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정액 중독 공시생 (1)
유서연을 손에 넣은 뒤로 생활의 수준이 확 달라졌다.
달라졌다기보다는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해야 할지.
애초에 흔히 알려진 상하차 아르바이트와 달리 백화점의 물류 창고는 물건이 들어오는 시간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
정해진 시간마다 차량이 들어오면 1시간 정도에 걸쳐 물건을 내리고 정리해둔다.
그러면 그 뒤로 1시간 정도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은 다음 차가 들어올 때까지 대기. 즉 쉬는 시간이었으니까.
오전 7시에 출근해서 3번 물건을 내리면 점심시간이었고, 그마저도 휴식 시간이랑 겹쳐서 2시간이나 됐다.
그동안은 그 시간을 전부 유서연에게 휘둘리며 쉬지도 못하고 굴러야 했지만 이젠 그 시간을 온전히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잠깐 바람이나 쐬고 온다고 하고 유서연을 찾아가 입이든 보지든 원하는 대로 따먹을 수도 있다.
물론 1팀장에게 들키면 유서연과의 관계가 알려질지도 모르니 조금 눈치를 보고 있긴 했지만 정작 1팀장은 유서연이 눈에 띄는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되는 모양인지 유서연이 뭘 하든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점심시간에는 밖에서 밥을 먹는다고 하고 유서연이 사주는 밥을 먹고. 남는 시간에는 또 적당히 쉬거나 유서연을 따먹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류를 한 번 더 받으면 오후 3시에 퇴근이었다.
"민석이 요즘 아주 얼굴이 폈구만?"
"하하. 계속 요즘처럼만 지냈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유 팀장님한테 언제 또 찍힐지 모르니까 조심해라."
"제가 뭘 어떻게 조심하겠어요. 그냥 계속 신경 꺼주시길 바래야죠."
"그것도 그렇긴 하지. 아무튼 수고했다. 들어가 봐라."
"네. 팀장님도 들어가 보세요."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1팀장과의 대화는 조금 신경 쓰인다.
딱히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나름 유서연의 부모에게 감시를 부탁 받은 사람이었으니까.
물류 팀 내부에서는 유서연이 나를 괴롭히지 않는 이유를 ‘내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아서 질렸다.'라고 결론 내린 모양이었지만 아직 닷새밖에 지나지 않은 탓에 가끔 유서연이 또 누굴 괴롭힐지에 대해 걱정 섞인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까똑!
[유서연 :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유서연 : 주말 잘 보내시고 필요한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매일 퇴근 시간에 맞춰 유서연에게 메세지가 왔다.
처음에는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느니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느니 귀찮게 굴어댔지만 한 번 주의를 준 뒤로는 저렇게 인사와 함께 필요하면 불러 달라는 말만을 남겼다.
유서연과의 관계는 딱 섹스까지만이다.
주말이라도 박고 싶다면 불러낼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일하는 사이사이 갖고 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섹스로 버는 정기는 입으로만 받는 것보다는 많았지만 그것도 한 번에 6천 이상은 들어오지 않는 것 역시 확인했으니 더더욱 유서연에게 필요 이상으로 힘을 뺄 필요는 없었다.
설렁설렁 걷다 보니 어느샌가 고시원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카운터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김민아와 딱 눈이 마주쳤다.
"왔어?"
"엉. 넌 공부하냐?"
김민아는 공시생 2년 차였다.
"놀아서 뭐 하겠어."
"난 놀 건데?"
"일하고 와서 노는 거야 상관없는데,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 앞에서 그런 말 하면 안 미안하냐?"
"안 미안한데?"
"개새끼."
욕하고는 있지만 김민아의 표정은 썩 나빠 보이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서 하는 일이라고는 공부밖에 없다 보니 이렇게라도 말을 걸어주면 표정이 확 밝아지곤 했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서비스 안 부르냐?"
"처음 안 불렀을 때는 드디어 정신 차렸냐면서 좋아하더니. 왜. 아쉬워?"
"미쳤냐? 그게 아쉽게? 하루가 멀다하고 세워대던 놈이 얌전하니까 무슨 일 있나 싶은 거지."
"일은 무슨. 요즘 일이 많아서 피곤해서 그렇지."
"그 너만 괴롭힌다는 팀장 때문에?"
"…맞아."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하는 사이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덕분에 유서연에 대해서는 김민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이제와서는 괴롭힘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지만 유서연에게 매일 서너 번씩은 싸댄 탓에 김민아를 부를 일이 없어졌으니 유서연 때문인 것은 맞았다.
"쯧쯧. 얼마나 밉보였으면 그렇게 괴롭혀대냐."
"밉보이기는. 그냥 첫날 인사했을 때부터 계속 괴롭혔다니까."
"얼굴이 밉상이었나보지."
"밉상은 니가 더 밉상이구만. 들어간다. 공부 열심히 해라."
"그래. 들어가."
적당히 대화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바로 몸을 씻었다.
"그러고 보니 안 부른지 닷새나 됐었네."
하려면 더 할 수는 있겠지만 하루에 한 번 완전히 진이 빠질 정도로 고생한 뒤로는 유서연에게 서너 번 정도 뽑는 걸로 만족하고 돌아와서는 이전처럼 게임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주말에는 유서연을 볼 일이 없으니 아마 내일은 다시 민아를 부를 것 같았다.
*
"하아아…."
김민아는 속에서 올라오는 답답한 감정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최민석과 대화를 나눈 뒤로 도저히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완전히 손을 놔 버린 상태였다. 아니, 사실은 그가 돌아올 시간이 됐다고 떠올린 순간부터 조금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집은 가난하고, 장학금을 주겠다는 대학이 없지는 않았지만 가봤자 취업난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아서 진학을 포기하고 공시에 매달렸다.
