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님, 방 잡을까요?
51화
“잠깐만. 나 좀 씻어야 할 거 같은…….”
“같이 씻어.”
가볍게 그녀의 팔을 낚아채며 내놓는 목소리에 가벼운 흥분이 어렸다. 기겁한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니, 그건 좀……!”
“지금 내가 널 못 놔주겠거든.”
순식간에 조명을 등진 그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 위로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동시에 단단한 팔이 벌어진 옷자락 사이로 파고들어 맨허리를 휘감아 당겼다.
“흐읍!”
놀란 숨을 들이켤 새도 없이 곧장 입술이 닿았다. 숨이 콱 틀어막혔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굳어 있는 여자의 작은 턱을 붙잡고 입을 벌리게 하고는 대번에 깊숙이 혀를 쑤셔 넣었다.
진즉에 예열되어 있던 남자는 순식간에 불타오를 기세였다. 여지없이 본색을 드러내며 먹어 치울 것처럼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뜨거운 혀로 입천장과 치열까지 샅샅이 훑었다가 빠져나가고 다시 두툼한 입술로 버겁게 새어 나오는 숨결마저 다 마셔 버릴 듯 격렬하게 그녀의 입술을 빨아 댔다.
수진은 정신없이 그의 공세를 받아 내며 숨을 할딱였다. 굳어 있는 몸과 달리 격하게 뛰어오르기 시작한 심장의 박동이 버겁다. 언제 붙잡고 있었는지도 모를 그의 슈트 재킷 자락이 그녀의 손안에서 구겨졌다.
“하아, 너 때문에 눈 돌아가겠다.”
간신히 틈을 내준 그가 속삭였다. 그답지 않은 언사에 귓속을 자극당하자 절로 허벅지 안쪽으로 힘이 들어간다. 아랫배 깊은 곳에서부터 열기가 뭉치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져 매우 당황스러웠다.
“저기, 하아, 잠깐만…… 으흡!”
다시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안으로 빨려 들었다. 입술과 혀의 움직임만으로도 그는 교묘하게 그녀의 입을 벌려 가며 속살의 감촉을 마음껏 탐식했다. 당황하며 굳은 혀에 바짝 휘감긴 점액질의 혀가 연신 꿈틀거리며 그녀를 희롱한다.
대강 걸쳐져 있던 블라우스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호크가 풀린 브래지어만이 엉성하게 걸렸다. 더는 거리낄 것 없다는 듯이 깊게 굴곡이 새겨진 등허리와 잘록한 허리를 매만지던 그가 탐스럽게 드러난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단단하게 여문 유두가 우악스러운 손바닥에 짓눌린 순간 아, 하고 터진 신음은 그의 입안에서만 울렸다. 그사이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은 그가 한쪽 다리를 그녀의 다리 사이에 밀어 넣고서 허벅지를 올려붙이며 지그시 아래를 압박해 왔다. 명백히 다음을 원하는 움직임이었다. 이미 한계까지 덩치를 불린 남성이 그녀의 허벅지를 쿡쿡 찔러 댔다.
이대로 가다간 씻기는커녕 침대에도 닿지 못하고 끝까지 가 버릴 기세라 덜컥 겁이 났다. 간신히 그의 입술을 빠져나온 수진이 허겁지겁 그의 어깨를 움켜쥐며 제지했다.
“그, 그만, 잠깐! 우리 먼저 씻기로 했잖아.”
“그럴 거야. 키스부터 하고.”
방금까지 한 건 뭐였는데?
너무도 산뜻하게 내놓는 대꾸에 기막혀 벌어진 입술을 웃음기 가득한 입술이 다시 덮어 왔다. 아무리 치고 밀어도 단단한 남자의 몸은 여전히 그 자리에 버티고 있을 뿐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다정하게 얼굴을 쓰다듬는 손의 열기가. 입안을 맴도는 지나치게 부드러운 감촉이 자꾸만 정신을 아득하게 만든다.
“으읍, 준성, 준성아…… 읏! 그만, 그…… 합!”
