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성욕 해소 프로그램 2회차 (7)
성은영은 아슬아슬하게 딸이 돌아오는 시간보다 조금 먼저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소처럼 딸을 맞이하고, 학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주며 맞장구도 쳐주고, 칭찬해준다.
내심 오늘도 즐겁게 보냈구나. 하고 안심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저녁을 차려주고, 같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벌써 저녁 8시라는 시간이 되어있었다.
딸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성은영 역시 곁에 앉아 딸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TV의 내용에는 집중하지 않고, 드디어 생긴 여유 시간에 복잡했던 머리를 천천히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처음보단 낫긴 했어.'
처음 성욕 해소 프로그램을 받고 돌아왔던 날은 어땠던가.
온몸에 힘이 없고, 머리는 어지럽고, 자신조차 몰랐던 자신의 이면에 대한 충격과 남편에 대한 죄책감으로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던 상태라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기절하듯 낮잠까지 자버렸다.
그때에 비하면 오늘은 몸이 피곤하긴 했어도 정신적인 부분은 비교적 멀쩡했다.
남편과 최민석을 비교하는 것을 강요당했을 때는 울음까지 터트려버렸지만 최민석은 진지하게 사과하며 제대로 필요한 설명을 덧붙였다.
남편과의 잠자리에서 자신이 느끼는 만족도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몸 상태를 풀어서 설명해주는 그의 말에 그렇구나 하고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아…."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한숨에 흠칫하며 딸의 눈치를 살폈지만 다행히도 TV에 집중하느라 듣지 못한 듯했다.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쾌락에 굴복해 남편보다 최민석과의 관계가 기분 좋다고 말했던 건 자신의 진심이었다.
남편과의 잠자리에서 느끼는 것과는 전혀 다른 폭력적인 쾌감은 도저히 참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끝까지 버텼어야 했는데.
아무리 그가 의도한 행동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업무에 협조한 행동이 되었다지만 거기서 끝까지 남편이 좋다고, 아니 차라리 대답이라도 하지 않고 버텼다면 이렇게까지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잊어버리자.'
이미 일어난 일을 후회해서 어쩌겠는가.
하물며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꼭 확인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하니 결국은 자신이 포기할 때까지 계속해서 몰아붙여 졌을 테니 늦든 빠르든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성은영은 애써 침울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나간다.
'모유가 나올 줄은 몰랐어.'
그게 정말 모유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가슴에서 나올 것이 모유 말고 또 뭐가 있겠는가.
성관계 도중에 흥분하고, 가슴을 자극당하다 보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흥분이라니….'
별것 아닌 단어지만 그걸 자신에게 적용시킨 순간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성관계에서 그만큼 느껴버렸으니 흥분하지 않는 쪽이 이상하다.
하지만 쾌락적인 부분과는 별개로, 한 번 울었다가 침착해진 뒤의 성은영은 쾌락이 아닌 최민석이라는 사람 자체에게 흥분해버렸었다.
그전까지는 긴장해서 미처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젊은 남성의 탄탄한 몸, 진한 남성의 체취, 자신을 내려다보는 눈빛에 자신도 모르게 흥분했다.
조금은 섹시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미쳤어. 성은영….'
그냥 간단한 성욕 해소라고. 자위 기구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라고 했었다.
하지만 자위에 흥분하는 사람은 있어도 자위 기구에 흥분하고, 섹시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짜 도구도 아니고,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는 남편이 있다.
어떠한 형태로든 다른 남성을 섹시하다고 느끼고, 흥분해버렸다는 것은 자신의 상태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징조이리라.
'다음에 물어봐야겠어.'
어차피 받아야 할 프로그램. 부끄럽더라도 문제점이 있다면 확실히 밝히고 케어를 받는 게 낫다.
마냥 모든 게 싫었던 처음에 비하면 확실히 나아진 태도였다.
'그리고 그 부부 관계 개선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어차피 성욕 해소 프로그램과 동시에 진행되니 횟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니 이왕 한다면 한 번쯤 체험해보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자신만이 아니라 남편까지 더 기쁘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을 테고.
다른 건 몰라도 손해랄게 없는 부부관계 개선 프로그램만큼은 그나마, 그나마 긍정적으로 생각할만하다.
성은영이 머릿속에서 부부관계 개선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이 서서히 기우는 사이, 9시가 지나 딸아이를 재우고 침실로 돌아왔다.
"으음…."
자신 역시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누운 성은영은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윗옷을 올려 가슴을 드러냈다.
성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확인을 위한 작업이었다.
"흣…."
딸이 한참 모유를 먹으며 자랄 때, 쌓이던 모유를 스스로 짜냈던 경험도 있었기에 손놀림은 조금 어색하면서도 익숙했다.
꾸우욱.
가슴을 조심스럽게 그러모아 안쪽에 쌓인 것을 쭈욱 짜내듯이 끝쪽을 누른다.
"…역시 잠깐만 그랬던 거였나 봐."
지금도 모유가 나왔다면 당황했을 테지만 최민석의 말대로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 모양이다.
확인을 마친 성은영은 다시 옷매무새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최민석에게 연락을 다시 받게 된 것은 고작 사흘밖에 지나지 않아서였다.
*
성은영에게 건 최면은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당시에 가지고 있던 정기의 양이나, 성은영의 성향을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도 불륜 예방 부서만큼 효과를 볼 만한 최면이 있나 싶긴 했지만 내가 원할 때마다,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없다는 점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으니까.
주로 시간적인 문제가 크다.
일단 평일 오전은 나도 일을 해야 했으니 사용할 수가 없고, 남는 시간이라고 해봐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인데, 내가 직장에서 모텔까지 도착해 방을 잡는 시간이 최소 30분.
