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특전으로 섹시해진 남자 (1)
"하아…. 하아…."
임예진은 오피스텔의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벽에 등을 기대고 연신 뜨겁게 익은 숨을 흘렸다.
'빨리…. 빨리….'
지금 올라가고 있는 오피스텔은 업무용으로 이용되는 오피스텔이 아닌 자신이 지내는 주거용 오피스텔이었다.
월세만 70만 원. 관리비까지 포함한다면 달마다 85만 원이나 나가는, 평범한 대학생이 지내기엔 지나치게 비싼 곳이었지만 오피로 매달 천만 원대의 돈을 버는 임예진에겐 그리 비싼 곳이 아니었다.
[9층입니다.]
엘리베이터의 안내 음성과 함께 문이 열리자마자 임예진은 거의 뛰는 수준의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집 앞에 서서 가늘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분명히 어디 뒀을 텐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침실로 들어온 임예진은 서랍장 안에 있는 물건을 죄다 밖으로 흩어놓으며 원하는 물건을 찾았다.
손으로도, 로터로도, 남친으로도 부족해서 오피로 향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시도해봤던 물건.
"찾았다…!"
한 번 써보고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다시는 쓰지 않을 생각으로 제일 깊은 곳에 처박아놨던 탓에 바닥이 난장판이 되어버렸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좋다.
임예진은 간신히 찾아낸 딜도를 꽉 움켜쥐고, 침대 위로 올라가 치마와 함께 속옷까지 벗어 침대 밑으로 휙 던져버렸다.
자신이 봐온 남자들의 평균 크기보다 크고 굵은 딜도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용했을 때 자신에게 아무런 느낌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열병에 걸린 것처럼 온몸이 뜨겁게 화끈거리고, 뱃속이 끊임없이 근질거려 안타까운 상태라면 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낯선 몸 상태를 참아내며 집으로 돌아왔다.
"하앗…. 하앗…."
도저히 진정될 기색이 보이지 않는 몸은 이제 한계다.
아래쪽은 이미 적셔둘 것도 없이 질척해진 상태.
임예진은 살짝 입술을 잘근거리다가 그대로 딜도를 보지에 쑤셔 박았다.
찌걱-!
"흐읏…!"
느껴진다.
예전에는 그저 딱딱한 물건이 안쪽을 오가는 이물감만 느껴졌던 딜도에서 근질근질하게,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움찔거리게 되어버리는 느낌이 올라와 안쪽과 하나가 되는 것처럼 이물감을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찌걱! 찌걱! 찌걱!
"흐읏…! 흣…! 흐읏…!"
자신의 손놀림에 맞춰 딱딱한 딜도가 질내를 마구 쑤셔댄다.
뜨거운 정액을 안에 싸질 때마다 느꼈던 감각을 떠올리며 손을 움직일 때마다 희미하게 찌릿한 느낌이 올라와 허리가 움찔거렸다.
"부족해…!"
임예진은 손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애초에 딜도는 질내사정을 할 수 없다.
그것만으로도 감점 요인인데, 크기도, 굵기도, 뜨거움도 자신을 느끼게 만들었던 그 자지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랐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했으면 됐을 텐데…!"
결국 그 남자는 마지막까지 자신과의 관계를 거부했다.
자신이 자존심까지 버리고 그냥 공짜로 해주겠다고 했는데, 아직 한 번도 가지 못했다고, 한 번만 더 하면 갈 것 같다고 매달렸는데도 말이다.
물론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따로 연락 드릴게요.'
나중에라도 따로 만나서 하자고. 언제, 어디든 부르기만 하면 찾아갈 테니까, 공짜로 얼마든지, 마음껏 즐겨도 괜찮으니까 불러 달라고 부탁한 끝에 그와 연락처를 교환할 수 있었다.
아마 거기서도 거절당했다면 몇백이든, 몇천이든 그에게 돈을 줘서라도 부탁했을 것이다.
애초에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은 쾌감에 대한 탐구에서 나온 부산물 같은 거였고, 지금은 그저 대학생활 하면서 편하게 돈이나 벌어두자는 생각에 쌓아뒀던 것뿐이지 애초에 임예진의 진정한 목적은 성적인 쾌감을 느껴보는 데 있었으니까.
"제발, 제발…."
빨리 불러줬으면 좋겠다.
핸드폰에는 그의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다.
하지만 먼저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참아야 했다.
자신이 참지 못하고 그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가 그가 자신과의 연결을 끊어버린다면 그것만큼 최악의 결과는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는 시간이 나는 대로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모를 일이고, 임예진이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었으니까.
"미칠 것 같아…."
계속해서, 손을 멈추지 않고 움직여 보지를 쑤셔대도 올라오는 쾌감은 그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것에 비하면 한없이 희미한 수준일 뿐. 이대로는 절대로 오르가즘에 달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손을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그저 몸이 식는 것이 두려워서였다.
이 느낌이 한 번 끊어지면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것 같아서, 최대한 흥분을 유지하기 위해 손을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연락이 빨리 오기를.
임예진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의 연락을 기다렸다.
*
"하다 끊으니까 답답해 죽겠네."
횟수로는 네 번. 그럭저럭 즐겼다고 할 수 있는 횟수였지만 자신도 만족하지 못하고, 여자 쪽도 만족하지 못하고 매달려오는 것을 두고 나온 탓에 찝찝한 느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름이…. 임예진?"
핸드폰에 등록된 연락처의 프로필에는 그녀의 셀카 사진과 이름이 나와 있었다.
유서연에 이어 두 번째 노예로 만들 여자.
