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님, 방 잡을까요?
65화
“사실 그거 다 잘 어울리더라. 하긴. 네가 뭔들 안 어울리겠냐만.”
저런 진지한 얼굴로 잘도 낯간지러운 소리를 내놓는 남자였다. 내내 그게 마음에 걸려 있었던 건지, 솔직한 말을 내놓고 난 입가에 맴도는 웃음이 한결 편안해 보인다.
“그래도 앞으론 내가 준 것만 껴 줘.”
그 일이 뭐 어려운 거라고 이렇게나 간절하게 부탁하는 건지.
참 거짓말도 못하고, 참는 법도 모르는 남자다. 그의 입술이 닿아 있는 손끝을 꼼지락거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 버린 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안 뺄게.”
“…….”
“고마워.”
불쑥 내뱉어 놓고, 잠시 멈칫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해 두지 않아 살짝 당황해 버려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이내 수진은 곰곰이 제 마음을 돌아보고 미소를 머금었다. 천천히 열린 입술 사이로 그녀의 진심이 새어 나왔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다는 거. 그거 상상했던 거 이상으로 기쁘고 행복한 일이더라.”
제집에서야 누구나 귀한 딸, 귀한 자식이지만 세상 속에서 그런 존재가 되긴 쉽지 않은 법이었다. 나에겐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인데, 그 사람에겐 내가 그다지 소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살다 보면 쉽게 깨닫는 진리다.
그래서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 고마움은.
“내 입으로 말하긴 좀 웃기지만, 나도 길게 짝사랑을 했었잖아. 그땐 그렇게 엇갈리고 멀어지고 가슴앓이만 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만약 정말 너와 사귈 날이 온다면 그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 생각했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사랑하는 것도. 그리고 함께 그 마음을 나누는 것도.
그녀에겐 그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기적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어 준 건 오로지 그의 힘이었다.
그저 직진밖에 모르는 이 남자가.
긴 세월 동안 가슴이 타들어 가도록 뜨거운 열정을 품고 기다려 온 이 남자가 끝끝내 모든 기회를 붙잡아 주었기에.
“그런 나한테 이런 순간을 선물해 줘서. 지금껏 날 소중히 생각해 주고, 좋아해 줘서 고맙다고. 그냥……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는데 꼭 해 주고 싶었나 봐, 내가. 이제 끝. 어우, 민망하니까 그만 봐.”
빨갛게 달아올라 버린 얼굴을 숨길 곳이 없어 슬쩍 그의 눈을 가려 버렸을 때였다. 턱 하니 그 손을 붙잡아 내린 남자가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말을 잃은 그녀의 시선도 그대로 그의 시야에 사로잡혔다.
“나 더는 못 참겠는데.”
태연히 박혀 드는 시선과는 달리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선 열감이 느껴졌다. 삽시간에 일렁이기 시작한 주변의 공기. 압박하듯 숨통을 조여 오는 긴장감에 내놓는 숨은 금세 혼탁한 열기로 물들어 갔다. 잡힌 손목은 물론, 그의 시선이 닿는 곳곳 솜털까지 전율한 순간이었다.
“지금 안아도 되지?”
가볍게 건배를 나누며 그녀와의 첫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적당히 취기에 올라 달콤한 순간을 보내려던 계획은 그렇게 그녀의 고백 한 번에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잡은 손을 그대로 끌어당기자 소파에 앉아 있던 그녀가 바닥으로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와 마주 보고 앉은 그의 품으로 쑥 빨려들었다. 가녀린 몸을 힘껏 끌어안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살짝 벌어진 잇새로 깊숙이 파고든 혀가 그녀의 작은 입안에 가득 담기고, 기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머리카락 틈새로 스며들었다.
“흡.”
맞닿은 숨이 뜨겁다. 내내 말라붙어 있던 입술이 그의 타액에 부드럽게 젖어 들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스며든 뜨거운 살덩이가 진득하게 타액을 휘저으며 열기를 불어 넣는 동안, 그녀는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나도.”
살짝 어긋난 입술 사이로 달뜬 숨이 새어 나왔다. 흥분으로 떨리는 목소리에는 열기가 가득했다.
“안고 싶어, 지금.”
기다렸다는 듯이 거센 힘이 제 몸을 와락 덮쳐눌렀다. 딱딱한 대리석 바닥에 짓눌린 채 갈급히 서로를 찾던 입술이 다시 진하게 맞물렸다.
