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7화 (87/93)

상무님, 방 잡을까요?

87화

빠르게 도심지를 헤치며 달린 차량은 이윽고 그녀의 오피스텔 건물 지하의 주차장에 멈춰 섰다. 퇴근길을 함께한 지도 자연스럽게 두 달을 꽉 채웠다. 다른 건 몰라도 그가 본가에 들어가지 않은 지 오래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세상에. 이건 또 뭐야.”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또’라는 건 이것이 벌써 수없이 벌어진 일이라는 뜻이다.

떡하니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안마 의자를 발견한 수진은 말 그대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뒤따라 들어선 준성이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 벌써 와 있었네? 요즘 많이 피곤해하는 거 같아서 샀어. 마음에 들어?”

애초에 피곤한 게 누구 탓인데!

그리고 이게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나중 문제였다.

“그걸 말이라고……. 어떻게 여기다 이걸 사 놓을 생각을 하는 거야? 집 꼴을 봐, 이게! 이게 지금 사람 사는 집인지 창고인지……!”

실컷 따지려던 수진이 숨을 훅 들이켜며 입을 닫았다. 당장에 뒷목을 잡는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즈기요, 부사장님? 여기가 지금 몇 평인지는 알고 계시는 거죠?”

단둘일 땐 어지간해서 튀어나오지 않는 호칭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굉장히 열받았다는 의미다.

라비타 호텔의 상무에서 HJ건설의 전무로. 그리고 현재 HJ건설의 부사장이 되기까지. HJ건설 내의 비리를 제압하고 내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투입된 지 2년 만에 성공적으로 모든 과업을 달성했다는 유능한 남자는 오로지 그녀에게만큼은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는 존재였다.

수진은 열 평 남짓한 제 방 안을 둘러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늘어만 가는 커플 세트들은 그렇다 치자. 슬그머니 개수를 불려 가는 그의 트렁크라든가, 선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등장하는 가구와 언제 쓸지 알 수 없는 가전들이 쌓이다 못해 이젠 발 디딜 틈도 없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모든 걸 다 가져다 버린대도 감당하지 못할 대형 안마 의자까지 등장했다. 다시 봐도 숨이 막힐 것 같은 풍경에 절로 한탄이 새었다.

“……이젠 침대 말곤 앉을 데도 없겠어.”

“성공했는데?”

“뭐? 아……!”

뜬금없는 말에 반응할 새도 없이 훌쩍 들린 몸이 순식간에 침대 위에 놓이고 음험한 눈을 한 남자가 그녀를 내려다봤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뀐 남자는 어김없이 오늘 밤도 무사히 넘어가지 못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종일 붙어 있으려고 점점 공간 줄이는 중이었거든.”

기막힌 웃음이 새어 나온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뜨거운 입술이 살포시 그 웃음을 집어삼켰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말캉한 혀가 뒤섞이고 순식간에 달아오른 숨이 새어 나왔다. 다소 성급하게 옷자락을 헤치며 파고드는 커다란 손도. 온몸을 감아 오는 체온도. 기분 좋게 몸을 눌러 오는 무게감도. 모든 게 참을 수 없이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이다.

아아, 이렇게 또 사람 정신을 빼놓으려는 거겠지.

“음! 잠깐만, 그만. 이렇게 넘어갈 생각 말고 똑바로 이야기하라고요, 부사장님! 대체 무슨 속셈인데?”

간신히 정신을 챙긴 수진이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서 단호하게 묻자, 방금까지 야릇한 짓을 벌이려던 입술로 빙긋이 미소가 떠올랐다. 참으로 예쁘게도 웃는 것이 또 무슨 꿍꿍이가 숨어 있음에 분명했다.

“나 진지하게 건의할 게 있는데.”

그런 얼굴로 ‘진지함’을 이야기하니 괜히 긴장이 된다.

“……뭐, 뭔데?”

“오늘은 콘돔 없이 해.”

“…….”

“이제 결혼 허락도 받았으니 괜찮잖아.”

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어떻게 전개가 그리로 튀는지 그녀로서는 알 길이 없다.

“제대로 널 느껴 보고 싶어. 이젠 네 안의 감촉까지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아니, 제 모든 걸 손에 넣고 알고 싶어 하는 남자가 지금껏 꼬박꼬박 콘돔을 써 가며 피임약엔 손도 대지 못하게 했으니 저 집요한 성격에 정말 많이 참긴 했지.

