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님, 방 잡을까요?
54화
다정하게 속삭이며 콧등에 입을 맞춘 그가 허리를 살짝 빼내었다가 그대로 꾸욱, 짓누르듯 하체를 붙여 왔다. 느리지만 착실하게 질벽을 밀고 올라온 성기는 순식간에 가장 깊은 안쪽에 닿았다가 빠져나가고, 다시 불쑥 진입하며 제 존재감을 드러냈다.
수진은 이를 악물며 비명을 참았다. 굵직한 성기가 좁은 길을 뚫어 내는 고통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그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불덩이를 쑤셔 박는 듯한 고통에 절로 온몸이 뒤틀렸다. 빠듯하게 내벽을 훑고 들어온 것이 안쪽 깊은 곳을 푹, 찌르자 그녀의 입에서는 억눌린 신음이 샜다.
아프다. 엄청 아파.
그런데 못 참을 정돈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처음 겪어 보는 격통임에도 이것이 이 남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라 하니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다.
“후우, 괜찮아?”
“어, 으, 응. 참을 만한 거 같기도 하고…….”
고통에도 익숙해지는 건지, 아니면 너무 아프다 보니 감각이 둔해지는 건지.
정작 그의 것을 다 머금고 나니 막 죽을 것처럼 아프진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건 고통에 질려 버린 뇌가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음이 분명했지만.
“어차피 남들도, 읏. 하, 하는 거잖아.”
아득해지려는 정신을 붙들며 대꾸한 수진이 남자를 바라봤다. 반듯한 그의 어깨 위로 보이는 불빛이 흐릿하다. 뭔가를 참는 듯 찌푸린 얼굴이 눈앞에서 흔들린다. 흘러내린 땀으로 조각 같은 몸의 외곽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앞으론 나랑 계속하겠다고?”
“아니! 아, 아니…….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하긴 할 건데, 아니, 그게 아니고…….”
대체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해.
그렇다 하기엔 너무 밝히는 느낌이고, 아니라 하기엔 그를 거절하는 뉘앙스라는 걸 대답을 하고서야 깨달았다. 수습을 할수록 ‘아니’만 쌓여 가는 통에 더 당황해 버린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런 여자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미간이 슬쩍 모여들었다.
“지금 내 걸 이렇게 씹어 대면서 아니라니. 설마 먹고 튈 생각은 아니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아, 잠깐만!”
“그런 게 아니면, 앞으로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들으면 되나?”
“흐윽! 아, 알았어. 할게, 할 테니까 좀 천천히……!”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 준성이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 동그랗게 예쁜 이마는 이미 송골송골 땀이 맺혀 보는 사람이 딱할 정도다. 그러면서도 차마 그를 밀어 내진 못하고 애잔하게 입술만 깨물며 견디는 모습을 보자니 묘하게 웃음이 났다.
장난처럼 그녀를 닦달하며 들은 대답이 아니라도, 이미 그녀는 이 끔찍한 고통을 견디면서까지 저를 받아들이는 쪽을 선택했다. 그게 얼마나 큰 결심인지 알기에 가슴이 벅차도록 행복했다. 그 입술을 부드럽게 핥으며 준성은 최대한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으, 으음…… 으…….”
그 나름대로는 엄청 자제한 움직임일 텐데, 워낙에 물건이 길고 두껍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내벽 전체가 요동을 쳤다. 단번에 가장 깊은 곳까지 뚫고 들어온 것에 푹푹 찔릴 때마다 제 입에선 낯선 소리가 제멋대로 튀어 나갔다.
붉게 물들어 가는 눈가를 지그시 바라보던 그가 입술을 마주 물어 왔다. 녹아내릴 듯 세심하게 입안의 여린 살점을 핥아 올리다 이내 달콤하게 입술을 빨아들였다. 달라붙은 내벽을 둔탁하게 치대는 하체와는 달리, 놀랍도록 부드럽고 다정한 입맞춤에 정신을 뺏긴 채 허겁지겁 매달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흐릿해진 고통 대신에 제 아래가 뭔가를 물고 조이는 느낌이 더욱 생생해졌다. 부득부득 핏발이 선 페니스가 꽉 다물린 입구를 마구 쑤셔 댈 때마다 맞물린 자리에서 질퍽거리며 애액이 새어 나왔다. 한결 미끈해진 내벽을 꽉꽉 메우며 파고드는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아 묘했다.
“하아, 아…… 준성아. 나…….”
조금은 미묘한 쾌감이 잔잔하게 들끓는 것을 느끼며 수진은 그를 불렀다. 멋대로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뜨며 남자를 바라봤다. 살짝 움직임을 늦춘 그가 무슨 일이냐 묻는 듯 지그시 그녀를 바라본다. 열기로 짙게 물든 시선이 한없는 열렬함을 품고서 그녀의 얼굴을 향해 있다. 마치, 이 순간 그녀가 그의 세상 전부라도 되는 듯이.