아직 계획뿐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굳이 남은 시간 안에 만족시켜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음에도 다음으로 미룬 것은 그녀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불감증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던 여자가 질내사정을 당하면서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대로 허리를 움직여 사정감을 쌓고, 그대로 두 번째를 싸주자 반응이 한층 짙어졌다.
그때부터는 안쪽을 쑤셔주는 움직임만으로도 조금씩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곧바로 세 번째를 쌌을 때는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샷 추가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쓸데없는 밀당 없이 여자를 완전히 보내버릴 생각으로 했던 건데, 그게 신의 한 수였다.
아마 두 번만으로는 그녀를 함락시킬 수 없었을 텐데.
네 번째로 질내사정을 당했을 때는 임예진도 절정에 달하기 직전까지 몰린 상태였다.
차라리 거기서 가버렸다면 몰라도, 가기 직전까지 몰린 상태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내게 매달리는 것뿐이었고, 거기까지 갔으니 상황은 이미 끝.
그녀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천국으로 보내 제대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굳이 가게 해주지 않고 관계를 끝마쳤다.
아마 지금쯤 자위라도 하고 있지 않을까.
"못 해도 일주일은 기다리게 해야지."
자위로 느끼는 쾌감과 섹스로 느끼는 쾌감은 종류 자체가 다르다.
한 번 만족스러운 섹스를 맛본 이상 아무리 자위를 해대도 섹스에서 느꼈던 쾌감이 계속해서 떠오를 것이다.
물론 시범 대상이 나와 유서연밖에 없긴 했지만 임예진도 가버리기 직전까지 갔을 때는 이쪽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절박한 모습이었으니 크게 다르진 않겠지.
"일단은 특전부터 확인해보자."
오피스텔 입구에 비치된 벤치에 앉아 서큐버스 시스템을 실행시켰다.
[미션을 완료했습니다.]
[특전이 지급됩니다. 원하시는 특전을 선택하십시오.]
[1. 이성이 사용자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대상에 따라 적용되는 효율이 다릅니다.)]
[2. 타인이 사용자에게 호감을 쉽게 느끼게 됩니다. (대상에 따라 적용되는 효율이 다릅니다.)]
[3. 타인이 사용자의 말에 희미한 신뢰를 느끼게 됩니다. (대상에 따라 적용되는 효율이 다릅니다.)]
"…이번 건 좀 특이하네."
아니, 애초에 특전이라는 것 자체가 특이하긴 했지만, 이번 건 앞선 두 개의 케이스보다 확실히 특이하다.
그동안의 특전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바꾸는 능력이었다면 이번 특전은 항시 적용되는 패시브 최면 같은 느낌이었다.
"대상에 따라 적용되는 효율이 다르다는 말도 애매하고."
정확히 어떤 사람한테 통하고 어떤 사람한테 통하지 않는지 가이드라인이라도 있다면 견적이라도 뽑아볼 텐데. 그런 것도 없으니 더더욱 애매했다.
"이번엔 대충 골라도 되겠다."
호감과 신뢰도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최면이 있는 이상 아쉬운 정도는 아니고, 여자를 공략할 때는 성적 매력만 한 게 없다.
저번 특전에서 페로몬을 놓친 게 계속 아쉬웠으니 이번에는 이쪽을 고르기로 했다.
[특전이 적용되었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특전이 적용됐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가 변한 것 같진 않은데."
핸드폰의 셀카 모드로 얼굴을 확인해봐도 뭔가 변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다른 건가?
"주인님, 다녀오셨어요?"
이제는 완전히 내 집처럼 되어버린 유서연의 집으로 돌아오자 안쪽에서 유서연이 도도도 달려 나와 나를 맞이했다.
"다녀왔어."
"헤헤."
매번 이렇게 만사 제쳐놓고 맞이해주는 모습이 기특해서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면 나이에 맞지 않게 어린아이처럼 헤실헤실 웃는다.
누가 이렇게 귀여운 여자를 스물여덟 살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실제로 외모도 성숙미가 조금 느껴진다뿐이지, 피부나 머릿결, 목소리 같은 부분은 20대 초반의 여자들과 비교해도 조금도 꿇리지 않았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면 날도 더웠을 텐데, 목욕부터 하실래요?"
'여기서 아니면 저부터…?'같은 대사만 덧붙여도 오글거리는 신혼부부 상황극 같은 분위기가 펼쳐지겠지만 유서연은 구태여 그렇게 엉겨 붙지 않는다.
어차피 같이 씻으러 들어가면 한 발은 기본으로 뽑고, 자기 전에는 항상 같은 침대에서 관계를 맺다 잠들었으니 그 외에는 내가 귀찮지 않도록 먼저 요구해오는 법이 없었다.
"밥부터 먹자."
"따로 드시고 싶으신 건 있으세요?"
"…냉면?"
이제 6월을 지나 7월에 접어든 날씨는 확실히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집에는 에어컨도 있고, 전기세 걱정 없이 얼마든지 틀고 지낼 수 있으니 크게 불편하진 않겠지만 물류창고 쪽은 조금 힘들어지겠지.
지금도 한 번 물류가 들어오고 나면 땀이 뻘뻘 흐르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럼 지금 바로 시켜둘게요. 식후에 목욕도 하실 생각이시면 물도 받아둘게요."
"그래. 물도 받아놔."
물을 받아놓으란 말에 유서연의 표정이 살짝 헤실헤실하게 풀어졌다.
목욕=섹스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으니 기분이 좋은 거겠지.
최근에는 오피에 다니느라 이전처럼 많이 해주지는 못했고.
"쉬고 있을 테니까 냉면 도착하면 불러."
"네! 푹 쉬고 계세요!"
유서연의 기운찬 대답을 들으며 내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