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불감증 보지 길들이기 (2)
정화의 보지는 훌륭했다.
빨판처럼 달라붙어 자지를 빨아들이는 보지는 안으로 박을 때도, 밖으로 빼낼 때도 끈질기게 달라붙어 색다른 자극이 느껴졌으니까.
찌걱…. 찌걱…. 찌걱….
"흐읍…. 읏…. 하아…."
하지만 그런 보지의 상태와 달리 당사자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아직은 길들이는 단계라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이고, 약간 가빠진 호흡 역시 느껴서가 아니라 숨이 차서 그렇게 됐을 뿐이다.
'자궁 쪽도 그런가?'
찌걱…!
"으읏…!"
가벼운 확인 삼아 자궁구를 살짝 찔러봤지만 깜짝 놀란 것처럼 허리가 살짝 튀기만 했을 뿐 이것 역시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먼 반응이다.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어서,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면서 엄지손가락으로 클리토리스의 껍질을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살살 굴린다.
"흣…. 하아…. 하아…."
이것도 반응이 없다.
클리토리스는 그저 만져져서 반응하고 있을 뿐이지, 별다른 쾌감을 전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불감증…. 뭐 그런 건가?'
지금도 자지로 질내 곳곳을 휘저으며 건드려보고 있었지만, 정화는 정말로 조금의 쾌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포기할 생각은 없다.
애초에 승부라고 할 만한 상황도 아니지만 포기하고 넘어가기엔 지는 것 같지 않은가. 힘으로 안 된다면 체력으로 승부한다.
나는 허리에 힘을 주며 장기전을 각오했다.
*
최민석이 생각했던 대로 정화, 아니 임예진은 불감증이었다.
다른 감각은 모두 멀쩡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성욕은, 성적인 쾌감만큼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는 괜찮았다.
성욕을 느껴본 적조차 없다. 대한민국의 학생에게 욕구 하나가 없다는 건 공부에 있어 상당히 유리한 점이었으니까.
성욕이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의식하면 끝없이 떠오르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있는 줄도 모르고 의식되지도 않는다.
때문에 임예진은 한 번도 자신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조금 이상함을 느낀 것은 대학생이 된 뒤였다.
타고난 외모, 타고난 몸매는 여중, 여고에 다닐 때와 달리 수많은 남자들을 달라붙게 만들었고, 여자들끼리의 모임이나 술자리에서는 학생 때는 입 밖에 나오지도 않았던 음담패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자신의 남자친구, 혹은 단순한 원나잇으로 이루어진 남자들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떠들면서 어떤 게 좋았고, 어떤 게 별로였고…. 그런 이야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갔다.
딱히 꺼낼 주제도 없어 그런 이야기들을 잠자코 듣기만 하던 임예진은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에 도달했다.
'그게 그렇게 좋은가?'
대화는 대부분 상대 남자에 대한 악담이 주를 이뤘지만 그렇게 별로라고 얘기하면서도 음담패설을 나누는 친구들은 즐겁고 흥미진진해 보였다.
"그게 그렇게 좋아?"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질문으로 이어졌다.
어차피 다들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 새삼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자위가 더 낫지?"
"그래도 기분 좋을 때는 확실히 좋고, 자위랑은 좀 다르지."
"분위기만 타면 엄청 흥분되거든. 그럴 땐 진짜 엄청 뿅 가지."
"맞아맞아."
그렇게 다시 자기들만 아는 얘기로 빠지더니 깔깔 웃어댔다.
이쯤 되면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우선은 자위부터, 라는 생각에 곧장 집에서 야동을 다운받아 자위를 시작했다.
[하앙…! 앙…! 앙…! 아아아앙…!!]
영상 속의 배우는 정말 같은 여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음란한 신음을 쏟아내며 자지를 느끼며 절정한다.
하지만 그런 배우의 모습과 달리 자신의 몸 상태는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이게 아닌가…?"
