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42화 (42/775)

< 42화 > 불륜 예방 부서 (4)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고 계시는 것 같지만, 이미 징조는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스로는 자신의 성욕이 평범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계시지만 자위 횟수는 일주일에 15회 이상…. 이건 명백하게 평범한 수준을 넘어선 횟수입니다."

남자의 말이 이어짐에 따라 참기 힘들어질 정도로 얼굴이 뜨거워지며 화끈거렸다.

다른 사람들이 자위를 얼마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주에 15회 이상이라는 숫자는 너무 많았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자위의 대상이 남편분이라는 것과 평상시의 성관계를 떠올리면서 한다는 것 정도겠네요. 불안한 점은 있지만 결국은 남편분이 곁으로 돌아오면 곧바로 해결될 문제라는 겁니다."

"…그럼 결국 어떻게 되는 건가요?"

성은영은 얼굴이 지나치게 화끈거려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슬며시 들어 올리며 물었다.

좋은 평가와 좋지 않은 평가가 순식간에 휙휙 바뀌다 보니 도대체 뭘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선은 확인부터 해보죠. 남편분을 뵐 수 있는 횟수는 한두 달에 한 번. 이제는 스스로도 이해하고 계시겠지만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남편분과 함께 해외에서 지내시거나, 남편분이 파견 생활을 끝낼 예정이 있습니까?"

"없어요…."

아직 초등학생도 되지 않은 딸아이는 말도 통하지 않는 해외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남편 역시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은 같았지만, 직장 내 사정 때문에 국내로 돌아오는 게 힘든 모양이니까.

"좋지 않네요. 본인의 의사야 어쨌든, 성은영 씨의 성욕은 이미 적신호를 보내고 있고, 자위로는 해소되지 않을 정도로 심한 상태니까요."

"그, 그 정도는 아닌…."

"우선은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매일매일 성욕이 끓고, 자위 한 번으로는 해소되지 않아서 두 번씩…. 혹은 그것보다 자주 스스로 해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위로는 부족해서 섹스까지 원하는 상태죠."

남자의 태도는 단호하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적나라한 내용이라 반응하기 힘들기도 하고, 속으로는 이미 남자의 말이 맞다고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결국 입술만 벙긋거리다 입을 꾹 다물어야 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우선, 성은영 씨는 불륜을 저지를 마음이 전혀 없으시지 않으십니까?"

"마, 맞아요!"

자신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대답해버린 성은영은 흠칫하면서 살짝 어깨를 움츠렸다가 남자의 안색을 살폈다.

어쨌든 자신은 불륜을 저지를 마음이 없다. 중요한 사실은 그것뿐이다. 눈앞의 남자 역시도 자신의 마음만큼은 이해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성은영 씨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지금은 그럴 마음이 없더라도 마땅한 해결책 없이 성욕이 쌓이기만 해서야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불륜을 저지르는 분들도 처음부터 그러겠다고 마음 먹고 결혼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답답하다.

그래서 도대체 어떡하란 말인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억울한 것은 자신이었다.

그래도 차마 짜증은 내지 못하고, 남자의 말이 이어지는 것을 기다렸다.

"서론이 길었네요. 어쨌든 현재 성은영 씨의 상태는 '불륜을 저지를 마음은 없지만, 성욕이 심하게 쌓여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해결법은 간단하죠."

간단하다고?

남자의 가벼운 말투에 성은영은 곧바로 해결법을 떠올려보려고 했지만 해결법이라고 할 만한 방법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성욕을 해소하면 됩니다."

"그게…."

무슨 해결법이냐. 그걸 못해서 지금처럼 된 건데.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버렸다.

하지만 남자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설명을 덧붙였다.

"저희 부서가 하는 일이 불륜 예방입니다. 당연히 검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예방에 대한 메뉴얼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그런가요?"

"예. 성은영 씨의 경우에 맞는 예방 프로그램이 있으니 제대로 따라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어떤 걸 하는 건가요?"

"섹스입니다."

"…네?"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남자의 말에 성은영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깜빡였다.

"제가 주기적으로 성은영 씨의 성욕을 해소해 드리는 겁니다."

"자, 잠깐만요! 그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침착하고 들어주세요. 성은영 씨는 자위를 하면서 남편분에게 죄책감을 느끼셨나요? 자신이 불륜을 저질렀다고?"

"그건 당연히 다르죠! 자위는 혼자 하는 거고…. 지금 말씀하시는 건…."

"같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만약 성은영 씨가 손으로 해결하는 것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자위 기구를 사용했다고 해봅시다. 그럼 그건 불륜인가요?"

"그거랑은 경우가 다르잖아요…!"

