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 수상할 정도로 자지가 큰 초대남 (8)
난생처음 겪어본 끝없는 절정에 최수정은 이미 넋이 나가 눈을 반쯤 뒤집고 허리를 움찔거리고 있을 뿐 주변을 살필 여유조차 없는 상태였다.
덕분에 두 사람의 대화는 차분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물론 최민석은 아직도 지치지 않았는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느긋하게 허리를 돌리며 최수정의 보지를 휘젓고 있었지만 얕은 곳만을 살살 문지르는 정도였기에 대화를 나누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후우…. 무슨 얘기였더라? 아, 그래. 이게 다 근출 씨가 원한 일 아닙니까?"
"그러니까,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너무 심했단 말입니다."
"그걸 왜 근출 씨가 정합니까. 정작 수정 씨는 이런 얼굴까지 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는데."
"……."
자연스럽게 최수정의 얼굴 쪽으로 시선을 돌린 황근출은 입술을 꽉 깨물며 침묵했다.
음란, 아니 천박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아내의 얼굴은 분명히 자신이 원하던 것 그 이상의 결과물이었다.
아내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쾌락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차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아내를 휘어잡고 몸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최민석의 행동에는 기대와 흥분을 느꼈다.
욕실에서도 그는 서두르지 않고 아내의 몸을 철저하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것에 집중했고, 삽입 후에도 아내가 충분히 반응을 보이고 있음에도 결코 서두르지 않고 철저하게 아내의 몸을 쾌락으로 녹여 내렸다.
기대는 조금씩 충족되면서 크기를 키워나갔고, 아내가 처음으로 다른 남자에 의해 절정을 맞이했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을 정도로 흥분해버렸다.
그러면서도 더, 더 해주기를 원했다.
아내를 좀 더 쾌락에 빠뜨리고, 참지 못할 정도로 헐떡이게 만들어주길 원했다.
그리고 최민석은 그런 자신의 바람을 완벽하게 이뤄줬다.
"수정 씨가 반응을 참았던 이유 자체가 근출 씨에게 다른 남자에게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을 텐데. 그걸 숨기지 못할 정도로 느끼게 해달라는 말 자체가 근출 씨를 신경 쓰지 않게 만들어달라는 말 아닙니까."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저 평생을 억누르고 살아야만 했을 욕망을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보시죠. 지금 수정 씨는 근출 씨가 원하던 대로 남편조차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발정 난 상태입니다."
"하으응…. 얕은 거 시러어…. 안에…. 안에 해져어…."
허리를 뒤로 빼고 얕은 곳만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움직임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치도록 절정했던 최수정의 몸이 또다시 더 커다란 쾌락을 갈구하고 있다.
최수정은 그저 어린아이처럼 몸의 요구에 따라 유혹하는 듯한 콧소리를 흘리며 깊게 박아달라 애원하고, 스스로 허리를 흔들어대며 자지를 깊게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었다.
저런 모습은 자신과의 관계에서조차 보여주지 않았는데.
어째서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서 저런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최수정이 최민석의 자지가 자신의 것보다 좋다고 말했을 때부터 조금씩 올라오던 이 감정은 불안감이었다.
아내를 빼앗길지도 모른다.
자신을 위해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기까지 했던 헌신적이고, 사랑하는 아내를.
그렇다면 당장 최민석을 밀쳐내고 아내에게서 떨어뜨리면 될 텐데.
그런 해결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황근출이 차마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황홀함으로 가득 찬 아내의 얼굴 때문이었다.
"그럼 스스로 움직여봐."
"꺄으읏…♥"
황근출이 말없이 입술을 짓씹는 동안, 최민석은 계속해서 칭얼대는 아내를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위에 올라타게 만들었다.
흔히 말하는 기승위 자세는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했던 적이 있었지만 눈으로 보이는 음란함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깜짝 놀라는 듯하면서도 기쁨으로 가득 찬 비명을 지르며 그의 위에 올라탄 최수정은 순식간에 자지가 깊게 박혀 든 탓에 온몸을 움찔움찔 떨어대더니 이내 조금씩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응…♥ 앗, 앙…♥ 자지 딱딱해애…♥ 안에 푹푹 하는 거 조아아…♥"
아내의 환희에 찬 신음과 함께 남녀의 점막이 질척하게 문질러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보십쇼. 기뻐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기 취향을 위해 아내 분이 싫어하는 일을 시켰으면서 아내 분이 기뻐하는 모습은 보기 싫은 겁니까?"
