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93화 (93/775)

< 93화 > 수상할 정도로 자지가 큰 초대남 (1)

"초대남이라고 아십니까?"

"…못 들어봤는데요."

남자끼리 원나잇 할 때 자기 집에 초대받은 남자를 초대남이라고 부르는 건가?

듣기만 해도 불길하기 짝이 없는 단어다.

"쉽게 설명하자면 여성과의 잠자리에 초대받은 남성을 말합니다. 보통 여성은 초대하는 남성의 애인이나 아내가 보통이고요."

"예…?"

순간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자기 아내나 애인이랑 떡칠 때 다른 남자를 부른다는 건가?

도대체 왜…?

그래도 나름 표정 관리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나도 모르게 당황한 표정을 지어버렸는지 황근출이 힘없이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압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죠. 사실 당장 저만하더라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보라고 하면 그냥 그런 성향이라 그렇다는 말밖에 못 하니까요."

자기도 왜 그런지 납득을 못 하는 성향이라니.

성격이나 취향이라는 게 원래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황당한 상황이었다.

"아니 뭐, 그거야 제가 뭐라고 할 부분은 아닌데. 결론은 저를 초대남으로 부르고 싶다는 말 아닙니까?"

"맞습니다."

"초대남으로 가면 뭘 하는 건데요? 그냥 두 분이서 하는 걸 구경하면 되는 겁니까? 아니면 촬영이라도 해드려야 합니까?"

여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야외노출이라는 위험천만한 플레이도 있는 판에 안전한 관객 한 명을 부르는 플레이는 그나마 얌전한 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닙니다. 관전이나 촬영은 제가 하고, 초대남으로 오신 분이 아내와 함께 하는 겁니다."

"그…. 섹스를요…?"

"그렇습니다."

황당한 목소리로 되묻는 내 질문에 대답하는 황근출의 목소리는 조금 씁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애인이 있냐고 물어본 거군.'

애인이 있다면 결과적으로 불륜이 되어버리니까.

"이런 말씀 드리긴 조금 그렇지만, 취향이 굉장히 독특하신 편이네요."

"하하…."

상당히 실례가 될 수 있는 말이었음에도 황근출은 내 눈치를 살피기 바쁜지 조금도 기분 나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은 이 인간을 제대로 믿을 수는 없으니 조금 더 이것저것 떠보는 게 좋으려나.

"상대 여성분…. 그러니까, 애인 분도 동의하신 겁니까?"

"어떻게든 허락은 받았습니다. 정말 원치 않기는 하지만 절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아주는 느낌이긴 하지만요."

"여성 분과의 관계는…."

"아내입니다. 결혼식을 올린 지는 이제 1년이 조금 지났고요."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물론 유서연이나 임예진도 내가 명령한다면 따르기는 하겠지만 그건 우리의 관계가 이상한 거지, 정상적인 관계에서 결혼까지 한 남편이 다른 남자와 몸을 섞어달라는 부탁을 받아주는 일은 어지간히 마음이 넓지 않고서야, 그런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헌신적인 관계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혼 소송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대단하시네요."

"하하…. 운이 좋았습니다."

확실히 그런 아내를 만난 건 어지간히 운이 좋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자신의 취향을 결혼 후에 밝혔을지, 전에 밝혔을지에 따라 황근출의 인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그럼 계속 저를 빤히 쳐다보신 이유도…?"

"기왕이면 최대한 괜찮은 사람을 골라야 했으니까요. 가뜩이나 아내가 최대한 저한테 양보하는 상황인데, 아무나 데려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는 그 조건에서 합격했다는 소리네요."

"예. 부탁하는 입장에서 합격이니 불합격이니 하는 것도 우습지만, 얼굴도 잘생기셨고, 몸도 좋으신 편이니 최소한 아내가 외모에서 불쾌감을 느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됐습니다. 뭣보다…. 크기 쪽도 굉장하셨고요."

아내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기를 원하면서도 최대한 만족하길 원한다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어쩐지…. 저는 자꾸 저를 쳐다보시고 몸을 훑어내리고, 아래쪽까지 집요하게 쳐다보시길래 게이한테 노려지고 있는 줄 알았거든요."

"아아…! 그래서 계속 피해 다니신 거였군요."

"어떻게든 3일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이었죠."

오해가 풀린 상황에 내가 큭큭 웃음을 터트리자 황근출 역시 마주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오해하실 수도 있었겠네요. 괜찮은 사람을 찾았다는 생각에 제가 너무 집착했던 모양입니다."

"오해였으니 다행이죠. 지금 따라온 것도, 더는 참기 힘들어서 절 꼬시려고 하면 따끔하게 한마디 하려고 따라온 거였거든요."

"정말 지금이라도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혹시, 그럼 결혼까지 생각 중인 애인분이 있다는 것도 절 떨어뜨리려고 하신 거짓말이신가요?"

가벼워진 분위기 속에서 황근출의 눈빛이 은근한 기대로 빛났다.

'어떻게 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여자가 굴러들어온 상황이다.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였겠지만, 황근출의 아내는 정말로 하기 싫지만 황근출을 위해 몸을 대주는 상황인 만큼 날 싫어하면 싫어했지, 좋아할 리는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 포기하실 줄 알았거든요."

물론 결혼까지 생각한 여자가 있다는 데도 자기 아내랑 자 달라고 부탁하는 행동 역시 제정신이 아니다.

황근출 역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모양인지 조금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애인이 없으시다니 마음 편하게 제안드릴 수 있겠네요. 해보실 마음은 있으십니까?"

