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화 (56/93)

상무님, 방 잡을까요?

56화

불길한 예감에 움찔할 새도 없이 단단한 팔뚝이 그녀의 허리를 훅 당겨 안았다. 주변이 휙, 도는 바람에 아찔한 눈을 감았다 떴을 때는 이미 시트 위에 고이 누워 있었다. 심지어 날렵하게 몸을 타고 올라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은 남자의 잇새에 물려 있는 물건을 보자 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서, 설마…….”

언제나 그렇듯이 설마가 사람을 잡는 법이다. 속옷을 벗고 콘돔을 끼우는 데까지 0.1초도 걸리지 않는 것 같은 남자의 익숙함에 경악할 새도 없었다.

“윽!”

이 자리부터 모면해야지, 하는 생각에 황급히 움직이다 또다시 온몸을 덮쳐 오는 통증에 멈칫한 순간, 그대로 묵직한 체중이 겹쳐졌다. 기겁한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 잠깐 사이에 잔뜩 발기해 버린 남성이 가랑이 안쪽을 스치듯 긁어내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안 돼, 나 힘들어. 더는 안 된다고!”

“진짜 힘들어?”

나지막한 웃음과 함께 티셔츠를 젖히며 들어온 손이 말랑말랑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부드러운 유방을 감싸듯 주물거리고 꼿꼿해진 유두를 살살 긁어내리자 가파르게 숨이 치솟는다. 너무도 빠른 반응에 저 자신이 놀랄 정도였다.

“흡, 아, 잠깐……. 지금 이럴 때가 아니잖아. 너도 지각인데!”

나름대로는 빠르게 약점을 짚어 낸 것 같은데 그 말을 듣는 남자의 얼굴은 어디서 개가 짖나 하고 있다. 하긴, 이 치밀한 남자라면 진즉에 조치를 취하고도 남았겠지.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나. 나부터 살아야지!

“나 정말 힘들다니까? 응?”

죽는소리를 하며 사정해 봤지만, 이미 그의 품 안이었다. 도리질을 치며 입술을 피하는 여자의 귓바퀴를 물고 핥던 입술이 야릇한 소음과 함께 귓속으로 파고든다. 느긋하게 다리 사이로 자리 잡은 짓궂은 손가락이 팬티 위로 도드라진 둔덕을 살살 문질렀다. 애태우듯 부드럽고 느릿한 손길에 절로 신음이 나올 것 같아 수진은 허벅지를 맞붙이며 허리를 뒤틀었다.

“으, 그만. 나 그만할래. 제발 그만…….”

“응. 넌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나만 할 테니까,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해.”

그게 말이 되냐고!

얄밉기 그지없는 소리와 함께 귓불을 잘근잘근 물고 빨며 괴롭히던 입술이 점차 그녀의 목을 타고 내려왔다. 혀끝으로 선을 그리듯 핥아 내리다 부드러운 살갗을 슬쩍 빨아 본다. 그새 속옷 틈으로 파고든 손으로는 바스락거리는 음모를 헤치며 자연스럽게 드러난 돌기를 문질러 댄다.

속절없이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나마 남아 있던 기운까지 모조리 빨려 나간 기분에 수진은 괴로운 숨을 삼키며 입술을 깨물었다. 집요한 애무로 그녀의 신음을 뽑아내던 그가 이윽고 크게 들썩이는 가슴 위로 입술을 눌렀다. 급히 들이켠 숨을 내뱉기도 전에 세차게 그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간 유두가 짓씹히고 짜릿한 통증이 밀려든다.

“으음, 읏! 아파아.”

나른한 웃음이 가슴 위에 흩뿌려지더니 축축한 혀가 색이 연한 유륜과 유두를 한 번에 누르며 핥았다. 이어 단단히 뭉친 꼭지를 입술로 문 채 혀를 굴리자 절로 허리가 움찔거렸다.

“하아, 하…….”

어쩐지 머리가 멍했다. 밀려드는 쾌감에 허덕이며 신음하던 그녀가 흐릿한 눈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열중한 듯 살짝 찌푸린 미간이 눈에 띄자 새삼스럽게 또 낯설었다.

이렇게나 서슴없이 야한 짓을 하고, 난폭하게 감정을 들쑤시고, 제멋대로 사람을 휘둘러 대는 남자일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무심코 손을 뻗은 수진이 제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는 남자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결이 고운 머리카락을 바스락바스락 매만지자 그녀의 가슴 위로 짙게 가라앉은 신음성이 내려앉았다.

