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 한 번만 해보지 않을래? (4)
먼저 말을 걸었던 건 내 쪽이었지만, 살짝 풀어진 눈빛으로 빤히 내 안색을 살피던 김민아는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야."
"왜?"
"우리 친한 사이 맞지?"
이건 또 무슨 질문인지.
'이런 걸 물어보는 시점에서 친한 사이는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이상한 질문이다.
예상외의 질문에 벙찐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김민아는 눈썹을 살짝 치켜뜨며 되물었다.
"아니야? 난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넌 아니었어?"
"아니, 친한 사이긴 하지."
친한 친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대에 입대하고, 전역과 동시에 다른 지역으로 거취를 옮긴 탓에 대부분은 연락만 하고 지낼 뿐 직접 만날 만한 일은 없다.
같은 지역에 살았다면 짬을 내서 만날 수도 있었겠지만, 대학에 갔든, 뒤늦게 입대를 했든, 다들 자기 생활이 있었으니 굳이 시간을 내서 찾아갈 이유는 없었으니까.
기껏해야 전역했을 때 술 한잔하고 말았었지.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하고, 이렇게 같이 술도 마시는 김민아야말로 현재로선 가장 친한 친구일 것이다.
그래서 굳이 포인트까지 써가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거였고.
물론 유서연이 내 성욕을 받아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잡아먹었겠지만.
"그치? 친한 사이지?"
"지금 주정 부리냐? 여기까지 하고 갈까?"
"기, 기다려 봐. 하나도 안 취했으니까. 그냥 할 말이 있어서 그래."
누가 봐도 취한 사람이 할 만한 대사다. 물론 실제로 취해 있기도 하고.
그래도 일단 들어나 보자는 생각에 얌전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으, 이제 서로 못 볼 꼴도 다 봤잖아. 너는 성욕 해소 서비스고, 나는 정액 맛이…. 아무튼 그거."
"그런데?"
물론 어느 쪽이 더 못 볼 꼴을 보였냐고 한다면 압도적으로 김민아 쪽일 것이다.
내 경우엔 대부분 의도한 상황이었으니 별로 쪽팔리지도 않았고.
"그러니까. 이제 서로 어지간해선 부끄러울 것도 없고, 친한 사이니까 하는 말인데."
여기서 다시 잠깐 우물쭈물한 김민아는 이내 후우, 하고 짧게 숨을 들이쉬고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그, 한 번만 해보지 않을래?"
"뭘?"
"…섹스."
"……."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껌뻑이며 진지하게 최근의 기억을 천천히 되짚어봤다.
'분명 최면은 안 걸었는데.'
그럼 지금 상황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김민아가 다짜고짜 섹스하자며 달라붙는 이유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안 취하기는 무슨. 제대로 취했구만."
"지, 진짜 안 취했거든!?"
"그럼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뭔데?"
싫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포인트를 아끼고 김민아를 얻을 수 있는 각이 잡혔으니 환영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정도는 알아둬야 하지 않겠는가.
"그냥 궁금해서…."
"뭐가?"
"아니, 솔직히 네 자지가 엄청 크잖아. 그래서 실제로 해보면 무슨 느낌일지 궁금해서…."
"……."
당황스럽다기보단 어이가 없다.
남들보다 정조 관념이 가벼운 사람이야 있긴 하겠지만 김민아는 경험도 없는 처녀가 아닌가. 그런 주제에 단순히 궁금하다는 이유만으로 해버리겠다고?
도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야, 뭔가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이다?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닌데."
"솔직히 내가 어디 가서 꿇리는 얼굴은 아니거든? 나 정도면 오히려 고맙다고 하면서 받아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문제는 그 맞는 말이 내가 꺼림칙해 하는 이유와는 전혀 다른 부분이라는 거지만.
"니 말대로 나야 좋은데, 처음이잖아. 그냥 궁금하다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 막 해버려도 되겠냐?"
