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노예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3)
임예진은 남성 경험이 많은 편이다.
최민석이 상식 외의 절륜함을 가지고 있었고, 난생처음으로 느낀 오르가즘이 생각 이상으로 강렬했기 때문에 그에게 휘둘렸을 뿐이지 성적인 경험과 지식은 다른 여성들보다 뛰어날 것이다.
그게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경험이 많은 임예진으로서도 다른 이의 성관계를 눈앞에서 '직접' 보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하앙…. 앗…. 앙…. 흐아앙…♥"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임예진에게 진심으로 '무섭다'라는 인상을 줬던 여자. 유서연은 황홀하게 녹아내린 얼굴로 신음을 쏟아내고 있다.
최민석의 거근이 안쪽을 푹푹 쑤실 때마다 온몸을 비틀어대듯이 경련하고, 기쁨으로 가득 찬 신음을 쏟아내는 모습은 임예진이 겪어온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내가 저런 얼굴을 했다고…?'
쾌감에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려 '이것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라고 말하는 듯한 행복감으로 가득 찬 표정을 자신이 지었다고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 참을 수가 없다.
영화에서 봤던 마약 중독자조차 저런 얼굴을 하지 않았는데, 내가?
믿을 수 없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그것뿐만 아니라.
'몸이 왜 이러는 거야….'
그의 자지를 입에 물었을 때부터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한 몸은 어느샌가 열병이라도 난 것처럼 뜨거워져 있었다.
고작 몇 시간 전만 해도 실신하기 직전까지 절정에 시달리며 더는 무리라고 생각했던 몸이 거짓말처럼 쾌락을 원하고 있다.
뱃속에서부터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는 것처럼 뜨거운 감각이 쿵쿵 울려대는 탓에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
결국 임예진은 민감해진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허벅지를 비비적대며 두 사람의 정사에 빠져들었다.
"노예 보지에 한 번 더 싼다…!"
"후윽…. 흑…. 흐으으읏…♥"
최민석이 허리를 깊숙이 밀어붙이며 사정의 신호를 보낸 순간 유서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서럽게 흐느끼는 듯한 신음을 길게 쏟아냈다.
물론 실제로는 슬퍼하는 게 아니라, 몸 안에서 몰아닥치는 쾌락을 견뎌내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소리일 것이다.
"아…."
잔뜩 민감해진 뱃속에 뜨거운 정액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감각은 임예진 역시 기억하고 있다.
뱃속에서부터 퍼져나가는 열기가 온몸을 녹여버리는 듯한 감각은 도저히 견뎌낼 수 있는 종류의 쾌감이 아니었다.
"후우…."
"헤윽…. 헥…♥"
길게 이어진 사정이 끝나고 나서야 유서연은 혀를 길게 내빼고 축 늘어져 숨을 몰아쉬었다.
물론 아주 짧은 휴식에 불과했지만.
쮸걱…. 쮸걱…. 쮸걱….
"오…, 오옷…."
최민석의 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며 질퍽한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만족스럽게 풀어졌던 유서연의 표정은 조금씩 불이 붙는 것처럼 순식간에 쾌락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흐아앙…. 주인님 자지…. 너무 좋아요…."
"예진이가 보고 있는데 괜찮아?"
"몰라아…♥ 주인님 자지만 있으면 상관없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부끄러워했던 주제에, 지금의 유서연은 자신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쾌락에 빠져들어 있다.
최민석 역시 자신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버린 유서연의 모습에 큭큭 웃음을 터트리며 계속해서 유서연을 매도했다.
"그게 아니라 오히려 좋았던 거겠지. 답 없는 변태답게 잔뜩 느껴서 엉망이 된 얼굴 보여주면서 흥분했잖아?"
"흐으읏…! 그, 그건…."
"솔직하게 대답해야지?"
쮸걱! 쮸걱! 쮸걱!
"호옷…! 옥, 오옥…! 흐, 흥분해써여…!"
"뭐에 흥분했는데?"
"부끄러운 모습 보여져서…♥ 변태같이 흥분해써요…♥"
유서연의 자백까지는 1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자백의 과정은 연극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보기에도 유서연은 자신에게 엉망으로 느끼는 모습을 보이는 걸 부끄러워하는 동시에 흥분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아니, 지금도 자신이 변태같이 흥분했다는 말을 하면서 흥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사실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마조인가…?'
다들 아닌 척하긴 해도 은연중에 거칠게 당하기를 원한다던가, 그런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여자들은 꽤 흔한 편이다.
물론 그걸 스스로 받아들이냐 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긴 하지만 막 대해지는 걸 좋아하는 취향 자체는 그리 이상한 성벽이 아니다.
하지만 유서연은 그런 수준을 넘어섰다.
정말로 마조히스트라는 용어 자체에 걸맞게 거칠게 당하는 수준을 넘어 인격적인 매도를 당하면서도 흥분하고, 자기 스스로 바닥에 깔리기를 원하는 수준이 아닌가.
지금 상황이 더 미칠 것 같은 이유는, 그런 유서연이 부럽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이성적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지금 눈앞에서 유서연이 느끼고 있을 쾌락이 부럽다.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쾌락에 매달릴 정도의 흥분이 부럽다.
자신 역시 평범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흥분해버릴 줄이야.
이래서야 질리지도 않고 오피에 돈을 갖다 바치는 남자들을 한심하다고 비웃을 처지가 아니었다.
'적당히 좀 하라고…!'
어질어질하다.
아무런 자극도 없이 달아오른 몸은 당장 자기도 저렇게 범해지며 쾌락을 느끼게 해달라며 난리를 피우고 있고, 얼마 남지 않은 임예진의 이성은 필사적으로 끓어오르는 욕구를 억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깎여나가는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려던 순간.