“그리고 우리 아이가 어떻게 생겼을지, 얼마나 사랑스러울지도 궁금해. 생기면 바로 낳는 거로 하자. 아들이건 딸이건 따지지 말고 딱 둘만 낳고. 셋이면 더 좋겠지만, 그건 좀 더 고민해 보고. 그쪽은 무조건 네 의견 존중할게.”

맙소사. 이건 또 무슨 급발진 전개니.

“아니, 잠깐만. 아직 그쪽으론 아무것도 생각한 게 없는데……!”

“그럼 지금부터 생각해.”

싱긋 웃어 보인 준성이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잡아 내렸다. 옷깃만 스쳐도 아들 손자며느리 볼 생각까지 한다는 게 남자의 마음 아닌가. 이미 몇십 년은 앞서 있는 제 계획을 이 여자가 얼마나 따라와 줄지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아니, 생각 안 해도 돼.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열감이 깃든 그의 목소리가 위협적일 만큼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절대 피하지 못할 순간임을 직감한 수진이 숨을 죽였다. 소음마저 잦아든 듯한 긴장감 속에서 미친 속도로 뛰어 대는 제 심장 소리가 경고처럼 귓속을 울려 댄다.

“그냥 내 곁에만 있으면 돼.”

이 남자는 알까.

매일같이 맞이하는 순간임에도 새삼스럽게 떨리는 이 마음을.

거침없이 덮쳐 온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지그시 눌러 왔다. 능숙하게 입술을 벌리고 들어온 혀가 다시 입안을 점령하며 그녀를 적셔 갔다.

나긋한 여자의 몸을 타 누르며 정신없이 입을 맞추는 동안 그의 손은 바쁘게 그녀의 옷자락 틈으로 파고들었다.

“나도 벗겨 줘야지.”

그녀의 손도 바빠졌다. 넥타이를 풀고 셔츠 단추를 풀어 헤치던 조그만 손이 곧 허리춤으로 다가와 버클을 매만진다. 지익, 지퍼 내려가는 소리에 자극당한 아래가 지잉 울렸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시도 때도 없이 불끈거리는 녀석은 지금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부풀어 있을 것이다.

“예쁘네.”

시키는 대로 잘 따라 주는 그녀가 어쩌면 이리도 사랑스러운지.

성급한 마음이 여지없이 흘러넘친다. 지금이 여름이라 다행이었다. 홑겹뿐인 블라우스와 치마를 벗기고 나니 정갈한 속옷에 둘러싸인 여체가 드러났다. 찢듯이 셔츠를 벗어 던진 준성은 눈이 부시도록 깨끗한 피부에 입술을 내리며 그녀의 등 뒤로 손을 올려 호크를 풀어냈다. 이어 꼿꼿하게 여물어 있는 분홍빛 유두를 머금자 달콤한 신음성을 내놓은 그녀가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여기가 좋아?”

“으, 으응…….”

그녀의 입가로 설핏 미소가 떠오른 순간 낮게 신음한 그가 깊이 몸을 숙이며 유두를 입에 머금었다. 들이켠 숨을 내뱉기도 전에 세차게 그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간 유두가 짓씹히고 짜릿한 통증이 밀려들었다.

“으음! 이, 이건 아파.”

칭얼거리며 어깨를 두드리자 나른한 웃음이 가슴 위에 흩뿌려지더니 축축한 혀가 유륜과 유두를 한 번에 누르며 핥았다. 이어 단단히 뭉친 꼭지를 입술로 문 채 혀를 굴린다. 절로 움찔한 그녀가 다리를 바르작댔다.

“아응, 아으읏, 으…… 읏!”

조그만 알갱이를 입안에 굴리고, 혀로 문질렀다가 다시 쭉 빨아들일 때마다 그녀는 시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조금 더 열이 오르기 시작한 지금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동시에 커다란 손이 하늘하늘한 팬티를 꽉 움켜잡으며 끌어 내렸다. 어지간히 힘이 들어갔는지 여린 천 조각이 찢겨 나가는 소리가 생생하다.

“야아, 또!”

수진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그를 바라봤다. 이렇게 또 죄 없는 팬티 하나가 덧없이 수명을 마감했다. 기함한 그녀를 마주 바라보는 그의 입가로 장난스러운 웃음기가 걸렸다.

“미안, 내가 너무 급해서. 새로 사 줄게.”

아니, 벌써 이게 몇 번째냐고!