여성의 최고 성감대라는 클리토리스를 어색한 손놀림으로 건드려봤지만 쾌감이라고 할 만한 느낌은 조금도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느끼지 않았다고 하기엔 아래쪽이 미끈미끈하게 젖어 애액이 질척하게 묻어나오고 있으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자가 자위하는 야동을 보더라도, 조금 더 격렬하기만 할 뿐 자신이 하는 것과는 별반 다를 것도 없었는데.
그 후로도 몇 번 더 자위를 시도해봤지만 여전히 쾌감은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손기술이 부족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인터넷에서 자위기구를 주문했다.
핑크로터라고 불리는 위이잉-하고 울리는 물건을 클리토리스에 대보고, 질구에 살짝 밀어 넣어봐도 여전히 조금씩 젖기만 할 뿐 쾌감은 없다.
이쯤 되면 오기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모르고 살아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그 오르가즘이라는 녀석이 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대학에서 자신에게 달라붙어 오는 남자들 중에 제일 괜찮은 남자를 골라 사귀기로 했다.
얼굴도 잘생겼고, 몸도 나쁘지 않다.
자지 크기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섹스는 할 수 있는 상대니까 상관없다.
연애는 나름 즐거웠다.
남자는 잘생겼고, 매너도 괜찮았고, 제법 두근거리는 느낌도 있었다.
물론 본래의 목적은 잊지 않았지만, 다짜고짜 섹스부터 뚫을 수는 없어서 반년 정도를 진득하게 뜸을 들이다가 은근슬쩍 신호를 보내 첫 경험을 뚫었다.
"끄윽…!"
처녀막이 찢어지는 느낌은 눈물이 찔끔 흘러나올 정도로 아팠다.
"예진아, 괜찮아?"
"응…. 괜찮으니까 오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아프긴 했지만 그토록 궁금했던 섹스의 순간이 찾아왔다는 사실에 남친을 향해 웃어주며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예진아…! 읏…!"
고작 10분 남짓한 시간 만에 끝나버린 관계와 남친의 만족스러운 표정. 그리고, 여전히 통증 외에는 아무런 쾌감도 느끼지 못한 자신이 있었다.
'콘돔을 써서 그런가?'
하고 조금 더 시간을 들여 노콘 섹스까지도 해봤지만, 안에 미끌미끌한 정액이 조금 흘러들어오는 느낌이 느껴졌다는 것 외에는 똑같았다.
남친과는 1년을 조금 넘게 사귀다가 헤어졌다.
딱히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쾌감을 느끼게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흥미가 팍 식어버린 탓이었다.
'그 사람이 못 했던 건가?'
그럴 수도 있다.
크기는 통계가 부족하니까 일단은 판단을 보류하고.
남친이 잘하지 못했던 걸 수도 있다. 혹은 궁합이란 게 있으니 그게 맞지 않았던 걸 수도 있고.
문제는, 자신의 의문을 확인하려면 다른 남자와도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거였는데, 대학에서 아무 남자나 잡아다가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이유야 뭐가 됐든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평판이라는 건 꽤 중요한 요소였으니까.
클럽 같은 곳도 제외. 그런 곳에는 가본 적이 없기도 하고, 뭔가 질 나쁜 사람에게 엮이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않은가.
그런 여러 가지 고민 끝에 결정한 방법이 오피였다.
귀찮은 손님은 실장이라는 사람이 떼어준다는 모양이고, 말 그대로 여러 남자와 섹스만 즐길 수 있는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돈은 딱히 궁핍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있어서 나쁠 건 없는 게 돈이었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실장이라는 사람에겐 이런저런 것들을 배웠다.
손님을 맞이하고 간단한 대화나 샤워부터 시작해서 일을 진행하는 방법, 진상이 있을 때의 행동 요령…. 그리고 연습이라는 명목 하의 섹스 몇 번.
실장의 자지는 전 남친의 것보다 조금 컸다.
그래서 조금은 기대했었지만 결과는 여전히 마찬가지.
물론 실장은 자신의 안이 너무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결국 자기만 기분 좋았다는 말이었기에 기분만 잡쳤다.