왠지 그 눈빛이 너무 좋았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서.
정말로 사랑받는 느낌이라서.
“아니, 그냥 좀 실감이 안 나서…….”
“이걸 넣고도 실감이 안 나면 뭘 더 어떻게 해 줘야 하나.”
“윽! 그런 뜻이 아니잖아.”
복숭아처럼 발그레하던 얼굴이 숫제 새빨갛게 익어 버렸다. 그의 가슴팍을 툭툭 때려 대며 불만을 토하는 여자를 꼭 끌어안은 그가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어쩌면 이렇게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걸까.
너무도 소중해서, 평생 함부로 할 수 없었던 여자였다. 그렇게나 지켜 주고, 아껴 주고 싶었던 여자였다. 그런 여자를 제 손으로 헤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지금도 눈가에 고인 눈물을 보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데, 그 눈물의 원인은 도무지 멈출 기미가 없었다.
도리어 안을 파고들수록 쾌락에 자극당한 인내심이 흐릿해졌다. 들썩이는 허리의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자, 성기에 닿는 마찰의 강도도 높아졌다. 통제를 벗어난 허리는 어느 순간 멋대로 흔들리며 거침없이 그녀의 몸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흐앗! 앗, 잠깐, 아…….”
거세진 움직임에 당황한 그녀의 손이 허공을 허우적대다 그에게 붙들려 시트 위에 짓눌렸다. 그대로 그녀의 몸을 덮어 누른 그가 과감하게 허리를 놀리며 두툼한 기둥을 파묻어 댔다.
퍽, 푸욱, 푹!
귀두 끝까지 빠져나갔다가 단숨에 뿌리 끝까지 밀어 넣는 움직임에 그녀의 허리가 붕 떠올랐다. 연거푸 박혀 들어올 때마다 그녀의 입에서는 정돈되지 않은 신음이 마구 터져 나왔다.
“으, 흑, 잠깐만, 아아…… 아읏!”
“괜찮아. 소리 질러도 되니까. 참지 말고.”
배려하듯 조심스러웠던 움직임은 이미 흔적도 없었다. 지금 그는 오로지 그녀의 안에 자신을 밀어 넣고 흔들어 대려는 행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더욱 몸을 낮춘 준성이 탐스러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떡처럼 말랑말랑한 감촉이 그의 힘에 형체를 잃고 뭉개졌다. 움켜쥐는 대로, 입술이 닿는 대로 붉게 물들어 가는 하얀 살갗을 실컷 물고 빨며 정신없이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그녀는 자지러지며 울부짖었다.
“으흑, 읏…… 잠깐, 이건 너무 세…… 아앙, 앗!”
절로 엉덩이가 들리고 배 속이 확 조여들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뭉툭한 끄트머리가 막다른 벽을 쿵쿵 때릴 때마다 배 속 깊은 곳으로 묵직하게 퍼지는 감각이 버거워 견딜 수가 없었다. 아릿한 고통 사이로 어렴풋이 뭔가 다른 감각이 감지되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아, 나, 나 잠깐만…….”
혼란스러워진 그녀가 저도 모르게 몸을 뒤틀며 그의 침입을 저지하려 했지만, 그 움직임은 허리를 감아 당기는 손짓 한 번에 제압되었다. 동시에 몸을 일으킨 준성이 그녀의 양다리를 위로 접어 벌렸다. 그대로 덮치듯 그녀의 몸을 접어 누르며 시트를 짚자 자연스럽게 엉덩이가 위로 뜨고 음부가 활짝 벌어졌다.
“흐읏!”
바뀐 자세가 부끄럽다고 생각할 새도 없었다. 그가 세차게 허리를 내리찧자 더욱 질펀해진 소음이 바로 뇌리에 꽂혀 들었다. 흠뻑 젖어 번들거리는 음모 사이로 터무니없이 굵고 기다란 기둥이 모습을 드러냈다가 밑동까지 푹푹 박혀 든다. 내리꽂는 힘에 작은 침대가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잠깐, 이게 뭐야. 이게 뭐지? 지금 이게 뭐냐고.’
연이어 외쳐 댄 의문이 머릿속에서 깜빡댔다. 어느 순간 눈에 별이 튀고, 제 목구멍에선 간드러진 신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무서운 속도로 박아 대는 곳에서 찐득하니 뭔가를 실컷 빨아들이는 듯한 소리가 났다. 이것이 탐욕스럽게 페니스를 흡입해 대는 제 밑에서 들리는 소리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밀려드는 수치심에 절망하며 수진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어 댔다.
“아아, 싫어, 읏! 아흑! 그만, 이런 거 그만…… 아!”
