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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시스템-94화 (94/775)

< 94화 > 수상할 정도로 자지가 큰 초대남 (2)

황근출의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그의 진의을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이걸 진작에 떠올려야 했는데."

한동안 쓸 일이 없어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기본적인 명제만 깔아놓는다면 서큐버스 시스템으로 충분히 상대의 속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의심이 떠오르자마자 이 방법을 썼다면 황근출이 동성애자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며 불편한 기분을 느낄 필요도 없었을 텐데.

일단은 대답을 보류하고 황근출을 돌려보낸 나는 곧바로 화장실 칸 안에서 서큐버스 시스템을 실행시키고 대상 검색에서 황근출을 선택했다.

[나는 동성애자다.]

[해당 최면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2,000,000P가 필요합니다. 적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진짜 아니었구나."

정기가 2백만 포인트나 필요하다는 건 그냥 본인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는 뜻이었으니 적어도 내 정조를 위협당할 일은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최민석이 아내와 성관계를 맺기를 원한다.]

[해당 최면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8,000P가 필요합니다. 적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이건 의외로 많이 들어가는데?"

수치가 1만 이하라는 뜻은 일단 방향성 자체는 거의 일치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말로 순수하게 내가 자신의 아내와 몸을 섞기를 원했다면 더더욱 필요로 하는 정기가 적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하기엔 너무 적고."

뭔가 살짝 핀트가 어긋난 것 같은데.

황근출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려본다면 그 인간이 진짜 원하는 건….

[아내가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서 쾌락을 느끼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해당 최면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1,000P가 필요합니다. 적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진짜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나도 모르게 큭큭 웃음을 터트렸다.

황근출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진심만을 밝혔다.

"그럼 아마 이렇게 하면…."

[아내가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서 절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해당 최면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100P가 필요합니다. 적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역시나.

정기 소모량이 100을 찍은 건 유서연을 길들였던 때를 제외하면 처음이다.

그때도 길게 시간을 들여 유서연의 사고를 유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남의 속마음을 정확히 짚어낸다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황근출은 그냥 초면에 자기 입으로 조금의 오차도 없는 자신의 진심을 밝혔다.

그것도 남들에게 밝히기 부끄러운, 자기 자신조차 이상하다고 생각한 성벽을 말이다.

"이 정도로 미친놈이면 믿을만하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지막 남은 의심을 지우기 위해 다시 한번 최면 능력을 입력해본다.

[최민석에게 해를 끼칠 마음은 없다.]

[해당 최면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1,000P가 필요합니다. 적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이젠 충분하겠네."

더는 확인해볼 필요조차 없다.

나는 그냥 황근출의 아내도 따먹고, 돈도 챙기면 그만이었다.

"하겠습니다."

만약을 위해 정기를 소모해 최면을 적용시키고, 곧바로 생활관으로 돌아와 황근출에게 수락 의사를 밝혔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던 황근출의 표정이 순식간에 흥분과 기대감으로 확 밝아졌다.

"하하. 오늘 바로 결정하실 줄 몰랐습니다. 잘됐네요."

"오래 고민할 일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한다고 하면 언제 하는 겁니까?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거나 멀리 가야 하는 일이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서요."

"으음…. 일단 민석 씨가 결정하실 때까지 미뤄두려고 했는데, 내일 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지금 아내에게 말을 전해두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 하나 따먹자고 먼 거리를 오가고 시간을 빼앗기는 건 조금 귀찮다.

다행히도 황근출은 내가 혹시라도 마음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어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핸드폰 화면을 두드리길 잠시. 이내 황근출은 안도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다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됐습니다. 내일 퇴소 시간에 맞춰서 아내가 마중을 나올 테니 바로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이거 기대되네요."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기대된다는 말은 내가 했지만 명백하게 더 기대하고 있는 쪽은 황근출 쪽이었다.

오늘은 잠든 사이에 덮쳐질 걱정도 없고,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날.

개운하게 잠에서 깨어나 오전 훈련을 빙자한 영상 시청을 마치고 부대 밖으로 나온 나와 황근출은 복귀 차량을 타지 않고 황근출의 아내가 끌고 나온 차에 올라탔다.

"운전은 내가 할 테니까 당신은 뒤에 가서 쉬고 있어."

"…네."

황근출의 의도는 뻔했다.

아내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나와 그녀를 조금이라도 붙여두려는 거겠지.

황근출의 아내 역시 그의 의도를 짐작하고는 있는지 조금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의 말에 순순히 따라 뒷좌석으로 옮겨탔다.

'실물도 괜찮네.'

나는 나와 살짝 거리를 두고 앉은 여자의 옆모습을 위아래로 가볍게 훑어내렸다.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밝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외모 자체는 확실히 훌륭하다. 피부도 깨끗하고, 몸도 선이 가늘은 느낌에 심플한 디자인의 원피스 차림은 확실히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미지를 구현시켜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반갑습니다. 최민석이라고 합니다. 근출 씨한테 들으셨겠지만 예비군에서 근출 씨와 만나서 제안을 받았습니다."

"아, 네…. 최수정이예요…."

황근출의 아내, 최수정의 태도는 소극적…. 이라기보다는 이 상황이 굉장히 불편한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기야, 남편의 부탁으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몸을 섞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기분이 좋은 쪽이 오히려 이상한 거겠지.

하지만 할 마음이 없은 여자를 건드리는 일은 이미 익숙하다.