* * *
할딱이듯 신음하는 그녀의 손안에서 새하얀 시트 자락이 구겨졌다. 새하얀 브래지어에 감싸인 가슴이 새처럼 빠르게 들썩이고, 시트를 짚고 있던 자그마한 발은 제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지 못하고 연신 꼼지락거렸다. 침대 위에 널브러진 채로 숨만 몰아쉬는 그녀의 몸은 이미 여기저기 발긋한 열꽃으로 엉망이었다.
“하, 읏, 이제 그만. 그만…….”
“겨우 한 번밖에 안 했는데 벌써 그만하자고?”
느긋한 대꾸는 그녀의 아래쪽에서 들려왔다. 양 무릎을 세워 붙잡은 채로 느긋하게 다리 사이를 감상하던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순간 억울해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가 주장하는 한 번이란 정확히 그가 사정을 한 횟수에 불과했다. 소파에서부터 시작해 욕실을 지나 이 침대 위까지, 목을 놓아 신음하다 까무러친 기억만 세 번인 그녀로서는 그걸 한 번이라 말하는 이 남자의 행태가 기막힐 따름이었다.
“여긴 그럴 생각 없어 보이는데.”
“흣!”
그것도 모자라 그는 기어이 그 야릇한 속옷까지 손수 가져다 입혀 놓고서 집요하게 그녀의 온몸을 탐하며 감상하던 중이었다.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린 그가 갈라진 모양 그대로 움푹 들어간 곳을 손가락으로 슬쩍 긁어내렸다. 그녀의 허리가 움찔하며 튀어 오른 순간, 허벅지 안쪽에 입을 맞추며 반응을 살피던 입술이 점차 가랑이 쪽으로 이동하다 지그시 속옷 위를 짓눌렀다.
“으, 아…… 잠깐만, 흣!”
도톰한 둔덕 전체를 크게 베어 물었다가 춥, 소리가 나도록 빨아들인 그가 다시 팬티의 선을 따라 혀를 굴리며 쓸어 올렸다. 살이 접힌 부분을 정성스럽게 핥으며 이동하는 내내 그녀의 보드라운 허벅지 살이 막 꺼내 놓은 푸딩처럼 바르르 떨렸다. 묘하게 식욕이 당기는 모양새에 저도 모르게 이를 드러내며 살짝 깨물자 그녀가 다리를 움츠리며 칭얼댔다.
“읏, 아파!”
“그러게 누가 이렇게 유혹하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가 어, 언제……!”
“지금 너한테서 엄청 맛있는 냄새 나는 거 알아? 아주 야한 냄새.”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아흑!”
건드리는 대로 파드득거리며 반응하는 그녀가 귀여워서 미칠 것 같다. 그녀가 발끈하며 방심한 사이, 속옷의 아랫부분을 입술로 물어 젖히자 머리 위에서 꺅, 하고 소스라치는 비명이 들려온다.
모르는 척 이와 혀를 이용해 마저 속옷을 젖혀 냈다. 찔걱, 야릇한 소음과 함께 선홍색으로 물든 음부가 드러났다. 그새 얼마나 흘려 댄 건지 꽉 다물린 입구 주변이며 음모까지 번들거리는 애액으로 흥건했다.
잠시 입맛을 다시던 그가 물로 흥건한 질구 주변을 손끝으로 쓸어내리자 맑고 끈끈한 액체가 주욱 늘어졌다. 벌을 유혹하는 달콤한 꿀처럼 그의 앞에 짙은 향내를 풍겨 댔다.
더 참지 못한 준성이 그대로 입술을 파묻고서 여린 살결을 쭉 빨아들였다. 쫀득한 살점을 입에 머금고 혀를 움직이자 그녀가 허리를 들썩이며 경련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두 다리를 팔에 감고서 탐욕스럽게 쏟아지는 액을 빨아 삼키는 소리가 적나라하다.
“흐, 아앗!”
수진은 정신없이 시트를 움켜쥔 채 신음했다. 가뜩이나 헝클어져 있던 머릿속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자꾸만 눈앞이 흐려진다. 아득하게 멀어져 가는 이성 대신에 진한 쾌감이 온몸을 마비시키는 것만 같았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저를 몰아붙이는 남자였다. 제대로 발동이 걸린 남자의 태도에 긴장인지 흥분인지 모를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배 속이 확 조여들고, 엉덩이가 멋대로 들썩여 댔다. 미친 듯이 움찔거리며 군침을 흘려 대는 질구는 당장 뭔가를 물고 싶어 안달이 났다.
