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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67/93)

상무님, 방 잡을까요?

67화

“아, 아아앙, 아흑!”

절정의 끝으로 접어드는 여자의 비명이 높아졌다. 한결 광폭하고 난잡해진 치받음에 흠뻑 젖은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빨라졌다. 너무 강한 자극을 견디지 못한 그녀가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하, 미치겠네.”

흘러내린 눈물을 발견한 남자가 움켜쥔 발목을 놓았다. 연신 출렁이는 여자의 젖가슴 위로 단단한 몸을 겹치며 힘껏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 눈가를 핥으며 달래듯 움직임을 늦추고는 지그시 허리를 돌리자 그녀의 신음이 달콤하게 녹아들었다.

“힘들었어? 조금 천천히 할까?”

“으, 으응, 하…….”

한결 부드러워진 태도지만 몸 안의 것이 워낙 큰 탓인지 자극은 여전했다. 거센 파도처럼 밀려들던 감각이 살짝 느슨해지자 힘이 들어간 발끝이 절로 곱아들었다. 잔뜩 들끓은 몸은 제 안에 박힌 것을 더욱 탐하려 멋대로 들썩이며 안달이 났다.

“뭔가 부족해 보이는데. 그냥 하던 대로 해 주는 게 좋은 건가?”

“흑,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여긴 빨리 박아 달라고 조이고 재촉하고 난리 났는데.”

“그, 그런 말 하지…… 하악!”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쥔 그가 길게 빼낸 성기를 뿌리 끝까지 쑤셔 박은 순간 그녀의 허리가 툭 튀어 올랐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남자는 그녀의 나긋한 허리를 휘어잡으며 퍽, 퍽 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쑤셔 박았다.

동시에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로 내려앉았다. 두툼한 혀로 젖은 입술을 파고들어 달큼한 타액을 샅샅이 핥고 빨아들였다. 게걸스럽게 서로의 타액이 오가고 열락에 젖은 신음성이 섞여 들었다. 교성을 잔뜩 머금은 숨소리까지 남김없이 그의 입안으로 빨려 들었다.

우락부락한 성기가 끈끈한 액으로 가득한 구멍을 쉴 새 없이 오갔다. 흥건하게 고인 물기를 남김없이 퍼내려는 듯 굵직한 귀두로 내벽을 연신 긁고 문질러 댔다. 이미 절정을 경험한 몸은 곧이어 들이닥칠 쾌감을 기대하며 달달 떨기 시작했다. 잔뜩 힘이 들어간 허벅지가 연신 그의 허리를 조이며 그 순간을 재촉했다.

“아으응, 준성, 준성아…….”

수진은 그와 박자를 맞추며 허겁지겁 그의 목에 매달렸다. 농락하듯 제 몸을 달궈 대는 성기의 움직임에 미칠 것 같았다. 뭉툭한 끄트머리가 안쪽을 푹푹 찔러 대는 게 너무도 좋았다.

“빨리, 아…… 흑!”

너무나 뜨겁게 달아 버린 몸을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빨리 이 몸을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다. 제 안에 고인 이 열기를 사정없이 터뜨려 버렸으면 좋겠다.

땀에 젖어 흐트러진 머리카락 아래로 한껏 날이 선 시선이 집요하게 그녀의 얼굴을 훑었다. 이마를 반쯤 가린 것만으로도 마치 오래전 그 시절의 모습처럼 풋풋해지는 남자였다.

이상하리만큼 저를 설레게 했던 그때처럼.

왠지 그 시절의 그와 몸을 나누는 듯한 착각에 더한 흥분이 일었다. 동시에 탐욕스럽게 그를 빨던 그녀의 속살이 흠뻑 젖은 안으로 힘차게 파고드는 울퉁불퉁한 페니스를 꽉 물었다.

“하흐윽!”

길게 빠져나갔던 성기가 단번에 가장 깊은 안쪽을 꿰뚫은 순간, 눈앞이 하얗게 바래지고 더 이상 신음조차 낼 수 없는 쾌감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바르르 떨리는 질 안쪽에서 왈칵, 쏟아져 나온 물이 허벅지를 적셨다. 쥐어짜듯 조여드는 내벽을 기어이 훑으며 파고들던 그 역시 이내 굳은 얼굴로 멈칫하더니 묵직한 신음을 토해 냈다.

“하아.”

