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님, 방 잡을까요?
53화
“아, 으음…….”
그만두라 해야 하는데, 목이 졸리기라도 한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머릿속이 녹아내린 듯 생각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낯선 쾌감만이 자글자글 끓었다. 나른하게 신음하던 그녀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였다. 더한 자극을 바라는 몸이 제멋대로 그를 재촉하는 반응이었다.
쫍, 쪼오옵, 쭈웁.
“흣.”
뜨거운 입술이 볼록 튀어나온 돌기를 머금고 살살 빨아들이자 온몸이 후드득 튀어 댔다. 점액질의 혀가 발그레하게 익은 살점을 짓누르며 핥아 댈 때마다 숨이 뚝뚝 끊어진다. 수진은 정신없이 시트를 움켜잡고서 신음했다.
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타인에게 몸 아래를 몽땅 내어 주고 헐떡이는 이 순간이 너무 낯설고 비현실적이었다. 짜릿하게 파고드는 감각이 강해질수록 머리가 아득해져서 더더욱 현실감이 없었다.
“하아, 아, 어떡해, 아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려던 몸이 단호하게 엉덩이를 움켜쥐는 힘에 그대로 붙들렸다. 벌이라도 주듯 더욱 집요하게 처박힌 입술이 밑으로 내려와 젖은 입구를 베어 물었다. 순식간에 질벽을 밀고 들어온 뜨거운 혀가 주름진 안쪽까지 샅샅이 핥아 넘치는 음액을 퍼 올리고 적나라한 소리를 내며 빨아 삼킨다.
쭙, 쭈으읍. 춥.
“하으응!”
선득하게 덮쳐 온 쾌감에 순간 훅 조여들었던 허벅지가 남자의 얼굴을 살짝 건드리곤 금세 힘이 풀려 나갔다. 차마 그 잘난 얼굴을 건드리면서까지 발버둥을 칠 자신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 한없이 약한 그녀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어찌할 방법이 없어 제 몸만 뒤틀며 끙끙 앓고 있는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세상 무엇보다 달콤한 것을 빨고 있는 아이처럼 해사하게 웃는다.
“여기 움찔거리는 게 귀여워. 진짜 하아……. 너무 예뻐, 수진아.”
“읏, 그만…… 하아, 하, 하아…….”
더운 숨만 뱉어 내던 여자의 입술은 이미 바짝 말라붙었다. 고개를 젖힌 채로 할딱이는 신음성에도 감출 수 없는 색기가 돌기 시작했다. 은밀한 살점을 빨아 대며 색스러운 신음을 뽑아내다 기어이 울먹이는 소리를 듣고서야 잠시 틈을 주듯 살며시 입술을 떼어 냈다.
방금 전까지 실컷 빨아 댄 밀부+가 그의 타액에 흠뻑 젖어 번들거렸다. 다시금 입안에 그녀의 맛이 감도는 것 같아 침이 고였다. 가능하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빨 수 있을 것 같았다.
새하얀 허벅지와 붉게 익어 가는 속살의 조화에 여지없이 자극당한 본능은 당장 그 안에 저를 처넣으라 종용해 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충동을 애써 참아 내려는 남자의 잇새로 깊은 숨이 터졌다.
조금만 천천히. 조금만 더 부드럽게.
연신 머릿속으로 되뇌며 흐무러지게 벌어진 허벅지의 안쪽에 입을 맞췄다. 피어오르는 열기에 여기저기 붉게 얼룩진 몸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헐떡이는 여자의 상태를 확인한 그의 입가로 만족스러운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이렇게 지치면 어떡하나.
한번 시작한 이상 밤을 새우도록 내 품에 안겨서 울어야 할 텐데.
잔악하게 피어오르는 생각을 숨긴 채, 질펀하게 흘러내린 애액을 중지로 훑어 올렸다. 그것마저도 자극이 되는 건지 붉은 속살 밑에 은밀하게 숨어 있던 구멍이 움찔거렸다. 아찔하도록 달콤한 그녀의 향에 이끌리듯 그대로 입술을 묻었다.
“아……!”
“진짜 귀여워, 수진아.”
뜨거운 입김에 바르르 떨며 반응하는 음핵을 바로 입에 머금고 돌리며 뻐끔거리는 입구로 중지를 밀어 넣었다. 한결 부드러워진 안쪽이 매끄럽게 그의 손가락에 감기듯 조여 왔다.