그러면서 반응이 너무 없다고, 느끼는 연기를 조금 하는 게 좋다는 말만 덧붙였다.
그 뒤에는 뭐, 손님을 받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만 나빴다. 손님이라고 해봐야 대부분은 자신의 기준에 차지 않는 남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자신에게 쾌감을 주는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1년이 조금 넘게 오피에서 일을 하는 사이에 임예진의 호기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나, 불감증이구나.'
손님 중에는 체력이 좋은 사람도, 잘생긴 사람도, 자지가 큰 사람도 있었지만, 누구도 자신에게 희미한 쾌감조차 느끼게 해준 적이 없었다.
웃긴 건, 자신의 몸을 맛본 남자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쾌감을 얻어갔다는 것이다.
같은 손님이 두 번, 세 번씩 찾아왔다.
왜 자기만 지명하냐고 물어보니, 안쪽이 너무 좋아서 잊혀지질 않는단다.
이쯤에서 짜증이 올라와 사근사근한 태도를 치워버렸음에도 남자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몸을 찾았고, 돈은 꾸준히 벌렸다.
달에 천 단위의 돈이 통장으로 들어오고 있으니 돈이나 적당히 땡기고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쾌감에 대한 호기심은 잊혀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오늘도 임예진은 손님을 받았다.
외모는 뭐, 그럭저럭 봐줄 만하고 체격도 괜찮다.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예뻐서?"
입에 발린 말도 할 줄 안다.
이런 말을 하는 남자들은 오피에 익숙하거나, 여자에 익숙하거나 둘 중 하나다.
물론 어느 쪽이든 관심 가질 만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못생긴 것보다는 잘생긴 쪽이 기분은 덜 나쁘고, 성격도 좋은 쪽이 상대하기 편했으니 나쁘지는 않은 손님이다.
"그럼 샤워부터 할까요?"
"어, 응…?"
태도를 바꾼 뒤에는 이게 귀찮았다.
깔끔하게 용건만 진행하게 만든 건 좋았지만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흐르는 게 아니다 보니 이렇게 '뭐가 이렇게 빨라?'하는 반응이 돌아오곤 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귀찮긴 하지만 빨리 할 것만 끝내자는 태도를 보여주는 게 편하다.
"오피 처음이에요?"
"아니, 처음은 아닌데…."
"그럼 뭘 벙쪄있어요? 하기 전엔 당연히 씻어야지. 어차피 혼자 씻을 생각은 없을 테고, 씻겨주면 되죠?"
"그렇긴 한데…."
"그런데요? 옷도 벗겨줘요?"
남자는 벙찐 표정으로 눈을 끔뻑이며 자신의 안색을 살피고 있다.
보통 여기서는 어버버 하면서 하자는 대로 하거나, 태도가 뭐 이따위냐며 짜증을 내는 게 보통이다.
이번에 온 남자는 짜증을 내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래. 벗겨줘."
"쯧…."
귀찮게.
자신도 모르게 짧게 혀를 찼다.
벗겨준다는 말은 괜히 했나 싶었지만 딱해 못 해줄 것도 없고, 어쨌든 쓸데없는 과정 없이 바로 하자는 말에는 따라줄 생각인 것 같으니 진상이라고 할 것도 없다.
남자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주면서 보이는 건, 오피에 오는 손님 중에서는 보기 힘든 탄탄하게 잡힌 근육.
옷 위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이 남자는 의외로 몸이 좋다.
지나친 근육질도 아니면서도 각은 확 잡혀 있는, 딱 보기 좋은 수준의 몸이다.
'얼굴도 쓸 만하고, 몸도 이만하면 여자들 쪽에서 좋다고 달려들 텐데.'
뭐가 아쉬워서 오피에 오는 걸까.
하는 행동을 보면 쑥맥인 것도 아닌 것 같고, 여자친구가 잘 안 해주나?
그런 잡스러운 생각을 하면서 아래쪽으로 손을 내려 바지를 벗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