그러면서도 어지간히 몸이 달았는지, 다시 한번 대답을 재촉해왔다.

"혹시 사진 좀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여자가 궁한 것도 아니고, 여자라면 아무나 좋다고 달려들 이유가 없다.

뭐가 아쉽다고 못생긴 여자랑 하겠는가. 그럴 바엔 그냥 집에 가서 유서연이나 임예진을 안으면 그만인데.

"실망하시진 않을 겁니다."

자기 아내의 얼굴부터 평가해보겠다는 말에도 황근출은 조금도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몇 번 두들기고는 내게 보란 듯이 핸드폰을 건넸다.

"오오…?"

건네받은 핸드폰 화면에는 야외 수영장에서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비키니 차림의 여자가 수줍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만들고 있는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예쁘잖아?'

아무래도 쿨하고 도도한, 혹은 까칠한 인상의 여자가 많은 요즘 세상에 보기 힘든 사근사근한 인상은 성은영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인상이 성격을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외모는 합격. 몸매 역시 가슴이 조금 작은 편이긴 하지만 날씬하게 빠진 비율 자체는 상당히 훌륭한 편이었다.

'가슴만 좀 컸으면 좋았을 텐데.'

거유가 취향인 나로서는 그게 조금 아쉬웠다.

물론 아쉽다는 것 자체가 사진 속의 여성이 마음에 들었다는 전제하에 나오는 것이었으니 제안을 받아들기에는 충분한 외모였다.

"아내분이 엄청 미인이시네요."

"하하. 부끄럽습니다."

당연히 부끄러워야지. 이런 여자를 남한테 안기게 하고 있는데.

물론 자기 쪽에서 여자를 떠먹여 준다는데 굳이 나쁜 소리를 할 필요는 없었으니 속으로만 생각할 뿐인 말이었다.

황근출은 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에 흥분해버린 모양인지 곧바로 내 옆으로 다가와 핸드폰 화면을 몇 번 조작해 소리를 낮추고 동영상을 하나 재생시켰다.

[흐읏…. 읏…. 앙…. 여보…. 부끄러워요….]

[후우…. 후…. 미안해…. 내 취향에 어울리게 해서….]

[아니에요…. 당신만 좋으면 저는…. 읏…. 하읏…! 괜찮으니까요….]

불을 꺼놓은 탓에 화질은 그리 좋지 않지만 근처에 스탠드라도 켜놓은 건지 영상의 내용을 확인하기엔 충분했다.

사진 속의 여자가 몸을 잔뜩 움츠린 채로 박히고 있다.

사과를 하고 있는 남성의 목소리는 명백하게 황근출의 것이었으니 그녀가 아내라는 말은 사실인 모양이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느꼈지만, 인상과 마찬가지로 목소리도 가녀리고 부드러운 느낌에 말투 역시 '좋은 여성'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 정도 여성이라면 확실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황근출의 목소리는 자신만만하다.

그게 아내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이런 여자를 거절할 수 있겠느냐는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네요. 뭔가 주의 사항 같은 건 없습니까?"

이번 질문 역시 예측하고 있었는지, 황근출은 곧바로 매끄럽게 답변을 내놓았다.

"아직은 아내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느낌이라 너무 거칠 거나 모욕적인 말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때리거나 아프게 하는 행위도 최대한 자제해주셨으면 하고요. 그 외에는…. 뒤로 하는 것까지만 참으시면 그 외에는 뭘 하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결국 평범하게 해달라는 뜻이다.

어차피 내 취향도 딱히 여자를 괴롭히는 쪽은 아니기도 하고, 뒤쪽도 나름 흥미가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시도할 생각이 없다.

그 외에는 자유. 뭘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뜻이니 내가 만족할 때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으리라.

"일단은 알겠습니다. 그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조금만 더 고민해보고 결정해도 괜찮을까요? 그래도 내일 중에는 결정하겠습니다."

"물론입니다. 기다리겠습니다."

황근출은 이미 내가 제안을 받아들인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상당히 태도가 여유로워져 있었다.

"아,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뭡니까?"

"제 취향을 정확히 밝히자면 제가 보고 싶은 건 아내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는 모습이 아니라 다른 남자와의 관계로 느끼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내의 취향은 다르다 보니 지금까지 있었던 잠자리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더군요."

그게 정상일 것이다.

오피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괜히 손님이 오기 전에 스스로 아래쪽을 적셔두겠는가.

계속해서 애무를 받는다면 결국 젖기는 하겠지만 정신적인 흥분 없이는 몸도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황근출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취향이야 넘어간다 치더라도, 아내가 정상인 이상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서 쾌감을 느끼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남성분들이라도 최대한 열심히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내가 느끼는 모습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느끼게 만들어 주신다면 답례를 조금 드리기로 했습니다. 변변치 않습니다만, 5백만 원 정도는 드릴 생각입니다."

'…이 새낀 도대체 대가리가 얼마나 돌았길래 이러지?'

자기 아내를 다른 남자한테 안기게 하는 것만으로도 도저히 제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닌데, 아내가 참지 못할 정도로 느끼게 해주면 돈까지 주겠다니.

그것도 한두 푼도 아니고 5백만 원이라는 액수를.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최근에는 돈에 대해서는 거의 무감각해지긴 했지만 어쨌든 돈이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는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도, 다른 남자들과의 관계에서는 느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여자를 마구 느끼게 만들어달라는 조건 자체도 굉장히 흥미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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