그제야 서로를 놓아준 입술 사이에서 열기를 가득 품은 숨이 새어 나왔다. 그녀의 흐릿한 시야 안에 살짝 미간을 찌푸린 남자의 얼굴이 가득히 떠올랐다.

가늘게 떨리는 여자의 몸을 쓰다듬고 입 맞추는 남자에게선 아직도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열기가 가시지 않은 남자의 눈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헛숨만 들이켜던 그녀의 입가로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사랑해.”

놀란 듯 잠시 굳어 있던 준성이 곧 환하게 웃는다. 정말로 원하던 장난감을 얻은 아이처럼 천연한 웃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이렇게나 행복해하는 남자인데 왜 한 번도 그 말을 해 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고작 그 말 한마디 해 주는 게 뭐가 어려워서.

“저기, 내가 제대로 못 들은 것 같은데 방금 뭐라고…….”

“바보. 못 들었으면 말고.”

“아, 아니, 들었는데 다시 말해 보라는 거야. 응? 들었어. 분명히 들었다니까.”

다 큰 남자가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걸까.

좀 더 애태우고 싶은 마음에 키득거리며 눈을 돌리자, 황급히 손을 뻗은 그가 그녀의 얼굴을 붙잡으며 눈을 빛냈다. 기대감을 가득 품은 눈웃음이 쓸데없이 반짝거려 눈이 부신다. 이런 미소를 계속 볼 수 있다면 허튼 수작질에 모르는 척 넘어가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다시 웃어 버린 수진이 그를 마주 봤다. 그녀의 입술이 수줍게 열렸다.

“사랑한다고요, 내가. 송준성 씨를.”

“하, 미치겠네.”

심장 터지는 줄 알았잖아.

나지막하게 속삭인 그가 입을 맞춰 왔다. 부드럽게 그녀를 끌어안으며 톡톡 도장을 찍듯 보이는 곳마다 키스를 퍼부어 대는 통에 그녀가 간지러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고백 한번 들은 걸로 심장까지 터지면 어떡해?”

“그러게. 아무래도 좀 익숙해져야 할 거 같으니까 한 번만 더 해 봐. 응?”

“아, 뭐야아.”

“빨리해 봐. 이래도 안 할 거야? 이래도?”

“아하핫! 아, 하지 마, 간지러워.”

어쩌면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게 너무 좋았다. 온몸을 관통하는 희열도, 피가 끓어오르듯 작열하는 쾌감도 좋았지만, 이토록 달콤하게 여운을 나누며 온몸을 맞댄 채 서로의 심장 소리를 듣는 지금 이 순간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랑해, 준성아.”

진심을 가득 담아 속삭인 수진이 그를 꼭 끌어안았다. 다시 서로의 입술을 찾으며 키득거리던 두 사람의 숨소리가 깊어졌다. 그가 예고했던 대로 끝나지 않는 크리스마스의 밤이 무르익고 있었다.

* * *

“어, 수혁아. 여기!”

화사한 분위기의 레스토랑 안에서 마지막으로 작성한 계약서를 정리하던 수진이 문득 저만치 익숙한 실루엣의 남자를 발견하고 손을 들어 보였다. 외근을 나와 고객사와의 미팅을 마치고 점심 약속을 위해 옮겨 온 자리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그녀를 발견한 수혁이 오만상을 찌푸리곤 성큼성큼 다가왔다. 잔뜩 굳은 얼굴엔 뭔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가 오라고 해서 오긴 했다만, 굳이 나까지 같이 있을 필요가 있나?”

“당연하지. 너도 친구면서 무슨 그런 소리야. 정 없게.”

투덜거리며 다가오는 수혁의 팔뚝을 철썩 때리며 붙잡아 앉혔다. 오늘은 드디어 귀국한 연희를 만나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이틀 전, 귀국한 연희는 그녀만큼이나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따로 날을 뺄 수가 없어 간신히 점심이라도 한 끼 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려던 참이었다.

자리에 앉은 수혁이 권태로움 가득한 얼굴로 삐딱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내 좋은 시절은 이제 다 갔구나. 이연희 이 진상을 또 내가 어떻게 받아 주고 살아야 하나. 대체 왜 돌아와 버리는 건데? 이 좁은 땅에 뭐 볼 게 있다고. 넓은 미국 땅에서 글로벌하게 살 것이지 왜 굳이. 하, 정말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기껏 같은 하늘 아래 있는데도 얼굴 보기조차 힘든 친구인데, 좀 기분 좋게 만나면 어디가 덧나?”