“하아, 제발.”
“제발, 뭐. 말해. 어떻게 해 줄까?”
그런 그녀의 반응이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머금은 그가 그녀의 두 다리를 더욱 넓게 벌리며 허벅지 안쪽을 길게 핥아 올렸다. 군데군데 붉게 물든 살갗도. 반쯤 밀려난 속옷 아래 도톰하게 불거진 살점이며 보드랍게 돋아난 음모까지. 무엇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말로 안 하면 내가 뭘 해 줘야 할지 알 수가 없잖아. 응?”
그저 그녀를 물고 빤 것뿐인데도 한껏 자극당한 페니스가 당장에라도 저를 그 안에 처박아 달라 불끈거리며 음란한 액을 질질 뱉어 대는 게 느껴진다.
“구멍이 움찔거리는 걸 보면 넣어 달라는 뜻인 거 같기도 하고, 더 빨아 달라는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어느 쪽이야?”
“윽! 그런 말은 좀……!”
짓궂기 그지없는 질문을 참다못한 그녀가 그의 어깨를 찰싹 때리자 웃음을 터뜨린 그가 훌쩍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그녀의 몸을 타고 오르며 커다란 손으로 봉긋하게 솟은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그것도 아니면, 여기부터 시작하라는 뜻인가?”
황홀하다는 듯 속삭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푸르스름한 혈관이 살짝 비쳐 보일 만큼 말간 피부를 하늘거리는 흰색 레이스가 반쯤 가리고 있는 광경은 기대한 것 이상으로 그의 눈을 만족시켰다.
동시에 여기서 더 그녀를 자극해 울리고 싶은 삐뚤어진 욕망이 삐죽이 고개를 들었다.
“그나저나, 네 사이즈는 어떻게 알고 이렇게 딱 맞는 걸 줬을까? 이렇게 물고 빠는 나도 아직 사이즈는 감이 안 잡히는데.”
툭하니 내놓은 말에 기함한 건지, 가뜩이나 큰 눈이 더욱 휘둥그레 커졌다. 놀란 토끼처럼 당황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준성은 한층 음험해진 미소를 떠올렸다.
“굳이 이런 선물을 준 의도가 빤해서 불쾌한데…… 묘하게 흥분되네. 열받고, 짜증 나는데 더 불타오르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대체 무, 무슨 소릴……!”
잇새로 짓씹듯이 내놓는 말에 경악한 듯 높아졌던 목소리가 뚝 끊어졌다. 제 영역을 침범당한 맹수처럼 신경질적인 눈빛이 가슴에 박혀 와 더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남자의 반응에 등골까지 선득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듯한 그의 태도에 벌써 열두 번은 천국과 지옥을 왕복한 기분이었다.
“즐기는 건 여기까지 하고.”
그러나 곧 그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열기로 가득한 눈을 한 채 웃어 보였다. 거추장스러워진 브래지어가 풀려 나가고, 봉긋하게 모여 있던 가슴은 자연스럽게 그의 손아귀로 옮겨 갔다. 그의 커다란 손으로도 다 쥐기 힘들 만큼 풍만한 젖가슴을 조심스럽게 주무르며 번갈아 입을 맞추던 그가 단단하게 여문 유두를 입에 물었다.
“아!”
젖꼭지를 잇새에 끼운 채로 혀를 굴리다, 이내 세차게 쭉쭉 빨아들이자 가슴 전체로 짜르르하게 덮쳐 오는 감각에 숨이 턱 막혔다. 쾌감과 동시에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에 절로 등이 굽었다.
“흐읏, 준성……아.”
그의 입술이 닿고, 손길이 스치는 곳마다 피부 속으로 불길이 이는 것만 같다. 가슴 위로 뜨거운 숨을 흩뿌리던 그가 이윽고 몸을 일으키고는 거친 손길로 그녀의 엉덩이를 가린 천을 휙 잡아챘다. 얇은 레이스 팬티가 여린 소음과 함께 그대로 쭉 찢겨 나갔다. 넝마가 된 레이스 사이로 음모까지 흠뻑 젖어 버린 음부가 드러나자 그의 눈동자가 더욱 짙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