내가 생각했던 시나리오는 김민아가 시험에 합격하고, 자신의 합격에 지대한 도움이 된 정액을 매일 먹게 해준 나에 대한 감사 인사로 한 번 몸을 대주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이것도 조금 억지스럽긴 해도 최면의 힘을 빌린다면 충분한 일이었으니까.
그 뒤에는 가끔 생각나면 만나서 즐길 수 있는 정도의 관계 정도로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고.
"그, 그래도 궁금하단 말이야. 매일 물고 빨아대다 보니까 자꾸 실제로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서…."
이번에는 조금 세게 거절했더니 김민아 역시 물러나지 않고 귀를 새빨갛게 물들이며 재차 매달려왔다.
일단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애초에 김민아 쪽에서 이런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고.
확실히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자지를 빨아대다 보면 저런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특히 내 물건은 평균을 아득히 상회하는 특제품이었으니 더더욱.
'…얘 시험은 괜찮겠지?'
내 입장만 생각해보자면 딱히 공부를 방해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펠라 한 번으로 집중력을 키워줬으니 김민아가 시험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내 잘못은 아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진짜 마지막으로 물어보는 건데, 취해서 그러는 거 아니지? 내일 일어나서 이불킥하고 나한테 와서 따져도 난 모르는 거다?"
"아, 알았다고. 그럼 하는 거지?"
"하게 해준다는데, 나야 고맙다고 하고 받아먹어야지."
"그럼 결정!"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며 대답하자 김민아는 흥, 하고 콧김을 뿜으며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밥은 다 먹었지? 그럼 가자! 여기 계산이요!"
아직 덜 먹었는데.
그래도 대충 배는 채웠고, 이미 계산이라고 외치기까지 했으니 굳이 아니라고 하고 다시 앉을 필요는 없겠지.
짧게 한숨을 쉬며 계산을 마치고 나오니 기분이 확 업 됐는지, 밝은 표정으로 입꼬리를 씰룩대고 있는 김민아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어디서 할 건데? 고시원 침대는 너무 좁잖아."
"쓸데없는 걱정 말고 따라 오기나 해. 이 누님이 모텔도 다 찾아놨으니까."
진짜 작정하고 왔었나 보네.
그게 아니라면 평소에 외출도 잘 안 하는 김민아가 근처에 있는 모텔의 위치를 알고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
김민아를 따라 걷다 보니 10분도 걸리지 않아 모텔에 도착했다.
예상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네.
평소에는 다니지 않던 방향이라 여기 모텔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래도 모텔은 유서연과 자주 와본 덕분에 어색하지는 않았다.
"사람은 없어?"
"무인텔이라던데? 저기 있는 기계로 빌리는 거라고 했었는데…."
내가 짐짓 모르는 척을 하자 김민아는 성큼성큼 기계 쪽으로 다가가 삑삑대며 버튼을 조작했고, 금방 열쇠 하나를 뽑아왔다.
"201호실. 가자."
도대체 어느 쪽이 처음인 건지, 김민아의 걸음에는 거침이 없다.
그래도 정말로 처음인 모양이긴 한지, 신기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고, 방에 들어와서는 오오, 하고 짧게 감탄했다.
"우리 집보다 좋은 것 같은데…?"
"고시원?"
"아니, 진짜 우리 집…."
"우리 집도 그래."
방 하나가 우리 집 거실보다 넓고, 욕실 같은 경우엔 비교하는 게 실례일 정도다.
내가 새삼스럽게 옛날 집을 떠올리던 사이, 현관을 지나 방 안으로 들어온 김민아가 쭈뼛거리며 겉옷을 벗었다.
"그, 그럼 일단 씻을까…?"
이제 와서 이성이 돌아온 모양인지, 들어오기 전과 확 비교될 정도로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물론 이젠 내 쪽에서 그만둘 생각이 없었으니 돌아가기엔 늦었다.
"그러지 뭐."