"그런 게…. 아닙니다…. 애초에 제가 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고, 아내가 먼저…."
"결국 받아들인 건 근출 씨였겠죠. 안 된다고는 생각하면서도 자기 취향 때문에 받아들인 것 아닙니까."
"크읏…."
결국 황근출은 침음성을 흘리며 푹 고개를 떨궜다.
최민석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마지못해 아내에게 자신의 취향을 밝혔을 때는 마음속에서는 은근히 자신의 취향을 이해해 주기를 바랬고, 아내가 자신의 취향에 어울려주겠다고 말했을 때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받아들였다.
아내의 헌신에 기대 한 번으로 끝내지 못한 것 역시 결국 자신의 잘못이었고, 점점 도를 넘어 더 섹스를 잘할 것 같은 남자를 찾아다니고, 상금까지 걸었던 것도 전부 자신의 잘못이었다.
"일단 상황 파악은 하신 것 같으니 다시 수정 씨한테 집중하겠습니다. 모처럼 남편을 위해 노력한 보상을 받고 있는데 제대로 신경 써주지 않으면 불쌍하지 않습니까."
최민석은 노골적으로 황근출을 비꼬고 있었지만 황근출은 반박할 기운조차 없어 고개를 숙인 채로 침묵했다.
"수정아. 키스."
"하우움…. 츄루룹…. 츄웁…. 츕…. 츄우웁…♥"
최민석의 말 한마디에 최수정은 그대로 그의 품에 안기듯 몸을 숙이며 입을 맞추고 스스로 혀를 섞어댔다.
그와 동시에 단단한 자지로 질내를 마구 휘젓듯이 허리를 돌려대던 움직임이 푹쩍푹쩍하고 엉덩이를 치켜들었다 내려찍으며 안쪽을 마구 쑤셔대는 움직임으로 돌변했다.
"츄룹…! 후읏, 흐아아앙…♥ 너무 조아아…♥ 츄루루룹…!"
분명히 자신이 바래왔던 모습이었을 텐데.
터질 듯이 부풀었던 하반신은 힘없이 수그러든 지 오래였고, 흥분은커녕 처참한 기분만 느껴져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제발….'
자신에게 아내를 막을 자격 따윈 없다.
한 번만 더 기회가 생긴다면, 아내가 자신을 용서해준다면 다시는 이따위 일을 벌이지 않으리라.
최민석의 절륜함은 끝이 없었다.
1시간, 2시간이 지나서도 조금씩 숨을 돌릴 때를 제외한다면 지치지 않고 짐승처럼 아내의 몸을 탐했다.
때로는 격렬하게 몰아붙이고, 때로는 아주 부드럽게 녹여 내리고,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애를 태우며 아내의 입에서 온갖 종류의 신음을 만들어냈다.
아내의 기뻐하는 소리를 들을수록 불안과 좌절은 커져만 갔다.
간간이 최민석의 명령에 따라 사랑을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을 때면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마저도 들었다.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이 끝나고, 반쯤 실신해버린 최수정을 상냥하게 안아 올려 욕실로 들어갔던 최민석이 다시 아내를 안아 든 채로 나와 온갖 체액들로 더럽혀진 침대맡에 앉았고, 힘없는 표정의 최수정 역시 그의 바로 옆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근출 씨."
"…뭡니까."
최민석의 유들유들한 목소리와 달리 황근출의 목소리는 좌절과 피로로 푹 쉬어 있었다.
"심한 말을 해서 죄송했습니다. 이번 일은 수정 씨와 제가 짜고 쳤던 연극이었습니다."
"…또 저를 놀리시려는 겁니까?"
설마 하는 기대감에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기는 했지만, 그의 말을 덥썩 믿기에는 마음에 받은 상처가 너무나 컸다.
"못 믿으시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만…. 처음 욕실에 들어갔을 때 수정 씨에게 남편의 성향을 고치고 싶다면 아예 자신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상황까지 끌고 가 제대로 겁을 줘야 한다고 제안을 해둔 상태였습니다."
"……."
진실인가 거짓인가.