1년 만에 붙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첫 시험 치고는 결과가 괜찮았기에 곧바로 재수에 돌입했다.
집에서 지내자니 여러 가지로 집중하기 힘들어서 고시원에 들어왔다.
고시원은 하루종일 조용했고 총무라고 해봐야 하는 일도 거의 없어서 확실히 공부에 집중하기는 좋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최민석. 다 그 개자식 때문이었다.
딱히 사람이 나쁜 건 아니다.
성욕 해소 서비스라는 첫 대면은 기분 나빴지만 나이도 같았고 젊은 나이에 고시원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처지라는 점도 동질감이 들어서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고맙기도 했다.
그가 내는 서비스 비용은 생계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고, 가끔 야식을 시킬 때면 혼자 먹어도 될 것을 굳이 2인분을 시켜서 같이 먹는 덕분에 라면만 먹는 생활에서 탈출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 나쁜 녀석은 아니다.
성욕이 조금, 아니 조금 많이 강한 것을 빼면 사람 자체는 괜찮은 녀석이었다.
문제는 그의 정액이었다.
'미친 건가!? 그게 왜 맛있지!?'
처음에는 분명 맛있지 않았다.
오히려, 비리고 물컹거리는 맛은 서비스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기분 나빴다.
하지만 매일 같이 서비스를 하는 동안에 그 맛에 점점 익숙해졌고, 어느샌가 그 맛에 완전히 중독되어버렸다.
정액 특유의 비릿한 맛은 언제까지고 맛보고 싶고, 물컹거리는 촉감은 젤리처럼 느껴져 목으로 넘어갈 때마다 더 삼키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 정액을 도대체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편의점에서 정액을 파는 것도 아니고,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정액을 얻을 수단이라고는 최민석이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뿐이었다.
"그 팀장이라는 인간은 왜 사람을 괴롭혀서…!"
최민석이 처음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하루는 그러려니 했다.
오히려 이놈이 드디어 정신 차렸나 싶은 생각에 조금 대견한 마음까지도 들었다.
이틀째에는 '설마 오늘도?' 싶은 마음에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는 하루종일 머릿속에 정액 맛만 떠올라 도저히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놀 수는 없어서 어떻게든 공부에 들러붙었지만, 도저히 집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도 내일은 불러줄지도…."
내일은 주말이다.
최민석 역시 주말은 쉬는 날이었고, 쉬는 날인 만큼 일을 나가서 체력을 소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체력만 멀쩡하다면 그 성욕 왕성한 최민석이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분명 그럴 거야."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김민아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잡념을 억지로 지워내며 다시 공부에 집중했다.
그리고 주말. 마침내 원하던 문자가 도착했다.
[702호 서비스 신청]
문자를 확인한 김민아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몸을 일으켰다.
공부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핸드폰만 보다가 마침내 문자를 받은 것이다.
[금방 갈게.]
짧게 답장을 보내고 곧바로 카운터 창구에 '부재중' 팻말을 걸었다.
"그래. 피곤해서 못 한 거지. 지가 안 하고 배겨?"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자신이 질린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어차피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친구 사이에 질리든 말든 상관은 없었지만….
"걔가 어디 가서 나 같은 여자를 만나겠어."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자신의 외모는 훌륭했다.
중, 고등학생 때는 고백도 많이 받았었고, 지금도 밖에 나가면 심심찮게 번호도 따였다.
물론 어울려줄 생각은 없었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김민아가 자신의 외모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다려라. 모쏠 놈아. 지금 바로 누님이 도와주러 갈 테니까."
마지막으로 총무실 내부를 확인한 김민아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최민석의 방문 앞에 도착했다.
"들어간다?"
"들어와."
가볍게 문을 두드리며 말하자 곧바로 안쪽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김민아는 곧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고, 그대로 문을 닫으며 잠궈버렸다.
"어떻게 잘 참나 싶었다."
가볍게 비웃는 듯한 말투와 다르게 김민아의 표정은 밝았고, 눈동자는 강한 욕구로 이글거렸다.
"뭔가 기분 좋아 보인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
"누가? 내가? 아무 일도 없는데?"
"그래…?"
최민석의 질문에 최대한 태연스럽게 대답하긴 했지만 내심 철렁했다.
아무리 이런 일을 해주는 사이라도 '정액 먹을 생각에 들뜬 여자'라는 취급은 절대 받고 싶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듯한 표정에 심장이 쿵쾅대며 뛰어댔다.
"아, 아무튼! 끝내고 다시 공부하러 가야 하니까 빨리 바지나 내려."
"기다려봐. 일단 입금 좀 하고."
"아, 응."
너무 서둘렀다.
혼자만 너무 들떴다는 생각에 멋쩍어져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핸드폰에서 알림이 들려왔다.
확인해보니 6만 원이 입금됐다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응. 들어왔네."
그럼 빨리 바지 내려. 그렇게 말하려던 것을 간신히 참았다.
김민아가 재촉하지 않아도 최민석은 알아서 바지를 내리고 팬티까지 벗었다.
평소처럼 반쯤 서 있는 커다란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
아직 완전히 서지도 않았음에도 흉악한 물건의 형태에 스스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안 올라와?"
"서, 서두르지 좀 마. 어련히 해줄 테니까."
이번엔 자신도 모르게 멍 해버렸다.
번뜩 정신을 차린 김민아는 최대한 흥분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천천히 침대 위로 올라갔다.
천천히 몸을 숙이며 자지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크게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