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큐버스 시스템-26화 (26/775)

< 26화 > 김민아의 취미 생활 (2)

"하으…. 하아…. 하아…."

김민아는 의자에 앉아 달뜬 숨을 흘리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마땅한 취미 하나 없던 김민아가 선택한 것은 딸감 탐색이었다.

바지는 아예 벗어놓고 의자에 앉아 온갖 야동들을 검색하고 돌려본다.

가끔 좋은 영상이 있으면 즐겨찾기에 등록해놓고 자위를 즐기다가 다른 영상을 찾았다.

보지는 최대한 가버리지 않도록 적당히 괴롭히면서, 가버리기 직전에 최대한 참으며 절정을 억눌렀다.

한 번이라도 가버리는 순간 현자 타임이 자신을 덮쳐올 테니까.

그러면서도 영상을 찾는 동안은 몸이 식지 않도록 계속해서 보지를 만지작거리고, 구불구불한 쾌감의 비탈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에 시간은 어느샌가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몇 번이고 절정 직전의 문턱에서 돌아오기를 반복한 보지는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져서 조금만 만져줘도 확 달아오르며 순식간에 절정 직전까지 도달하는 상태가 돼버렸다.

"어떻게 괜찮은 영상이 이렇게 없냐…."

몇 개인가 괜찮은 영상을 찾아 즐겨찾기에 등록해놓긴 했지만 결국 매일 쓰던 여자친구 AV 대물 타락 야동만큼 흥분되는 영상은 찾을 수 없었다.

참고 참아서 가버리는 만큼 가버릴 때는 가장 꼴리는 야동으로 가버리고 싶다. 그런 마음에 몇 번이고 가버리고 싶은 욕구를 참아냈지만 그것도 이젠 한계였다.

뱃속에서 불이라도 난 것처럼 뜨거운 느낌이 쿵쿵거리며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뜨거운 열기로 흐릿해진 이성은 빨리 가게 해달라며 아우성치는 것만 같았다.

결국 김민아는 즐겨찾기의 '딸감' 탭에서도 최상단에 위치한 익숙한 품번을 찾아 들어갔다.

이미 몇 번이고 지겹게 돌려본 영상이었기에 순식간에 하이라이트 부분을 찾아 넘어갈 수 있었다.

[흐아아앙!! 그만, 그만해주세요! 제발…! 아아앙!!]

[퍽! 퍽! 퍽!]

[아, 아, 아아!!]

당장이라도 실신할 것처럼 몸부림치는 여자를 붙잡고 격렬하게 허리를 쳐대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엄청나다.

천천히 할까? 아니면 한 번에?

잠깐의 고민 끝에 김민아는 평소처럼 할 생각으로 손을 내려 가볍게 클리토리스를 꾸욱 누르며 어루만졌다.

"아…? 흣…!?"

온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민감해진 몸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확실하게 이해했다.

찌릿하고 올라오는 조그마한 쾌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몸을 뜨겁게 달군다.

최근 들어 익숙해지고 있는 이 감각은 분명히 절정의 전조였다.

여기서 참는다고 절정은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확신한 순간 김민아는 한층 더 강렬하게 클리토리스를 짓누르며 마구 뭉갰다.

"아, 학…! 하악…!"

절정과 함께 발가락이 꽉 오므려지며 다리가 쭉 펴진다.

한참을 참고 참았던 성욕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빠르게 끝을 맺었다.

가버리는 동시에 꽉 오므려졌던 질구가 다시 조그맣게 벌어지며 애액을 꿀럭꿀럭 쏟아냈다.

"……."

김민아는 허망한 눈빛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는 영상과 달리 몸은 허무하게 식어가고 있다.

평소에 느끼던 현자 타임과는 또 다른 허망한 느낌이었다.

"아…. 씨…."

조금씩 이성이 돌아오면서 느껴지는 건 자신에 대한 한심함과 희미한 짜증이었다.