"똑같습니다. 만약 사람과 똑같이 생긴 로봇을 이용해서 성욕을 해소한다면 그것도 불륜일까요? 저도 그냥 로봇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그냥 업무의 일환으로 관계를 맺을 뿐이고, 거기엔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다. 게다가 성은영 씨도 마찬가지로 저를 이용해서 성욕을 해소하셔도 제게 불륜 같은 감정을 품지는 않으실 테고요."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아니, 남자의 말이 이론적으로는 맞다고 생각…. 한다. 하지만 남편 이외의 남자와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에서 느껴지는 거부감은 어쩔 수 없었다.

"다른 해결법은 없는 간가요…?"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이 방법도 어디까지나 예방의 일환일 뿐이지, 남편분이 곁으로 돌아오시지 않는 이상은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다른 남자와 한다는 건…."

"성은영 씨께서 이 프로그램을 거절하시면, 불륜 예방 프로그램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남편분께 통보될 겁니다. 직접 작성하신 설문과 함께 저희 쪽에서 내린 진단…. 그러니까, 당장 불륜을 저지를 마음은 없지만, 성욕이 너무 많이 쌓여 추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내용까지 말입니다."

"그건 안 돼요…!"

성은영은 또다시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다른 건 몰라도 남편에게 이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

안 그래도 가족을 위해 해외에서 고생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런 사실이 알려진다면 얼마나 괴로워할까.

자신이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이, 아내는 성욕이 쌓여 불륜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아무리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런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자신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할게요."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따라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번씩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너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업무상으로 일하는 것뿐이고, 비밀 유지는 확실하게 이뤄질 테니까요."

"네…."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결국은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은 일정부터 확인하도록 할까요? 전업주부시라면 생활 패턴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실 테니, 최소 2시간부터 비어있는 시간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남자가 새롭게 꺼낸 용지는 요일별로, 1시간 단위로 비어있는 시간을 체크할 수 있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하아아…."

성은영은 깊게 한숨을 흘리며 용지를 받아들었다.

시간은 남다 못해 넘쳐난다.

평일에는 딸이 유치원에 가 있는 시간 전부가 비어있는 시간이었고, 그 이후에도 집에 들렀다가 피아노 학원에 가 있는 3시간 역시 빈 시간이다.

주말에는 오전에만 학원을 갔다 오다 보니, 오히려 주말에 시간이 비지 않았지만,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시간을 생각하면 역시 저녁때까지는 시간이 남는다고 할 수 있었다.

"평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 그리고 다시 오후 3시부터 6시까지군요.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그 이후에는 전부 바쁘신 건가요?"

"딸아이가 집에 있으니까요. 놀러 다닐 때가 많긴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몰라서…."

"알겠습니다. 그럼 그 부분은 일단 비워두고, 유동적으로 활용해보도록 하죠. 그럼 남은 부분은 평일인데…. 저도 오전 중에는 다른 업무가 있어서 힘들 것 같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이 시간으로 해보도록 하죠."

드디어 끝났다.

아니, 진짜 문제는 이다음부터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끝났다는 사실에 기운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고작 30분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곧바로 누워서 잠들고 싶을 정도로 피곤했다.

물론 지금도 끝난 상황이 아니었고, 오히려 시작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해볼까요?"

"…네?"

남자의 자연스러운 태도에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얼떨떨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지금? 바로 한다고? 마음의 준비도 못 했는데?

최소한 생각을 정리할 시간 정도는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남자는 마치 성은영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곧바로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이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이고, 앞으로 2시간 반은 비어있는 시간 아닌가요? 쇠뿔도 단김에 빼는 게 좋다고. 지금처럼 불안할 때는 차라리 빨리 경험해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침실은 어느 쪽인가요?"

"저, 저희 집에서 하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게 제일 남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남자는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이 태연스럽게 대답한다.

하지만 성은영에게는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아, 안 돼요…. 집에서는…."

아무리 불륜이 아니라도, 당장 남편이 곁에 없더라도 부부의 침실에 다른 남자를 들이고, 관계를 맺는다는 행위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남편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어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이것마저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하지…?

어쨌든 상대는 공무를 보러 온 공무원이 아니던가. 만약 그가 정말로 안 된다고, 여기서 해야 한다고 한다면….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성은영은 어느샌가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이 되어 남자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다행히도 남자는 성은영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남들에게 보일 가능성이 조금 있긴 하지만, 인근에 있는 모텔에서 해결하는 걸로 하죠. 그래도 아무 곳이나 이용할 수는 없고, 제가 적당한 곳을 찾아서 오늘 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업무는 내일부터 시작하는 걸로 하고요. 괜찮겠습니까?"

"네, 네…."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성은영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그럼 일단 오늘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주저 없이 집을 떠났다.

거실에 홀로 남은 성은영은 멍하니 그가 나간 현관을 바라보다가.

"피곤해…."

그래도 침실로 들어가 쓰러지듯이 침대에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다.

짧은 사이에 너무도 많은 일이 있던 탓인지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는다. 일단은 뭐라도 좋으니 조금이라도 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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