이미 남은 시간이라고는 2시간 30분 밖에 없다.
시간이 6시까지 빈다고 해서 6시에 딱 맞춰 일을 끝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샤워하고 돌아가는 시간 등등을 생각하면 30분은 다시 비워놔야 한다.
결국 남는 시간이라고는 2시간 남짓.
횟수 제한만 없다뿐이지 오피와 별다를 게 없는 시간이다.
"한 번 진도를 확 빼야겠어."
"쮸웁…. 네…?"
"아니야. 계속해."
"네에…. 아움…. 쮸웁…. 쯉…."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혼잣말에 아래쪽에서 자지를 빨던 유서연이 이쪽을 힐끗 올려다봤지만 적당히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시 자지를 빨게 만들고 1팀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팀장님.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내일은 출근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괜찮을까요?]
입사하고 나서 한 번도 월차를 쓴 적이 없었으니 이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휴가를 내려면 못해도 며칠 전에는 미리 말해두는 게 맞았지만 물류 팀은 그렇게 빡빡하게 굴러가는 곳도 아니었고, 인원도 여유가 있는 편이었으니까.
문자를 보내고, 몇 분 지나지도 않아 1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계속 빨아."
다시 한번 이쪽을 힐끔 올려다보는 유서연에게 한마디 해놓고 전화를 받았다.
[어, 민석아. 내일 쉬고 싶다고?]
"예. 미리 말씀드려야 했는데, 저도 갑작스러운 일이라서요."
[무슨 일인데?]
"가정 문제라 자세히 말씀드리긴 조금 그런데, 안 된다고 하시면 어떻게든 미뤄보겠습니다."
[에이, 너 여기 들어와서 한 번도 안 쉬었던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걸 안 된다고 하겠어? 그냥 물어본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우리가 쉬라고 해도 안 쉬던 녀석이 갑자기 쉬겠다고 하니까 무슨 일 있나 싶어서 그랬지.]
다른 직장은 어떤지 몰라도, 물류 팀은 쉴 수 있는 날은 쉬는 게 기본이다.
하루 쉰다고 해서 뭔가 업무가 쌓이는 구조도 아니고, 유급으로 쉴 수 있다면 쉬지 않는 쪽이 손해였으니까.
물론 나는 쉬더라도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매번 월차도 내지 않고 지냈었지만.
"그럼 죄송하지만 내일만 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그래. 죄송할 거 없으니까 편하게 생각해. 따로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예. 감사합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그래. 너도 주말 잘 보내라.]
뚝.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시원스럽게 이야기가 끝나고 전화가 끊어졌다.
"역시 착하게 살고 볼 일이라니까."
아무리 그래도 휴가 전날, 저녁에 말을 꺼내는 행동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건 평소에 쌓은 착실한 이미지 덕이 클 것이다.
"쮸웁…. 쯉…. 쮸웁…."
통화가 끊어지마자 자지를 깊게 물고 혀로 굴리고만 있던 유서연의 입에서 다시 질척하게 빠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래쪽으로 시선을 내려보니 유서연이 멈추지 않고 자지를 빨면서도 미묘한 눈빛으로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궁금해요."
이쪽의 눈치를 살피며 고민하는 것도 잠시. 유서연은 솔직하게 대답하는 쪽을 선택했다.
"만나고 있는 여자가 있거든. 근데 서로 시간이 안 맞아서 내일 날 잡고 제대로 놀아보려고."
"아…."
거리낌 없는 솔직한 대답에 유서연의 눈빛에 불안한 기색이 감돌았다.
이전에 '처녀는 나랑 하면 아플까?'라고 물어봤을 때처럼 자신이 버려질까 불안해하는 눈빛이다.
"걱정 마. 이번에도 가볍게 즐기는 정도니까."
"하움…."
불안해하는 유서연의 머리를 적당히 쓰다듬어주다가 다시 꾸욱 눌러 자지를 입에 물게 만들고, 이번에는 성은영에게 문자를 보낸다.
[금요일 오전 8시 30분. 장소는 이전과 동일합니다.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자위는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확인했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일단 준비는 대충 끝났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유서연의 펠라를 만끽하다 보니 어느샌가 사정감이 차오른 상태였다.
"쌀 테니까 삼켜."
"으붑…!"
유서연의 머리를 꾹 눌러 자지를 깊게 밀어 넣으며 사정한다.
뷰르르릇! 뷰르릇!
"움, 후움, 꿀꺽…. 꿀꺽…."
뷰웃…! 븃…! 븃…!
"쭈웁…. 쯉…."
입 안을 가득 채운 정액이 턱선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와중에도 유서연은 정액을 삼키면서 남은 정액을 뽑아내려는 것처럼 자지를 빨아들인다.
그리고 사정이 끝난 뒤에도 부드럽게 귀두를 핥아 자극하는 혀놀림까지.
"후우…. 좋다. 아래도 빨아봐."
"하움…. 츄웁…. 움…. 우움…."
자지 전체를 마사지하는 듯한 정성스러운 펠라에 아래쪽에 뻐근하게 쌓였던 피로가 부드럽게 풀어진다.
유서연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펠라를 즐기다가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밀어 넣고 쭈욱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오늘도 수고했어."
"주인님도 수고하셨어요…♥"
품에 안긴 유서연 역시 내 등을 감싸 안으며 꼬옥 달라붙어 온다.
탄력 넘치는 가슴이 꾸욱 뭉개질 정도로 달라붙은 유서연의 표정에서는 아까 보였던 불안감이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