“더 쓰다듬어 봐. 기분 좋다.”

“……뭐가 이쁘다고.”

괜히 얄미워서 손가락에 걸리는 머리카락을 슬쩍 움켜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아래를 헤집던 손가락이 움찔거리는 입구로 쑥 파고들었다. 커다란 손바닥으로 음부 전체를 압박하듯 강하게 움켜쥐며 자극하자 허리가 파드득 튀어 올랐다.

“아흐읏!”

폭풍처럼 몰아붙이는 그의 공세에 이성의 끈이 점차 가늘어지는 게 느껴진다. 산발적으로 덮쳐 오는 감각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안간힘을 쓰며 버텨 보지만, 이미 결과는 너무도 뻔했다. 어느 순간 진하게 입을 맞춰 온 그가 팬티의 아랫부분만을 젖히고는 단단히 일어선 남성을 그 틈으로 밀어 넣었다. 두툼한 귀두가 그새 녹녹해진 질구를 비집고 들어왔다.

내벽 전체를 긁으며 들어선 것이 깊숙한 곳에 자리 잡는 느낌이 새삼스럽도록 지독하다. 나직하게 신음을 토해 낸 수진이 긴 숨을 내쉬었다. 대체 언제쯤 이 버거움에도 익숙해지는 걸까.

“하아, 이게 뭐야 아침부터…….”

“아침 인사.”

느른한 웃음과 함께 대꾸한 남자가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누가 아침 인사를 이렇게, 아…… 하앙, 앗! 정말 대체 몇 번이나, 으흣!”

“그래서 싫어?”

여유롭게 들려온 되물음에 수진은 대답 대신 눈을 흘겼다. 그래도 싫다는 말은 하지 않는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 그가 그녀의 이마와 눈가에 토독토독 입을 맞추다 다시 입술을 베어 물고 강하게 빨아들였다. 뜨겁게 열이 오른 입안으로 깊숙이 파고든 혀가 격렬하게 안을 휘저으며 달콤한 타액을 퍼 올렸다.

아, 어떡해. 도저히 거절을 못 하겠어.

너무 좋아, 이 순간이.

분명 무리인 걸 알면서도. 충분히 곤란한 상황인데도,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지금이 너무 좋아서 못 이기는 척 넘어가고야 말았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렇게 멋대로 저를 휘둘러 대는 남자가 취향이었다. 정말 빼도 박도 못할 변태가 따로 없다는 걸 밤새 너무도 잘 알아 버렸다.

그리고 그 역시 이런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 응……. 이제 그만.”

“이렇게 들러붙고 조여 대면서 뭘 그만해.”

“아, 으흣!”

“엄청 젖고 있어. 하아, 빨려 들어가는 거 같아.”

그의 말대로 살짝 빠져나간 페니스가 깊숙이 박혀 올 때마다 이미 쾌감을 알아 버린 몸이 미친 듯이 달아오르며 환호하는 게 느껴진다. 다리 사이로 고여 드는 진득한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더욱 조여드는 안이 탐욕스럽게 액을 흘려 댔다.

절로 힘이 들어간 허리가 그의 움직임에 맞춰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흠뻑 젖은 기둥이 빠르게 안으로 박혀 들 때마다 그녀는 안달하며 재촉하듯 그의 허리에 허벅지를 비볐다.

맞물린 채 실컷 비벼지는 아래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만 같다. 빠르게 출렁이기 시작한 그의 허리 짓에 핏줄이 도드라지도록 단단히 발기한 성기가 물이 흥건한 구멍을 짓쑤셔 댄다. 여실히 느껴지는 남자의 흥분에 살짝 겁이 날 정도였다. 이 순간이 언제 끝이 날지 알 수가 없었다.

“후우, 제길.”

크게 숨을 내쉰 그가 잠시 움직임을 멈추더니 그녀의 허리를 잡아 끌어 그의 허벅지에 올려놓았다. 하체만 그의 허벅지에 앉은 것처럼 허리가 휘고, 자연스럽게 공중에 뜨게 된 아래가 더욱 벌어지며 난잡하게 얽힌 부위가 고스란히 그의 눈앞에 드러났다.

“읏! 잠깐 뭐 하는……!”