임예진도 처음에는 나와 하기 싫어했지만 일이라 다리를 벌렸었고, 성은영 역시 불륜 예방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에 억지로 몸을 내줬을 뿐이다. 조금 더 넓게 생각하면 처음에 내 자지를 물었던 김민아 역시 돈 때문에 했을 뿐이었고.

"사진으로 봤을 때도 미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물은 더 예쁘시네요."

"…감사합니다."

어쨌든 상대는 해주고 있지만 마음은 완전히 닫혀있는 힘없는 대답이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하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하다.

내가 기술과 자지로 느껴버리게 만들겠다는 자신감이 아니다.

다만, 여성의 몸은 본인이 원치 않더라도 계속해서 자극이 들어오면 젖어버리고, 그 상태에서 계속해서 자극을 받는다면 결국 쾌락을 느끼게 되는 구조였으니까.

얼마나 빨리 느끼게 되는지는 여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불감증인 임예진도 넘겨버린 나로서는 내가 지치기 전에 최수정이 먼저 가버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려면 우선 길들이기부터 시작해야겠지?'

당장 최수정은 내가 행동하지 않는 한은 스스로 뭔가를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애초에 눈조차 맞추지 않으려고 반대쪽 창가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으니 몸이라도 미리 달아오르게 해둬야 하지 않겠는가.

"수정 씨."

"…네."

"상황은 근출 씨한테 들어서 알고 계시죠?"

"…알고 있어요."

"어차피 이제 바로 모텔로 가서 즐길 사이인데, 미리 몸부터 달궈놓죠."

"그게 무슨…. 으읍…!"

여전히 최대한 시선을 맞추지 않으려는 최수정의 입가로 돌진해 가볍기 입을 맞추자 최수정은 깜짝 놀라며 양팔로 날 밀쳐내려고 했다.

이대로 억누르고 계속해서 입을 맞추는 것 정도는 간단하지만, 일단은 그대로 밀려나 주며 살짝 거리를 뒀다.

"갑자기 뭐 하시는 거예요…!"

"어차피 모텔에 가면 같이 즐길 사이 아닙니까.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도착하기 전에 가볍게 즐기자는 거죠. 안 되는 겁니까?"

"그, 그게…."

물론 앞에서 차를 몰고 있는 황근출이 생생하게 사운드를 듣긴 하겠지만 어차피 이 관계 자체가 그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으니 그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수정 씨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으실 텐데. 이렇게 미리미리 준비해두면 서로 편하겠죠. 안 그렇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싫으시면 몸만 맡기시면 됩니다. 억지로 맞추실 필요는 없어요."

최대한 매너 있게. 싫다는 여자를 안는 시점에서 매너고 뭐고 없는 상황이지만 남편인 황근출만이 아닌 나와도 '합의된' 관계를 맺는다는 생각이 들도록 최대한 그녀가 받아들일 만한 조건을 제시했다.

"그럼 다시 가겠습니다."

"아으…."

이번에는 기습이 아니라 정면으로.

이전처럼 밀어내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밀어낼 수 있도록 느릿한 속도로 다가가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츄웁…."

최수정의 부드러운 입술 위로 살짝 혀를 내밀어 문지르자 최수정은 눈을 꽉 감은 채로 흠칫 몸을 떨었지만 나를 밀어내거나 피하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으웁…."

이번에 나온 소리는 최수정에게서 새어 나온 소리였다.

내가 입술을 살짝만 붙여놓은 채로 혀를 밀어붙여 꽉 다물어진 치아를 툭툭 건드리자 살짝 몸을 움츠리면서도 순순히 입을 벌려 길을 열어줬다.

"츄웁…. 츄룹…. 츕…."

"우움…. 웁…. 후움…."

내가 말했던 대로, 최수정은 그저 길을 열어줬을 뿐이지 아무런 호응도 하지 않고 얌전히 입 안을 희롱당했다.

당연하지만, 몸이 먼저 발정이 나 있거나 상대에 대한 호감이 없는 이상은 키스만으로 흥분하거나 쾌감을 느끼는 일은 없다.

입을 맞추는 건 어디까지나 최수정의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기 위한 행동일 뿐이고, 남은 손은 아래쪽으로 내려가 원피스 치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흐읍…!"

지금은 키스까지만 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허벅지에서 천이 스치고 손이 닿는 감촉을 느낀 최수정의 몸이 움찔하고 움츠러들며 허벅지가 꽉 조여들었다.

이것 역시 힘으로 뚫으려고 한다면 쉬운 일이겠지만 굳이 억지로 하지 않는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긴장한 듯 빳빳해진 최수정의 혀를 간지럽히듯 희롱하며 빨리 길을 열어달라는 의미를 담아 힘이 바짝 들어간 허벅지를 살살 쓰다듬었다.

"우읍…. 움… 후우움…."

결국 이건 내가 최수정의 몸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합의된 관계다.

잔뜩 움츠러든 채로 몸을 긴장시키고 있던 최수정은 결국 조금씩 몸에서 힘을 빼며 내 손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허벅지를 조금씩 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쪽에서 먼저 들어가지 않고 계속해서 매끈매끈한 허벅지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최수정은 내가 곧바로 안으로 손을 밀어 넣지 않자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도 내 손이 안으로 들어갈 기색이 보이지 않자 조금씩 몸에 힘을 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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