"왜 갑자기 가버리는 건데…."

오래 참았던 만큼 더욱 기분 좋았어야 할 절정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한참을 참았다가 갈증 끝에 마시는 시원한 냉수를 딱 한 모금 마시자마자 빼앗겨버린 기분이었다.

"한 번만 더…. 아니다…."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아닌 건 아닌 거다.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몸과 정신은 짜증스러운 감정만 남아있을 뿐 성에 대한 욕구는 바닥까지 가라앉은 상태였다.

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기분.

그 와중에 가장 열 받는 것은 이제 겨우 2시간이 지났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공부는…."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또 공부하기는 싫다.

그저 마약 중독자처럼 빨리 정액이나 먹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 찝찝한 기분은 정액을 먹으면 시원스럽게 풀릴 것이고, 정액만 먹는다면 평소처럼 책상에 앉아 시간도 잊고 공부할 수 있을 텐데.

어디 밖에 놀러 가려고 해도 가고 싶은 곳도 없고, 있다고 해도 조금만 있으면 총무실에 가서 앉아있어야 한다.

평소엔 공부라도 했겠지만, 오늘은 도저히 그것도 못 할 상태였다.

"…일단 일어나자."

어쨌든 시간에 맞춰 총무실에 앉아있긴 해야 했기 때문에 김민아는 평소처럼 찬물로 몸을 씻고 나와 총무실에 앉았다.

째깍. 째깍. 째깍.

멍하니 앉아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시계를 쳐다본다.

어제까지만 해도 정신만 차리면 두세 시간씩 사라져 있던 시간이 더럽게 느리게 흐른다.

1초, 2초, 3초…. 속으로 시간을 세다가 30초쯤에서 관두고 책상에 올려뒀던 핸드폰 화면을 켰다.

자신과 달리 대학 생활을 하고있는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은 조용하다.

이제야 오전 9시가 지났을 뿐이니 톡이 올라올 시간은 아니었으니까.

당연하지만 최민석과 연결된 대화 역시 올라온 게 없다.

"좀 늦는다고 했으니까…. 7시쯤에 들어오려나?"

아무튼 6시는 넘어서 들어와야 늦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0시까지 넘기지는 않겠지…?"

남자끼리 뭘 하고 노는지는 몰라도 아싸같은 그의 성격상 그렇게 오래 놀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돌아올지도 모른다.

최민석이 돌아오면….

꿀꺽.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커다란 자지와 찐한 정액의 맛이 떠오르는 순간 입 안 가득 고인 침이 꿀꺽 넘어갔다.

"맞아. 이랬었지…."

한동안 잊고 지냈었지만 한참 정액을 못 먹고 지낼 때는 매일이 이런 느낌이었다.

공부에 집중하려고 해도 정신만 차리면 정액 생각에 입 안 가득 침이 고여있어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상태 말이다.

"진짜 미치겠네…."

정말 새삼스럽게도, 자신의 이상한 취향을 다시금 되새긴 김민아는 말없이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

시간이라는 건 결국 어떠한 형태로든 멈추지 않고 흐르게 되어 있다.

잠깐의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총무실에 처박혀 있던 김민아는 결국 핸드폰으로 온갖 모바일 게임을 깔아 시간을 보냈다.

고스톱, 섯다, 사천성, 헥사, 오목….

고작 하루 동안 즐겼다고 하기엔 과하게 많은 종류였지만 게임에 조금만 적응하고 조금이라도 지루해지는 순간 다시 정액 생각이 떠오르는 탓에 몇 번이나 게임을 갈아치운 결과였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여섯 시를 지났다.

몇 번이고 시간을 확인하며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마지노선인 7시까지는 최민석이 돌아오리라. 김민아는 어느샌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굳게 그렇게 믿고 있었다.

물론, 7시가 되어서도 최민석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이 개새끼…! 정확히 몇 시인지 말이라도 해주던가!"