수치심을 느낄 새도 없이 그대로 상체를 세운 그가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움켜잡은 채로 퍽퍽 받아 왔다. 젖은 살갗이 쩍쩍거리며 맞부딪치는 소리가 한층 요란해졌다.

“아아앗, 아읏! 흑!”

제 몸을 움직일 의지조차 뺏겨 버린 기분이었다. 허공에 뜬 하체는 그가 휘두르는 대로 흔들렸다. 멋대로 힘이 들어간 발끝이 허공을 휘적댔다. 퍽퍽, 소리가 나도록 깊고 강하게 처박혀 올 때마다 온몸이 퍼들거리며 경련한다. 뭔가 사정하고 싶어 벌어진 입술은 신음을 내놓기만도 벅찼다.

“아흑!”

연이어 박혀 오는 힘에 죽죽 밀려 나가던 몸이 기어이 침대 모서리에 걸렸다. 한쪽 어깨가 혹 떨어지는 걸 느낀 그녀가 황급히 상체에 힘을 주며 허우적거리자 낮게 웃음을 터뜨린 그가 그 손을 붙잡고는 훌쩍 안아 올렸다.

앗, 하는 사이에 그의 허벅지에 걸터앉게 된 수진이 급히 숨을 들이켰다. 제 무게에 더욱 깊이 박혀 든 것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푹 찔러 오는 통에 명치가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읏, 잠깐 이거 아프잖…….”

“사랑해.”

원망을 실어 그의 어깨를 툭 내리치던 그대로 굳어 버렸다. 잘못 들은 건가, 생각했을 때는 이미 열기로 짙게 물든 남자의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언뜻 광기마저 느껴지는 검은 눈동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그녀를 직시하고 있었다.

“지금 무슨…….”

“처음부터 계속 같은 마음이었어. 이게 사랑인 걸 깨달은 건 최근이지만.”

덧붙여 제가 이렇게나 충동적인 사람이란 것도 지금 알았다.

제 밑에서 흔들리고 있는 여자가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말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약속할게. 난 절대 변할 일 없을 거라고.”

아니, 어쩌면 가장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이 순간, 고스란히 감정을 드러내 버린 그녀의 표정이 이렇게나 짜릿할 줄이야.

“아니, 이젠 네 마음이 변한대도 내가 못 놔.”

단호하게 선언한 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휘감아 당겼다. 훌쩍, 그의 품 안에 끌려 들어온 그녀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그렇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에게 못 박혀 있던 여자의 눈에 이내 물기가 차올랐다.

“또 울려 버렸네.”

나른하게 웃으며 그녀의 턱을 붙들어 올린 그가 입을 맞췄다.

끝내 사랑한다는 말도 해 주지 않는 여자지만, 뭐 어떠랴.

가장 은밀한 순간을 함께했고, 이젠 제 마음까지 쥐여 줬다. 절대 거절하지 못할 순간에 뻔뻔히 내뱉은 진심이 그녀를 옭아맬 족쇄가 되길 바랐다.

그렇게라도 그녀가 저를 놓지 않기를.

몸정이든, 단순한 호감이든, 순간의 방심이든 뭐든 좋으니 그녀가 좀 더 제게 목을 매는 날이 오기를.

준성은 나긋하게 휘어지는 여자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빠듯하게 조여 드는 안으로 깊숙이 자신을 파묻었다. 더욱 깊이 자신이 새겨지길 바라며 강하게 허리를 쳐올리고 출렁이는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나른한 신음과 함께 흔들리던 여자가 이내 가녀린 팔로 그를 끌어안고 매달렸다.

뜨거운 아침 인사가 끝나기까진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예정이었다.

* * *

“수진이, 우리 잠깐 커피 한잔할까?”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진은 침착하게 뒤를 돌아봤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나 과장이었다.

“네, 과장님. 한 잔 내려 드려요?”

“응. 좀 찐하게 마시고 싶네.”

각오는 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쳐오니 긴장으로 손발이 뻣뻣했다. 작게 한숨을 내쉰 수진은 앞장서는 나 과장을 따라 탕비실로 들어섰다.

당연하다는 듯 머신 앞에 서는 그녀를 나 과장이 조금 미묘한 눈으로 훑어봤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행동은 하고 있었지만, 목덜미 언저리가 따끔거리는 것까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한테 무슨 할 말 없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