신기하리만큼 아까와는 다른 반응이었다. 들러붙는 내벽 전체를 비비듯 진퇴하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잔뜩 고인 애액이 미끈거린다. 미친 듯이 조여 대는 건 여전한데, 확실히 드나듦이 쉬운 느낌이었다.
“좋았나 봐. 그새 더 부드러워졌어.”
“윽, 그런 말 하지 마…… 아흣!”
발악하듯 외친 말은 금세 제 신음에 묻혔다. 꽉 다물린 안으로 그가 손가락을 쑥쑥 박아 대자 순간 온몸이 경련했다. 빠르게 질 내벽을 문지르며, 입술과 혀로 클리토리스를 빨아 대는 격렬한 애무에 까무러칠 것 같은 쾌감이 밀려들었다. 순식간에 손가락이 둘로 늘었지만 알아채지도 못했다.
“아, 안 돼, 안…… 아흑! 자, 잠깐만 준성, 아앗!”
음핵을 세차게 빨아들이며 압착된 혀의 감촉이 못내 지독하다. 빠르게 문지르고 뭉개는 혀 놀림을 따라 허리가 멋대로 들뜨고, 시트를 움켜잡는 힘도 강해졌다. 동시에 아랫배 깊은 곳에서부터 낯선 감각이 엄습했다.
“아, 아니, 잠깐, 잠깐만……!”
소스라치며 허벅지에 힘을 줘 조이려던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 툭, 끊어지는 느낌이 왔다.
“하윽!”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들바들 떨던 그녀의 손에서 힘이 풀려 나갔다. 발밑이 꺼지는 것 같은 짜릿함과 동시에 일순 눈앞의 세상이 빙글 돌았다. 제멋대로 경련하며 확 좁아 든 내벽이 미친 듯이 그의 손가락을 물어 댔다.
동시에 왈칵 쏟아진 애액이 그의 손목까지 적시자 그제야 입술을 뗀 그가 소리 없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보란 듯 젖은 손가락을 그녀의 앞에 내보이더니 스윽 핥고는 야릇하게 입가를 말아 웃는다.
“진짜 맛있다, 수진아.”
“지금 그걸…… 그렇게…….”
짓궂게 하는 말에 경악한 그녀가 눈만 휘둥그렇게 뜨며 몸을 떨었다. 기운이 빠지다 못해 넋이 나가 버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팔다리에 감각마저 엉망으로 꼬여 있는 기분이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헛숨만 들이켜는 그녀를 보며 미안하다는 듯 너털웃음을 짓던 준성이 한층 다정하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아프지 않게 하고 싶은데 힘들 거야, 아마.”
그러고는 그녀의 머리맡으로 손을 뻗었다. 베개 밑에 파묻어 둔 콘돔 하나를 꺼낸 그가 잇새로 포장을 찢었다. 빠르게 콘돔을 끼운 그가 축 늘어진 그녀의 다리를 벌리며 서로의 하체가 꼭 맞붙도록 그녀를 아래로 끌어 내렸다.
그새 더욱 흉악하게 부풀어 오른 남자의 성기가 은밀한 부위를 지그시 스치자 절로 긴장한 그녀의 허리춤이 빳빳해졌다. 겁먹은 기색이 여실한 얼굴을 보며 남자는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도 열심히 잘해 볼게.”
성실하기 그지없는 대사를 내뱉어 준 남자가 유유히 몸을 겹쳐 왔다. 굵은 어깨와 넓게 굴곡진 가슴 근육이 눈앞에 닥치자 벌써부터 숨이 턱 막혔다. 저 힘에 꼼짝없이 짓눌릴 거라 생각하니 절로 신음이 샜다. 이건 길 한복판에서 호랑이를 마주한 것 같은 본능적인 두려움이었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가만히 힘 빼고 있어.”
“나도 그러고 싶은데 지금은 좀……!”
그대로 입술이 틀어막혔다. 남자는 달달 떨고 있는 여자의 입술을 거침없이 헤치며 터질 것처럼 핏줄이 불거진 성기를 붙잡아 내려 갈라진 틈새를 비볐다.
“읏, 으음…….”