“응. 덧나. 걘 내 인생의 피딱지 같은 존재거든. 걔만 붙어 있으면 난 계속 부르튼 상태야. 긁히는 순간 바로 유혈 사태라는 게 핵심이지.”

“그래. 자꾸 그렇게 삐딱하게 굴면 네 앞날이 계속 유혈 사태긴 할 거야.”

말은 그리해도 수혁과 연희는 꽤 죽이 잘 맞는 사이였다. 두루두루 어울리는 사람도 많고 성격도, 취향도 비슷해서인지 언제 어느 때 만나도 위화감 없이 어울리곤 했다.

그런데도 수혁이 이런 반응인 건, 유독 성격이 강한 연희에게 질질 끌려다닌 역사가 깊은 탓이었다. 이건 수진과 준성에게 유하게 구는 것과는 결이 달랐다. 벌써부터 오랜 과거사가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기분에 수혁은 진저리를 치며 이마를 짚었다.

“네가 몰라서 그런 반응이지, 걔가 얼마나 사람을……. 하아, 말을 말자. 아무튼 준성이라도 같이 있어야 덜할 텐데 얘는 또 어딜 간 거래?”

“갑자기 여기서 그 이름이 왜 나와? 그리고 너 그렇게 사람 곤란하게 해 놓고 지금 누굴 찾는 거야?”

“곤란하다니. 엄청 좋아하지 않았어? 남자라면 싫어할 수가 없는 건데, 그거.”

“연희한테 죽기 전에 나한테 먼저 한 번 죽고 시작할까?”

보란 듯 주먹을 쥐어 보이자 수혁이 낄낄거리며 손을 내저었다. 그런 수혁을 향해 두어 번 주먹을 날려 준 수진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테이블 위로 양 팔꿈치를 짚으며 턱을 괴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시간 되냐고 물어보긴 했었는데 힘들대서. 어쩔 수 없지 뭐. 며칠 후면 결과 발표잖아. 그래선지 요즘은 거의 하루 종일 회의만 하느라 정신없더라고.”

꿈같은 크리스마스를 보낸 것도 벌써 나흘 전의 이야기였다. 하루 종일 그의 집 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행복한 순간을 만끽했었는데, 바쁜 일상에 시달리다 보니 그 기억을 곱씹기도 전에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나 버렸다.

“시간 참 빠르다, 빨라. 벌써 내일이면 올해의 마지막 날이고.”

생각하니 괜히 시무룩해졌다. 준성과 만나서 밥이라도 한 끼 같이 먹고 싶었는데 지금으로선 그조차 여의치가 않다는 게 힘이 빠진다.

흘깃 그녀의 눈치를 보던 수혁이 큼, 하고 헛기침을 했다.

“아마 너랑 나랑 단둘이 점심 먹는다고 했으면 바로 튀어나왔을걸? 아니다. 그랬으면 지금쯤 우리 사이에 앉아 있었을 거야. 장담해.”

“뭐래. 우리 준성이는 그 정도로 이상한 사람 아니거든? 이상한 프레임은 자제해 주시죠.”

“아…… 방금 나 속에서 뭔가 울컥 올라왔는데. 지금 몹시 짜증 나는 나, 정상 맞지요?”

한껏 인상을 구기며 투덜대는 수혁을 향해 픽, 웃어 준 수진이 휴대폰으로 눈을 돌렸다. 이제 곧 연희가 도착할 시간이었다. 시차 적응이 힘든지 조금 늦잠을 자는 바람에 원래 정해진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을 예정이었다.

연희에게서 귀국 날짜가 잡혔다는 연락이 온 건 일주일 전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잔뜩 들뜬 목소리가 들려와 그녀도 함께 흥분한 채 한참을 떠들었었다.

‘아 참, 그리고 나 너 오면 꼭 해 주고 싶은 말 있어. 네가 놀랄 만한 소식이야.’

― 어? 뭔데? 뭔데? 지금 말해 주면 안 되는 거야?

‘응. 안 돼. 이건 네 얼굴 보고 말해 줘야 하는 거라서.’

― 에이. 그래. 알았어. 기대하고 있으마. 대신에 나도 엄청 좋은 소식 하나 가져갈 거니까 기대해. 너도 이 소식 들으면 진짜 엄청 깜짝 놀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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