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74화 (74/775)

< 74화 > 노예 2호 길들이기 (3)

최민석과의 관계를 맺은 이후.

임예진은 자신의 몸이 변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딜도를 이용해 자위하며 느낀 불안감은 현실이 되었다.

결국은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고 잠들어 버린 다음 날부터 다시 쾌감이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몸은 뜨겁게 달아올라 아랫배에서 심장이 뛰는 것처럼 쿵쿵거리는 느낌이 올라오고, 손조차 대지 않았음에도 다리 사이가 끈적하게 젖어있는 일이 늘어났다.

문제는 그 느낌을 참지 못하고 자위를 하려고 해도 쾌감은 아주, 아주 희미하게 느껴지기만 할 뿐 갈증만 심해진다는 것.

다른 남자와 몸을 섞어도 쾌감다운 쾌감은 느껴지지도 않고, 오히려 불쾌함만 느껴졌다는 게 문제였다.

"도대체 연락은 언제 해주는 건데!"

한 번 쾌락을 맛보니 자신에게 아무런 느낌도 주지 않는 남자들과는 살을 대는 것 자체가 불쾌해져 오피에 출근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방학까지 겹쳐 하루 종일 시간이 남아돌아 더더욱 초조했다.

일주일까지는 어떻게 버텨볼 만했지만, 그 뒤로는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하루 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자위만 하다가 지쳐 잠드는 일상을 반복했다.

그의 번호는 주지 않겠다는 걸 매달리고 매달려서 받아냈으니 먼저 연락할 수는 있었지만 마지못해 번호를 등록해주며 먼저 연락하지는 말아 달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결국 연락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먼저 연락했다는 이유로 관계를 끊어버리면 안 되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하루 종일 옆에 핸드폰을 두고 버티던 것도 3주가 한계였다.

이런 생활을 3주나 버틴 자신에게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런 것보다는 다시 한 번만이라도 그때의 쾌락을, 진짜 오르가즘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임예진 : 많이 바쁘신가요?]

뭐라고 보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보낸 메시지였다.

메시지를 보내고 30초가 지나기도 전에 메시지 옆에 숫자 1이 사라졌다.

그가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뜻이었다.

"차단은 아니었어…."

그동안 가장 크게 느꼈던 불안이 바로 그가 자신을 진작에 차단해놓고,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 불안이 해소된 것만으로도 긴장으로 물들어 있던 임예진의 표정이 확 풀어졌다.

하지만 답장이 오지 않는다.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서두를 것도 없는 일이지만 이미 확인했음에도 답장이 오지 않는다는 건 다시 새로운 불안감을 떠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10초…. 20초….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설마 먼저 연락해서 기분이 상했나?

[임예진 : 읽으셨으면 대답해주세요.]

[임예진 : 먼저 연락한 건 죄송해요.]

[임예진 혹시 잊어버린 건 아닌지 확인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대답해달라는 말과 함께 다급하게 변명을 덧붙였다.

물론 자신은 정말 한계라고 생각될 때까지 참고 참다가 연락한 것이었지만 그건 자신의 사정일 뿐이었으니까.

이번에도 메시지를 확인하긴 했지만 답장은 오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차단해두는 방법이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런 걸지도 모른다.

[임예진 : 설마 차단한 건 아니죠?]

[임예진 : 먼저 연락한 건 미안해요. 기약 없이 기다리기엔 너무 답답해서 그랬어요.]

[임예진 : 제발 대답이라도 해주세요.]

평소 쓸 일이라고는 없던 제발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답장을 요구했다.

지금도 메시지 옆에 있는 숫자 1은 빠르게 곧바로 사라져버렸지만 답장은 오지 않는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

만약 그가 메시지를 보고도 무시하고 있다면….

그의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을 고민하는 사이, 구원처럼 답장이 날아왔다.

[최민석 : 차단한 건 아닙니다. 하던 일이 있어서 잠깐 정리하고 왔습니다.]

"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먼저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어겼음에도 최민석은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그의 요구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았으니 미리 계속해서 사과를 해둬야 했다.

[임예진 : 다행이다…. 먼저 연락해서 미안해요. 일이 많이 바쁘신가요? 재촉하는 게 아니라 그냥 상황이라도 알고 싶어서 그랬어요. 나중이라도 좋으니까 혹시 언제쯤 여유가 생기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급하게 떠오르는 대로 답장을 적다 보니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장문을 보내버렸다.

내용도 지금까지 했던 말을 반복하다가 갑자기 본론으로 들어가 버렸고.

그래도 이 정도면 자신의 의사는 확실히 전달됐을 것이다.

하지만 최민석에게 돌아온 답장은 임예진의 예상을 확실히 벗어나 있었다.

[최민석 : 바쁘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죄송한 말이지만 여태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뭐…?"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나를?

고등학생 때부터 뭇 남성들의 시선을 받으며 지내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지겨울 정도로 치근덕대는 남자들만 만나온 임예진에게 자신을 잊어버렸다는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조차 떠올리기 힘든 발언이었다.

"밀당…. 인가…?"

한참 관계를 발전시키는 남녀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다.

혹시 먼저 연락하지 말라고 해놓고 여태 자신을 방치해둔 것 역시 자신이 먼저 연락하기를 기다리며 차후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연애 세포 따위는 진작에 다 죽어버린 임예진이었지만 워낙 낯선 상황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편한 쪽으로 해석해버리게 될 정도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꼬박 3주 동안 연락 한 번을 안 해?"

