 품에 안긴 임예진의 아랫배를 꾹꾹 짓누르고, 임예진은 그 감촉을 만끽하는 것처럼 몸을 밀어붙여 자지를 문지르며 온몸으로 거품을 묻혀 나간다.
"후우…. 하앗…. 하앗…. 주인님 몸…. 너무 좋아요…."
처음 유서연이 내 몸을 씻겨줬을 때처럼, 임예진 역시 내 몸을 씻기는 것보다 자기 몸을 문지르며 자위하는 쪽에 몰두하고 있다.
유서연 때야 위아래를 확실히 한다고 혼내긴 했었지만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지금 상황에서도 굳이 엄하게 굴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서연이만 혼내기엔 불공평하긴 하지.'
정확히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둘 사이에는 이미 어느 정도 상하 관계가 잡혀있는 상태였다.
단순히 언니라는 호칭만이 아니라 사소한 일에서의 주도권은 항상 유서연이 쥐고 있었고, 몸을 씻으러 올 때도 항상 물 온도를 맞추거나 욕조에 물을 채우는 일은 임예진이 맡고, 유서연은 먼저 내게 달라붙어 몸을 씻겨주다가 슬그머니 임예진이 합류하는 방식이 언제부터인가 굳어져 있었으니까.
"그렇게 좋아?"
"네에…. 주인님 몸…. 탄탄하고 뜨겁고…. 아래쪽에 닿는 것도 너무 좋아서…."
"그래도 서연이는 이렇게 내 몸으로 자위나 하고 그러진 않았는데. 이러면 누구 좋으라고 이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지금이라도 그냥 서연이 깨워서 대신 씻기게 할까?"
"죄, 죄송해요!"
임예진 역시 유서연이 그랬던 것처럼 조금씩 녹아내리던 표정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며 다급한 목소리로 사죄해왔다.
"잘 할거지?"
"네! 제대로 할게요!"
군기가 바짝 들어간 대답과 함께 끈적하게 움직이던 임예진의 몸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흐읏…. 응…. 흐응…."
거품으로 미끌미끌해진 살결이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여성 특유의 매끄러운 촉감을 온몸으로 전해오는 느낌에 하반신이 크게 불끈거린다.
유서연이었다면 이 정도 타이밍에서 알아서 몸을 떨어뜨리고 계속할지 말지 선택권을 넘겼을 텐데.
아무래도 임예진은 혼자서 상황을 주도하는 건 처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멈출 타이밍을 모르는 모양이다.
"이제 됐으니까 돌아서서 엉덩이 내밀어봐."
"아, 네…!"
그래도 말은 잘 듣는다.
임예진은 명령을 들은 즉시 벽에 기대서 엉덩이를 내밀고 박아 넣기 쉽도록 살짝 치켜들었다.
"안쪽 잘 보이게 벌려봐."
"하앗…. 예진이 안쪽 잘 보이세요…?"
얕은 신음과 함께 스스로 보지를 좌우로 벌리자 조그마한 질구멍 너머로 선분홍빛의 속살이 구불거리며 투명한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