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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시스템-86화 (86/775)

< 86화 > 노예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4)

냉면의 맛은 괜찮다.

아니, 면발도 쫄깃하고 국물도 시원하면서 진한 느낌이 상당히 맛있는 편에 속하는 맛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임예진은 냉정하게 냉면의 맛이나 즐기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후룩."

소심하게 집은 냉면 가닥을 입에 집어넣으며 조심스럽게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핀다.

최민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냉면을 먹고 있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엉덩이만 치켜든 채로 바닥에 쓰러져 움찔거리던 유서연 역시 차분한 표정으로 냉면을 먹고 있다.

그 짧은 시간에 저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와 버린 유서연의 경악스러운 체력은 둘째 치고, 만족스럽게 가버린 유서연과는 달리 임예진의 몸은 아직도 진정되지 않고 달아오른 상태 그대로 화끈거리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성욕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식사 풍경 속에서 자신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성욕을 참고 있는 상황에 면발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마음 같아서는 식사 같은 건 때려치우고 자신에게도 박아달라고 매달리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애매하게 남아있는 이성이 발정 난 몸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어차피 내 차례도 올 거야. 어쨌든 노예로 삼았다는 건 그럴 마음이 있다는 거잖아.'

유서연은 분명 매력적인 여자다.

외모는 솔직히 말해서 우위를 정하기 힘들고, 몸매 역시 밸런스가 잡힌 모델 체형인 자신과는 다른 압도적인 바스트를 기반으로 한 글래머러스한 체형이다.

몸매에 자신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유서연 역시 비율이 좋은 편이었고, 남자들 대부분이 거유를 좋아한다는 걸 생각하면 몸매에서는 자신이 한 수 접어줘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 사람이 같은 음식만 먹고 살 수 있겠는가.

유서연의 말에 따르면 최민석의 노예는 그녀뿐이었다고 했으니 전혀 다른 타입인 자신 역시 그에게 매력을 어필할 요소는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스물여덟 살인 유서연과 달리 자신은 이제 스물네 살이다.

자신 역시 최민석보다는 연상이었지만 나이가 네 살이나 더 어리다는 점은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였다.

'조금만 기다리면 될 거야.'

막 유서연과의 관계를 끝마쳤을 때도 그의 물건은 여전히 우뚝 솟은 상태 그대로였다.

식후에는 분명히 기회가 올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의 차례는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욕실로 향한 최민석은 유서연에게 몸을 맡긴 채로 양치를 하고 있었다.

"하앗…. 하앗…. 주인니임…."

온몸에 새하얀 거품을 칠하고 풍만한 가슴이 뭉개지도록 달라붙어 전신을 비벼대는 모습은 AV에서나 볼 법한 음란한 광경이었다.

거품으로 미끈미끈해진 유서연의 몸은 최민석의 등부터 시작해 팔다리를 오가며 그의 몸 곳곳에 거품을 칠하고, 부족해진 거품을 다시 타월로 짜내 채워 넣으며 문지르기를 반복한다.

정작 그런 사치스러운 봉사를 받는 최민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지만, 몸은 확실하게 성감을 느끼고 있는지 우뚝 솟은 자지가 핏줄을 꿈틀대며 연신 불끈거리고 있었다.

"이쪽도…. 실례할게요…."

최민석의 등 뒤로 찰싹 달라붙은 유서연은 뒤에서 그를 끌어안는 것처럼 허리 아래로 손을 뻗어 커다란 자지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하아…. 주인님 자지…. 단단해애…."

유서연은 듣기만 해도 흥분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달아오른 목소리로 한 손 가득 움켜쥔 자지를 부드럽게 쓸어올리며 문지른다.

쮸릇…. 쮸릇…. 쮸릇….

거품으로 미끈미끈해진 손이 자지를 쓸어올릴 때마다 마치 점막이 비벼지는 것처럼 끈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미 양치를 끝마치고 빈손이 된 최민석은 얌전히 유서연의 봉사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완전히 시야 밖으로 밀려난 임예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음란한 광경을 지켜만 봐야 했다.

유서연의 손이 위아래로 미끄러질 때마다 크게 불끈거리는 자지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길 정도로 엄청난 모습이다.

'빨리…. 빨리….'

자신의 차례가 왔으면 좋겠다.

자지가 저렇게 커진 이상 최소한 한 번은 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한 번은 자신의 것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만하고 들어가자."

"아, 네!"

'……?'

아무렇지도 않게 중단을 선언하는 최민석과 깜짝 놀라면서도 몽롱한 눈빛에서 원래대로 돌아와 몸을 떨어뜨리고 샤워기로 거품을 씻어내는 유서연의 모습에 뜨겁게 타오르던 행복 회로가 뚝 끊어졌다.

"예진이는 제대로 씻고 들어오고."

"이걸로 씻고 들어와."

자연스럽게 자신을 지나쳐가는 최민석과 거품 타올을 건네주며 그 뒤를 따르는 유서연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임예진은 손에 들린 타올을 멍하니 내려다봤다.

'씨이….'

아까는 다짜고짜 남의 입에 자지를 들이밀고 그대로 배달이 올 때까지 마음껏 즐겼으면서, 지금은 도대체 왜 참고 넘어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차례라고 생각했던 임예진으로서는 억울하다 못해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씻고 나면…. 그래. 씻고 나면 하겠지?'

몸도 깨끗하게 씻고, 침대에서 제대로 즐길 생각일지도 모른다.

임예진은 서러운 감정과 안절부절못하는 몸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몸을 씻었다.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몸을 씻는 일 따윈 부끄럽지도 않다.