마음은 최민석의 말이 진실이기를 바랬지만 최수정이 그에게 안기며 보였던 모습은 도저히 연기라고 할 수 없었다.
결국, 정말이냐고 되묻지도 못하는 황근출의 모습에 얌전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최수정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거들었다.
"…사실이에요. 당신이 왜 저를 의심하는지는 알아요. 부끄럽긴 하지만 제가 느꼈던 모습들은 전부 진심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민석 씨가 멋대로 폭주한 것뿐이고, 제가 조금씩 느끼는 척하면서 민석 씨한테 넘어간 척 당신을 속이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던 건 정말이에요."
"하하. 그래도 모처럼 즐기러 왔는데, 저도 즐겨야 하지 않습니까."
아내의 차분한 해명과 난처한 듯 웃는 최민석의 말투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정말이야…?"
"애초에 당신이 아니었으면 다른 남자들한테 안기지도 않았을 거예요. 제가 당신을 버릴 리가 없잖아요."
"크흡…! 내가 미안해 여보…!"
아직 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다리를 가늘게 떨면서도 몸을 일으킨 최수정이 황근출의 머리를 감싸 안아주자 그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실상은 욕실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최수정에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 않냐며 시도라도 해보자는 설득 끝에 만들어진 결과였지만 결과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
"진짜 별 이상한 경험을 다 해보네."
의도한 전개이긴 했지만 사람을 옆에 두고 갑작스럽게 로맨스 분위기로 돌입한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있기도 뭣해서 그대로 옷을 챙겨 입고 모텔을 나섰다.
물론 아무런 소득도 없던 건 아니다.
일단은 최수정이라는 여자를 원 없이 즐긴 덕분에 나름대로 만족스러웠고, 옷을 다 갈아입고 나가려는 순간 황근출이 뜨거운 눈빛으로 감사 인사를 건네며 그 자리에서 바로 약속했던 오백만 원도 입금해줬으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민석 씨는 저희 부부의 은인입니다.'
그 정신 나간 취향을 고쳐줬으니 감사 인사를 받는 거야 당연했지만 설마 약속했던 돈까지 그대로 받을 줄은 몰랐는데.
정기를 쓰지도 않고 즐긴 것치고는 꽤나 짭짤한 수입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제 정기도 꽤 쌓였는데."
성은영을 공략하기 위해 바닥까지 떨어졌던 정기가 다시 60만 가까이 쌓였다.
마땅한 대상이 없어서 써먹을 일은 없지만 이 정도면 다시 누구 하나 건드려 보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나중에 생각하자."
어쨌든 포인트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굳이 빨리 쓰려고 서두를 필요는 없다.
조금 나른한 몸을 이끌고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7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주인님, 다녀오셨어요!?""
오늘 역시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안쪽에서 유서연과 임예진이 빠른 걸음으로 도도도 마중 나와 양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오냐. 다녀왔다."
"헤헤…. 너무 보고 싶었어요…."
"저도요…."
내 품에 달라붙어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두 노예의 머리를 적당히 쓰다듬어주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배고파 죽겠다. 밥은?"
"주문하고 꽤 지났으니까 이제 금방 올 거예요."
"그래. 잘했네."
부대에서 점심도 먹지 않고 그대로 최수정과 몇 시간을 떡친 덕분에 배가 고파 죽겠다.
다행히도 집에 도착하기 전에 유서연에게 미리 밥 좀 시켜놓으라고 메시지를 보내 놓은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이 도착했고, 곧바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시원하게 물을 한잔 들이킬 때쯤, 유서연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저기 주인님…?"
"어, 왜?"
"저번에 상 주신다고 하셨던 거…. 기억나시나요…?"
"상?"
"네. 전에 예진이가 처음 왔을 때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라고 하셨었는데."
…기억났다.
그냥 분위기를 타서 했던 말이긴 했지만 유서연이 뭘 부탁할지 제법 궁금하기도 해서 들어주기로 했었지.
"기억나네. 왜, 원하는 게 생겼어?"
"네…. 그런데 조금 기분 나쁘실 수도 있는 부탁인데…."
"괜찮으니까 일단 말해봐. 듣고 아니다 싶으면 무시할 거니까."
부탁을 들어준다고 해놓고 이렇게 말하는 건 조금 어떤가 싶었지만 유서연은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해진 듯 슬그머니 내 눈치를 살피며 요구사항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