최근 두 달 사이에 그가 해 먹은 팬티만 열 개가 넘었다. 매번 실수인 척했지만, 속은 건 딱 두 번까지였다. 크리스마스 때 이후로 묘한 페티시가 생겼음이 분명했다. 환경을 위해서라도 쓸데없는 낭비는 더 못 하게 해야 하는데, 저렇게 몰두하고 있는 얼굴을 마주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는 게 문제다.

“흐으…… 변태.”

“그래서 천생연분이잖아.”

느긋하게 대꾸한 그가 뻣뻣해진 성기를 쥔 채 두툼한 귀두로 순식간에 촉촉해진 그녀의 입구를 치댔다. 아무것도 씌우지 않은 끄트머리로 느껴지는 감촉이 예사롭지 않다. 벌써부터 이런데 안의 감촉은 과연 어떨지.

“바로 넣을게.”

“으, 하아…….”

나름 예고라고 했지만, 그땐 이미 두툼한 귀두가 좁은 틈을 열며 반쯤 파고든 다음이었다. 그대로 그녀의 허리를 휘어잡으며 두어 번 하체를 쳐올리자 미어지듯 벌어지는 아래로 끈끈한 액이 새어 나왔다. 좁은 내벽이 힘겹게 그를 집어삼키는 사이 버거운 기색이 역력한 여자의 이마로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아, 흐윽!”

“흣!”

뿌리 끝까지 완전히 다 밀어 넣은 순간, 뜨거운 내벽이 성기 전체를 꽉 조여 왔다. 딱 맞붙은 곳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열기가 피어오른다.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주름의 감촉까지 선명했다. 벌써 눈앞이 아득해지는 게 이러다 곧 사정해 버릴 기세다. 준성은 지체하지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으, 흑!”

수진은 아찔한 정신을 추스르며 그의 팔을 움켜잡았다. 이젠 충분히 익숙해질 만도 한데, 그를 온전히 품는 건 아직도 너무 벅차다. 빈틈없이 맞물린 페니스가 몸 안쪽을 문지르며 푹푹 치고 드는 감각이 지독히도 생생해서 절로 신음이 났다.

아프도록 꽉 채우는 느낌. 아니, 아프면서 좋은 느낌.

“하응, 으, 흣!”

그가 거침없이 허리를 추어올릴 때마다 몸 전체가 흔들렸다. 꽉 조인 내부를 사정없이 밀고 들어와 실컷 안을 헤집고서 빠져나가고, 그 짧은 여유도 주기 싫다는 듯 맹렬하게 파고든다. 순식간에 흥건해진 다리 사이로 찰박이며 액이 튀어 댔다.

“하아, 아…… 읏, 대체…… 말 나오자마자 이러는 게, 읏! 어, 어디 있어.”

“넌, 여유만 줬다 하면 도망칠 궁리부터 하니까. 후, 그 전에 해치우려고.”

“아읏, 윽! 내, 내가 언제…… 아!”

훅 쳐올린 순간 수진은 비명을 지르며 그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아파아, 조금만 천천히……!”

“미안. 근데 알잖아. 어쩔 수 없는 거.”

“어우 정말…… 내가 못 살아.”

포기한 듯 읊조리자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린 그가 그녀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제대로 된 전희도 없이 시작한 행위지만, 이젠 이러는 것도 싫지가 않아 문제다.

“이제 괜찮지?”

저 다정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넘어가면 안 되는 건데…… 이미 기대감에 부푼 몸은 제멋대로 그를 조이고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힘이 드는 것과는 별개로 그가 좀 더 강하게 몰아붙여 줬으면 하는 욕심이 들끓고 있다.

대답도 못 하고 제 입술만 깨무는 사이 느긋하게 웃어 보인 그가 거칠게 그녀의 허리를 휘어잡았다. 여지없이 본색을 드러낸 그는 먹어 치울 것처럼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키며 쿵쿵 소리가 나도록 짓찧어 댔다.

버겁게 새어 나오는 숨결마저 다 마셔 버릴 듯 격렬한 입맞춤에 온몸의 기운이 그대로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점점 더 흥건히 젖어 버린 몸은 한껏 부푼 남성이 주는 쾌감을 더욱 깊고 진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에 맞춰 몸 안을 문지르고 찌르는 움직임도 강해졌다.

“하아, 수진아.”

아득해지려는 정신을 붙들며 눈을 뜬 수진이 남자를 바라봤다. 반듯한 그의 어깨 위로 보이는 불빛이 흐릿하다. 뭔가를 참는 듯 찌푸린 얼굴이 눈앞에서 흔들린다. 흘러내린 땀으로 조각 같은 몸의 외곽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후광을 본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생각하다 설핏 미소를 지었을 때였다. 잠시 멈칫하던 그가 나직하게 뭔가를 읊조리더니 그녀의 허벅지를 잡아 눌렀다.