그게 부끄러웠으면 애초에 오피에서 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빠른 손놀림으로 몸을 씻어낸 임예진은 넓은 욕조가 자리한 벽 쪽으로 걸어갔다.

'…….'

욕조는 넓다.

둘이 아니라 세 명, 네 명이 들어가더라도 각자 다리를 뻗을 수 있을 정도로.

최민석은 욕조 한쪽의 가장자리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쭉 뻗고 있었고, 바로 곁에 찰싹 달라붙은 유서연의 어깨에 팔을 걸친 채로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유서연 역시 그의 품에 안기듯이 달라붙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는 상황.

이렇게만 보면 사이좋은 연인처럼 보일 정도로 훈훈한 분위기였다.

'나, 나도….'

마음 같아서는 그들과 떨어진 곳에 들어가고 싶다.

하지만 계속해서 기회를 놓쳐 초조해진 임예진은 자신도 뭔가 어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심을 굳히고 유서연의 반대편, 비어있는 최민석의 옆자리에 조심스럽게 발을 담갔다.

"제대로 씻었어?"

"…네."

임예진이 곁으로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어깨 위로 팔을 걸친 최민석은 짧게 말을 걸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반대쪽에 있는 유서연 역시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맨살로 가깝게 달라붙은 탓에 남성 특유의 탄탄한 근육질의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전에도 느꼈지만, 최민석은 굉장히 몸이 좋은 편이었다.

'…안 서 있네.'

남성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감촉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아래쪽으로 내려갔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있던 그의 물건은 완전히 힘을 빼고 있는 그의 몸처럼 축 늘어져 있는 상태였다.

물론 그 상태로도 평범한 남자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크기였기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당장이라도 저 거근이 우뚝 솟아 자신의 안을 마구 쑤셔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빨리하고 싶어….'

중이 고기 맛을 알면 눈이 돌아버린다더니, 지금의 임예진이 딱 그 꼴이었다.

평생 쾌감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던 몸은 고작 몇 시간 남짓한 경험으로 완전히 쾌감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제발 빨리….'

임예진은 간절한 마음으로 이 목욕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최민석은 도통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10분? 20분?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얕은 숨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도 않고, 뜨끈뜨끈한 물속에 한참을 가만히 있었더니 조금 현기증까지 올라오는 것 같다.

결국 임예진은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목욕은 얼마나 더 하시나요…?"

"글쎄?"

"주인님이 만족하실 때까지 기다려. 주인님은 목욕을 좋아하시거든."

"아, 네…."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최민석과 그의 품에 달라붙은 채로 임예진을 째릿 노려보며 차분하게 설명하는 유서연의 모습에 임예진은 다시 얌전히 쭈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30분에서 40분 정도 보내시는 편이야. 조금 느긋하게 쉬시는 날은 1시간 정도 쉬다 나가실 때도 있고."

임예진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자 유서연이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런 유서연이 기특하다는 듯 최민석이 어깨에 걸친 손을 머리에 올려 쓱쓱 쓰다듬어주고, 유서연은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그가 머리를 쓰다듬기 쉽도록 머리를 낮추며 그의 손길을 만끽했다.

'진짜 미치겠어….'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발정 난 몸 때문일까, 최민석의 말 없는 칭찬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유서연이 부럽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결국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때까지 버텨낸 끝에 목욕이 끝을 맺었다.

욕실에서 나온 최민석은 자연스럽게 다시 유서연에게 몸을 맡겼고, 유서연은 자신의 몸보다 먼저 최민석의 몸에 묻은 물기를 먼저 정성스럽게 닦아냈다.

처음 이 집에 들어와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유서연의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나 최민석에게 헌신적이었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 쉬고 있어."

"네. 주인님도 편히 쉬세요."

'어…?'

이다음에는 분명 침실로 직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최민석은 옷을 갈아입자마자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등을 돌렸다.

"저, 저기…!"

"어, 왜?"

"이제 뭘 하면 되죠…?"

임예진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는 최민석을 다급하게 붙잡고 물었다.

"음…. 뭐 바쁜 일이라도 있어?"

"…없어요."

"그럼 오늘은 자고 가. 필요한 거 있으면 서연이한테 말하고."

최민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는 그대로 방에 들어갔다.

거실에 남은 임예진은 벙찐 표정을 짓다가 유서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젠 뭘 해야 하죠?"

"그냥 쉬면 돼. 컴퓨터 쓰고 싶으면 내 방에 있는 거 쓰고, TV 보고 싶으면 보고, 자고 싶으면 자."

"…언니는 뭐 할 건데요?"

"글쎄. 조금 어중간하긴 했어도 운동은 이미 했으니까 유튜브라도 볼까?"

유서연 역시 갑작스럽게 방에 들어가 버린 최민석의 행동이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인지 태연한 태도였다.

"평소에도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많아요?"

"그렇지. 같은 집에 산다고 하루 종일 섹스만 하고 지낼 수는 없잖아. 그것도 좋긴 하겠지만."

"그…. 주인님은 방에서 뭘 하시는데요?"

"나랑 비슷하셔. 혼자 주무실 때도 있고, 유튜브도 보시고, 게임도 하시는 것 같아."

뭔가 섹스에 미친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평범한 내용에 괴리감이 느껴진다.

"아무튼, 주인님이 자고 가라고 하셨으니까 지금은 편하게 쉬고 있어."

"…네."

지금 상태로는 편하게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그래도 임예진이 할 수 있는 건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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