김민아는 여전히 단 한 마디도 올라오지 않은 대화창을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사실 최민석이 정확한 시간을 알려줄 만한 의리는 없었지만 자신의 사정을 알고 있으니 조금쯤 배려를 해줄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한참을 망설이던 김민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최민석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김민아 : 야. 오고 있어?]

"……."

핸드폰을 빤히 노려봐도 메세지 옆에 떠오른 숫자 1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민아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

친구랑 놀다 보면 메세지를 확인 못 할 수도 있는 거고, 이렇게 답장이 올 때까지 핸드폰을 노려보고 있는 쪽이 이상하다는 걸.

그래. 기다리자.

보면 알아서 답장할 텐데. 이렇게 핸드폰만 노려보고 있어서 뭘 한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인내심이 한계에 달해버린 김민아는 다시 한번 메세지를 보냈다.

[김민아 : 오고 있냐고]

온갖 갈등 끝에 보내진 메세지였지만 역시나 답장은커녕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

"술 먹고 있나…?"

시간도 마침 술 마시기 딱 좋은 저녁 시간대다.

만약 최민석이 지금 술을 마시고 있다면 돌아오는데 못해도 1시간 이상은 걸릴 게 분명했다.

[김민아 : 술 먹었냐? 언제 오냐고]

한참 술을 마시고 있다면, 앞선 두 통의 메세지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이번 것도 확인 못 할 가능성이 컸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메세지를 보냈다.

"이 개새끼…."

핸드폰의 시계가 다시 5분이 지난 순간 김민아는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고 책상에 엎드렸다.

어차피 알람은 켜 놨으니 답장이 온다면 소리가 들릴 것이다.

'아니, 그래도 평소엔 째깍짜깍 답장하던 놈이 이렇게 반응이 없을 수도 있나?'

김민아는 책상에 엎드린 채로 피치 못하게 메세지를 확인하지 못할 상황에 대해 떠올렸다.

핸드폰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고, 물에 빠뜨렸을 수도 있고, 떨어뜨려서 액정이 깨졌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그 외에는 불길한 상황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사고를 당해서 의식 불명일 수도 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다단계나 사이비에 빠져서 붙잡혔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아니, 암만 그래도 이건 너무 갔지."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김민아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한 기분을 애써 외면했다.

물론 그마저도 오래 버티지는 못했지만.

[김민아 :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김민아 : 전화 건다?]

정말 친구랑 놀고 있다면 전화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걸로 화를 낼 성격도 아니고.

결국 김민아는 참지 못하고 최민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 역시 연결되지 않는다.

"…별일 아니겠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표정은 살짝 불안해져 있고, 화면을 터치하는 손놀림이 다급해졌다.

[김민아 : 뭔데? 술 먹고 뻗었음?]

[김민아 : 늦으면 늦는다고 말을 하던가, 못 오면 못 온다고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김민아 : 개새끼. 오던가 말던가 알아서 해라]

의식의 흐름대로 보낸 메세지의 내용은 평상시와 달리 거칠었다.

이렇게 짜증이라도 내지 않으면 불안해서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이제 나도 몰라."

충동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김민아는 핸드폰을 책상에 내려놓고 총무실을 나섰다.

바닥을 쿵쿵 울리며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주방.

밥이야 1시간 전에 지어 놨으니 충분하게 남아있었고, 라면이나 계란, 김치도 아직은 여유 있게 남아있다.

"씨이…. 뭐 할 것도 없냐고…."

청소나 분리수거는 외부 업체가 맡은 일이지, 자신이 할 일이 아니다.

애초에 해야 할 일까지 많았으면 다른 고시원을 알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여유로운 업무량이 원망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샤워실과 세탁실을 살펴봤지만 딱히 부족한 건 없었기에 결국 다시 총무실로 돌아왔다.

여전히 메세지는 확인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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