“아!”

푸욱!

더욱 벌어진 다리 사이로 깊숙이 파고든 것이 정확히 내벽의 어느 지점을 짓누르며 뭉개자 그녀의 몸이 거세게 튕겨 올랐다. 빠르게 차오르는 쾌감으로 뜨거워진 아래는 연신 흘려 댄 애액으로 흥건했다. 무섭도록 젖어 버린 음부에서 흘러내린 물기가 연신 안을 들락거리는 페니스를 타고 흐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 흐, 읏! 흐으윽…….”

빠르게 차오르는 쾌감에 허덕거리던 그녀가 울먹이며 몸을 떨었다. 그런 여자를 마음껏 짓누르는 남자의 입가로 언뜻 웃음기가 맴돌았다.

알기나 할까. 이런 그녀의 반응이 저를 더욱 미치게 만든다는 것을.

울먹임에 가까운 비명이며, 중간중간 틈이 생길 때마다 힘겹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와 끊어질 것 같은 신음성까지. 그 하나하나가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그의 내면에 자리한 그악함을 일깨우기도 한다는 것을.

“빨리 결혼부터 하자.”

그렇게 네 삶을 온전히 손에 쥐고 싶다는 말은 마음속에만 간직했다. 그녀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완벽한 자유를 누리게 해 줄 생각이지만, 그건 철저히 자신의 영향력 안에서 이뤄져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더욱 강한 힘을 가질 생각이다. 그녀를 위한 더 큰 새장을 지어 나갈 예정이다. 그녀가 불행하지 않도록. 제 품에 갇혀 살게 될 앞으로의 인생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철저히, 완벽하게.

“꼭 행복하게 해 줄게.”

“하아, 준성…… 준성아……. 준성, 아.”

눈앞의 남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수진은 연신 그를 불렀다. 희미해진 남자의 얼굴을 마주 보려 애쓰며 매달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정신없이 그의 목에 팔을 감으며 엉덩이를 들썩여 대고 있었다.

난잡하게 맞물리는 자리에서 들려오는 끈끈한 소음이 한층 요란했다. 터질 듯 핏발이 선 굵직한 페니스가 아무렇게나 내벽을 쑤셔 댈 때마다 쾌감에 젖은 몸이 미친 듯이 기뻐하며 안달하는 게 느껴졌다. 곧이어 들이닥칠 희열을 기대하며 턱을 치켜드는 그녀의 발끝이 바짝 긴장하며 오므라들었다.

“아, 아, 아앗……!”

퍽! 세차게 파고든 페니스가 잔뜩 달아오른 내벽을 헤집은 순간, 그녀의 입이 벌어지며 비명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마침내 찾아든 절정의 끝에서 준성은 달달 떨리는 여체를 꼭 끌어안았다. 경련하듯 성기를 꽉 조여 오는 통에 그도 더 참지 못하고 굵직한 신음을 흘렸다. 거침없이 터져 나간 정액이 그녀의 몸 안에 퍼져 나갔다.

“크읏……!”

등골이 오싹하도록 낮고 거친 신음과 함께 몇 번이고 몸을 털며 사정을 마친 그가 이내 긴 숨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간신히 숨만 몰아쉬는 여체를 힘껏 껴안았다. 아직도 열기가 남은 눈으로 작게 훌쩍이는 그녀의 이마에 길게 키스하곤 나른하게 속삭였다.

“사랑해.”

“…….”

“앞으로도 평생 난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

“영원히 내 손 놓지만 말아 줘.”

담담히 내놓은 말에 가슴 한편이 찌릿하게 울렸다. 온전히 와닿는 그의 진심에 목이 메어 왔다. 물기를 품어 한층 더 반짝이는 눈동자가 이리저리 방황했다. 괜히 입술을 깨물어도 보고, 눈을 깜빡여도 보고. 그러다 결국 웃음을 터뜨린 그녀의 눈가로 맑은 이슬이 맺혔다.

“응. 영원히 잡고 있을게. 내가…… 평생 책임질게.”

젖은 눈가에 다시 눈물이 고이는 것을 지그시 바라보던 그가 천천히 입술을 내렸다. 나른한 웃음소리와 함께 다시 두 사람의 입술이 마주 닿았다. 실컷 서로를 탐하며 키득거리는 두 사람의 머리맡으로 짙은 여름밤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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