두툼한 귀두가 아슬아슬하게 질구 주변을 배회하며 건드리자 잔뜩 긴장한 안쪽이 바짝 조여들었다. 조금만 위로 꺾여도 곧장 치고 들어올 것만 같다.
“후우, 김수진.”
뜨겁게 맞붙어 있던 입술이 떨어지고 그에게서 긴 한숨이 새었다. 남자의 몸을 지탱한 팔뚝에 더욱 힘이 들어간 듯 자잘한 떨림이 전해졌다. 욕정에 물들어 어둑해진 시선이 그녀의 불안한 눈으로 파고들었다.
“절대로 너 다치게 안 할 테니까.”
“으…… 으응.”
힘겹게 목소리를 밀어내는 여자의 굳은 몸을 꽉 끌어안은 그가 거대하게 부푼 성기를 들이밀었다. 정확히 질구를 찾아낸 끄트머리가 억지로 틈을 비집고 들어오자, 엄청난 압박감에 저절로 벌어진 그녀의 입에서 새된 비명이 튀어나왔다.
“흡!”
상상도 못 한 고통에 심장까지 한기가 밀려들었다. 잔뜩 달아올라 있던 몸이 한순간에 식어 버릴 정도였다. 당황한 수진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
“이거 들어가긴 하는 거야?”
순간 너털웃음을 지은 준성이 식은땀이 배어난 이마에 입을 맞추며 대꾸했다.
“조금만. 이제 다 됐어.”
사실은 간신히 입구에 귀두만 걸쳐 놓은 상태지만, 때론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한 법이다.
언제든 한 번은 겪어야 할 고통이라면, 차라리 제 품에서 우는 게 나았다. 그녀의 눈물도 아픔도 모조리 제 것이어야 했다. 굳게 마음을 다진 준성은 움찔거리며 도망치려는 여자의 허리를 휘어 감고 몰캉한 살점을 짓뭉개며 거대한 살 기둥을 욱여넣었다.
“아흐읏!”
예상한 것보다 더 무시무시한 격통에 그녀의 신음이 날카롭게 치솟았다. 간신히 반쯤 담가 놓았는데도 끊어질 것처럼 남근을 물어 오는 감각이 예사롭지 않았다. 모든 감각이 성기를 통해 쭉 빨려 나가는 듯해 정신이 다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파고드는 자신이 이런데, 이렇게나 작은 몸으로 저를 받아들이는 그녀는 얼마나 아플지.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서로 고통스럽기만 하고 끝나는 거다. 어떻게든 그녀가 온전히 저를 품게 하고 싶었다. 억지로라도 제 모든 것을 그녀에게 안겨 주고 싶었다.
“아아!”
버둥거리는 몸을 짓누른 채로 뿌리 끝까지 파묻은 순간, 그녀에게선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 역시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신음을 토해 냈다. 그녀의 안은 지나치게 좁고 뜨거웠다. 내벽 전체가 꿀렁이며 감겨드는 느낌에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찔했다.
“하아, 수진아.”
준성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바들바들 떠는 여자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질 주름까지 느껴질 정도로 빠듯하게 조여 오는 통에 조금만 움직여도 사정해 버릴 것 같다. 그녀는 물론,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잠시 기다릴 때였다.
“너무 아파…… 흐윽.”
가엾게도 여자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의 어깨를 힘없이 토닥거려 댔다. 차마 빼라는 말도 못 하고 소심하게 불만을 토하는 그녀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차마 웃을 수가 없다.
“어쩌지. 내가 아직 요령이 없어서, 오늘은 네가 참아야 할 거 같아.”
“아흐, 정말…….”
“미안. 천천히 할 테니까…… 조금만 참자.”
땀이 배어 나온 여자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전혀 미안하지 않은 사과를 했다. 다시 그녀의 입술에 길게 키스한 준성이 물기로 촉촉한 눈가를 핥으며 달콤하게 속삭였다.
“하아, 근데 지금 너무 좋아서, 내가 정신을 차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건 무슨, 아! 잠깐……!”
이젠 한계다 싶을 정도로 그녀가 안정되길 기다리던 허리가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그녀가 허겁지겁 숨을 삼키며 그를 붙잡았다. 훅, 하고 깊은 숨을 뱉어 낸 그가 뒤늦게 덧붙였다.
“움직일게,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