~~♪
거실 벽에 걸려있던 인터폰에 불이 들어오며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배, 배달 왔나 봐요."
임예진은 드디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오늘 보였던 것 중 가장 밝은 표정으로 활기차게 말했다.
"가서 받아."
"응아앗…! 앗, 앙…!"
"서연이는 소리 참고."
"흐읍…! 읍…! 흐으읏…!"
'씨이….'
분위기는 조금 환기됐지만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정확히는 두 사람은 여전히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고,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밝은 표정을 지었던 임예진만이 조금 이성적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결국 임예진은 터덜터덜 인터폰이 달린 벽 쪽으로 걸어가 버튼을 눌렀다.
어쨌든 배달을 받으라고 하는 걸 보니 밥상이 차려지면 그만두긴 하겠지.
"누구세요?"
[배달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배달이었다.
그리고, 통화가 연결된 순간 간신히 희미하게 들려오던 신음이 조금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읍…! 흐응…! 흐으응…!"
"쉿. 조용히 해야지?"
"흐읍…! 흡…! 흐응…!"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해놓고선, 자신에게 보이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소리를 들키는 건 또 다른 모양인지 유서연은 또 흥분하고 있었다.
"하아…. 지금 열어드릴게요."
임예진은 결국 짧게 한숨을 쉬며 공용 현관문을 여는 버튼을 누르고 연결을 끊었다.
"하으앙!! 하앙! 흐아앙!!"
"크, 엄청 쪼이네. 그렇게 좋았어?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해줄 걸 그랬네. 다음에는 밖에서도 해볼까?"
"응오혹…!! 바, 밖에서는…."
"기대되지?"
"하으응…♥"
이건 이미 대답이나 다름없다.
싫어하기는커녕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기 스스로 허리를 돌려대고 있었으니 아무리 눈치가 없더라도 유서연이 야외 플레이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연습부터 해볼까?"
"꺄악!?"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최민석은 유서연의 골반을 붙잡고 있던 손을 뻗어 커다란 가슴이 뭉개질 정도로 꽉 움켜쥐고는 유서연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주, 주인님…?"
"자, 걸어야지?"
쮸걱!
"응, 응옷…!"
쮸걱! 쮸걱!
"옥…. 오옥…!"
유서연의 몸을 일으켜 세운 최민석이 방향을 살짝 돌려 허리를 깊게 쳐올릴 때마다 유서연은 꼴사납게 신음을 터트리며 한 발짝씩 앞으로 걸어 나갔다.
"하으…. 하악…. 학…."
계속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 유서연은 현관 복도로 이어지는 문 옆에 기대서서 달뜬 숨을 내뱉었다.
최민석 역시 유서연의 휴식을 방해할 생각은 없는지 확연하게 느려진 속도로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찌걱…. 찌걱…. 찌걱….
"하응…. 항…. 하아앙…."
마구 몰아붙여 졌던 조금 전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여유롭게 쾌감을 즐기는 듯한 신음은 듣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야릇하다.
그리고 그 야릇한 분위기를 깨려는 듯.
~~♪
다시 인터폰에 불이 들어오며 익숙해진 멜로디가 귓가를 울렸다.
느긋하게 유서연의 가슴을 주무르며 허리를 움직이던 최민석의 시선이 다시 임예진에게 향했다.
"가서 받아와."
"…네."
임예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명령조로 말하는 최민석의 말에 얌전히 대답하며 복도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다.
"아, 문은 닫지 말고 가고."
이쯤 되면 최민석이 뭘 하려는 지 모르는 쪽이 이상하다.
임예진은 문을 닫으려던 손을 아래로 내리고 현관을 향해 걸어갔고, 뒤에서 '참아야지?'하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미쳤어 진짜…."
최민석도 미쳤고, 유서연도 미쳤고, 당장 도망치지 않고 시키는 대로 따르고 있는 자신도 미쳤다.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자 오토바이 헬맷을 쓴 직원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며 음식이 담긴 봉투를 건냈다.
"맛있게 드세요."
"아, 네. 수고하세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유서연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문이 쿵 하고 닫힌 순간.
"하아아앙…!!"
제법 떨어진 거리였음에도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커다란 신음이 복도 너머에서 울려 퍼졌다.
'…이 정도면 밖에서도 들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자신이 뭘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임예진은 찝찝한 마음을 털어내고 음식이 든 봉투를 들고 거실로 돌아왔다.
"하으…. 하…. 하앗…."
거실에서는 그 짧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유서연은 바닥에 쓰러져 허리만 높게 치켜든 채로 다리 사이에서 새하얀 정액을 줄줄 흘려대며 움찔움찔 떨어대고 있었다.
"청소해야지?"
"네, 네에…."
최민석은 엉망이 된 유서연의 모습이 아무렇지도 않은지 자연스럽게 그녀의 몸을 살짝 일으키고는 그대로 입가에 귀두를 갖다 대고는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아움…. 움…. 츄룹…. 쯉…. 츄우웁…."
그리고 유서연 역시 그런 취급이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몽롱한 눈빛으로 입에 문 자지를 쯉쯉 빨았다.
"저기…. 식사는…."
"식탁에 차려둬. 이것만 끝내고 먹을 거니까."
"…네."
이제 와서 뭐라고 할 말도 떠오르지 않고, 임예진은 최민석이 시키는 대로 배달 온 음식을 하나하나 식탁에 늘어놓고 주방으로 들어가 수저까지 챙겨 식사 준비를 마쳤다.
그래도 자신까지 식사 인원에 포함해준 모양인지, 도착한 냉면은 세 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