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주말, 섹스 연습 (5)
시무룩해진 유서연의 머리를 애완동물처럼 쓰다듬어주며 안심시켰다.
당장은 유서연 만큼 부유하고 다루기 쉬운 여자가 없다.
길 가는 여자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성격이 어떻고 재산 사항이 어떻고 하는지를 알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잘 알려진 유명인들은 주변의 시선 때문에 쉽게 건드리기도 힘들 테니까.
"가, 감사합니다."
내 속을 전혀 모르는 유서연은 그저 자신을 버릴 생각이 없다는 말에 감동했는지 금세 밝은 표정을 지으며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커다란 가슴이 옆구리에 꾹 짓눌리며 부드럽게 뭉개지는 촉감에 가라앉아있던 자지에 피가 쏠리며 순식간에 다시 뻣뻣하게 발기해버렸다.
"일단 여기까지만 씻고 나갈까?"
"네!"
기운찬 대답을 들으며 욕실 밖으로 나왔다.
유서연은 곧바로 탈의실에 걸려있던 수건으로 내 몸을 꼼꼼하게 닦아내고나서야 다른 수건으로 자기 몸도 닦아냈다.
"침실은 어디야?"
"이쪽이에요."
"갈아입을 옷도 좀 챙겨올 걸 그랬네."
모처럼 개운하게 몸을 씻었는데 입었던 옷을 또 입으려니 뭔가 아쉽다.
귀찮아서 바지는 입지 않고 입고 있던 셔츠 한 장만 걸친 채로 유서연의 뒤를 따라 침실로 들어왔다.
"오…."
집에 들어올 때와 똑같은 반응을 흘리며 유서연의 침실을 눈으로 훑었다.
고시원의 침대랑 비교하면 3배는 넓어 보이는 침대와 뭔지 모를 화장품이 이것저것 놓여있는 화장대.
그리고 한쪽 벽면에 깔끔하게 정리된 컴퓨터 책상이 보인다.
"여기도 좋네."
침대 역시도 고시원에서 쓰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푹신푹신하다.
당장 이 방에서만 지내더라도 내 생활 수준이 몇 배는 오를 것이다.
"그럼 뭐부터 해볼까."
원래 계획은 그냥 적당히 유서연을 따먹고, 적당히 쉬었다가 또 따먹고, 그렇게 마음껏 가지고 노는 거였는데.
도중에 김민아에 대한 문제가 떠올랐다.
유서연이야 내가 발정 나도록 만들어놨으니 괜찮았지만 다른 여자들은 나랑 섹스하면 아플 거란다.
잘못하면 섹스가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을 정도로.
그냥 과장해서 하는 말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유서연의 표정이 워낙 진지하기도 했고, 내가 보기에도 내 자지는 워낙 흉악한 녀석인지라 자연스럽게 믿음이 갔다.
"옆으로 와봐."
"이렇게요…?"
얌전히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유서연이 조심스럽게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나는 유서연의 턱을 손으로 가볍게 고정시키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어, 아…?"
그저 서로의 입술이 툭 닿았을 뿐인 가벼운 입맞춤.
당연하지만 이딴 건 키스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막상 해보니 속에서 근질근질하고 올라오는 느낌은 있었다.
유서연의 경우에는 나보다 그게 더 심각한지, 당황한 눈빛으로 눈을 끔뻑끔뻑 거리다가 이내 얼굴이 화악하고 사과처럼 새빨갛게 익어버렸다.
"아까도 생각했었는데. 이런 거에 엄청 약하네."
몸은 그렇게 막 굴렸으면서 이런 부분에선 처녀인 김민아보다 약한 것 같다.
"이, 이런 건 안 해봤단 말이에요…."
"이런 게 뭔데?"
"그, 그…. 서로 사귀는 사이처럼 하는 거요…."
물론 유서연도 아무 남자에게나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었다.
당장 대학에서만 하더라도 당당하게 고백해오거나 가벼운 관계부터 시작해보려고 다가오는 남자들은 여럿 있었지만 이런 기분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다.
분명히 자신의 취향은 도구처럼 막 대해지는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지금 느껴지는 것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흥분이었다.