겉옷과 함께 안에 입은 티셔츠를 휙 벗어 던지고 그대로 바지와 속옷까지 순식간에 벗어버린다.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버리자 김민아는 흠칫 몸을 떨며 내 쪽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네 쪽에서 오자고 해놓고 피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가, 갑자기 벗으니까 그렇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동자는 바쁘게 위아래로 움직이며 내 몸을 훑어내기 바쁘다. 오히려 내 쪽에서 한 걸음 물러나고 싶을 정도로 강렬한 시선이다.
그러고 보면 김민아 앞에서 위까지 벗은 건 처음이었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몸을 살짝 훑어보니 군대에서 만들어 놓은 근육이 아직 살아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도 거의 1년 가까이 빡세게 각 잡고 만들어 놨으니 그리 쉽게 사라지진 않은 모양이다.
'헬스도 하려고 했었는데.'
딱 알아보려던 순간 서큐버스 시스템을 발견하고 정신이 팔려 지금까지 잊고 있었다.
'근데 의외로 근육이 빠진 것 같지는 않은데?'
직장에서 나름 힘을 쓰긴 하지만 운동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섹스도 나름 체력을 소비하긴 하지만 그것도 운동이랑은 힘을 쓰는 종류 자체가 다르다.
'아무렴 어때.'
남아있으면 좋은 거지.
적당히 잡념을 털어내고 김민아에게 시선을 돌려보니 아직도 외투만 벗은 채로 어정쩡하게 서 있는 상태였다.
"안 벗고 뭐 해?"
"너, 너 먼저 씻어."
"뭐하러 그래? 그냥 같이 씻으면 되지."
"아니, 그래도 같이 씻는 건 좀…."
"어차피 서로 씻고 나면 다 벗고 물고 빨고 할 텐데. 그냥 지금 시원하게 벗어버리고 적응하는 게 낫지. 왜, 이제 와서 부끄러워?"
"아, 아니거든!? 내가 왜 부끄러운데!?"
그래도 자존심은 쎄 가지고.
살짝 도발한 것만으로도 빽 소리를 지른 김민아는 그대로 윗옷을 홱 벗…. 으려다가 내 눈치를 힐끔 살피고 슬쩍슬쩍 옷을 벗어 바닥에 내려놨다.
유서연보다야 작지만 그래도 제법 불륨감이 느껴지는 가슴과 분홍색 브래지어가 확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래도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좀…."
"어차피 눈 가리고 할 것도 아닌데. 빨리 벗고 들어가기나 하자."
"이씨…."
자기만 부끄러운 게 불만인지, 살짝 눈썹을 치켜뜨면서 브래지어까지 벗은 김민아는 흡, 하고 숨을 들이쉬더니 그대로 바지와 팬티까지 벗어버렸다.
완전히 알몸이 된 김민아의 몸매를 지긋이 확인해본다.
양팔로 가슴을 가리고 있긴 했지만 보일 건 다 보이고 있고, 유서연과 비교하면 확실히 불륨감이 부족하지만 매끄럽게 균형이 잡힌 몸매는 부족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새롭다.
덕분에 그저 보기만 한 것만으로도 자지가 불끈하고 서버렸다.
"벼, 변태…."
"부정은 안 하겠는데, 너한테 들으니까 좀 그렇네?"
"…몰라. 빨리 들어가기나 해."
김민아는 할 말이 궁색해졌는지 홱 돌아서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괴롭혀주고 싶은 성격인지.
벌써부터 기대감에 자지가 불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김민아를 쫓아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에 들어온 김민아는 이미 샤워기를 틀고 물 온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매끈하게 빠진 허리와 허벅지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잡아끈다.
상대가 유서연이었다면 곧바로 가슴을 움켜쥐고 자지를 쑤셔 박았겠지만, 상대는 처녀인 김민아다. 아무래도 유서연 때처럼 내 마음대로 즐길 수는 없겠지.
나는 트라우마가 될지도 모른다는 유서연의 말을 다시 떠올리며 스멀스멀 올라오는 욕망을 최대한 억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