그의 기세에 밀려 주춤주춤 물러날 때마다 그는 더욱 가까이 다가서며 그녀를 몰아붙였다. 그렇게 밀고 밀리며 움직이다, 어느 순간 입술을 뗀 그가 거치적거리는 브래지어를 벗겨 내고 그녀를 번쩍 안아 들더니 성큼성큼 욕실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한쪽에 그녀를 세워 둔 채 샤워 부스로 들어섰다. 내내 강제로 데워지느라 몽롱해진 그녀가 양손을 가슴 위로 교차한 채 달달 떨고 있는 동안 물을 틀어 놓고 잠시 온도를 확인한 그가 그대로 돌아와 그녀를 내려다봤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선엔 재미있어 죽겠다는 기색이 역력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온몸이 긴장으로 삐걱대는 저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반응이지 않나.
“데려다준 건 고마운데 둘이 같이 씻기엔 여긴 너무 좁지 않을까, 엄맛!”
약간 볼멘 투로 이야기하던 수진이 기겁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가 서슴없이 옷을 벗기 시작한 탓이었다. 순식간에 재킷을 벗어 욕실 바깥으로 던지고 넥타이를 풀어 헤친 그가 단정히 채워진 단추를 툭툭 풀어냈다. 반쯤 풀려 가는 셔츠의 안쪽으로 진하게 굴곡진 근육이 보인다.
아, 도저히 눈 둘 곳을 못 찾겠어!
“어차피 볼 거 다 봤으면서 새삼스럽게 왜 그래?”
“다는 아니거든!”
그리고 그때는 술기운이 10g은 남아 있었을 거라고!
말해 봤자 달라질 것도 없단 사실을 빠르게 깨달은 그녀가 작게 한탄하자,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린 준성이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제 몸에 가져다 댔다.
“그럼 네가 직접 벗기면서 마저 확인해 봐.”
미모사처럼 바짝 움츠러들어선 새하얗게 질려 있는 여자가 자꾸만 못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더 곤란하게 해 주고 싶다. 더 난처한 얼굴을 보고 싶다. 정작 유혹은 저가 해 놓고 이 상황을 감당 못 해 쩔쩔매는 게 귀여워서 으스러지도록 안고 싶다. 지금의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순간을 견디고 있는 건지 알기에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
“응? 수진아.”
하지만 지금은 마음 내키는 대로 지를 때가 아니었다. 당장에라도 그녀를 깔아 눕히고 싶은 마음은 꾹 눌러놓은 채 겉으로는 다정함이란 가면을 집어 썼다. 인내가 길어질수록 더 달콤하게 익은 열매를 손에 넣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의 기다림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에 흐릿하게 욕망이 스미는 것을 감지한 준성이 바짝 몸을 붙이며 동그랗게 예쁜 귓바퀴에다 입술을 가져다 댔다.
“궁금했잖아. 해 봐.”
그 예쁜 머릿속에 든 생각이 그리 순수하지 않을 걸 알기에 절로 입꼬리가 치솟는다. 질끈 눈을 감았다 뜬 그녀가 이내 폭, 한숨을 내쉬더니 더듬더듬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심장 속까지 간질거리는 느낌에 그의 목구멍에서 묵직한 신음이 새었다. 훤히 드러난 가슴팍을 보며 마른침을 삼키는 가느다란 목선까지 집요하게 눈으로 훑으며 속삭였다.
“아래도.”
이미 단단하게 형체를 갖춘 성기가 바지 앞부분을 꽉 채우고 있다는 걸 그녀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역시나 그것을 확인하곤 움찔하는 그녀의 눈을 주시하며 음험하게 웃었다.
“여기가 제일 궁금했잖아?”
한층 은근해진 목소리가 유혹하듯 그녀의 귓전을 간질였다.
선악과를 따게 만든 뱀의 속삭임이 이랬을까.
제 안의 변태가 이걸 궁금해한 건 사실이지만, 맨정신인 상태로 시도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니 이건 이 남자의 유혹에 끌려가는 거였다. 마치 홀린 것처럼 손을 뻗은 수진이 익숙하지 않은 손짓으로 벨트의 버클을 풀었다.
“옳지. 더 해 봐.”
어떤 식으로든 이제 두툼하게 튀어나온 앞섶을 건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칭찬하며 부추기는 목소리에 더 움츠러든 채로 슈트 팬츠의 버클을 열고 지퍼를 내렸다. 그녀의 손끝이 불룩한 부분을 건드리자, 낮게 신음한 그가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욕실을 울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몹시 야해서 등골이 바짝 조이다 못해 목덜미까지 저릿저릿했다. 이게 바로 귀로 느끼는 오르가슴인가 보다. 심장이 벌렁거려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삼키며 그대로 바지를 조금 끌어 내리자 팽팽히 당겨지다 못해 뚫어질 것처럼 빠듯하게 뭔가를 담고 있는 드로어즈가 보인다.