"귀엽네."
"흣…!"
아니, 다르지 않다. 유서연은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움찔 떨며 확신했다.
안절부절못할 정도로 근질근질하게 올라오는 쾌감은 순식간에 배 아래 쪽으로 모여 쿵쿵 뛰어대며 빨리 자지를 박아달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그래도 키스 정도는 해봤지? 섹스는 했는데 키스를 안 해봤을 리는 없으니까."
"해, 해봤어요."
"그럼 잘 됐네. 우선은 키스부터 배워보자."
"제가 어떻게 가르쳐드리면…."
"별거 있어? 그냥 하면서 가르쳐 주면 되는 거지."
따로 섹스 학원이나 사이버 강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야동에 나오는 대로 했다간 여자한테 따귀 맞기 딱 좋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에서는 널리 퍼진 이야기였다.
물론 유서연은 예외였던 것 같지만 그거야 내가 만든 최면의 결과물이었고.
아무튼 눈앞에 경험 많은 교사가 있었으니 배울 수 있는 건 배워가면 좋지 않겠는가.
"자, 한 번 가르쳐봐."
"그, 그럼…."
완전히 맡기겠다는 의미로 몸에 힘을 풀고 살짝 거리를 두자 유서연은 떨리는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츕."
시작은 내가 했던 것처럼 가볍게 입만 맞춰온다.
"…처음에는 이렇게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도 좋아요. 다짜고짜 혀를 넣는 것보다는 우선은 가볍게 분위기부터 잡는 느낌으로요."
생각보다 본격적인 설명에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애무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여자 쪽에서 '이 사람이랑 하고 싶다.' 정도나 못해도 '이 사람이랑은 해도 괜찮겠다.'라고 생각할 정도까지는 마음을 열어야 애무를 해도 더 쉽게 흥분하고 잘 젖거든요."
사실 이 부분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남자들은 몰라도 내 경우엔 서큐버스 시스템으로 상대 쪽에서 먼저 나와 하고 싶은 생각을 전제로 깔아놓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유서연은 다시 한번 다가와 입을 맞췄다.
이번엔 조금 더 찐하게. 입술을 살짝 누르듯 붙이며 말랑말랑한 혓바닥이 입 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응…. 츄…. 츄읍…."
부드러운 콧김과 함께 안으로 들어온 혀끝이 혓바닥 위를 간질이듯 툭툭 건드리다 스르륵 빠져나갔다.
떨어진 입술 사이로 늘어지는 실 한 가닥을 멍한 눈으로 내려다보던 유서연은 이내 흠칫 정신을 차리며 다시 설명을 덧붙였다.
"무조건 찐하게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좋아하는 정도에 맞추는 게 중요해요. 그, 분위기라고 할지…. 상대가 흥분한 정도에 따라 조금씩 바꾸는 느낌으로요. 아마 정말로 흥분했다면 여자 쪽에서 더 찐하게 매달릴 수도 있고요."
"지금 한 건 어느 정돈데?"
"가볍게 즐기는 정도…?"
정작 본인도 확답하기는 애매했는지 말끝을 살짝 흐렸다.
하기야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긴 했다.
"아무튼, 가르쳐드리고 있긴 하지만 결국은 직접 해보면서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직접 해보라고?"
"…네."
또 이상한 곳에서 부끄러워하고 있다.
나는 유서연이 했던 것처럼 입술을 맞추고 유서연의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움…."
유서연의 입 안에서는 평소 의식해본 적 없었던 침 맛이 느껴졌다.
"츄룹…. 츕…. 츕…."
"우움…."
유서연은 그저 내가 입 안을 휘젓는 걸 얌전히 받아들였다.
입 안이라고 해서 마냥 부드럽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어떤 곳은 부드러웠고, 어떤 곳은 말랑말랑했고, 어떤 곳은 조금 딱딱하다.
혓바닥으로 입 안 곳곳을 누비며 툭툭 건드릴 때마다 유서연은 움찔 몸을 떨어댔다.
솔직힘 말해서 조금, 아니 엄청나게 흥분된다.