밀당에도 정도가 있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였다면 그냥 관계를 끊어버렸을 것이다.

"진짜 이번만 져 준다."

먼저 굽히고 들어가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밀당에 쓸 여유조차 없다.

결국 임예진은 '져 준다'는 마인드로 확실하게 굽히고 들어가기로 했다.

[임예진 : 괜찮아요. 그보다, 바쁘지 않으시다면 시간을 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언제라도 괜찮으니까 시간을 정해주시면 제가 맞출게요.]

조금 지나치게 저자세가 아닌가 싶긴 했지만 결국 섹스까지 가면 그도 다른 남자들처럼 자신에게 매달리게 될 것이다.

이건 그간의 인생 경험에서 나온 나름의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태도를 개떡같이 해도 조임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다시 찾아오는 손님들에, 스스로 봐도 남들보다 우월한 외모와 몸매는 말할 것도 없다.

초반에는 조금 접어주더라도, 결국 그가 자신에게 빠져들면 얼마든지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새롭게 날아온 답장을 확인한 순간 임예진은 다시 한번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최민석 : 죄송하지만 만나드리기는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오피도 아니고 사적으로 만나 섹스로 이어지는, 오피 손님들이 미친 듯이 환장하는 소위 '공떡'을 할 수 있는 기회인데.

그것도 다른 여자도 아니고 무려 자신과!

[임예진 : 왜죠?]

이번에는 정말 조금의 필터링조차 거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되물어버렸다.

돈까지 내서 오피에 올 정도였으면서.

그렇게 정력이 세면서.

자신의 몸에 그렇게 감탄했으면서.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않는 거고, 그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곧바로 변명을 덧붙인다.

[임예진 : 따지려는 게 아니라, 이유라도 알고 싶어서요.]

결국 안 만나겠다는 이유를 듣겠다는 뜻이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표현을 조금 바꾸니 조심스러운 느낌이 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답장은 돌아오지 않는다.

'정말로 기분 상했나?'

그러면 곤란하다.

아직 그는 자신과 밀당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반면에 자신은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니까.

여기서 그가 다시 연락을 끊고 시간을 끈다면 어떻게 되어버릴지 자신 스스로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임예진 :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임예진 : 너무 당황해서 그랬어요. 사과드릴게요.]

[임예진 : 차단하신 건 아니죠?]

[임예진 : 이유라도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도움이 필요하신 일이 있으면 도와드릴게요.]

[임예진 : 답장 좀 해주세요.]

사과, 사과, 타협, 애원.

계속해서 메시지 옆의 1은 사라지고 있었지만 답장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임예진은 초조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냈고, 1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답변이 돌아왔다.

[최민석 : 차단 안 했습니다. 기분도 안 상했고요. 그냥 하던 일이 마무리가 덜 돼서 정리만 하고 왔습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건데!?"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은 단순한 변명으로 들렸다.

그저 자신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밀당. 그렇게만 생각될 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지금 상황에서 을은 임예진이었다.

[임예진 : 그래도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하지만 이유만큼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최민석 : 그냥 제가 불편해서 그렇습니다. 오피에서 만난 사람이랑 사적으로 만나는 게 조금 불편해서요. 저는 그냥 가볍게 즐기려고 생각했던 것뿐이거든요.]

"하…?"

또다시 당황.

임예진은 당황한 눈빛으로 그가 보낸 문자를 다시 한번 읽어내렸다.

'설마….'

아닐 것이다.

지금 그가 튕기고 있는 이유는 단순한 밀당이지, 정말로 자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 것이다.

[임예진 : 하지만 만나주시기로 하셨잖아요.]

[최민석 : 그냥 거절하면 계속 매달리실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설마 진짜로…?"

생각해보면 그는 자신의 번호를 받아두려고만 했지 교환할 생각은 없었다.

그걸 임예진이 다시 없을 기회라는 생각에 매달리고 매달려서 번호를 받아냈을 뿐이었다.

[임예진 :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예요.]

[최민석 : 그런 문제가 아니라 몸을 파는 여자를 사생활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이익…! 자기가 산 거면서…!"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간다.

자신 역시 오피에서 만난 남자와 사적으로 만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최민석 역시 자신에게 쾌감을 느끼게 하지 못했다면 그가 아무리 매달렸어도 절대 만나주지 않았을 테니까.

아무튼, 그가 정말로 자신을 만날 생각이 없는 거라면 어떻게든 매달려서 한 번이라도 만나야 했다.

[임예진 : 오피도 그만둘게요. 정말 어떻게 안 될까요?]

[최민석 : 그런다고 몸을 팔았던 일이 없어지진 않습니다. 저도 손님이었으니 나쁘다고 할 생각은 없지만, 사적으로 만나고 싶지는 않네요.]

"아 진짜…!"

항상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철벽을 치는 입장이었던 임예진에게 자신이 이렇게까지 매달리는데도 철벽을 치는 남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생물이었다.

결국 임예진은 마지막까지 아껴뒀던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임예진 : 제발 한 번만 만나주세요. 정 싫으시다면 돈이라도 드릴 테니까 일이라고 생각하셔도 괜찮아요.]

그래도 돈까지 받고 섹스까지 공짜로 할 수 있는데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임예진의 예상이 맞았다는 듯, 조금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최민석 : 돈이요? 얼마나 내실 생각이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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