그러니까 저 안에 그것이…….
차마 손을 뻗지 못하고 흘깃거리자, 나른하게 웃어 보인 준성이 양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툭 불거진 부분을 몸에다 지그시 눌러 왔다.
“평생 너만 기다린 녀석이야. 예뻐해 줘.”
“…….”
“조금만. 응?”
다정하게 속삭인 남자가 그녀의 눈이며 콧등에다 자잘하게 키스했다.
“겁내지 말고, 이제부터 하고 싶은 대로 해. 무슨 짓을 해도 좋으니까.”
남자는 커다란 구렁이 같은 실루엣을 들이밀며 뱀처럼 혀를 놀렸다.
“지금까진 장난처럼 변태라고 놀렸었는데, 실은 나 그런 거 아주 좋아하거든.”
그런 와중에도 얼굴에 떠오르는 미소가 지나치게 상큼해서.
“물론 날 만질 수 있는 여자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너뿐이야.”
손을 뻗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그 입술이 하는 말이라.
“그러니까, 이제부터 미친 짓 좀 해도 참아 줘. 같이하면 더 좋고.”
나야말로 미쳐 버리겠다.
분명 그녀의 자의대로 하라는 말인데도 다분히 강압적으로 느껴지는 건 이미 그에게 제 본능이 지나치게 이끌리고 있는 탓일 거다.
질끈 눈을 감았던 수진이 그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반쯤은 분위기에 떠밀리듯, 반쯤은 명백한 자의로.
“……!”
처음엔 제가 뭘 보고 있나 했다.
대체 이 남자는 다리 사이에 이런 걸 어떻게 매달고 사는 거지?
드로어즈를 내리자마자 군살 하나 없이 늘씬한 허리와 촘촘한 근육질의 복근 아래, 상상도 못 한 형태의 물건이 배꼽에 닿을 기세로 발딱 일어났다. 과장 조금 보태어 제 팔뚝만 한 기둥이 툭 튀어나온 거다. 짐작한 것보다 더 엄청난 위용에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그러니까 이런 게 사람의 몸에 들어오는 거라고?
내 몸에 이런 걸 넣을 공간이 있다고?
……그게 말이 돼?
잠시 넋을 잃었다가 홀린 것처럼 손을 뻗었다. 너무 비현실적인 생김새에 도리어 호기심이 일었다. 탁하지 않은 선홍색 기둥은 그의 남자다운 팔뚝처럼 핏줄이 불거져 있었고 놀라울 만큼 뜨거웠다. 두툼한 귀두 끄트머리에 맺힌 물기를 슬쩍 엄지로 쓸어내린 순간 낮게 신음한 준성이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댔다.
“하아……. 계속해.”
허락이라도 하듯 내놓은 말에 수진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기둥을 움켜쥐었다. 분명 겁이 나야 하는데 이미 제 본능은 이 남자를 탐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 사실을 굳이 숨길 이유도 없었다.
손아귀에 살짝 힘을 주며 위아래로 쓸어 올리자 남자는 뜨거운 숨을 토하더니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곱게 각이 진 남자의 귀밑 턱이 꿈틀거리고 굵고 날렵한 목에는 핏대가 섰다.
“이렇게 하면 돼?”
“응, 그렇게. 후우……. 기분 좋아.”
귓가를 긁는 듯한 느른한 신음성이 묘하게 짜릿하다. 쾌감을 참는 듯 찌푸린 눈매와 살짝 벌어진 입술이 지독하게 섹시해서 절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믿을 수 없게도 그저 남자의 성기를 매만지는 것뿐인데 제 몸까지 달아오르고 있었다. 정확히는 다리 사이, 깊숙한 곳이 멋대로 움찔거려서 살짝 손에 힘이 풀렸을 때였다. 갑자기 거친 숨을 훅 뱉어 낸 그가 제 것을 쥔 채 움직이는 여자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거 알아?”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치솟는 욕구를 억눌러 컨트롤하려는 남자의 눈빛이 한층 서늘하게 가라앉았다.