“후우, 괜찮아. 괜찮으니까 그냥 있어도 돼.”
몸부림치는 여자를 달래듯 속삭인 그가 좀 더 힘을 줘 짓눌렀다. 깊숙이 처넣었다가 슬쩍 빼낼 때마다 물컹한 내벽이 빠듯하게 감겨 오는 느낌이 소름 끼치도록 좋다. 여전히 제 것을 터뜨려 버릴 것처럼 조여 대는 안쪽을 향해 엉덩이가 움푹 파이도록 힘을 주며 맹렬하게 허리를 찍어 내렸다.
한층 격렬해진 진퇴에 그녀는 정신없이 흔들렸다. 묵직한 성기가 깊숙이 파묻힐 때마다 충혈된 클리토리스가 그의 아랫배에 가차 없이 비벼졌다.
동시에 잔뜩 흥분한 내벽이 마음껏 안을 분탕질하는 단단한 기둥에 휘감겼다. 쫀득하게 감겨 오는 힘이 강해지자 그의 호흡도 한층 격해졌다. 퍽퍽, 받쳐 올 때마다 빈틈없이 맞물린 곳에서 새어 나온 물기가 그의 성기에 치덕치덕 들러붙는 게 느껴졌다.
“앗, 아흐읏, 응, 하앙…… 아아앙! 그만, 그만 제발……!”
낯은 뜨겁고 자극은 너무 강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데, 남자는 돌처럼 단단히 그 자리에 버틴 채 우직하게 박혀 올 뿐이었다. 차라리 정신을 놓아 버렸으면 싶은데 몸을 덮치는 감각은 너무도 선명해서 미칠 것 같았다.
강인한 허벅지에 밀린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가 맥없이 허공을 휘젓고, 절로 곱아든 발가락은 멋대로 경련한다. 갈 곳을 몰라 이리저리 헤매던 손이 베개를 움켜쥐었다. 잔뜩 고개를 꺾어 베개에 얼굴을 반쯤 묻은 채 신음하는 그녀의 눈가는 이미 흘러내린 눈물로 범벅이었다.
“아, 아아…… 아아, 제발, 아으흑!”
이 순간이 견딜 수 없는 한편, 기묘한 희열이 차올랐다.
저 단정하고 금욕적이던 얼굴에 뚜렷하게 번진 음욕이. 여전히 차분한 태도로 내비치는 난잡함이. 다정하게 아껴 주면서도 멋대로 휘두르고 난폭하게 탐하는 모습이 지독히도 섹시해서, 더 휘둘러 줬으면 싶었다. 움츠러드는 저를 짓누르며 더 질펀하게 본색을 드러냈으면 싶었다.
이런 자신이 미친 것 같았다. 신열이 오른 몸은 제 몸 같지 않게 들끓어 대고, 이 마음은 이게 좋은지 싫은지도 모르겠다. 그저 당황스럽기만 한 이 상황에 흐느끼며 울어 버렸다.
“……흐윽. 흑!”
그제야 그녀의 두 다리를 놓아 준 남자가 다정하게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나른하게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제 쪽으로 돌려놓고는 달래듯 촉촉한 눈가에 입을 맞춰 댔다.
“힘들게 왜 자꾸 울어. 응?”
관자놀이까지 흘러내린 눈물방울을 입술로 훔치면서도 방만한 아랫도리는 연신 들썩이며 그녀의 몸을 파고든다. 은밀한 내부를 넓히듯 허리를 돌려 가며 그녀의 반응을 이끌어 내려는 그의 집요함에 수진은 벅찬 신음을 토해 냈다.
“이제 다 돼 가니까, 조금만.”
“으, 으응. 흑…….”
“후, 키스해 줘, 수진아.”
잔뜩 흘러내린 땀으로 더욱 야릇해 보이는 남자의 목에 팔을 감고서 갈급하게 그의 입술을 빨았다. 더욱 빠르게 자신을 묻어 오는 남자의 아래에서 목 놓아 흐느꼈다.
한층 절박해진 추삽질에 그녀는 끝도 없이 흔들렸다. 사납게 허리를 치대는 남자의 팽팽히 당겨진 턱선과 여유를 잃은 듯 격렬하게 파고드는 몸짓에서 절정을 직감한 그녀의 안이 긴장하며 멋대로 수축했다.
“흣!”
마침내 그가 그녀를 꽉 끌어안은 채로 움직임을 멈췄다. 외마디 신음성과 함께 몸 안 깊숙이 파고들어 뜨겁게 파정했다. 몇 번이나 허리를 털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토해 낸 그가 길게 숨을 뱉으며 그녀의 위로 무너졌다.
나른한 숨이 어깨에 닿은 순간, 그녀는 눈을 감아 버렸다. 감은 눈가로 또로록,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수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