아래쪽에는 손 하나 대지 않았음에도 자지에 피가 얼마나 쏠린 건지 빨리 박게 해달라며 계속 껄떡거리고 있을 정도로.
나는 적당히 유서연의 입 안을 맛보다가 슬슬 숨이 차오를 때가 되어서야 입을 떼어냈다.
"후우…. 어땠어?"
"좋았어요…. 아, 아니! 좋았던 건 맞는데, 조금 여기저기 연구하듯이 돌아다녀서 애매했다고 해야 할지…."
"처음 해보는 거라 신기해서 그랬지. 다시 해볼까?"
"읍…!"
"츄…. 츄웁…. 츄룹…."
이번에는 유서연이 했던 것처럼 혀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말랑말랑한 혓바닥은 혀끝으로 쿡쿡 찌르거나 부드럽게 핥을 때마다 움찔움찔 떨려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얌전히 희롱당하던 유서연의 혓바닥이 호응하듯이 얽혀 들어왔다.
"하움…. 츄우…. 츕…. 츕…."
서로의 혓바닥이 부드럽게 얽히며 질척한 소리가 새어 나온다.
내가 하는 것도, 상대에게 받는 것도 흥분됐지만 이렇게 서로 혀를 섞기 시작하자 흥분이 몇 배는 부풀어 자지가 아플 정도로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
그에 호응하듯 키스가 거칠어지는 것 역시 당연한 수순이었다.
"츄르릅…. 츕…! 츕…, 쯉…!"
"츄웁…. 츄루룹. 쪽…."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점점 깊게 혀를 섞는다.
혀가 얽히고 섥히며 타액이 뒤섞이고, 중간중간 그것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후움…. 쯉…. 츄릅…. 후아아…!"
이쯤이면 충분하겠다 싶어 입을 떼어내자 유서연의 입에서 잔뜩 달궈진 뜨거운 숨이 흘러나왔다.
"이번엔 어땠어?"
"만점…. 만점이에요…."
유서연은 몽롱해진 눈빛으로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겨우 두 번째에 만점. 당연히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일 것이다.
당장 내가 느낀 문제점만 하더라도 중간중간 서로 이빨이 조금씩 부딪힌다거나 호흡이 어긋나 숨쉬기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으니까.
"그럼 다음은 어떻게 할까?"
"넣어주세요…."
"아니, 네가 하고 싶은 거 말고."
"아, 앗…!?"
평소와 같은 자연스러운 흐름에 한마디 해주자 유서연은 번뜩 몽롱하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귀엽게 굴어?"
"으으…."
유서연은 결국 부끄러움이 한계치를 넘었는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신음했다.
"부끄러워하는 건 나중에 하고. 다음은 어떻게 해?"
"읏…! 그, 그게…."
손목을 붙잡고 끌어내려 얼굴을 가리던 손을 치워버리며 묻자 유서연은 슬금슬금 시선을 피하며 웅얼거렸다.
사실 섹스라는 게 별거 있겠는가.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아니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적당히 분위기가 흐르는 대로 즐기게 되는 것이 섹스다.
하물며 대부분의 경험이 남자들 쪽에서 다가와 리드하는 것을 즐기기만 했던 유서연으로서는 막상 이렇게 가르치는 입장이 되니 제대로 된 조언을 떠올리기가 힘들었다.
'누구였더라…?'
그래도 최민석을 실망시킬 수는 없어서, 최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가장 괜찮았던 남자를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그나마 괜찮았던 게….'
아무리 좋았어 봐야 과거의 기억일 뿐이다.
하물며 당장 예전에 경험했던 남자들 전부를 갖다 놔도 당장 눈앞에 있는 최민석보다 못할 것이 분명했으니 전부 그놈이 그놈처럼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래도 굳이, 굳이 좋았던 상대를 떠올린다면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잘은 몰라도 꽤 좋았어서 연락처도 교환할까 고민했었지…?'
자신의 집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던 유서연은 원나잇은 원나잇으로 즐겼을 뿐 깊게 관계를 맺은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잠자리가 만족스러워 조금 더 만나고 싶었던 남자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